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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 - 허허당 그림 잠언집
허허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7월
평점 :

책을 읽으면서 어느 분의 글을 보면 맞아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일들이야. 아니면 내 생각과 어쩜 이리 잘 맞지? 아니면 내가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을 이리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해주시다니 정말 대단해 이런 분의 책들이 있다. 그 분 중에 한분인 허허당 스님이다.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를 읽으면서 허허당 스님에게 반한 기억이 난다. 어쩌면 책 속에 글과 내 마음이 이리 일치할까? 그리고 거기에 그려지는 스님의 그림이 나를 한 층 더 책 속에 빠지게 만든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그런 책이다.
<바람에게 길을 물으니 네 멋대로 가라 한다> 누가 나를 구제해주길, 위로해주길, 이끌어주길 바라지 마라. 그대는 이미 스스로 일어날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 말 만으로 나에게 힘이 된다. 그래 나는 충분히 일어날 힘을 가지고 있지.
1장. 존재의 길
그대가 지금 황량한 사막에 홀로 있어도 온 세상을 푸르게 할 수 있는 주인공이다
2장. 인생의 길인생은 그렇게 울다 웃는 것, 하지만 그대여 오늘 밤은 실컷 웃다 잠드소서
3장. 행복의 길만약 그대가 행복하다면 마음을 잘 쓰고 있다는 증거요. 불행하다면 잘못 쓰고 있다는 증거다
4장. 사랑의 길오늘도 힘들고 외로운 사람아 슬픈 사람아 그래도 세상을 꼭 안고 살자
5장. 여행의 길홀연히 떠나는 자에겐 늘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6장. 자연의 길산중의 겨울밤은 물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모두 스스로 길이 된다.
목차만으로 아주 큰 의미의 책이라 느껴진다. 이 여러 길 중에서 우리에게 전해지는 소중한 시가 나오고 그 시 속에서 커다란 의미가 전해진다. 이 책 또한 시라고 생각이 들지만 그 시속에서 느껴지는 에세이라니 더욱 좋다. 요즘 에세이가 참 좋아졌다. 단편을 실어하던 나에게 짧은 글들의 미학들이 얼마나 큰 의미로 전해지는지를 알기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에 스님의 그림은 전에 읽던 <머물지 마라 그 아픈 상처에>는 감성적인 소녀의 이미지가 많았다면 이번 책에서도 물론 소녀의 이미지도 나오지만 그래도 다른 이미지의 그림들이 더 등장해 아 이리도 표현을 하시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그 속에 빠져 든다.

사막은 사람을 푸르게 한다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에선
사람 스스로 푸르더라
두려워마라
그대가 지금 황량한 사막에 홀로 있어도
온 세상을 푸르게 할 수 있는 주인공이다
(사막은 사람을 푸르게 한다) 주인공이라는 이 말이 나에게 큰 힘을 얻게 만든다. 왠지 나 혼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냥 막연하게 우울하고 힘든 내 길에 이리 존재감을 불러 주니 얼마나 큰 힘이고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왠지 두렵고 위축되어 가던 내 자신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은 그런 안도감이 들었다. 사막에서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덥다고만 생각하면 더울 것이고 희망을 보는 이들에게 희망이 보일 것이다. 왠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희망이 보인다. 사막이 정말 푸르름으로 보이는 이유, 이 책의 힘인 것 같다.

괜히 눈물이 나기도 하지요
괜히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인생이란 그렇게 울다 웃는 것
하지만 그대여
오늘 밤은 실컷 울다 잠드소서
(인생이란) 아무래도 오늘밤은 그리 할 것 같아요. 실컷 울다 잠들 것 같아요. 그리고 내일은 어제 무슨일 하면서 다시 웃겠지요. 나만의 생각에 나 혼자만의 고독과 괴로움으로 그 안에 성을 쌓고 가두어 버리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오늘은 울다 잠들지라도 내일은 다시 웃게 될 내 인생을 생각하면서 그것이 다 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힘을 내어 봅니다. 아무리 힘든 인생도 돌고 돈다는 것을요. 나에게 항상 울일만 있는 것 아니합니다. 오늘은 울다 잠들지라도 내일은 웃다 잠들거라는 것을 생각하고 희망해 봅니다. 이것이 인생을 사는 참 맛 같아요. 항상 웃는게 다는 아니고 항상 우는 게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의 돌고 도는 순리가 있듯이 오늘은 울다 잠들어 보고 내일은 웃을 겁니다.

무엇이든 그대를 비난하는 사람도 있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비난과 칭찬에도 머물지 마라
무엇이든 흘연히 떠나는 자에겐
늘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홀연히 떠나는 자) 비난이 있다고 그 비난에 쌓여서 자기를 자책하거나 힘들게 하지 말라. 그리고 칭찬한다고 그 칭찬에 자기 자신이 우쭐해하거나 자만하지 말라는 것 같다. 항상 비난만 있는 것도 아니고 칭찬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오늘 내가 아이에게 칭찬을 했다면 내일도 칭찬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게 사람사는 순리인 것 같다. 매일 칭찬만하면 좋으련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 칭찬만으로 오래 가지고 살면 좋겠지만 그 이후에 오는 비난도 있고 혼냄도 있기에 그 것에서 빨리 벗어나 다른 사람을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는 못난이야 하면서 그 속에서 매일 살면 내 삶이 불쌍하지 아니한가? 그러니 오래 간직하지 말고 홀연히 떠나라는게 맞는 것 같다.
허허당 스님의 글은 하나씩 읽으면서 내 생각과 나의 힘듬과 나의 고민이 시 속에 들어가 나를 깨우치게 만들고 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긍정의 힘이 가득 들은 것 같다. 인생을 살면서 누가 내 인생, 내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다. 그 삶을 살아감에 있어 이런 좋은 글을 읽고 그 좋은 글들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에 있는 것 같다. 그 좋은 말씀들을 그냥 물 흘러 가듯이 흘려보내면 나만 손해라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책을 읽고 내 속에 존재, 인생, 행복, 사랑, 여행, 자연 가득 내 길을 만들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