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 생명과학과 자아 탐색 발견의 첫걸음 4
이고은 지음 / 창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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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생명과학의 신비로운 세계를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이 책 읽기를 끝냈다. 
 
이 책은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생물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펴 낸 재미있는 생명과학 이야기다. 
 
세포부터 나일까? 언제부터 나일까?의 작가 이고은 선생님은 수업 현장에서 마주한 학생들의 엉뚱한 질문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는 학생들의 질문이 생명과학의 학문적 시각을 인간적 관점에서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내 몸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라는 대 명제로 시작하는 이 글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인간의 몸과 자아에 대한 탐색에서 부터 나의 기준이 되는 뇌에 대한 질문까지  그동안 궁금했던 생명과학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청소년의 폭력성은 다양한 사회적, 개인적 문제가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생물학적 원인에서 찾아보면 뇌에서 분비하는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결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페이스북의 로그가 파란색인 이유도 CEO 마크 저커버그 때문이란다. 
 
그는 선천적으로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록 색명을 앓고 있어서, 적록 색맹 환자가 가장 잘 인식할 수 있는 파란색을 회사를 대표하는 색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작가의 대학 시절  흥미로운 시험 문제도 소개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숨을 거두기 전 내쉰 마지막 숨에 들어 있던 질소 분자 1개를 지금의 우리가 1회 호흡할 때 들어 마실 확률은 얼마나 될까?" 라는 문제다.
 
이 문제도 우리가 옆 사람이 내뱉는 질소 기체 분자를 들이마실 확률과 대입해서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필요한 건 산소이지만 공기 중에 질소가 차지하는 양이 78%나 되다 보니, 산소를 들이마시면서 덩달아 질소까지 마시게 된다는 이론이다.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의 인종차별에 관한 충격적인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다.
 
1492년 콜럼버스는 신대륙 탐험의 증거로 6명의 아메리카 원주민을 데리고 와서 스페인 궁중에서  전시했다고 한다. 
 
그들은 원주민을 우리에 넣어 사람들에게 관람 시켰는데 나중에는 원주민 마을까지 만들어 그들의 삶을 관찰하며 구경하도록 했다.
 
이러한 인간 동물원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곳은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서 아프리카 흑인 원주민 마을을 설치하여 전시한 '니그로 빌리지' 라고 한다. 
 
당시 유럽에 겨울이 와도 원주민들은 그들의 전통적인 방식대로 살기를 강요 당해서 
목도리나 외투 등의 방한 용품을 전혀 제공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인간 동물원으로 전시되다가 추위에 얼어 죽었다고 한다. 
 
또한 1904년 미국 세인트 루이스 박람회에서는 아프리카 피그마족 원주민을 잡아와서 '진화가 덜 된 사람들' 이란 제목의 전시관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선보였다고 한다.  
 
동물원의 우리에 갇힌 원주민에게 사람들은 먹이를 던져주며 구경했으며 이후 인권 운동가들의 항의로 원주민은 풀려났으나 향수병과 우을증에 시달리다 결국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당시 유럽인들은 자신들과 피부색이  다른 아시아인과 아프리카인을  미개하고 덜 발달한 인종으로 여겼다.
 
그러나 1903년 영국에서 발견된 유골의 DNA를 조사한 결과 영국인의 조상은 어두운 색깔의 피부를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1976년 영국의 진화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론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개념도 아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결론은 생물이 진화하도록 이끄는 주인공은 생물 자체가 아니라 유전자라는 것이다.
생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까지 보존하는 쪽으로 행동 하게 끔  프로그램 되어 있다는 사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서 와서 어디서 가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행복이란 무엇인지 같은 궁극적 질문에 대해
생명과학이라는 학문적 접근으로 아주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누구일까?
내 몸의 주인은 누구일까? 언제부터 나일까?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그리고 우리는 누구일까?
우리의 유전자는 이기적일까?
너와 내가 보는 것이 서로 같을까? 
 
