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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자서전 1 ㅣ 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지음 / 삼인 / 2010년 8월
평점 :
예수님의 부활을 확신하는 것이 현재 나의 믿음을 지탱하는 최대의 힘이며, 언제나 눈을 그분에게 고정하고 결코 그분의 옷소매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항시 기도하기를 '하느님은 저를 사랑하시는 것을 제가 믿습니다. 저의 현재의 환경도 주님이 주신 것이며, 주님이 보실 때 이것이 저를 위하여 최선이 아니면 허락하시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제가 주님의 뜻하심과 앞으로의 계획하심을 알 수 없으니 오직 주님의 사랑만을 믿고 순종하며 찬양하겠습니다'고 기도하고 있습니다.(429쪽-1권) 사형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아내에게 쓴 편지중에서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성경 구절은 '마태복음'에 나오는 예수님 말씀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예수님은 세상에 오신 후 줄곧 고통받고 천대 받은 사람들 편에서 사셨다. 문둥병자, 소작인, 날품팔이, 떠돌이 등 사회에서 버려지고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계셨다. 사두개파, 바리새인 등 이른바 지배계급의 위선과 폭정에 맞서 싸우다가 정치범으로 몰려 죽으셨다.
진실한 예수님의 제자가 되려면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한다.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결국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불의와 싸우는 것이고, 힘 있는 자들에 대항하는 것이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가진 자들과 힘 있는 자들의 미움을 사고 박해를 받는다. 에수님에게도 유대 독립을 획책하고 유대의 왕이 되려 했다는 누명이 씌워졌다.
마하트마 간디는 힌두교 신자였지만 20세기에 가장 예수의 제자다웠다. ... 악을 보면 절대 방관하지 말고 싸우되 철저히 비폭력으로 일관해야 한다는 것이다. .....
나는 모함받고 누명을 쓰고 박해를 받을 때 예수님의 삶을 떠올렸다. 악의 무리에 비폭력으로 저항하면 그 저항이 상대를 깨우치게 해서 결국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믿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무조건 나를 핍박하고 저주했다. 나를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무조건 매도했다. 그럴 때마다 예수님의 최후를 떠올렸다. 군중들이 침을 뱉고 욕하며 돌을 던졌다. 그때 예수 편에 서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나는 감히 예수 편에 서려했다. 진정한 용기는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진리에 대한 헌신에서 나온다.
바른 신앙은 목숨을 걸어야 하고, 바르게 산다는 것은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다. .....나는 1973년 납치되어 죽음 직전에 예수님을 만났다. 어렵거나 괴로운 일은 하느님과 상의하고 잘못했을 때는 용서를 빌면서 살아왔다.(2권 602쪽)
김대중 대통령은 수많은 매도와 죽음의 위협을 정의와 역사에 대한 믿음으로 하나님에 대한 믿음으로 이겨내신 분이다. 그 분은 수많은 위협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정도를 걸은 분이다. 이런 분을 우리 대한민국에 가졌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분이 마침내 대통령까지 하셨다는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일제시대부터 우리나라의 가장 험난했던 세월을 정말 온 몸으로 살아오면서도 단 한 순간도 변절하지 않고 국민을 존중하며 살아오신 그 분의 삶에 전 세계도 감동했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분의 고마움을 아직도 모르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지만 그 분의 삶이 보여준 진정성은 역사에서 반드시 증명되리라고 본다. 김대중 대통령은 합리적이고 지혜롭고 또 매우 지적인 분이셨다. 과격하지도 않았고, 스스로 용서의 삶을 사셨다.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박정희, 전두환을 용서했다. 오히려 그들을 용서했기에 하나님의 제자로서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했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분은 퇴임후에 일주일에 세 번 혈액투석을 해야하는 등 몸이 좋지 않았다. 평생 그를 가슴 아프게 한 김영삼, 악의 화신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전두환, 노태우는 살아 있는데 그 분은 여러번의 암살 시도와 감옥생활, 연금생활 등을 통해서 몸이 많이 상하셨던 모양이다. 오래 사시지 못했다. 지금 하나님 곁에서 천국에서 편안하게 사시고 계시리라 믿지만, 우리 곁에 없는 것이 안타깝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정말 몰랐던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박정희의 경제신화는 허구며, 오히려 장면 총리가 첫 민주정권의 대표로 방미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서 구데타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미국 차관을 들여와 계획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천해서 빈부격차가 심하지 않은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었을 것이다. 박정희는 이 계획을 자기 것인양 실천했지만 엉성했다. 온갖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우리나라에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자기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우리나라의 역사 곳곳에 수많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 기회를 놓친 야당의 실책, 정치 지도자들의 무능 등이 아쉬웠다. 그것또한 하나님의 우리나라를 위한 계획의 일부임을 그냥 믿으며 내려 놓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