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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부산에 놀러갔을때 헌책방 거리에 가봤습니다. 어릴때는 동네 서점을 가다가 커서는 대형 서점으로 갔었고 요즘은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하는 경우가 많네요. 중고책은 책에 낙서가 되어있거나 얼룩이 묻어있기도 하는 등 책이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몰라서 그동안은 읽기 좋은 새책만 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헌책방 거리에 갔을때 마치 시간이 멈춘듯 빛바랜 책들이 서점 안과 밖에 가득 쌓여있었고 생각보다 사람들도 많았네요. 그렇게 둘러보다가 제목만 알고 있고 읽지 않았던 책을 한두권 발견해서 사왔는데 중고책도 좋지만 헌책방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즘 힐링 소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비 그친 오후의 헌책방' 은 책이 나온지 15여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절판 상태였다가 이번에 새롭게 복간해서 나왔다고 합니다. 2024년에 영국 도서상 후보에 올랐다고 해서 어떤 내용인지 더 궁금했습니다.
이 소설의 배경은 도쿄에 있는 진보초 중고서점 거리입니다. 일본은 과거부터 출판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는다고 하네요. 그래서인지 진보초에 있는 이 거리에는 100여개가 넘는 중고서점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역시 스마트폰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종이책 대신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거나 아니면 책을 읽지 않는 젊은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새책도 아니고 오래된 책 냄새가 나는 중고서점은 아예 관심 밖일 것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다카코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었는데 도쿄에 살고 있던 외삼촌의 연락으로 진보초에 있는 모리사키 서점 2층에 살게 됩니다. 평소 책도 읽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이곳에 오게 되었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네요. 그동안 바쁘게 집과 회사를 오가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았었는데 진보초에서의 삶은 다릅니다. 참견하는것 같지만 따뜻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비로소 그동안의 마음 한켠에 남아있던 응어리를 털어버릴 수 있었네요. 극적인 긴장감은 없지만 조금씩 책에 빠져들고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보니 잔잔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책은 두 편의 이야기로 되어있는데 첫번째가 다카코의 이야기이고 두번째는 외숙모인 모모코 이야기입니다. 모모코는 외삼촌과 결혼해서 함께 중고서점을 잘 운영해 나가고 있었네요. 두 사람은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는데 첫번째 소설에서 나오는 외삼촌의 이미지와는 달리 젊을 때는 적극적이고 호탕했나봐요. 하지만 행복했던 결혼 생활도 잠시이고 모모코는 갑자기 남편과 서점을 떠납니다. 비밀이 많은것 같은데 책을 읽다보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네요. 그래도 모리사키 서점에는 다른 곳에는 없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인지 예상했던 결말을 보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나온지 10여년이 넘었는데 최근 영미권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나봐요. 진보초 중고서점 거리를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 일본어를 모르지만 중고서점 거리가 주는 따뜻함에 빠져들기 때문이 아닐까요. 책을 읽으면서 잔잔한 감동을 느꼈고 오래 여운이 남는 소설 같아요. 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