책의 저자 이고은 작가는 이러한 다양한 질문을 전제로
우리를 흥미로운 과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책을 읽는 동안 나 또한 생명과학의 신비로움과 마주하며 행복했던 시간을 지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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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소방관 심바 씨 이야기
최규영 지음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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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소방관 심바 씨 이야기~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새로운 직업들은 사회 속에서 슬며시 터전을 마련한다.
소방관 중에서도 119 구조 대원의 이야기~ 
 
"어떻게 살릴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소방관이라는 작가의 머리말이 책을 손에 놓고도 오래도록 떠나질 않는다. 
 
책을 읽고 나니 우리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지 못했던 많은 세계가 
소방관들의 눈에는 들어 있었다는 사실도~ 
 
그래서 소방관의 밤은 가끔 철학이 되기도 한다는 !! 
 
그들이 삶의 모든 긴박한 순간에서 본 세계는 감동과 슬픔과 고뇌가 함께 들어있었다. 
 
위험의 순간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죽음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그들이 경험한  수 없이 많은 날들을 우리는 모르고 지나왔다. 
 
새삼 소방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분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응원을 보낸다. 
 
공무원은 함부로 개인의 생각을 언론에 내비치면 안된다....... 
 
사고의 현장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목격하지만 그들은 침묵한다. 
 
터널 안의 화재 사고로 신혼의 아내를 보내야 했던 동료 소방관의 바램은
부인의 손가락 한마디라도 찾기를 바랬지만........
잿더미로 변한 터널 안에서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소방관의 하루는 매 순간이 이런 안타까운 사연으로 넘쳐 난다. 
 
사고 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의 손을 통해 굳은 살 박힌 아버지의 손을 상기하며
죽은 영혼을 위해 애도하는 작가의 글 귀가 참으로 독자로 하여금 가슴 아프게 한다. 
 
매일 사건, 사고와 마주하며 그 현장에서 이슬로 사라지는 사람들의 흔적을 보면서
그들은 또 다시 우울했다가 또 다시 살아있는 자들을 위해 힘을 낸다. 
 
소방관들에게 있어 웃음과 슬픔은 모두 보통 날이었다는....
삶과 죽음은 때론 종이 한 장 차이로 엇갈린다는......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한 슬픈 기억들을 모아 놓은 상장에
누군가? 이름표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소방관이다. 
 
소방관의 직업을
바쁜 꿀벌은 슬퍼 할 틈이 없다는
일단 사람을 살려내야 한다는 
 
소방관의 집에도 불이 난다.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주소가 낯설지가 않다.
바로 이 책을 쓴 소방관 작가의 집이었다! 
 
불에 타고 남은 재를 가슴에 안고 우는 이유는 아까워서가 아니라 
아껴서라는 것! 그리고 그것들은 곧 그리워질것이라는 것! 
 
화재는 추억과 기억을 위협하는 존재라서 무서운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절로 공감하면서 책을 읽어 내려간다. 
 
찰나의 순간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
화재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노동자,
주인을 찾지 못하면 죽음에 처한 운명의 떠돌이 개,
홀로 무관심 속에 눈을 감은 독거 노인, 
 
그리고 컵라면 하나로 슬픔을 딛고 다시 사고 현장으로 나서는
소방관들! 
 
이 책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우리의 일상들이 녹아있다. 
 
"옷에 피 묻히는 직업을 후회하지 않는다.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내 몸에 묻은 피가 짧고 강렬하게 피고 졌던 한 인간의 꽃잎이라 
생각하면 더럽지 않다.
죽은 사람의 얼굴이 꿈속에 나올까 겁내지도 않는다.
내가 그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사진기라 생각하면,
피 묻는 방화복은 더 이상 섬뜩하지 않다." 
 
소방관 최규영 작가는 삶을 참 고단하게 살아온 분이지만
글은 참 따뜻하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슴 가득 마음에 담고 살아가는
최규영 ! 심바씨 ! 언제나 당신을 응원합니다. 
 
