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정봉주 - 나는꼼수다 2라운드 쌩토크: 더 가벼운 정치로 공중부양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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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만에 다 읽고 책을 덮으며 표지를 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 오히려 마음을 짠하게 했다.  낙선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들 통장에 손을 대고, 갖고 있던 명품을 중고가게에서 팔고 그런 에피소드들이 내 마음에 남아있었던 것일까? 아님, 공지영작가의 추천사처럼 그에게서 어떤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일까?  

김어준 총수는 <닥치고 정치>에서 '좀 경박하긴 하지만'...이라는 표현으로 정봉주의원을 소개했다. 나는 그 때 정봉주 의원을 몰랐다. '경박하다'라는 단어만 뇌리에 남았고, 그 후 나꼼수를 통해서 들은 그의 웃음소리와 깔때기는 김어준 총수의 평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은 나는 오히려 그에게 어린아이같은 천진난만함과 청년의 열정이 느꼈다. 이것이 그의 치명적 매력의 비결일까? 닳고 닳은 기성 정치인들, 무게잡고 진지하고 똑똑한 척 하면서 국민을 은근 무시하는 정치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맑고 깨끗한 정신세계가 느껴졌다. 정치적 위험이 될 수 있는 저격수의 역할도 자처하고, 계파도 없지만 열심으로 일하고, 아무도 시켜주지 않아도 혼자 열심히 달리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의 이익을 열심히 계산하는 기성정치인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부패한 정치는 무관심이란 환경 속에 냉소주의란 옷을 입고 투표 불참이란 음식을 먹고 서식한다. 부패한 정치인, 부패하고자 하는 정치인에게 가장 훌륭한 서식 환경은 무관심이다.'(155쪽) 

98년 종로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시장통에서 어떤 시민과 언쟁을 벌일 때 한 말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치인들 다 욕하고 나면 결국 정치는 누가 합니까? 이놈도 나쁜 놈이고 저놈도 나쁜 놈이어서 다 하지 말라고 하면 누가 하지요? 결국 누군가는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욕 잔뜩 해서 좋은 사람들 다 포기하고 떠나면 돈 많이 해 처먹을 놈, 국민 속일 놈들만 정치하겠다고 남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그 피해는 국민 몫이지요?" (119쪽)

정치는 더럽다~~~ 정치는 싸움판이다~~ 라는 조중동의 세뇌에서 우리를 구해 줄 이가 나타났다. 해맑은 순진함과 달리는 열정과 폭풍 유머로 정치의 지루한 언어를 서민 수준의 명랑모드로 통역해 주는 정치인 정봉주. 그로 인해 정치가 재미있어졌다.  

그러나 이 책은 문장 하나 하나가 깊이가 있고 통찰이 대단하다. MB정권과 히틀러 정권의 싱크로율 100%를 다룬 부분도, 민주당과 진보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방향성도, 2012년 대선을 엿보게 해주는 부분도 상당히 흥미롭고 고개가 끄떡여진다. '나꼼수'의 사회학도 꽤 진지하다. 김용민님에겐 미안하지만, 내가 보기엔 '나꼼수 뒷담화'보다 한수위다.  글 속에 녹아 있는 유머도 여전하다. 재밌지만 가슴 한켠을 뭉클하게 해서 가끔 눈물을 훔쳐내기도 했다.

가까이에서 본 정봉주 의원은 오히려 왜소했다. 하지만, 불가리 애프터 쉐이브향만큼이나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임은 분명했다. '경박함' 뒤에 숨겨진 진지한 매력이 가득한 이 책, 분명 소장가치가 있다. 이 책을 썼다면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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