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의 새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엄지영 옮김 / 창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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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속의 새 
 
#사만타슈웨블린  
 
며칠 사만타 슈웨블린의 책에 몰입 되어 그녀의 세계를 탐색 중이다.
오늘 완독한 2023년 신간 '입속의 새'는 스무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지금껏 읽었던 그녀의 소설 중에  압권이다. 
 
내일부터 당장 새 학기가 시작되고 이번 학기에 강의할 새로운 과목들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하는 시점에서 기어코 휴일 날 이 책의 끝 장을 넘기고 만다. 
 
아르헨티나 출신 이 여류 작가의 소설은 공포가 불쑥 불쑥 책 속에서 돌출되다 못해  기이하고 충격적이다. 
 
이야기 속에서는 사물의 질서가 전복 되고, 한 번도 상상하고 들어보지 못한 새롭고 낯선 세계가 다양하게 펼쳐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세상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 없고 무섭고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입속의 새' 에서는 산 채로 새를 잡아먹는 여자 아이가 등장한다.
상상만으로도 구역질이 나오는 장면이 책에서 생생하게 연출 된다.  
 
어느 날 남편과 이혼한 후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던 여인이 도저히 이제는 못하겠다고 남편을 찾아온다. 전 부인을 따라 간 곳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거실에 앉아 있는 딸아이와 마주한다. 정원으로 나간 아이의 엄마는 새 장에 새를 넣고 돌아서고 딸아이는 그 새장을 향해 정원으로 간다.
그리고 순간 날카롭게 꽥꽥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그들을 향해 얼굴을 돌린 딸 아이의 입,코, 턱 그리고 두 손이 온통 피로 얼룩져 있다.
딸 아이의 커다란 입이 활같이 휘다가 벌어지면서 시뻘건 이가 드러난다. 
 
'베나비데스의 무거운 여행 가방'에서는 아내를 살해하고 커다란 여행 가방에 넣어 자신의 주치의를 찾아오게 되는데 아내의 죽음은 '폭력'이란 예술 작품으로 둔갑 되기도 한다.  즉, 여러 곳을 쪼개고 최대한 오그려서 욱여넣은 원초적인 덩어리는 살아있는 예술로서 승격되고 있다. 
 
책을 읽고도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는지 몇 번이나 앞 장을 다시 넘기게 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이 책에는 기이하고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계속해서 나타나지만 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어떠한 결말로 이어지는지?  생략되어있다. 
 
작가는 현실적 콘텍스트를 모두 제거함으로서 기존의 분류 체계를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 책 속의 이야기는 일상적인 현실을 지극히 낯선 세상으로 안내하고 있다. 
 
그녀의 글에서는 어떤 정서적 표현이나 묘사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문체는 건조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지만 독자들은 그녀의 글 몰입 되어 책을 손에서 놓칠 못한다. 
 
그녀가 보여주는 세계는 황무지다. 여자들의 울음과 탄식이 환성처럼 울리는 절망의 공간이다. 
 
'땅속'에서는 마을의 아이들이 계속해서 땅을 파고 어느 날 순식간에 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사라져 버렸다. 부모들은 몇 날이고 아이들을 찾아 나서지만 한 명의 아이들도 발견하지 못하고 아이들이 팠던 구덩이를 발견하고 구덩이를 파 보지만 구덩이는 다시 흙으로 매워져 있었고, 더욱이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파 놓은 구덩이 옆에는 흙이 그대로 쌓여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후로 집들의 마룻바닥이나 마당 및 땅속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들리지만 아무런 결론도 없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전부가 이러한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의문만 던진다.
책을 읽고 있으면 현실에 대한 존재와 실제에 대한 의문이 쌓인다. 
 
내가 읽은 이야기가 이러한 내용이 맞았나? 하고 늘 반문하면서 말이다. 
 
실제적으로 사만타 슈웨블린의 문학이 궁극적으로 던지는 물음은 '현실이란 무엇인가?' 다.
그녀의 소설 속에 나타나는 잠재적인 것, 가능한 것, 끝없는 욕망으로 이루어지는 새로운 세계는 현실이라는 관념에 대해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것이다. 
 
