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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소 자기계발서나 재테크 책을 주로 읽다 보니 소설이 읽고 싶었다.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는 작가의 독특하고 고집스러운 세계관이 엿보이는 철학적, 자전적이고 에세이적 성격이 강한 소설이라고 해서 오랜만에 읽는 소설의 내용이 기대되었다. 첫 <프롤로그>의 첫 문장 “당신의 인생을 원그래프로 표현하시오”부터 심오해서 내가 생각했던 소설이 아니었나? 생각했었지만 단숨에 정독해서 읽었다.
이 책은 흥미 위주의 소설책이 아니다. 오가와 사토시 작가 자신으로 추정되는 같은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여섯 편의 단편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 소설가로서의 인생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질문하는 듯하다. ‘당신의 인생을 원그래프로 표현하시오’ 나의 인생을 원그래프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잠시 생각해 본다.
<3월 10일>에서 소설 속 오가와 ‘나’는 대지진의 전날인 3월 10일에 무엇을 했는지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리 인생의 대부분은 기억에도 남지 않는 ‘평범한 날’들로 이루어져 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했는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만다. 작가가 3월 11일을 기억하는 것은 대지진 때문이다. 우리가 무슨 날을 기억한다는 것은 그날이 좋은 날 또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평범한 날이 가득 찬 것이 좋다. 평범해서 그날의 기억이 잊혀도 좋다. 좋은 날이 매일매일 있으면 좋겠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평범하기만 해도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표제작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동창 가타기리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들이 쫓는 황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재능, 부, 명예 등 누구나 손에 쥐고 싶은 황금. 그런데 그것은 가짜로 쌓아 올린 허상이었다. 정정당당하게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황금을 손에 쥔다면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응원해 줄 것이다. 하지만 가타기리는 속임수와 거짓으로 손에 넣을 수 없는 가짜 황금을 움켜쥐려고 했다. 현대인들이 바라고 있는 기적은 가짜 황금일까?
철학적, 자전적이고 에세이적 성격이 강한 소설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듯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준 소설이었다. 진지하고 철학적이며 사색적인 내용만큼 읽는 독자들도 진지하고,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여러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