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칭 더 보이드
조 심슨 지음, 김동수 옮김 / 리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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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칭 더 보이드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살고자 하는 정신력이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져다 주는지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조 심슨이 경험한 인간 승리의 기록이다.
그는 1960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태어난 산악인이다.
14살에 하인리히 하러의 '하얀거미(The White Spider)'를 읽고 산에 이끌렸다.  
 
이후 페루 안데스에서 당한 사고로 2년 간 6번의 수술을 받고 재활에 성공했으나
다시 네팔 히말라야에서 또다시 왼쪽 발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 산악 등반에서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

터칭 더 보이드(Touching the Voi)'로  전세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이 내용은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책을 읽고나니 보편적인 사람 부류의 1인으로서 

산악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매번 산에 오르는 이유가 궁금했다. 
 
한 인터뷰에 응한 산악인의 이야기를 들으니
한계에 대한 극복이란 도전 정신이 탁월한 사람들이
산악인이라고 한다.
위험을 극복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에서 짜릿함과 성취감을 느끼면서
그들은 다시 목숨의 위험을 경험한 산에 더욱 강렬한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에게 또다시 새로운 도전 과제가 된다. 
 
극한 상황을 극복하면서 얻는 경험과 교훈은
산악인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위험한 상황에서 내려야 하는 판단과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정신적 강인함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인간으로서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이다. 
 
이 책은 조 심슨이 1985년 페루 안데스 산맥 등반 중 발생한  

극적인 생존 경험을 기록한 자서전이다.  
 
심각한 사고를 당하고 고립된 심슨은 46시간 동안 고통과 절망 속에서
생존을 위해 노력한다.
결국 그는 기적적으로 산을 내려온다.
그 과정에 동료 사이먼이 심슨과 연결된 로프를 끊어버리는 장면에서
두 사람의 다양한 심리적 측면이 묘사되고 있다. 
 
아마도 이후 오랫동안 동료 사이먼은 
한쪽 다리가 부러진 상태의 심슨과  자신을 연결한
로프를 끊어야 했던 부분에 대해 
많은 트라우마와 싸웠으리라는 짐작을 해 본다. 
 
심슨과 사이먼은 안데스 산맥의 시울라 그란데 등반에 도전한다.
등반 중 심슨은 빙벽에서 떨어져 다리를 부러뜨리고
50미터 깊은 틈새에 빠지게 된다.
사이먼은 심슨을 구조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심슨을 홀로 남겨두고 산을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심슨은 극심한 고통과 추위, 그리고 절망 속에서 46시간 동안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데, 
부러진 다리를 이끌며 기어서 눈 속에서 움직이는 방법을 배우고,
간단한 도구를 이용하여 음식과 물을 구하며 기적적으로 생존한다. 
 
그리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산을 내려오는데 성공한다. 
 
책에는 심슨이 어떻게 극한 상황에서 생존했는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극심한 고통과 추위, 그리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생
존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은 감동 그 자체다. 
 
그가 극적으로 캠프에 도착했을 때 동료들은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장사를 지내고 
그의 소지품들을 모두 불태워버린 직후였다. 
 
의식을 잃어가는 순간 환청이 들리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을 지지해줄 동기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리며 생존 의지를 스스로 강화한다. 
 
‘터칭 더 보이드’는 ‘공허에 닿다’ 는 뜻을 가지고 있다. 
 
거대한 자연의 함정에 빠진 고립된 상태의 심슨은
아마다 그때의 순간을 터칭 더 보이드라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자신을 도와줄 무언가를 기대하는 가능성은
1%도 없는 상황에서 ........ 
 
책 내용이 너무나 감동적이라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더니
2003년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고  연극으로도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에는 2020년 개봉되기도 했다. 
 
인간의 강인함과 희망의 힘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이야기다.
심슨의 극적인 경험은 독자에게 삶의 소중함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이기적일수 밖에 없다.
자신의 목숨을 위해 동료와 연결된 로프를 끊었던
사이먼의 입장에서 또 그렇게 이해해 보려 한다. 
 
"이곳은 생명이 없는 불모지였다.
나는 이곳의 잔인함이 싫었고,
이곳이 나를 잔인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더 싫었다.
내가 조를 죽인 걸까?" 
 
우리는
위대한 인간이고 
인간의 정신력은 매번 스스로 훈련 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지만 그러한 용기는 아무나 낼 수 없다는 사실도
함께 인지하며 위대한 사람들의 기록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세워보는 시간이었다. 
 