'사물의 크기'에서는 아동 폭력과 학대 문제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감히 어느 작가와 그녀와 같은 상상으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단 말인가! 
 
소설 전반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시간을 통해 빚어지는 세계 속에는 '여성적인 것'에 대한 질문이 담겨져 있다.
책에서는 여성적인 것이 예술적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성적인 세계에서는 시간이 흐르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모든 것이 생성되고, 시간 속에 사건은 특권을 가지고 존재한다. 
 
'산타클로스가 우리 집에서 자고 있다.'에서는 어린 아이의 순진한 눈으로 본 세계와 어머니의 우을증적인 관점과 교차되고 있다.
 
며칠 동안 사만타 슈웨블린의 책 3권과 함께 한 시간을 통해 얻어낸 결론은 그녀의 문학 세계는 결코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뜻밖의 우연의 사건으로 시작된 기이한 이야기는 독자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끝없는 세계로 계속해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그 세계에서 길을 잃고 상상하고 좌절하면서 그녀의 신비로운 문학과 마주할 뿐이다.
결론의 마무리는 독자 스스로 선택하면서 말이다.
천재적인 여류 소설가의 작품과 함께 한 기이한 며칠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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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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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맙소사!
책의 중반을 넘기기까지 나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이 낯설지 않은 문장과 스토리를~ 
 
책의 중반을 넘어서면서 결말이 도대체 어떻게 끝날까? 하는 조바심이 생기면서
글의 뒤 이야기가 내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간다. 
 
이 익숙함이란 도대체 뭘까? 
 
sns의 내 서평을 검색하면서 2년 전 이 책을 가제본으로 읽었던 흔적을 찾아낸다. 
 
당시의 내 서평의 일부분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허탈감~
이 책 뭐야~~~~~
혹시나 인터넷에 책의 줄거리가 있을까? 하고 급 검색을 해 보지만!!!
아직 오프라인에도 나오지 않은 가제본을 내가 읽지 않았던가!!!

이 책은 세 번은 읽어야 된다는 의미를 깨닫고는 망연자실!!! " 
 
그때도 나는 이 책을 읽고 망연자실했던 모양이다.
도대체 결말이 뭐란 말인가?
마지막 아만다의 남편과 이별하는 다비드는 아만다의 딸 니나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그 누구일까? 
 
오전에 책을 잡기 시작했다.
아이들 레슨을 하러 나가면서도 틈틈이 읽으려고 책을 가방에 넣고 나갔다.
그리고 책의 결말에 대한 조급함에 마지막 장을 넘기고 집으로 돌아와서
노트북을 켜고 또 검색을 한다.
피브 드림과 관계되는 무엇이든! 
 
2년 전에도 난 이 책을 읽고 그랬었다. 
 
도시에 살던 아만다는 딸 니나와 함께 여름 휴가를 보내려고 아르헨티나의 시골의 한적한 마을로 온다.
그러나 이 마을은 비극적인 사건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중독, 질병, 기형아.....
그리고 휴가를 온 첫 날 만났던 다비드의 엄마 카를라로 부터 이 마을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책은 다비드와 아만다의 대화로 이루어져있다. 
 
이 특이한 문체의 글들을 내가 기억해 내지 못하다니!
그렇지만 2년 전 가제본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구조 거리'에 대한 의미를 이 책에서는 조금씩 이해하며 읽었다.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구조 거리'는 주인공 아만다가 딸 니나가 위험에 노출될 경우 딸을 구하러 갈 수 있는 최단 거리를 가리킨다. 
 
병원에서 죽어가는 젊은 여인 아만다와 다비드라는 소년의 대화
그리고 그녀가 이 병원 응급실로 오기까지의 기억을 계속 유도해 내는 다비드! 
 
