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하늘과 땅이 보이지 않았고 해와 달, 별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광원을 찾을 수 없었고 사람이건 물건이건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서 있자니 과거는 빛이 바랜 듯하고 미래는 안개 속에서 꽃을 보는 것처럼 희미했다. 오직 이 찰나만이 이토록 명료하여, 시간은 흐른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그저 망연해졌다.
쉬엔지는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 영인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누구누구 씨가 그에게 응답해 준다면 자신도 아마 그 자리에서 주화입마에 빠질 것이라고.
그러나 검령은 잊은 게 아니라, 열반술의 힘으로 전생을 봉인했던 것이다. 아름다운 꿈은 적연이 동요할 때마다 산산이 깨졌고, 꿈에서 깨어난 뒤 분골쇄신하기를 30여 차례나 거듭했다. 3천 년이 넘도록, 끊임없이 되풀이한 것이다.이게 대체 무슨 나날이었단 말인가?
이때, 그는 자신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섣달그믐 날 큰 눈이 내리던 밤에 훔쳐 온 헛된 정은, 이 기나긴… 끝없는 일생을 위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너와 반 푼어치도 관계가 없는데, 무슨 ‘너의’ 폐하야?"천마의 몸을 원한다고? 네가 뭔데? 이 몸조차 아직 ‘사랑의 번호판’* 들고 줄 서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