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위해 필사적인 건데 뭐가 그리 대단하고 뭐가 그리 감탄이 나온답니까. 누군 뭐 사는 게 쉽나."
사람은 원래 자기 자신을 속이지만, 결국에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문턱을 마주하게 되는 법이었다. 자기 자신을 속이는 데 성공할지라도 진실마저 바꿀 수는 없었다.
그때의 달빛, 그때의 별, 그때의 호수, 그때의 계화가 그의 말 한마디에 재연되었다. 다만 앞에 서 있는 그가 여전히 그때의 소년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는, 변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법이었다.
"나는 냉철하거나 사리에 밝은 사람이 아니고, 세속을 초탈하는 데 관심이 없을 뿐이야." 황재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행복할 때는 말할 것도 없지만, 힘들 때도 나는 현실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 P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