소설 속에서 만자들이 드럼통을 옮길 때 생기는 '이슬' 같은 액체의 비밀이 이 책의 비극을 암시한다.
이 마을의 비극은 일련의 환경 문제라는 사실~ 
 
환경 오염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다는 저자 사만타 슈웨블린 
 
석연치 않은 끝맺음이 계속해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책의 몇 장을 남기며 조마조마해 하면서 마지막까지 왔건만,
결코 만족스럽지, 확실하지 않은 결론은 여전히 나를 미궁으로 빠트린다. 
 
슈웨블린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일관적인 정서는 두려움이다.
그것도 여성과 어린 아이.
상실에 대한 두려움, 고독에 대한 불안, 고통에 대한 공포,
소통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 등 
 
이번에 슈웨블린의 시리즈 3권을 연달아 읽고 있는데
'피버 드림'에 비하면 '리틀 아이즈'는 그 나름대로 이해하기 쉬운 결말이다. 
 
피버 드림의 결말은 단지 상상을 보태어 어렴풋이 이해만 할 뿐~
다비드와 그의 엄마 카를라와 마을의 비밀에 대한 확실한 의문은 완전히 드러나지 않고 이야기는 끝났다. 
 
이 책은 영화로도 나왔는데 영화의 후기도 책의 후기와 비슷하다.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는~ 
 
마을의 주술사에 의해 독이 퍼진 다비드의 영혼을 다른 사람에게로 옮기는 시작도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는데
왜? 다비드는 아만다와 대화를 이끌어나가는지도! 
 
무엇보다 마지막에 아만다의 남편은 왜 아만다의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다시 도시로 돌아갔는지? 
 
작가는 책에서 명확한 설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여러 단서들을 통해 암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이야기의 암시와 여백을 해석하느라 독자 1인은 긴장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책을 다 읽고도 그것도 2년 전에 이어 이번에 두 번째로 책을 완독하면서도
또 다시 미궁 속에 빠져 버린다. 
 
이렇게 매력적인 여류 작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독자는 즐거울 뿐
아직 나에게 남은 그의 또 다른 세 번째 책이 나를 기다리는 중이다.
3월!
3월2일 부터 개강이고 대학원생 강의가 있는 날이다.
개강 준비도 제대로 못했는데 슈웨블린에 빠져 그녀의 책이 나를 유혹 중이다. 
 
#도서협찬 #피버드림 #사만타슈웨블린 #라틴문학 #작가 #소설책추천 #소설 #장편소설 #창비 #독서 #독서모임 #책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글귀스타그램 #서평 #줄거리 #문학 #소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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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이즈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엄지영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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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아이즈~ 
 
가까운 미래의 어느 시점에  우리 일상의 모든 것을 보고 기억하고 감시하는 펫과 같은 사물이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이 이야기는 각기 다른 동물 모습을 한 반려 로봇 '켄투키'가 사용자들의 삶 깊숙이 파고들어 일상을 함께 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여기서 켄투키는 익명의 타인과 연결하고 접속해주는 매개적 존재다. 
 
놀라운 것은 이 켄투키를 소유한 사용자와 켄투키가 되는 사람은 다른 존재라는 것이다. 켄투키 소유자는 상점에서 켄투키라는 인형 펫을 구매하고 켄투키가 되는 사람은 인형 대신 연결 암호 카드를 구입해서 자신의 컴퓨터나 태블릿에 설치한다. 
 
그리고 인터넷 서버를 통해 전 세계에 분산 되어 있는 소유자와 켄투키가 된 자는 자동으로 연결된다. 그들의 관계는 서버에 의해 자동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상대를 서로 선택할 권리는 없다. 
 
쉽게 생각하면 두 종류의 삶을 향유함과 동시에 삶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가 가져오는 엄청난 사건들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파괴해 버린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세상이 온다면 나의 선택은 어떤 쪽일까? 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개인정보 보호, 사생활 침해 같은 개념들이 여러가지 사회 문제로 이슈가 되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이러한 사안의 심각성을 돌이켜보게 하는 내용의 책이다. 
 