지금쯤 당신의 멋진 아이 함박이는 세상의 빛을 보았겠지요! 
 
#부드러운독재자 #시골소방관심바씨이야기 #최규영 #소방관 #에세이 #소방관에세이 #서평단 #이벤트 #책추천 #책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모임 #김영사 #수필 #책글귀 #글귀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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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에서 배워라 - 해나 개즈비의 코미디 여정
해나 개즈비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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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에서 배워라~ 
 
오랜만에 5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을 읽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 해나 개즈비의 코미디 여정에 관한 기록이다. 
 
큰 몸집에 남자인가? 여자인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그녀의 테드 강연을 보면서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녀는 공식적으로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밝힌다. 
또한 책을 통해 자폐와 ADHD 진단을 받은 신경 다양인이자 젠더 퀴어로서
자신이 겪은 트라우마와 수치심을 강렬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항상 남들보다 뒤쳐진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벽장 속으로 숨으려고만 했던 개즈비~ 
 
무언가를 제대로 깨닫기도 전에 성추행에 성폭행을 당한 전력을 가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커밍아웃을 했던 그녀 
 
누군가를 쳐다보았다는 이유로 발로 짓밟히는 구타를 견디내고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엇던 그녀의 삶이 이제는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장르로 독자들에게 풀어내는 이야기가 되었다. 
 
책을 읽고 그녀의 테드 강연을 들어보았다.
그녀가 코미디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는 코미디 분야 선입견의 장벽을 무너트렸다. 
 
웃기는 이야기만 코미디가 아니라는 것을 ~ 
 
그녀는 본인의 이야기 '나네트( “Nanette”, 한국어 제목  '해나 개즈비: 나의 이야기')는  넷플릭스 스페셜로도 방영된 코미디 쇼 「나네트)로 스탠드업 코미디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에미상과 피바디상 수상에 빛나는 세계적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된 해나 개즈비의 여정을 따라가 보는 시간은 그녀를 이해하면서도 한 사람의 성장과 주변의 환경, 사회적 시선이 얼마나 현실적으로 부당하게 처리되고 있는가?  확인한 시간이었다. 
 
전 세계 다양한 나라와 도시를 돌며 순회 공연을 하며 매번 매진 행렬 기록을 이어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세상에 일침을 가하는 신랄한 코미디 분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인정하고 차이를 포용하며 농담으로 전환해서 예상치 못한 대목에서 분노와 웃음과 감동을 이끌어내는 그녀의 이야기는 선뜻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녀의 삶의 여정은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젠더 정치, 대중문화, 서양미술사 등 다양한 주제를 가로지르며 그녀의 입담은 거침이 없다. 
그녀는 전 세계 축제 페스티벌의 스탠드업 코미디 분야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해나 개즈비는 이야기 한다.
"나네트는 이제 내가 아니라 이 세상에 속한다" 고~ 
 
"나는 페스티벌 코미디언이라고 할 수 있으며, 내가 하는 건 스토리텔링형의 긴 콘테츠 코미디다. 나는 농담 위에 농담을 쌓아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이 있는 소재들을 모아 주제가 있는 한 시간 짜리 쇼를 구성해 관객을 나의 주제로 안내한다." 
 
그녀의 이야기 '차이에서 배워라' 를 읽고 있으면 무대를 떠나있을 때의 그녀의 모습과 무대 위에 있을 때의 그녀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패러소나는 특별하다. 여성의 위치를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성소수자로서의 자신을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그녀의 많은 이야기는 합리화가 아닌 정면 승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그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나를 비롯해 아직도 많은 이들은 젠터퀴어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렇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회의 일원이고 구성원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스스로 그 길을 걸어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본인의 정체성이 그들이 지향하는 삶의 길이 그들을 그 길로 안내한다. 
 
두 살 터울의 오빠 해미시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정체성은 그렇게 흘러갔다. 
 
