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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신가
송세진 지음 / 오늘산책 / 2021년 5월
평점 :
어릴때는 명절만 되면 귀성 행렬로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았습니다. 명절에는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오랜만에 사촌들도 볼 수 있어 좋았네요.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명절은 가족끼리 간소하게 보내거나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제는 명절에 붐비는 기차역이나 고속버스 터미널 뿐만 아니라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공항을 보여주는게 낯설지 않네요. 그외에도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방학에 여행을 가거나 직장인들이 하루 이틀 휴가를 내어 주말을 끼어 여행을 가기고 하고, 퇴사 후 여행은 트렌드가 되기도 하는 등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런 여행을 완전히 멈추게 했네요. 작년 초만 해도 금방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차츰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몇 번 여행을 떠났었는데 요즘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대신 여행 동영상이나 책을 찾아보네요. '안녕들 하신가' 의 저자는 여행 컬럼니스트로, 코로나19 시대에 그동안 떠났던 여행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해외 여행을 가려면 영어를 잘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 말을 하지 못하더라도 서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닐 경우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경험도 많았네요. 영어를 공부하면서 How are you? 라고 물으면 조건 반사 식으로 Fine, thank you. And you? 가 떠오르는데 여행 컬럼니스트면 영어를 잘할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저자는 영어 울렁증(?)이 있네요. 하지만 서로 마음만 통하면 말은 크게 상관이 없는지 씩씩하게 다니는 것을 보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여행을 하다보면 친절하고 고마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지만 한번 보고 안볼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바가지를 씌우려고 하거나 알게 모르게 인종 차별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보다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 속는 경우가 많은데 아홉가지 기분 좋은 일이 있다가도 하나의 사건 때문에 기분을 망치고 인상이 나빠지기도 하네요. 저자도 아침이라고 얘기했으나 늦게 출발하는 비행기 표를 받은 데다가 뻔뻔히 사과도 하지 않는 호텔 종업원을 만나기도 하는 등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즐거웠던 추억도 많이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만난 소년 뱃사공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을 받기도 했고,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찾은 미얀마에서 부모님도 대만족을 하셨네요. 여행 자체도 재미있지만 가족과 함께 한다는게 서로에게 더 좋았을텐데 이전 여행에서의 사전 답사로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했고, 마지막 날에는 수상 호텔에서 편히 쉬면서 환상적인 하룻밤을 보내는 등 여행을 알차게 보낸 것을 보면서 같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는 여행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저자가 여행을 다녀왔을 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달라진 나라도 있어서 그런것 같아요. 이전 여행에서의 기억이 생생하고 거리 풍경도 눈앞에 그려질텐데 그때 만났던 사람들은 코로나19를 조심하면서 잘 지내고 있는지, 나라가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데 어떻게 지내는지 자연스럽게 안부가 궁금하지 않을까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다시 한번 가보는 것도 의미 있을텐데 저자의 여행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