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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자들의 도시 ㅣ 블랙 캣(Black Cat) 19
릴리안 파싱거 지음, 문항심 옮김 / 영림카디널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오스트리아 하면 생각나는 것은 왈츠, 비엔나, 모짜르트, 도나우 강, 사운드 오브 뮤직의 멋지다 못해 푹 빠져버리고 싶은 경관들...모든 것이 아름답고 즐겁고 유쾌한 것들 뿐입니다. 동양인들에 있어 오스트리아는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미스테리 소설은 사람이 2명이상 있는 곳은 어디에서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려줍니다. 그토록 아름답게만 보였던 비엔나에도 사람들이 살고, 세상의 어느 곳이 그렇듯 추악한 단면, 부패하고 모순되는 사회의 비뚤어진 모습이 있음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소설...바로 패배자들의 도시입니다.
릴리안 파싱거는 오스트리아의 여류 소설가인데 솔직히 굉장히 생소한 작가입니다. 그녀의 이 작품은 독일추리작가협회가 선정하는 프리드리히 글라우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솔직히 독일어권 미스테리에는 거의 문외한이나 다름없는지라 작가는 물론 프리드리히 글라우저가 어떤 사람인지도 도통 알수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공부를 더 해야할 듯 합니다.
작품의 분위기를 보면 릴리안 파싱거라는 작가의 시각은 대단히 현실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인간의 치부를 드러내는데 없어 조금의 주저함도 없는 냉소적인 시각을 가진 듯 합니다. 미스테리이 지만 후더닛으로 대표되는 영국 미스테리와는 완전 다르고, 미국식 크라임 픽션과도 완전 틀린 상당히 독자적인 형식입니다.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순수한 문학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미스테리의 면은 상대적이로 축소되어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무엇인가가 한방 크게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는 측면에서는 분명 미스테리 소설이 맞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마티아스의 1인칭 시점, 그리고 정말 현실적인 유부녀 탐정 엠마의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소설의 구조는 미묘하게 닿으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평행선을 긋는 별도의 스토리처럼 전개가 되며, 결국에는 사건이 해결되어가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어차피 범인이 누구냐를 밝히는 이런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마티아스의 이야기와 엠마의 이야기를 별도로 음미하는 것이 책 읽는데 좀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며 무겁습니다. 입양가족의 성폭력, 노인문제, 흔들리는 성정체성,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 여기에 나치에 대한 과거의식 등등. 작가는 미스테리 소설의 형식을 빌어 자기가 하고 싶은 모든 말들을 쏟아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간 상당히 힘들 수가 있으니 차분히 음미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읽어나가면 의외로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