여기서 켄투키는 '소유'를 넘어서 '익명'의 상태로 경계를 가로질러 '타자'가 되려는 유토피아적 세상을 꿈꾸고 실험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예술가 스벤은 동거녀였던 알리나의 모든 사생활을 켄투키로 감시하고 그 내용을 설치 미술의 영상으로 담아내며 공개적인 전시회를 개최하며 한 여자의 삶을 파괴하기도 한다.
즉, 저자는 알리나를 통해 새로운 예술적 시선을 '비예술가'라는 개념으로 규정한다.
알리나는 남자친구인 스벤에 의해 예술을 비웃을 수 있는 주체로서 반예술가의 입장이 된다. 
 
한편으론 켄투키를 통해 납치범에게 납치되었던 10대 소녀를 구출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켄투키를 통해 현실은 부정적인 양상으로 전개된다. 
켄투키 인형은 토끼, 용, 까마귀, 두더지, 용 등의 모습을 하고 있고 그 인형의 눈에는 카메라가 장착이 되어 있다.
여러 개의 눈으로 전세계를 한눈에 내다보는 유리창처럼 소유자들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켄투키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관음증 환자도 있고, 아이들을 상대로 도착적 행위(소아성애증)를 하거나 납치를 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켄투키 소유자들은 켄투키를 학대하거나 파괴하고 전원이 꺼지지 않은 채로 생매장을 하기도 한다. 
 
소설에서 켄투키는 실재하는 사실 만큼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며 만질 수도 있는 무엇임과 동시에 부재하는 것의 실재다. 
 
전 세계 유행을 타면서 남녀노소가 켄투키를 펫처럼 동반하며 살고 있다.
여성의 몸을 보여주는 소유자를 켄투키의 눈으로 보는 존재는 어린 아이다. 
 
소유자와 켄투키가 된 자는 서로를 모른 채 펫과 주인으로 살면서
외로움을 타는 소유자는 인형의 눈을 통해 자신의 전화 번호와 집 주소를 가르쳐 주면서 알 수 없는 인형 눈 너머의 사람들에게 스스로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켄투키에 중독되면서 사람들은 실제로는 결코 소유할 수 없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게 만든다.
이야기의 끝에서 켄투키와 인간은 서로를 부정하고 파괴함으로써 상품 자체를 부정하는 단계에 이른다.
상품은 신화의 영역에서 깨어나 사물 본연의 모습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자기 부정을 통해 부재하는 것이 존재하게 되는 이 과정은 독자들에게는 순간적인 충격을 가져다 준다. 
 
만약? 혹시? 이런 세상이 올 수 있다는 상상이 독자의 마음을 괴롭히기까지 한다.  
 
시대의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형식과 문체를 만들어낸다. 
 
이 책 '리틀 아이즈'는 가상 세계의 첨단으로 미래의 소설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상상력을 발휘한 저자의 소재에 독자는 존경을 표하고 이야기를 통해 사전에 도래하지 않은 미래 세계를 거부하는 독자의 입장이 되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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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시간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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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시간~ 
 
이런 비참한 아니 슬픔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가슴이 아프다.
물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가 만든 픽션이다. 
 
책을 읽고 내 생에서 결코 '소설' 이란 장르는 쓰지 못 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릭스펙토르가 소설에서 구현해낸 주인공 '마카베아'는  내가 여지껏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여성의 삶이다. 
 
작가가 구현해낸 이 비련의 여주인공은 리스펙토르에 대한 존경으로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참 멋있어 보였는데
그 창작의 고통을 통해 만들어진 한 인물이 독자에게 이렇게 가슴을 때라는 무언가? 란 사실에 이른 새벽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그 울림으로 인해 막막한 시간을 보냈다.
책의 저자 클라라시 리스펙토르는 우크라이나 출신 여류 작가다. 
내전을 피해 브라질로 삶의 거쳐를 옮기면서 첫 장편 소설 '야생의 심장 가까이'를 발표한다.
'별의 시간'은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다.
남편과의 이혼, 그리고 온 몸의 화상 등 순탄하지 않은 작가의 삶에서 태동한 소설은  한 천재 여류 소설가의 모든 면모를 보게 한다. 
 
