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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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좋은 소식보다는 안좋은 소식이 훨씬 많이 들려옵니다. 공장에서 일하다가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짓고 있던 아파트가 붕괴하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에게 칼부림을 하는 사건도 있었는데 다른 지역에서도 모방 범죄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범죄의 경우 차마 끝까지 기사를 읽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하네요. 하루하루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다보니 이제는 왠만한 일에는 둔감해지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의 저자는 언론인으로 사건이 발생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가서 취재를 하였습니다. 사건 현장을 다니면서 많은 것을 느꼈는데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가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비하는지, 또 이러한 고통에 대해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TV 나 종이 신문 외에도 뉴스를 볼 수 있는 방법들이 많습니다. 온라인 신문에는 수시로 기사가 업로드되며, 새로운 소식들은 소셜 미디어를 타고 빠른 속도로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가네요. 실시간으로 뉴스를 찾아 읽기도 하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각 방송사의 메인 뉴스도 전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보통 전국 및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뉴스가 나오고 거의 끝나갈 때쯤 지역 뉴스로 전환되어 몇 개의 꼭지가 방송되네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고 서울에 있는 방송국에서 편집 권한을 갖고 있다보니 지역에서 일어난 뉴스는 왠만한 일이 아니면 방송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혹 지역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엄청난 자연 재해를 입었거나 강력 사건이 발생한 경우인데 수도권 집중화가 심해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심해질 것 같아요.


산업 현장에서의 사고 역시 끊이지 않습니다. 얼마전에 '오늘도 x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라는 문구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누군가의 자식이고 누군가의 남편이나 아내이면서 누군가의 부모일텐데 출근할때의 배웅이 마지막 모습이라니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네요.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역에서 공사를 하다가,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공장에서 기계를 다루다가 사망하거나 재해를 입고 있습니다. 워낙 많이 발생하다보니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 청년이라거나 아이가 막 태어난 아버지 등 사연이 없다면 뉴스에서조차 다뤄지지 않네요. 위험은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면서 가장 힘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 더이상 퇴근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온라인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젠더 갈등입니다. 남혐, 여혐이라면서 서로 다른 성별을 혐오하고 각종 비난과 인격 모독이 횡행합니다. 수십년 동안 지역간 갈등이 계속되어 왔다면 이제는 성별까지 더해서 잘게 편을 가르고 있네요. 지난 대선에서는 이대남, 이대녀라는 표현이 등장하였는데 2022년 미디어 연구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스스로 '이대남'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9% 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젠더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언론에서는 일부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극적인 글들을 기사로 포장해 퍼나르면서 이러한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사람들이 젠더 갈등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됩니다.


요즘 '누칼협' 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누가 칼들고 협박했냐는 뜻으로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네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가 나서서 이러한 고통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에 대해 읽어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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