"나는 자페인이고 십년지기(그녀의 애완견 더글러스)와 만나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데 곤란함을 겪는다" 
 
그러나 그녀는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진행하고 팬들은 환호하고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에 자페인에 경제적 취약 계층에 젠터 퀴어에 질 소유자로 살아온, 참새 같은 골격을 한번도 가져본 적 없는 그녀가 말이다^^ 
 
'나네트'의 성공을 해나 개즈비는 스스로도 충격적인 일대 사건이라고 이야기한다. 
 
20대 후반 처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으로 시작했던 코미디 장르! 
 
그녀는 노력했고 많은 역경을 이겨내며 성공의 서사를 써 내려갔다. 
 
해나 개즈비의 이야기를 읽으며 솔직하지 못했던 나의 삶을 뒤돌아본다. 
 
여전히 우울하고 자신의 삶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삶의 다양성에 우리는 많은 용기와 응원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해나 개즈비의 행보에 응원의 함성을 보낸다. 
 
 
#부드러운독재자 #창비 #해나개즈비 #나네트 #넷플릭스 #코미디 #스탠드업 
#차이에서배워라 #독서 #자서전 #독서모임 #도서협찬 #책 #테드강연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해나개즈비의코미디여정 #코미디언 #글쓰기 #글귀스타그램 #좋은글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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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 을유세계문학전집 125
버나드 맬러머드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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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원 
버나드 맬러머드의 위대한 작품과 마주했다.
버나드 맬러머드는 20세기 유대 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끈 위대한 작가다.
그는 유대인 작가로 불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의 많은 서사에는 유대인이 있다.
물론 그 자신이 러시아계 유대인이지만 말이다. 
 
그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도대체 이 천재적인 작가는 글의 영감을 어디서 받는지? 
무엇보다 한 페이지만 넘겨도 단번에 그의 글귀에 매료되는 이런 멋진 글들을 어떻게 쓸 수 있는지? 
매번 나는 감탄하며 그의 책을 잡으면 놓지를 못한다. 
 
이번 책 '점원'도 한 며칠 잡고 볼려고 금요일 오전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주말의 많은 일을 제쳐두고 나는 이른 새벽 부터 350여 페이지의 이 책을 다 읽기 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마지막 주인공 모리스의 죽음과 비유대인 프랭크가 모리스의 윤리를 따라가는 여정을 지켜보는 순간에는 감동에 휘말려 눈물이 흘러내렸다. 
 
책을 읽으며 감동적인 순간 코 끝이 찡해질 때 나는 일상의 모든 잡념을 날려버리는 행복감에 젖게 된다. 
 
책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바쁘고 삭막한 세상에 책에서 잠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삶에 나는 무지 감사한다. 
 
'유대인' 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 우리는 제2차 세계 대전을 떠올린다.  
 
홀로코스트는 그들이 겪은 끔찍한 경험과 특정 민족과 종교에 대한 탄압을 넘어서서 인류에 대한 범죄라는 측면에서 세계 역사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주홍글씨가 되었다. 
 
버나드 맬러머드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유대인의 상징성은 인종적, 종교적, 관습적 기준으로 정하지 않고 보편적인 윤리적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다. 
 
책 속의 주인공 모리스는 힘겨운 삶을 하루 하루 살고 있다. 
비록 유대인으로 율법을 철저히 따르지는 못했지만 그는 진정한 유대인으로 규정된다.
가난한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매번 적자 운영을 하지만 불우한 이웃을 지나치지 못한다. 마음 속으로는 그도 보편적인 인간의 욕망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수없이 반문하지만 그는 늘 가난한 이들에게 진리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 
 
항상 손해를 보는 남편을 잔소리하는 아내 이다와 딸 헬렌과 살며 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는 어느 날 그 낡고 보잘것 없는 가게에 강도가 들이닥쳐 그는 부상을 입게 된다. 무엇보다 하루를 벌어도 매번 빚에 허덕이는 그날의 매상을 모두 빼앗긴다. 
 
그리고 그의 앞에 점원 프랭크가 나타난다.
프랭크는 모리스에게 진 빚이 있다고 무보수로 그가 부상을 치료하는 동안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그의 딸 헬렌과도 가까워진다. 
 
