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마음이란, 영원히 깨지지 않는 마음이 아니었다. 몇 번이고 부서져도 다시 이어 붙여, 또 무너질 순간을 의연하게 맞이할 수 있는 마음이었다.
오직 ‘정’만이 사람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 줄 수 있었다. 하늘에도 정이 있다면, 하늘도 늙을 테지!
"북월아, 이걸 알아야 한다.... 병이란 건 말이다. 목숨을 내어줄 수 없는 일이야. 네가 대신 죽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단다."[그러나] 이생에서 그대는 주인이요, 나는 종일 뿐이다. 이생에서 그대는 다른 이의 지어미가 되었으나, 이미 마음을 뺏긴 나는 그대를 지킴에 후회가 없다.
"제가 전하 곁에 있겠습니다. 반드시 전하 곁에서 그 비밀을 밝혀, 전하께서 다시는 짙은 안개 속에 빠지지 않도록 전하의 눈을 가리는 구름들을 모두 몰아내고, 전하께서 스스로의 운명을 뚜렷하게 보실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 P347
그런데 지금은 이서백도 황재하도 이미 모두 고아가 되어 있었다.남은 세상에서 그들은 더 이상 그토록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화창한 햇살이 비추는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홀로 걸어가야 한다. - P5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