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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 - 임성순 여행 에세이
임성순 지음 / 행북 / 2023년 12월
평점 :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차를 타면 3시간이 채 걸리지 않습니다. 일일 생활권을 넘어 반나절 생활권에 가깝기 때문에 편한 점도 있지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래서 자동차를 타고 몇 날 며칠을 가야하는 미국 일주나 일주일 내내 기차를 타고 가도 같은 나라인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는 것이 위시리스트인 사람들이 많나봐요. 기회만 된다면 비행기를 타지 않고 배나 기차, 버스 만으로 세계 여행을 해보고 싶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가장 먼 길' 의 저자는 오토바이와 함께 러시아를 지나 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나이도 조금 있는 편이라 쉽지 않은 길이었을텐데 왜 떠날 생각을 하였는지, 오토바이와 함께 여행하는 동안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하였네요.
오토바이를 가지고 가야하기 때문에 비행기는 탈 수 없고 육로는 북한에 막혀 있습니다. 그래서 강원도에서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네요. 블라디보스토크는 한 항공사의 우리나라에서 만나는 가장 가까운 유럽이라는 광고 문구로 더 유명해졌는데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출발점이기도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오토바이로 여행을 한다고 해서 시베리아를 어떻게 통과할지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모스크바까지는 화물로 보내고 저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네요. 1주일 내내 기차를 타기 때문에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미있지만 며칠 지나면 무척 지루하고 힘들다고 하는데 저자는 고민도 하지 않고 논스톱으로 갑니다. 타고 가면서도 이렇게 보내는게 체질이라고 하니 뭔가 잘 맞는게 있나봅니다.
드디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보냈던 오토바이를 모스크바에서 찾으면서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면 무척 시원하고 기분이 좋을것 같은데 그것도 날씨가 좋을때 이야기네요. 유럽의 날씨가 맑고 화창한 시기에 여행을 계획하였지만 저자가 달릴 때마다 비가 내립니다. 알고보니 한랭전선이 움직이는 경로를 함께 하면서 어떻게 보면 비를 몰고 다닌 셈이네요. 축축한 길을 달리면서 온몸이 비에 푹 젖어 냄새도 났었는데 이후에 한랭전선을 피해 뽀송뽀송(?)하게 달리는 것을 보니 책을 읽으면서 같이 기분이 좋아지네요. 오토바이는 사고가 가장 위험한데 넘어진 적도 있었지만 크게 다치지 않고 오토바이도 수리가 가능한 수준이라 다행입니다.
저자는 작가로 이 책 외에 여러 권의 책을 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글도 무척 재미있게 쓰는데 일반적인 문어체 문장이 아니라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는것 같습니다.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하는데 방심하고 있다가 한번씩 웃음을 터트리게 되네요. 어릴때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좋아해서 옆에 지도를 갖다놓고 항구를 찾으면서 하였는데 저자도 같은 게임을 했나봐요. 아름다운 아드리아해를 보면서 감상에 젖는 것이 아니라 아련하게 대항해시대 게임을 했던 추억을 떠올립니다. 특이하게 새로운 도시에 갈때마다 별을 보기 위한 플라네타리움에 가는데 일본, 프랑스, 러시아에서의 경험을 각각 비교하는 것도 웃겼네요.
여행을 하는 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다행히 큰 탈 없이 여행을 끝내면서 오토바이는 다시 화물로 보냈고, 정든 오토바이와 작별한 후 좀 더 여행을 하다가 돌아왔습니다. 오토바이를 좋아했던 것도,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는 것도 꿈이었던 적이 없지만 영상을 보고 더 늦기전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바로 다녀왔는데 무계획의 여행이어서인지 더 재미있었네요. 저자가 쓴 다른 소설들도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