 사실 프랭크는 강도 짓에 참여한 탓에 한편으론 그 죄에 대한 죄책감에 또 한편으로는 고아로 갈 곳이 없어 그의 식료품점에 머물게 된다. 
 
이탈리아계의 프랭크는 모리스가 단지 유대인이라는 점에 강도 짓에 합류하였지만 점원으로 일하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 내면과의 목소리에서 갈등한다. 
 
어두침침한 좁은 식료품 가게, 많은 이들이 이곳은 감옥과도 같고 세상과 단절된 곳이라고 떠날 수 있을 때 그곳을 떠나라고 조언하지만 마지막까지 그는 그 가게를 떠나지 않는다. 
 
모리스의 딸 헬렌과 사랑에 빠지고 또한 그를 강제 급탈하면서 헬렌에게 혐오의 대상이 되지만 그는 그곳을 떠나지 못한다. 
 
길거리 부랑자 프랭크가 보기에도 모리스의 삶에는 특별함이 있다. 
이해하기 힘들고 아무도 그를 알아주지 않지만 모리스의 특별난 윤리성이 프랭크를 붙잡고 있다.
그리고 모리스의 죽음을 맞이한 후에도 그는 스스로 모리스가 되어가는 과정을 선택한다. 
 
감동적인 순간이다. 
 
책에서는 유대인의 상징성을 종교와 특정 문화에 국한 시키지 않고 있다.
유대인의 상징성은 가장 선한 인간의 윤리성과 도덕성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실천성에 약한 보편적인 윤리성~ 
 
모리스는 타자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책임감이 있다.
프랭크가 자신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의 가게에서 점원으로 있으며 매번 조금씩 금고의 돈을 훔쳐간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는 스스로 본인의 잘못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모리스의 집에 머물며 길거리 노숙자처럼 살아가던 프랭크는 점차로 모리스화 되어간다. 그리고 그가 죽고 아무런 댓가도 없이 남겨진 그의 부인과 딸의 생계를 말없이 맡게된다.
헬렌에 대한 사랑도 있지만 프랭크는 모리스가 그에게 보여준 특별함에 삶에는 선함에 대한 다른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자아를 넘어선 신비롭고 신성한 영역을 만들어가는 인간의 변화에  
 
책을 읽고 나니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누군가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아름다움이고 인류의 이상향이다, 
 
윤리의 보편성은 그 보편성을 바람으로써 가능하다. 
 
삶에서 무엇이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는 소설이다.
아주 평범하지만 범인들이 쉽게 이룰 수 없는 순수성?의 상태를 한 유대인의 삶과 비유대인의 삶을 통해 작가는 많은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부드러운독재자 #도서협찬 #고전문학 #소설 #세계문학 #점원 #버나드맬러머드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글귀 #글귀스타그램 #유대인 #글쓰기 #장편소설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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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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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1월 다녀왔던 미국 시애틀 여행을 다시 상기한다.
이 책은 책이 정식으로 출판되기 전 출판사로 부터 가제본으로 받은 책이다.
책 내용의 60%만 담겨 있지만 문어를 매개체로 이어지는 일상의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동으로 전해진다. 
 
이 책에 나오는 장소는 미국 워싱턴주에서 30km 떨어진 작은 마을 '소웰 베이'다.
물론 책에 나오는 소웰 베이라는 곳이 실제로 워싱턴주에 있는 마을인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소웰베이 아쿠아리움의 수족관에는 지능이 높은 마셀러스라는 거대 문어가 살고 있다.  사람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글도 읽을 줄 아는 그 문어는 5억 개의 뉴런이 퍼져 있는 여덟 개의 팔을 자유롭게 흔들며 유리 수조 너머 밖을 관찰한다. 
그리곤 이 아쿠리움에서 주는 먹이에 만족을 못해서 매일 밤 수족관 밖으로 나와서 먹이를 찾는다. 
 