끊임없이 현재를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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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리더십 - 송동훈의 세계문명기행
송동훈 지음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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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리더십 
 
드디어 개강이다!!
아니 벌써 개강이다. 
 
이번 학기에는 더 알차게 준비해서 학생들과 강의실에서 만나야지 했는데
두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연휴 때 잡은 책인데 하루 만에 완독 했다.
너무나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라 완전히 책에 몰입해서 이틀 만에 350페이지를
다 읽어버렸다. 
 
로마제국의 위대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미국의 역사를 새롭게 알아가며 
감동적인 순간도 마주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이고 자유에 대한 이야기이고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과 같은 시기에 공감하며 읽으며,
역사에서 한 사람의 지도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번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서구 문명의 모테인 그리스 아테네가 실천했던 가치와
스파르타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가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도 확인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강력한 폴리스였던 스파르타는 
전쟁에서 아테네를 이기고도 쇠락의 길을 걸었다. 
 
스파르타가 몰락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유는 인구 감소였다. 
한창인 남자들은 전쟁터로 내몰려 전사하고 
출산률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폐쇄적 사회라 이민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힘에만 의존하다 그 힘을 잃었을 때 사람들은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오늘날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수많은 사람으로 언제나 붐빈다.
그러나 대조적으로 스파르타의 유적지는 올리브 나무만 무성하다.
무엇이 두 폴리스의 운명을 갈랐던 것일까? 
 
그들이 추구한 이상과 가치와 목표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로마제국의 위대함에 경이로움까지 들 정도다.
그들의 승리에는 언제나 위대한 지도자가 있었다. 
 
장엄하게 늘어선 알프스산맥을 넘으며 한니발이 이끄는 군대는 
식량을 포기했다.
제1차, 제2차, 제3차 포에니 전쟁의 역사는 후세에 많은 교훈을 준다. 
 
로마군은 어떻게 세계 최강이 되어 유럽 전역을 정복할 수 있었을까?
그들의 정신을 읽어 내려가며  그들의 지혜 앞에 숭고해진다. 
 
제일 흥미롭게 읽었던 챕터는 미국편이다. 
 
종교적 자유를 찾아 신대륙으로 향했던 초창기 개척자들은
영국의 청교도인들이었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넌 순례자들은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의 한가로운 해변 플리머스에 도착한다.
메이플라워호에는 당시 102명이 타고 있었다. 
 
400여 년 전 자유를 찾아 광활한 바다를 건넌 이들이 절실하게 원했던 것은
자유였다. 종교의 자유
그들에게 자유란 어떤 의미였을까? 
 
미국이 처음 대영제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할 때는 13주에 불과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른 내전인 남북전쟁 당시 미국은 36개 주였다.
오늘날 미국은 워싱턴 DC 를 제외하고 50개 주가 있다. 
 
권력은 인간을 취하게 만들고 타락 시키는 마력을 지녔다.
아무리 작은 권력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본성과 정치가의 초심은 권력 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하다. 
 
모든 역사의 중심에 리더가 있다.
그 리더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제국으로 키워낸 사람들이다. 
 
책을 읽고 나니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위기다. 
진정한 리더의 부재로 국민들은 힘들다. 
 
역사는 냉정하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탁월한 리더십을 갈망하는 것은
단지 나 만의 꿈이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는 더욱 절실한 현실 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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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사상과 종교공부 -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하여
백낙청 외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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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사상과 종교공부 
 
이 책은 특별 좌담 형식으로 진행되었던 내용의 녹음 파일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다.  
 
좌담회에 참석해 토론하는 분들의 방대한 지식 덕분에
개벽사상에 대한 이론적, 실천적 차원에서의
이해에 많은 도움을 준다. 
 
현대는 인류 사상 물질문명이 가장 화려하게 발전하고
물질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우려가 나올 만큼
물질 만능의 시대에 속박되어있다. 
 
이러한 차원의 근원은 서양의 정신문명에서 기인한다.
오늘날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토대가 된 자본주의에서
그 병폐와 제대로 된 수용과 방향성의 인지는 앞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한반도에서 시작된 개벽 사상의 중심에는 어떠한 과정이 있었을까? 
 
책에서는 한국 근현대 사상의 출발점이 된 동학부터
이를 계승한 천도교, 원불교, 기독교 사상 등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이어간다. 
 
백낙천, 김용옥 교수 등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이자
종교 전문가 9인이 고품격의 토론을 펼치며 오늘날의 위기를
돌파할 적실한 방법으로 개벽 사상의 연마를 제안한다. 
 