책의 첫 머리에 슈만과 그의 사랑 클라라와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그리고 독백처럼 이어지는 예사롭지 않은 문구들...
"나는 이것을 내 가난했던 과거, 매사에 절도와 위엄이 있었으며 바닷가재를 먹어 본 적이 없었던 시절의 기억에 바친다." 
 
그리고 마지막 
"이 책은 미완성인데, 왜냐하면 아직 답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정말 이 책이 미완성 이기를 바란다.
어떻게 이런 여인이 존재할 수 있나! 
 
삶에서 너무 많은 즐거움을 누리면 무서운 형벌을 받게 되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백지의 여인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마카베아! 
 
세상의 무지가 만들어낸 아주 순수한 영혼이다.
그녀는 소설 속 화자에 의하면 최악에도 최고에도 이르지 않은 채 비 인간적인 중간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의 존재는 빈약하고 삶에 대해 너무나 무능하고 해결책을 찾을 줄도 모른다. 
 
자신이 자기 안에서 어떤 식으로 부재하고 있는가? 를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할 뿐~ 
 
이 이야기를 읽는 것은 독자에게 충격적인 시간이고 작가의 천재성에 존경을 보내는 시간이다. 
 
마카베아는 어느 날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고 삶에서 처음 눈물을 흘리는 여인이다.
"그건 그녀의 첫 울음이었고, 그때 그녀는 자기 눈 속에 물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일찍 부모를 잃고 완강한 고모 밑에서 자란 마카베아~
무지의 경계를 넘어 순수함의 경지에 이른 여인이다. 
 
그녀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마케베아는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고 이야기는 종결된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녀는 '죽음' 이라는 단어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순수한 영혼이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죽음이라는 고통스러운 쾌락 속에서 이루어지는 입과 입의 키스, 나는 그저 부활을 체험하기 위해 몇 번이나 상징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자다." 
 
그녀는 길가에 맥 없이 널브러진 채, 어쩌면 그 모든 감정들에서 벗어나 잠시 쉬면서,
하수구 근처 돌 틈에서 자라는 풀들을 보았다." 
 
그녀는 도로에서 뺑소니 차에 치여서 피를 흘리는 순간에도 자신을 밟고 달아나는 차가 굉장히 고급스럽다는 걸 생각하는 그런 여인이다. 
 
세상이 온통 무지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인 마카베아~
그녀를 그렇게 죽게 할 수는 없다고 마음에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슬픔이 치닫지만
결말은 그렇게 마무리된다. 
 
이 책은 마케베아라는 인물을 등장시키는 소설을 쓰는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애매모호한 경계에서 원작자 리스펙토르와 소설 속의 작가 화자와 그리고 마카베아는 매번 마주한다. 
 
마카베아의 죽음으로 종결하고 화자는 어둠의 왕자가 승리했다는 표현을 묘사한다. 
 
"죽음은 자신과의 대면이다.
최선의 선택지는 죽지 않는 것 왜냐하면, 죽음은 충분하지 못한 것이고, 따라서 너무도 많은 걸 필요로 하는 나를 완성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작가 리스펙토르의 삶에 대한 철학적 서사다. 
 
그녀의 삶 가운데 일부를 떼어 내 형상화한 두 인물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은 복잡하기만 하다. 
 
언어로 재현할 수 없는 마카베아의 신비스러움은 비극이지만 너무나 선명한 비극이라 강렬한 빛처럼 다가온다.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빛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도서협찬 #부드러운독재자 #을유문화사 #암실문고 #별의시간 #클라리시리스펙토르 #독서 #소설추천 #소설책추천 #문학 #책 #독서모임 #서평 #글쓰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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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 - 긴축의 시대에 살아남는 투자 전략
이종우 지음 / 김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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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넥스트 스텝 2023-2025
 
주식에 관심이 없으면 조금은 따분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읽었던 책인데
우리나라 경제 전반과 외국 기업들에 대한 분석과 동향을 알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주식은 나에게 머나먼 세계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가끔 주위에서 이런 종목이 대세인데 한 번 관심을 가져 보라고 할 때도
건성으로 흘려보냈다.