이 아쿠아리움에는 야간 청소부 할머니 토바가 일하고 있다.
어느 날 밤 토바는 수족관 밖에서 온몸이 전선에 뒤엉켜 꼼짝을 못하고 있는 문어를 발견하고 구조하게 되면서 둘은 서로 가까워지고 토바와 문어는 그날 이후 친구가 된다.
토바에게는 슬픔이 있다. 그는 오래전 아들 에릭을 잃었다. 또한 몇 해 전에는 남편 윌 마저도 암으로 세상을 떠나 보냈다. 
소웰베이 고등학교에 다니던 18살의 아들 에릭은 여름 방학 동안 매표소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밤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에 의하면 작은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것이다. 에릭의 시체를 찾기 위해 몇 주나 수색을 했지만 닻만 발견되었고, 아들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그녀는 오래 전 일이지만 그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모범생이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아들이 자살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야간 청소를 하며 거대 문어 마셀러스에게 자신의 숨겨 놓은 슬픈 이야기를 하던 날 그녀는 수조 안을 청소하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당분간 아쿠아리움 야간 청소 일을 못하게 된다. 
 
 한편으로 캐머런 캐스모어는 미성년자일때 자신을 낳은 약물 중독자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멀리 떠나면서 자신의 엄마 보다 10살 많은 진 이모의 손에서 자랐다. 이모는 법원에 캐머린에 대한 단독 친권을 신청했고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조카 캐머린을 아들처럼 키웠다. 
 
캐머린은 현재 여자 친구 엘리자베스와 동거를 하고 있지만 직장을 오래 다니지 못하는 버릇 때문에 그녀에게서 버림을 받고 쫓겨난다. 
 
무일푼에 하는 일이 없는 캐머린은 하루 아침에 노숙자 신세가 되고 진 이모가 자신에게 준 엄마의 물건 박스 안에서 엄마의 패물 몇 가지와 소웰베이 고등학교 졸업 반지를 발견한다. 
 
반지를 둘러싼 종이를 펴니 그것은 한 장의 사진이었고 그 사진 속에는 10대 시절 엄마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자가 서로 몸에 두 팔을 두른 채 웃고 있었다. 
 
캐머린은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한 존재를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사진 속에서 엄마와 나란히 있는 그 남자가 시애틀 타임지에도 실렸던 시애틀의 유명한 부동산 개발업자 '사이먼 브링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캐머린은 혹시나 그 자가 생물학적 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고 시애틀로 향한다. 
 
그러나 저가 항공을 탄 그는 엄마의 패물을 넣어둔 수화물이 엉뚱한 비행기에 실려가는 사고를 당하며 아버지를 찾기 위해 시애틀에 머물 경비를 벌기 위해 우연히 알게 된 이선을 통해 토바가 근무했던 아쿠아리움 야간 청소부 일을 임시로 맡게 된다. 
 
이 책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은 인간에게 염증과 분노를 끼는 괴팍한 문어 마셀러스와 인간을 연결 시키며 수많은 이야기로 연대된다. 
 
문어 마셀러스는 인간을 뛰어넘는 뛰어난 통찰력과 관찰력으로 얼마 전 부터 아쿠아리움의 야간 청소를 하게 된 젊은이(캐머린)가 수조를 닦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현재는 쉬고 있는 여자 청소부(토마)의 직계 자손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토바와 캐머린이 손자 관계인 것은 글 어디에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암시가 글 곳곳에 숨어있다. 
 
토바의 아들 에릭이 정말 자살을 했는지?
아니면 지금쯤 어딘가에 살아있는지? 
 
한 외로운 노인 토바가 문어와 친해지면서 친구가 되고 그 가운데 여러가지 이야기로 연결되는 소재가 독자들로 하여금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가제본에서는 책 내용의 60% 만 보여주고 있다. 
 
1,341일째 수족관에서 감금된 생활을 하고 있는 문어 마셀러스의 독백과 함께 어우러지는 그 주변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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