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하구나?
와타야 리사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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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게 참 이상하다. 좋아서 만나는데 그 만남에 많은 이유들이 있고 원인들이 있다. 그리고 그 만남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도 참 많은 것 같다. 가족, 친구, 이웃 기타 등등 만남을 그냥 순리대로 재미나게 잘 풀어가면서 행복한 삶을 산다면 얼마나 행복하리오.

 

불쌍하구나?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불쌍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만남이 그냥 행복하면 얼마나 좋으리오. 무척이나 만남 자체가 불쌍한 것 같다. 그리고 그 풀어가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저자가 84년생인 저자 와타야 리사는 나이가 어리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쓰고 표현 할 수 있는 지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천재작가라는 저자를 칭찬한 이유를 알겠다.

 

불쌍하구나? 와 아미는 미인이라는 두 편이 들어가 있다.

불쌍하구나?

주시에는 류다이라는 남자 친구가 있다. 그런데 류다이가 미국에서 만나고 사겼던 아키오라는 친구가 일본에 와서 사는데 취직도 안 되고 형편도 어려워 자기 집에 같이 동거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헤어질지 말지? 류다이는 아키오는 그냥 같이 집에 사는 룸메이트이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렇지만 남녀가 전에 사겼던 두 사람이 같은 집에 산다니 상상만으로 주시에는 화가 나지만 류다이를 사랑해서 놓치고 싶지 않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공간을 보고 싶다. 아니, 사실은 보기 싫지만 너무 무서워서 보고 싶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이것저것 상상해버리고 마니까. p53

 

같이 사는 부부도 의심이 많은 세상이다. 하물며 애인사이이면서 이런 관계가 정말 이해 안 간다. 내가 주시에라는 미쳐서 팔딱 띨 노릇이다. 아마 류다이가 말한 순간 헤어졌을 것이다. 정말 상상이란 게 사람을 더 비참하고 아프게 만드는 것 같다. 어떻게 전개가 될지 책을 읽으면서 주시에가 되어 화가 나고 은근히 아키오가 얄미웠다. 두 사람이 헤어질 때 류다이가 아키오에게 헤어지자고 했다니 그러면 아직도 아키오는 류다이를 사랑하고 있는 마음이 남으리라 생각한다.

 

'불쌍하다'는 말은 곧잘 비판을 받는다. 우리 마음속에 확실하게 이 단어에 해당하는 감정이 있는데도, 좀처럼 쓰려고도 하지 않고 남이 쓰는 것도 싫어한다. p77

 

일본은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나라다. 어디에선가 어느 곳에서 지진이 일어날 것 같은 그런 마음으로 산다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나 불안할 것이다. 주시에는 그런 마음으로 산 것이다. 그러면서 답답한 마음으로 여행도 가지만 그곳에서 몰래 들여다보는 류다이의 문자를 보면서 더욱 후회를 하게 된다. 그리고 주시에가 결정한 것은 내 속을 아주 후련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통쾌하고 후련한 생각이 들기는 오래되었다. 주시에 파이팅이다. 세상에 남자가 류다이 뿐이냐?

 

시간이 흘러 냉정해지면 분명 절망이 밀려들 것이다. 절망을 정면에서 받아들이는 건 괴롭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몇 번이나 암벽을 두드리며, 어렴풋한 메아리에 귀를 기울이는 작업이다. 낮고 묵직한 소리밖에 반사되지 않는 줄 알면서도 몇 번이나 두드리고 만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한다면, 절망의 소리에 귀를 막을 수는 없다. p167~168

 

아미는 미인

사카키에게는 아미라는 예쁜 여자 친구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아미하고 사카키는 단짝이다. 그래서 항상 아미는 최고 미인이고 사카키는 아미를 뒤따르는 친구에 불과했다. 대학에 가서도 아마는 빛이 났고 여러 남자들이 아미를 좋아했다. 그런데 사카키는 그렇지 않았다. 등산동아리에서 만난 남자와 사카키는 결혼해서 잘 살아 가지만 아미는 직장도 좋지 않았고 남자들과도 다 헤어지고 이제 이상하고 무서워 보이고 건들거리는 남자가 좋다고 결혼한다는 것이다.

 

여자의 질투란 참 무서운 감정이죠. 스스로 의식하지 않아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마음을 좀먹습니다. 저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처음 산악 동호회 회식 자리에 갔을 때, 사카키 씨를 발견한 아미 씨는 환하게 웃으며 사카키 씨에게 다가갔는데, 아미 씨를 본 순간 그때까지 편안했던 사카키 씨의 표정을 단숨에 고통을 참는 표정으로 바뀌었어요. 아미 씨는 성격이 그렇다 보니 아무것도 몰랐겠지만, 저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은 완벽하게 깨달았습니다. 사카키 씨에게 아미라는 단짝은 무거운 짐이라는 사실을.” p252~253

 

고이케라는 대학때 친구가 생각하는 느낌을 이야기해주는 장면이다. 아미는 다른 여자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사카키를 의지하고 사카키와 함께라면 주변인들로부터 최고의 대우를 받은 것에 감사하면 행복한 생활을 했을 것이다. 그 방면에 사카키는 아미 때문에 항상 뒤로 물러나 살은 인생이다. 여기서 어느 인생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미는 자기를 좋아해준 남자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이상하고 성질도 드럽다고 해도 그 남자가 좋다는 것이다. 조금은 이해가 간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다 보니 사랑이라는 것에 감정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사카키는 복수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아마라는 친구에게 이상한 남자 그 남자와 결혼해 인생을 망치는 그런 복수를 한 번 쯤은 했을 수도 있다.

 

아미, 지금까지의 인생 중에서 어느 순간이 가장 행복했어?”

순간이라고 하면 ……, 새로운 사람을 만나 함께 놀고, 그냥 수다를 떠 때가 제일 행복했어.”

그렇지? 나도 결국 그런 평범한 한때가 제일 좋더라.”

보물이지.” p282~283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나이가 어리다 그렇지만 사랑과 사람의 심리묘사를 이리 잘 표현하다니 정말 내가 그 속에서 생각하고 헤매는 것 같은 기분도 들게 만들었다. 속 시원한 부분도 있고 답답한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저자 술술 잘 풀어서 소설을 완성해서 기분이 참 좋다. 주인공들의 행동에 한마디 던지는 말에 속 시원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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