다소 난해하고 어려운 철학적 질문과 난제들을 접하면서
이해의 부족을 느껴는 가운데서도
이 책이 소중한 것은 현재를 시작으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어렴풋이나마
인식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세상의 대변혁을 희망했던 개벽 사상가들의 사유가 녹아 있는
생생한 문헌 자료와 풍부한 도판에 저자들의 정밀한 해석과
토론이 첨가되면서 K 사상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이 책에서는 태초의 하늘과 땅이 열린 물리적 현상의 개벽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정신에 일어나는 근본적인 변화의 개벽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k 사상은 한반도 고유의 사상적 기여가 정착되고
독특한 변혁운동에 주목하며
이러한 사상과 운동이 세계의 흐름을 이해하고 판단하고
수용하는 잣대가 되기를 바라는 기준이 되기를 희망하는 차원으로 흐른다. 
 
동학을 시작으로 원불교와 기독교로 이어지며
k 사상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길은 한반도가
세계에 내놓을 고유의 사상적 자산이 오래전부터 쌓인 결과임을 깨닫게 한다. 
 
책을 통해 서구 사유의 한계를 성찰하는 목소리를 듣게 되고
이와 완전히 구별되는 새로운 k 사상의 필요성과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나만의 독백이 아닐 것이다. 
 
극한으로 치닫는 자본주의의 결과는 기후 재난과 생태 위기,
나아가서는 파생적인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며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다.  
 
토론에 참여한 저자들은 개벽 사상에 대한 논의의 당위성에
k 사상의 세계화를 두고 있다.  
 
동학의 의의를 현대적 시점에서 다시 해석하고
한국 사상사에 깃든 민본 개념과 민주주의의 관계를 다시금 짚어본다.  
 
좌담에서 K 사상의 출발점을 동학에 놓을 수 있다는 주장은
한반도가 세계에 내놓을 고유 사상의 기원을
훨씬 오래전으로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사회운동의 첫 시발점이 된 동학은 서구 사유의 한계를 뛰어넘어
k 사상의 잠재 역량에 대한 가능성을 확신하게도 한다.

종교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며
동학과 촛불혁명의 상관성도 제시한다. 
 
1920년대에 전개된 천도교의 문화운동은
한반도 고유의 사상운동이라는 새로운 사실도 깨닫게 된다.
잡지 ‘개벽’을 중심으로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여성 인권운동을 펼치는 등의 천도교의 문화운동은
인간과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 문명 전환의
혁신운동이며 개벽 운동이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토론은 유교의 효(孝) 사상을
신학과 접목한 기독교 신학의 토착화에
큰 흔적을 남긴 신학자들의 흥미로운 사유다.  
 
예수 또한 개벽 사상가라 말할 수 있는지? 를 묻고 답하는
흥미롭고 치열한 토론은 독자에게도 많은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었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개벽 사상의 다양한 측면은
동학농민혁명에서부터 3.1절 운동, 2016년의 촛불혁명까지
다양한 시선으로 조망한다.

역사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을 일으키고
새로운 세상의 변혁을 꿈꾸었던 것은 우리 정신사에
흐르는 후천개벽의 사상이었다. 
 
개벽 세상을 위한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날 현 정권의 탄생과 형태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촛불혁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k 사상을 수반하는 역사적 실천과 변혁운동이
잠재된 우리의 의식을 깨우치고 한반도의 위상을
다시금 되살릴 그 시간을 기대한다. 
 
고차원적인 시간이었으나, 각성의 시간이었음엔 틀림없다.
우리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니 갑자기 애국심이 발로 하는 것은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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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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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기완을 만났다. 
 
어머니의 시신을 팔아 마련한 돈 650유로를 목숨처럼 품에 안고
브뤼셀에 온 스무살 청년 로기완 
 
책 속에서 탈북민 로기완을 만났다.
그리고 화자인 김작가 '나' 를 만났다.
의사의 신분으로 간암 말기 환자였던 아내에게 죽음에 이르게 한
약물을 건네주어야만 했던 박윤철을 만났다.
어머니의 가출, 아버지의 폭력, 그리고 얼굴에 악성 종양을 달고 사는  윤주를 만났다. 
 
책을 읽고 한참이나 생각에 잠겨본다. 
 
가족이나 동료들이 동참할 수 없는 낯선 곳에서 이방인의 가면을 뒤집어쓴 채, 
그 누구의 따뜻한 위로도 받지 못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삶을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그 고통을 그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나서야 이 책은 2011년에 이미 출간된 책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의 무대는 벨기에의 브뤼셀이다.
왜? 브뤼셀일까? 
 