2021년 12월 무엇에 홀렸는지 제법 큰 액수의 돈을 코인에 투자했다.
한창 코인이 정점을 찍을 때였는데 개미투자자는 역시나 이런 함정에 빠져든다.
투자하고 3개월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설마? 했던 전쟁의 악재가 작용했다.  
 
내가 투자한 코인은 90% 손실금을 가져오고 그러는 사이 어떤 종목은 상장폐지까지 되었다. 
 
삶에서 모든 것은 사전 분석이 필요하다.
알고 덤비자 ! 라는 교훈만을 남긴 채 휴지조각이 된 나의 코인은 지금도 잠들어 있다. 이종우 애널리스트의 이 책을 2021년 12월 이전에 접했다면 ! 
 
이 책은 이종우 애널리스트가 30여 년 동안 증권계에 일하며 보고 배우고 느낀 것을 한 권의 책에 녹여낸 투자 지침서다. 
 
주식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누구든 숙련된 투자자가 될 때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처음에는 지식이 필요하다.
주식이 무엇이고, 주가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1956년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7개의 상장 기업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7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지금 한국 주식시장은 코스피 시가 총액만 1,700조 원이 넘는 시장으로 발전했다. 
 
이 책에 의하면 수익이 낮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에도 고성장과 중간 단계 성장, 그리고 저성장 시기가 있다.
재벌 기업들이 경제에 미치는 비중과 시중 금리의 변화 그리고 주식시장의 상승 폭에 있어 주가에 작용하는 요인들...
제조업의 시대와 반도체의 시장이 끝나고 아마존, 애플, 테슬라 등 플랫폼 시장의 성장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인을 분석하면서 세계 경제의 흐름을
짚어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웹툰 산업의 성장과 코로나 펜데믹을 거치면서 바이오산업의 성장! 
 
또한 성장주는 고착 되어 있는 주식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성장 산업이 바뀌기 때문에 어제의 성장주가 오늘은 대기업의 반열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것도! 
 
책에 의하면 앞으로 상당 기간 주식시장은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고 한다.
미국의 주식시장 성장세가 10년 동안 지속 되는 반면 한국의 주식시장은
성장세가 4~5년으로 그 기간이 짧다는 것도. 
 
요즘 다시 금리가 인상되면서 은행의 금리를 견디지 못한 대출금 전세입자가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한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인터넷 헤드라인으로
접하게 된다.
주가는 성장기에 가장 빠르게 상승한 후 성숙 단계에서 약해지기 시작한다는 진리를 알게 되었다. 
 
초저금리 시대 이자의 개념이 무너졌던 시대는 향후 다시 오기는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중세 때 기독교사회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행위를 죄악시 했다.
그 와중에 유대인은 절대적 권위의 성경의 가르침을 교묘히 피해
대부업에 뛰어들었다. 
 
그러한 역사를 거치면서 금리가 한때 0%까지 떨어졌다.
금리가 바닥을 지나 0%까지 떨어졌으므로
다시 그 0%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향후 적게는 2%, 많게는 4%대를 유지하게 될거란다. 
 
가끔 경제 개념에 관한 책들이 따분하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다.
나 또한 그랬으니깐
이 책은 정말 책 장이 잘 넘어갔다.
전 세계 대국 미국과 중국의 경제 역사와 대 기업들의 성장 이야기 
 
고착화된 저성장 이야기와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과
무엇이 주식시장을 움직이는지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성장산업의 출현이 나라의 경제를 그리고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간파하게 했고,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 주식시장의 가까운 동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변화하는 패러다임과 시장을 지배할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고
결론은 성장주에 투자해야 된다는 정석을 알게 된다.  
 
그런데 성장주는 코스피가 오를 때보다 상승이 더딜 때
더 많이 오르는 특징이 있다.
요즘 ESG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비재무적’인 지표가 기업 가치 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는 이런 모든 내용이 다 담겨있다. 
 
주식을 통해 사회 경제의 흐름을 알아보는 좋은 기회였다.
주식 시장의 본질을 꿰뚫는 냉철한 시선을 독자는 즐거운 마음으로 담아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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