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씻지는 못하더라도 그나마 가슴을 어루만져주고 다독거려주는 것은, 그것은 성(城)도 아니고 들도 아니고 산이었다. 또 집도 아니고 절도 아니고 길이었다. 울음도 아니고 웃음도 아니고 광기였고, 욕도 아니고 잠도 아니고 책이었고, 물도 아니고 차도 아니고 술이었고, 병도 아니고 꿈도 아니고 글이었다. - P69
매월당은 그날도 폭음을 하였다. 때가 이월이어서 술을 받쳐줄 음식이라고는 삶아서 무친 시래기와 짜디짠 콩자반뿐이었지만, 그로부터 못 일어나면 못 일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있는 술을 두고 몸을 생각하며 마신다는 것은 스스로도 용납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 P26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바꿔나가는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선택들을 척척 저지르고는 최선을 다해 그 결과를 책임지는 이들. 그래서 나중에는 어떤 행로를 밟아간다 해도 더 이상 주변에서 놀라게 되지 않는 사람들. - P32
하지만 이 세상에 믿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얼마나 많던가. - P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