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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역사 -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격동의 인류사
피터 버크 지음, 이정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 라고 말했습니다. 플라톤 역시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 라고 했습니다. 두 철학자 모두 서양 철학의 뿌리를 이루면서 철학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고,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이 쓴 책은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한번도 자신이 지혜롭다고 말하지 않았네요. 반면 훨씬 더 지혜롭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이 세계의 지식을 모두 알고 있는듯 행세하기도 했습니다.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러한 무지의 사례가 많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큰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무지의 역사' 에서는 각 분야에 나타난 무지에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그 영향으로 어떤 일들이 나타났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종교가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출처가 불분명하고 조상 대대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종교도 있고 비교적 그 시작이 정확히 알려진 종교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종교는 믿음의 영역이기 때문에 과학적인 설명을 요구하거나 이성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반면 맹목적으로 대하다보니 실제로 종교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도 많네요. 과거 중세 시대에는 마녀 사냥이 있었으며 현재도 서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끼리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책에 언급된 설문 조사를 보면 충격적인데 유일신이 있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신이 몇 명인지 정확히 모르는 사례도 많네요. 과거에 비해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는데 과학이 발전하면서 종교는 소멸될지, 그렇지 않으면 계속 유지될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으로 지구 곳곳의 모습을 방 안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배를 타고 항해하거나 두 발로 걸어야만 했던 시대에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세계의 전부였으며 일부 모험심 강한 사람들의 탐험을 통해 미지의 세계가 조금씩 알려졌네요. 대항해시대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앞장섰는데 콜럼버스는 서쪽으로 계속 항해하다보면 인도가 나온다고 생각해서 대서양을 가로질렀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오래 항해한 끝에 오늘날 중남미 지역에 도착하였는데 콜럼버스는 죽을때까지 이곳을 인도로 알고 있었네요. 그래서 오늘날에도 서인도제도, 인디언이라고 부릅니다. 지리학에 대한 무지가 뜻밖의 발견을 이끌어 내면서 유럽은 노예 무역과 식민지 경영으로 부강해졌지만 원래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 속에 살아야 했으니 차라리 지리학에 무지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인류 역사상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무척 짧다고 합니다. 인류는 수천년 전부터 정착 생활을 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도시를 건설하였는데 점점 규모가 커지면서 이웃 나라들과 전쟁을 벌였네요. 과거에는 전쟁이 벌어지면 군인들은 죽고 일반 시민들은 노예가 되는 정도에 그쳤지만 최근 두 번의 세계대전, 이스라엘과 하마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보면 피해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습니다. 과거의 전쟁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지만 전쟁은 반복되고 있으며, 또한번의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현재 각국이 보유한 무기로 볼때 인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무지를 통해 인류 역사는 발전하기도 하였지만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행동하다가 큰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어떤 무지의 사례들이 있는지 읽어볼 수 있어서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