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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 2단계 ㅣ 문지아이들 8
수지 모건스턴 지음, 김예령 옮김, 미레유 달랑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9월
평점 :
다섯 살 아들 녀석이 하루는 자기는 유치원에는 다니지만 학교는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로 학교 이야기만 나오면 가지 않겠다니까 왜 자꾸 학교 이야기를 하느냐고 화를 낸다. 이유인즉 자기는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이가 말하는 공부는 한글인데 다섯 살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이들이 한글을 읽고 쓰는데 자기는 그렇지 못하니까 어린 맘에도 열등감이 생겼나 보다. 우리 아이가 계속 이런 맘으로 커서 매일 학교에 가기 싫다면 어쩌나, 카드놀이를 전혀 모르는 나는 조커가 뭔지도 모르고 언제 쓰는 건지도 모른다. 사탕이나 매같은 거려니 하고 충고나 받아볼까하고 책을 구입했다.
카드놀이에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을 때 쓰는 것이 조커라고 한다. 모르긴 해도 단 한 번 밖에 쓰지 못하는 것일까 싶다. 학교 가기 싫을 때, 수업 듣고 싶지 않을 때,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 기타 등 등의 조커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조커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위베르 노엘 선생님에 의하면 사람은 태어나면서 자동적으로 조커를 갖는데, 그것들은 살기 위한 것, 걷기 위한 것, 사랑하기 위한, 울기 위한, 행복해지기 위한 수많은 조커들처럼 수시로, 혹은 항상 꺼내 써야 할 것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이 책에서의 조커는 사람이 자기를 행복하게 할 권리나 자유로 읽힌다. 조커는 자기를 존중하는 방법이고 사랑하는 방법이다. 결국 노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했던 것은 삶이고 또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나는 이 책을 아이들보다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 많은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정신적, 물질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 반면 정작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는 소홀한 것 같아서이다. 예를 들면 노엘 선생님이 인생의 시련을 가르키기 위해 우체국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거기서 인내심을 배우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머리가 좋고 재주 많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들의 학습을 받아온 우리 아이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자. 나에게는 노엘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이 왜 없었는가, 우리 아이들도 그런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까 원망도 기대도 말자. 우리 부모들이 먼저 우리의 아이에게 노엘과 같은 선생님이 되어 보자. 아이와 나를 위한 조커를 만들어 보자. 노엘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우리들에겐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을 때 쓰는 조커'가 있다고. 그리고 잔소리처럼 덧붙이신다.
' 인생에는 조커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너희가 사용하지 않는 조커들은 너희와 함께 죽고 마는 거야. 조커를 꼭 써야 할 때 써라.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