책을 쓴 조해진 작가는 2009년 폴란드에서 출발한 유로라인 버스를 타고 브뤼셀 북역에 내려 쇼핑가 뒤편의 허름한 호스텔로 들어가 리셉션에서 지정해준 방문을 연 순간, 이 책의 소재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쓸쓸하고 추웠던 방이 이 소설의 시작과 끝이라고...... 
 
소설을 쓰는 작가란 직업은 남다른 감수성과 보편적인 사람들이 직감하지 못하는 탁월한 세상을 가진 사람이란 걸 새삼 인지한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그렇게 탄생 되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인 김작가의 시선을 따라간다.
불우한 이웃들의 사연을 다큐로 만들어 실시간 ARS를 통해 후원을 받는 방송 프로그램의 작가인 '나' 
 
부모를 여의고 반 지하방에서 뺨에 커다란 혹을 단 채 힘겹게 살아가는 출연자 ‘윤주’의 후원금을 늘리기 위해 윤주의 방송 날짜를 추석연휴로 미룬다.  
 
그러나 이 선의의 결정으로 수술 날짜가 미뤄진 사이 윤주의 혹이 악성 종양으로 바뀌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의도치 않았으나 자신의 연민으로 윤주가 깊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현실에서 도망칠 탈출구를 찾아야만 했다. 
 
그리고 '나' 가 발견한 이니셜 'L'의 문장 
 
방속국에 사표를 내고 그렇게 낯선 타국 브뤼셀로 온 '나' 
 
그리고 혈혈단신으로 벨기에에 밀입국한 탈북인 ‘로기완’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탈북민으로 중국에서 숨어 살다 엄마의 죽음 후 엄마의 몸 값으로 받은 650 유로를 방수포에 꼭꼭 사서 브뤼셀에 도착한 로기완. 
 
엄마의 소원대로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신념 하나만을 가지고..... 
 
브뤼셀에 도착한 '나'는 로기완이 브뤼셀에서 남겼던 흔적들을 추적해가며
그의 삶을 간접 경험한다. 
 
그 와중에 로기완을 도왔던 의사 박을 만나게 되고
박의 이야기는 마지막 부분에서 새로운 반전을 가져다 준다. 
 
주인공 김작가는 이니셜로 존재했던 로기완이 남긴 인터뷰 기록을 보며
자신의 내면에 켜켜이 쌓인 상처에 눈뜨고 그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가는 방법을 깨달아가는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1990년대 중 후반 북한이 직면한 고난을 목격하게 되고 난민의 현실을 목격한다.  
 
책에서 로기완은 자신을 도왔던 의사 박에게 일기장을 남기고 박은 다시 김작가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박은 자신이 아내의 죽음을 도울 수 밖에 없었던
마음 속 아픔을 김작가에게 고백한다. 
 
아내의 외모와 너무나 닮았던 김작가에게...... 
 
브뤼셀 한국 대사관의 거절로 절박한 상황에 놓인 로기완
굶주림에 길거리 행인이 되고 고아원으로 보내지는 로기완 
 
그러나 박의 도움으로 그렇게 원했던 브뤼셀에서의 난민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브뤼셀에 없다.
어렵게 취득한 난민 자격을 포기하고 연인 라이카를 따라 영국으로 갔다. 
 
이야기의 말미에서 김작가는  한국에서 윤주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는 소식을 연인 재이로부터 듣게 된다. 
 
그리고 윤주와의 오랜 실타래를 풀 용기를 내고 다시 한국으로 떠나는데
한국으로 가기 전 영국에 있는 로기완을 만나러 간다.
 
책의 서두에는 
"나를 브뤼셀로 이끈 것은 바로 그 이니셜 L의 문장이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이니셜 L이 시사주간지 H와의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고백한 한줄의 문장이 나로 하여금 익숙했던 세계를 떠나오게 했다'로 
시작한다. 
 
하지만 김작가의 브뤼셀 행에는 그녀 자신의 내면에서 이겨내지 못한
윤주에 대한 미안함과 마음의 고통 때문이었으리라 
 
선의를 위한 행동이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면 
보편적인 사람들은 견디기가 힘들다.
현실도피로 택한 그녀의 행보가 '로기완을만났다' 로 이어진다. 
 
로기완이 머물렀던 역, 그가 묶었던 낡은 브뤼셀의 호텔방,
작가는 그의 흔적을 따라가며 스스로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이 이야기는 넷플릭스 영화로 3월1일 개봉한다.
주인공 로기완 역에 송중기라니
책을 읽고 나니 딱 어울리는 배역이다. 
 
