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친절한 포르투갈 순례길 안내서
김선희 지음 / 까미노랩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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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으로 떠났습니다. 순례길이라서 카톨릭 신자들이 걷는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트래킹처럼 길을 걷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면서 종교에 상관없이 걷고 또 걷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네요. 어떤 목적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든 걷는 동안은 힘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길을 다 걸은 다음에 헤어져도 서로 연락하면서 안부를 묻는다고 합니다.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들이 만큼이나 책도 많은데 같은 길을 걸었지만 보고 듣고 느낀게 서로 달라 책을 읽는 재미가 있네요.


'아주 친절한 포르투갈 순례길 안내서' 의 저자는 프랑스와 맞닿아 있는 스페인의 도시에서 시작해 스페인 북부를 쭉 걷는 것이 아니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걸으면서 산티아고까지 갔습니다. 스페인처럼 포르투갈에도 독실한 카톨릭이 많은데 포르투갈 순례길은 스페인 순례길과는 다른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저자는 처음에는 혼자 걸을 생각이었지만 파티마까지 순례를 가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은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방은 차에 실어 보내고 하루의 일정을 소화하며 같이 음식을 만들어 먹네요. 어떻게 하다보니 일행이 되어서 가방을 맡기고 같이 걸었는데 처음부터 스펙타클한 사건이 터집니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 종종 멈추다보니 순식간에 일행을 놓쳤네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일행의 연락처도 모르는데 얼마나 당황했을까요. 포르투갈 일행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우리나라 대사관에도 연락하고 카카오톡을 설치해서 연락을 시도하는 등 정말 저자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였네요. 힘들게 만났는데 다른 어떤 말보다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물어봅니다. 처음 본 외국인에게도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을 보면서 포르투갈에 호감이 생기네요.


길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혼자 갔어도 길을 걷는 속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주 보는 사람들이 생기네요. 그렇게 안면을 트면 연락처를 교환하고 일정 중간중간 연락하면서 알베르게에서 만나 맥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면서 무용담을 늘어놓습니다. 대학생도 있고 회사를 다니다가 길게 휴가를 내고 온 사람도 있으며 은퇴를 하고는 느긋하게 걸으러 온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 사는 나라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다르지만 길을 걷는 동안은 나의 조건이나 환경이 아니라 온전한 자신으로서 서로를 대하네요. 저자가 걸었던 기간은 특히 더워서 한낮이면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었는데 힘든 만큼 서로를 더 의지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힘든 길을 걸으면서 드디어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경 도시에 도착합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북쪽으로는 북한이라서 육로로 다른 나라를 간다는게 잘 와닿지 않는데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국경은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냥 길 위에 나라 이름만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국경을 통과해서 길을 걸으며 상상해왔던 산티아고에 도착합니다. 산티아고에는 차를 타고 관광 온 사람도 있지만 저자처럼 걸어와서 행색이 말이 아닌 사람들도 많습니다. 순례길 끝에 성당을 보는 순간 카톨릭이 아닌 사람들도 해냈다는 생각과 함께 오랜 기간 동안 묵묵히 길을 걸어왔었던 순례자들을 생각하면서 경건함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포르투갈은 리스본, 포르투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카톨릭의 성지로 유명한 파티마, 유서 깊은 대학 도시 코임브라 등 매력적인 도시들이 넘치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길에서 조건 없이 도와주는 포르투갈 사람들이 있어서 더 좋은것 같아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워낙 유명해서 사람들이 많아 감흥(?)이 약간 떨어졌었는데 포르투갈 순례길에 대해 알고 나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포르투갈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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