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로맨스 판타지의 독자들은 지은이나 라스타처럼 낭만적 사랑 하나만으로 매력적인 남성 곁의 빛나는 자리를 차지하는 신데렐라에 이입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처럼 사랑만으로 손쉽게 높은 지위를 얻는 이들을 일종의 ‘무임승차자’로 본다. (…) 그래서 억울한 것이다. 이것이 한국사회의 과도한 경쟁 심리와 불안정성 때문이라는 해석은 유혹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로맨스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문제 제기라고 본다.이제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아무도 신데렐라의 결혼식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지 않듯이, 남성과의 낭만적 사랑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 P66
일곱 살 조카에게 주려고 우리 신화 책을 찾다가, 봄봄 출판사의 우리나라 그림책 17권을 다 읽어보았다. 강림이가 가장 최근 책이라 여기에 리뷰를 남김. 이야기가 거의 다 좋다. 내 눈에야 스토리 전개나 문체나 그림체 같은 것에 편차가 있어 보이지만, 아이에게는 이야기만으로도 즐거울 거라고 기대해 본다.우리 아이와의 대화,- 어린이날 선물로 우리 신화 책을 샀어.- 신화 책 많은데.- 그 동안 그리스 로마 신화만 읽었잖아. 우리나라 신화도 읽어보라고.- 헉😧 우리나라 신이 아니었단 말야?!^^ 우리 신화 책이 많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신화의 시간에는, 언뜻 이해 가지 않는 어이 없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데, 그런 일에 대한 상상을 아이와 이야기해보고 싶다.
장소경은 이필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자신도 장안을 구하기해 소을을 팔아먹고 대등루에서 이필을 죽이려 했다. 이필이 하감에 손을 쓴 것도 같은 이유였다. 두 사람은 더 큰 목표와 가치를 위해 망설임 없이 도리에 어긋나는 길을 선택했다. 괴로워하는 이필의 표정에서 장소경은 그 역시 자기처럼 깊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잘못은 잘못이다. 부득불 잘못된 일을 선택할 때마다 우리 마음과 영혼은 조금씩 빛을 잃는다. - P492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아이의 첫 슬픔.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 진심으로 슬픈 거다. - P30
책은 나를 치유해주지 못한다. 죽음은 치료되지 않는다. 그저 길들일 뿐이다. 죽음은 야생 동물이다. 그것은 주둥이가 매우 예리하다. 나는 그래서 그것을 가두어둘 우리를 지으려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 바로 곁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나를 집어삼키려 한다. 죽음과 나 사이에는 종이 창살만 놓여 있다. 컴퓨터가 꺼지면 죽음은 우리에서 뛰쳐나온다. - P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