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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 삶이 때로 쓸쓸하더라도
이애경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겨울이 오니 마음 따뜻한 책을 만나보고 싶다. 어느 책을 만나면 딱 이거다. 하는 느낌이 드는 그런 책이 있다. 한권의 책을 들고 그저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고 행복하고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만드는 그런 책 말이다. 이 책은 만나기도 전에 책 속의 이미지에 반했고 집에 컴퓨터 화면에 이미지를 집어넣을 정도로 책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그리고 만났다.
이 책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은 에세이다. 사실 요즘 워낙에 좋은 에세이가 많으니 이 책도 좋은 글이 가득하고 이미지도 아름다운 그런 에세이다. 언젠가 들어본 것 같은 말도 있고 저자 감각에 맞추어 지은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아는 글, 새로운 글 이 글들을 읽노라면 그 글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당연한 글, 슬픔에 빠지게 만드는 글 속에서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서러운 것인지도 모르지만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이 생각나게 되고 다시 열심히 재미나자 살자고 생각하게 된다. 정말 이 책은 커피 한잔에 멋진 카페에 앉아 마시면서 읽고 싶게 만들고 따뜻하고 푸근하게 만든다. 물론 나는 전철에서 이 책을 다 읽었다. 혼자 외출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 빠져 1호선 직통을 타고 안산에 가던 중 그만 수원까지 내려가 다시 올라오는 경험을 하게 만든 책이다. 한번 빠지면 그렇게 만든다. 요즘 에세이가 나에게 주는 의미가 참 커진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더 소중한 책이다.
Part 1~ 6까지 구분을 지어 사랑의 한가운데, 남겨진 마음들, 여자, 서른 이후의 어디쯤, 어른 수업, 위로는 나의 것, 인생은 아포가토로 구분되어 여러 글이 나온다. 그 글들을 읽으면 그 글이 시 같고 인생 지침서 같고 일기 같기도 하고 참 재미나면서 공감을 하게 만든다. 특히나 책을 읽으면서 저자 이애경님의 사진은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장미가 나오고 좋아하는 장소 좋아하는 것들 천국이기에 말이다. 글과 사진이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아기자기 한 게 옆에 두고 틈나는 대로 읽고 싶은 그런 글이다. 물론 이런 감성의 글을 실어하는 이에게는 무어라 말하기는 그렇다 나는 좋으니 내 생각대로 말하는 것이다.
숨김없이 솔직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으며
그리 슬픈 일은 아니다.
적어도 이제는 그가 나와 관계에서
미련이나 후회는 없을 테니까.
두고두고 생각하며
이렇게 한번 해 볼걸 하며
수만 가지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테니까
- 사랑의 한가운데에 고백 中에서 P37
여기서 정말 고백이란 것 용기를 내서 한 번 해보는 것이 더 났다는 저자의 생각과 나는 일치한다. 안하고 지나가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다. 해도후회 안 해도 후회면 나는 일단 하고 후회하고 싶다. 그래야 미련도 없어지니 말이다. 무엇인가에 자기가 최선을 다한 다음에 후회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그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그 사람에게 내 마음이 들어갈 것이니까 말이다.
눈물이 흐를 때는 어느 타이밍에 멈춰야 하는 걸까.
누군가 등을 두드리며 위로해 줄 때까지일까,
온몸의 수분이 말라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일까,
울다가 갑자기 다른 생각이 날 때까지일까,
내가 왜 울고 있는지 잊어버릴 때까지일까.
눈물을 그쳐야하는 타이밍이 분명히 있는데
혼자 울다가 눈물이 터질 경우에는
그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어떤 동기나 계기 없이 눈물이 멈추기에는
울고 있던 나 스스로에게 무안해지기 때문이다.
-여자, 서른 이후의 어디쯤에서 눈물을 그치는 타이밍 中에서 P95
가끔 이런 적이 있다. 괜히 눈물이 나와 혼자 울다가 그치면 은근히 허망해 지고 내가 왜? 운거지 하는 생각도 들고 슬퍼서 울은 건데 울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이게 무슨 생각하고 말고 할 타이밍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완전 공감했다. 역시 경험자는 더욱더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글로 이렇게 표현한 저자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울고 아침에 눈이 퉁퉁 부어 후회도 하는 경우도 있다. 울다가 그치는 타이밍을 빨리 했다면 눈이 붓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을 건데 말이다. 정말 타이밍이 있긴 있어야 것 같다. 아 더 좋은 방법은 울지 않는 것인가?
인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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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은 무관심하게 지나쳐 가는 보물을
발견해 내고 바짝 끌어안는 것.
인생은 아포가토에서 <두근거림을 찾아서中에서 > p212
인생은 두근거리는 것을 찾아 계속 나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 길이 어느 길로 갈지는 아무도 모르고 그곳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그곳에서 나의 길 나의 것을 찾아내고 내 것으로 끌어 앉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 지금 걸어가고 있는 이 인생에서 보물을 내 것으로 만들기를 바라며, 조금 뒤쳐져도 괜찮고 아직 보물을 찾지 못했다고 한탄하지도 말고 내 길을 가다보면 그 보물은 나에게 꼭 올 것이라 믿는다. 그 보물은 내가 걸어온 인생에서 만나는 소중한 것이기에 말이다. 작은 것이라도 괜찮다 내 보물은 작은 씨앗에서 올수도 있고 지나쳐간 만남에서 올수도 있는 나도 모르는 것이지만 그래도 지금 최선을 다하고 나의 페이스에 맞춰서 꾸준히 걸어가다 보면 꼭 만날 것이다. 괜히 이 글을 읽으니 힘이 나고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요. 부러움, 시기, 질투, 미움은 저기 내 호주머니에 쏙 집어넣어 마음속에 호수에 던져버리자.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가는 글이 많아서 기분이 참 좋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 거리고 웃으며 미소를 보이면서 읽었다. 이제 연말이라 여기저기서 행사도 많고 지쳐있을 모든 이에게 훈훈한 책이 될 것 같다. 그냥 이 책을 가지고 있는 자체로 행복하니 말이다.
겨울이 길다고
걱정하지 말자.
겨울이 길면
봄은
순식간에 찾아오니까.
- 인생의 겨울에 서 있다면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