영화는 책과의 간격을 어떻게 좁혀나갈지 궁금해진다.
하지만, 책의 내용이 너무 좋아
영화를 통해 그 여운이 희석될까? 두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타인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서로의 삶 속으로 개입되는 순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브뤼셀에 와서 로의 자술서와 일기를 읽고 그가 머물거나 스쳐갔던 곳을 찾아다니는 동안, 로기완은 이미 내 삶 속으로 들어왔다." 
 
감동적인 소설이다.
가슴 뭉클한 순간을 여러 번 경험하며
책의 여운을 음미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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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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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103 
 
제4회 창비와 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대상 수상작인 '터널103' 
 
피부 없는 괴물들을 피해 스스로 터널에 갇힌 사람들과
그 터널 속에서 세상 밖으로 빠져나오기 위해
정의를 실현하는 다형, 승하 두 명 청소년의 이야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의 작가가 써 내려가는 
스릴러 넘치는 소설의 전개는 
작가의 전문적 지식과 환상적인 스토리가 만나서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한다. 
 
거대한 괴물들의 숨막히는 추격전과
살아남았으나 정의적 측면에 선 사람들과
이기적 측면에 선 생존자들의 판이하게 다른 
두 개의 
측면이 공존하며 
이야기의 몰입감을 최상으로 치닫게 한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이기기 위한 전쟁을 위해
살생 무기를 만들어내는 군인들
인간의 생체 실험을 통해 
피부가 없는 무피귀와 같은 괴물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 인간의 희생뿐만 아니라
부작용으로 인해
세상은 괴물들이 군림하는 역전의 시대다. 
 
괴생명체를 피해 터널 103에 갇혀 오랜 세월 
바깥 세상과 단절된 채 터널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 
 
세월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빗물로 받아 사용하던 식수가 고갈 되고
바닷물이 점차 터널 안으로 유입되는 상황 
 
터널 밖으로 나가면 
인간은 괴물들에게 잡아 먹히는 
현실 
 
이야기는
괴생명체를 피해 해저 터널에서 살아온 ‘다형’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터널 밖으로 나서며
시작된다. 
 
피부 없는 괴물 ‘무피귀’와 맞서 싸우며
고립된 세계의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이
묵직한 긴장감 속에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괴물이 장악한 외딴 섬의 기묘한 풍경과
괴이한 사건들이 주는 선연한 공포가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가운데,
소설은 인간과 사회의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로
나아간다.  
 
SNS 를 통해 홍보한 검은 과부 거미섬에 관광을 왔다가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을 잡아먹는 
괴물들을 피해 해저 터널에 갇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상상속의 미래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웬지 꺼림직한 구석이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는
많은 변수가 있다.
AI가 급속도로 인간의 삶에 파고들면서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기계에 속절없이
스며드는 현실이
우리의 미래를 암시적으로 구현한다. 
 
그러나 다행인것은 
문명을 앗아갈만한 거대한 괴생명체가
득실거리는 세상에서도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씨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바닷물이 점점 유입되는 터널 안
밖으로 나가면 괴물들에게 잡혀 먹는 상황 
 
마지막 희망인 
괴생명체가 없는 내륙쪽 차 폐문을 여는 방법만이
유일한 해결책 
 
소설 속 주인공들은 과연 어떠한 해결책을 
가져다 줄까?
그들은 과연 차 폐문을 열고 
사람들을 무사히 구출할 수 있을까? 
 
이야기의 결말은 상상하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 두련다. 
 
 
터널에서 벗어나는 꿈을 포기하지 말자고 한 할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과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신념 
 
차폐문을 열고 나간 내륙의 세계는
과연 그들을 반기는 안전한 세상일지? 
 
작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
의미심장하게 여운으로 남는다. 
 
"이곳에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잖아.
우리 말고 내륙 사람들" 
 
선과 악이 존재하는 인간 세상
더 많은 것을 추구하기 위해
인간들이 만든 괴물에게 속절없이 
당하는 상황 
 
어쩌면 
진짜 괴물은 인간이 아닐까? 
 
고립된 세계를 만든 악(惡)과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의 서사는 이어진다. 
 
창비의 소설Y클럽 작품들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독자들에게도 정말 인기가 많다. 
 
학생들과 독서캠프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창비의 소설Y클럽 작품들을
청소년들과 함께 읽었다.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며
먼 미래에도 다형과 승하와 같은 정의로운
아이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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