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버락 오바마 자서전
버락 H. 오바마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바마가 재선된지 일주일도 넘어서 알게 되었다. TV가 없어서 그렇지만, 일주일이 넘어서 알게 돼도 큰 상관없다. 어쨌든 그가 더 궁금해져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5일만에 읽었다. 오바마의 글솜씨는 책을 손에서 내려놓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는 매우 지적이며 감상적이며 또한 시적이기까지 하다는 걸 글을 읽으면서 느꼈다.

백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데다가 아버지와 함께 산 기억도 얼마 안되면서... 흑백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의 삶이 그에게 얼마나 큰 혼란을 주었을지 조금이나마 이 책을 통해 느꼈다. 경상도인과 전라도인의 차별과는 비교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주인과 노예의 삶으로 비견되는 백인과 흑인의 삶의 차이, 차별에서 오는 모든 절망, 고통 등... 그가 그의 아버지 고향인 케냐까지 가서 자기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그 이상의 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수많은 친적들과 형제들을 만나면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자기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해 몸부림친 그 과정이 정말 눈물겹다. 그가 매우 지적이며 감상적이었기에 다른 사람들, 자기 조상들,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들을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눈물을 펑펑 쏟는다.

 

미국은 선진국이지만 백인지역과 흑인지역이 따로 있는 나라다. 매우 똑똑하고 지적이며 감상적인 흑인으로서 그런 현실앞에서 고뇌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본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어떤 절대 가치에 대한 공유,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할 때 그 분 형상을 닮아 창조하신 바로 그 고귀한 원형질 말이다. 우리가 영원을 추구하고 절대 가치를 추구하게 하는 그 근원이 되는 힘이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을 하나로 엮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대충 알아보고 현실에 벽을 만들고 그 안에 자기만의 안전한 공간을 새로 건설하여 살지 않았다. 그는 끈질지게 자기의 본질을 탐구했고, 삶의 의미를 탐구했으며, 자기가 딛고 서야 할 땅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아직도 엉망진창으로 보이기도 하는 세상속으로 들어와 변화를 일구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고결함을 추구하는 사람임을 느꼈다.

그들은 모두 정신적으로 막다른 골목까지 가보았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 막다른 골목의 느낌은, 자기가 자기 자신으로부터 외면당하고 버림받았다는 숨 막히는 가위눌림 같은 거라고 했다. (172쪽)-- 자기가 자기 자신으로부터 외면당한 그 막다른 느낌은 무척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을 통해 나는 신을 인정하고 하나님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담대하게 희망을 품으십시오! 설령 돈이 없어서 물건 값을 제때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희망을 품으십시오! 저 역시 모든 것이 절망으로 가득 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열다섯 살 때였습니다. 나는 자동차 절도죄로 체포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런 노래를 부르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예수님.

주님께서는 저를 위대하고 먼 길로 데려다 주셨습니다. 먼 길로 데려다 주셨습니다.

그 당시에 나는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분은 이런 노래를 부르셨지요. 나는 단지 두 분의 삶에서 수평적인 차원만 바라보았던 것입니다. 나는 두 분이 수직적인 차원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두 분이 하나님께 관계 맺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두 분은 내가 끝내 시련을 이겨낼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사실을 주님께 감사드렸던 것입니다. (486쪽)

-- 트리니티 연합교회 라이트 목사님의 설교다. 그는 처음 교회에 가서 이 목사님의 담대한 희망이라는 설교를 듣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나중에 그는 현재의 부인과 이 교회에서 결혼하고 라이트 목사님이 주례를 서는 걸로 이 책을 맺는다. 그의 다른 책 제목이 '담대한 희망'인 것을 보면 그 날의 설교가 그에게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쳤는지 상상이 간다.

 

이 세상에는 여전히 모순과 부패와 악이 넘쳐나고 있다. 이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 마음 속에는 고통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이 담대하게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하나님이 보낸 예수님을 믿게 된...그래서 기꺼이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기로 결심한 신실한 크리스천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은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인간이 마땅히 가져야 할 고귀한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종 문제는 우리나라의 지역차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슬픈 역사와 고통이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버락 오바마라는 인물을 그 나라의 지도자로 예비하셨음을 안다. 하나님이 우리 나라에도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지도자를 세워주시기를 더 간절히 기도해야겠다.

 

우리나라를 생각해본다. 부지런하고 똑똑하고 열정이 많은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부패와 이기주의, 부정과 같은 것들이 사라지고 공공 도덕성이 자리잡을 수 있다면 ....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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