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의 소파 - 누구에게나 게으를 권리가 있다 지식의숲 K
이본느 하우브리히 지음, 이영희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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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theoria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목적 없는 철학적 고찰이었다. 그렇다. 목적에서 자유로웠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고대 그리스의 이론은 오늘날의 이론, 다시 말해 교양을 쌓아주고 변화시키고 자극하며 논쟁하고 분열하며 정곡을 찌르고 흥분시키는 이론과 큰 차이를 보인다. - P47

예수도 목수 교육을 받았지만 목수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은 듯 하다. 그 대신 친구들과 함께 주변을 돌아다니며, 바쁘게 살지 말고 걱정을 버리라고 설교했다. 그것은 또 매우 합리적인 내용이었다. 그의 복음은 아주 시의적절했고, 그래서 오늘날 다시 유행하고 있다. - P78

한가로우면 창의력이 높아진다. 존재를 합리화해 주는 중요한 이유로 거론하고 싶은 참으로 아름다운 부작용이다. - P85

오늘날 노동은 사회주의자든 자본주의자든, 민주주의 사회에서든 독재 사회에서든 성스럽게 여겨져 종교와 대치하게 되었다.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도 물론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떤 형태의 국가도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즉 안락한 생활, 노동은 적게 하고 소득은 높은 상태를 이루지 못한다면 국사에 대해 관심을 쏟을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 P110

집 밖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 확실히 유리하다.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하루에 일을 얼마나 했는지 점검하기가 어렵다. 그뿐만이 아니다. 도대체가 믿어 주지를 않는다. - P133

[도덕적 우월감은] 그래도 자녀가 인생에 의미를 준다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낫다. 자녀가 없으면 인생이 무의미하다니, 대체 누가 자신의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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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두고 한없이 도망치는 이들에게 상수는 어렵지 않게 감정 이입했다. 사랑의 정념을 이기고 결별과 부재라는 고통을 극복하며 앞에 무엇이 펼쳐질지도 모르는 허허벌판을 목숨을 걸고 달려가야 하는 상태. 상수가 즐겨 빠져드는 상상이었다. 그곳은 단순한 실연의 상태만이 아니라 어딘지 영웅 이야기나 출세담을 연상시켰다. - P9

사랑이 시작하는 과정은 우연하고 유형의 한계가 없고 불가해했는데, 사라지는 과정에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알리바이가 그려지는 것이 슬펐다. (...) 그렇게 소멸은 정확하고 슬픈 것이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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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랜드 - 여자들만의 나라 Rediscovery 아고라 재발견총서 5
샬롯 퍼킨스 길먼 지음, 황유진 옮김 / 아고라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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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 "그토록 오래된 고대의 정신 세계를 왜 고수하시는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요. 말씀하신 가부장적 사고는 수천 년은 되지 않았나요?"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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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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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전체가 어깨를 벌리고 숨을 죽인 채 방문자의 기개를 시험하는 기분이었다. 어디 한번 들어와 보시라. - P61

그가 쉬차를 버리지 않았다면 쉬차가 그를 버렸을 터였다. 그것이 삶이 가진 폭력성이자 슬픔이었다. 자신을, 타인을,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고 연민하는 건 그 서글픈 본성 때문일지도 몰랐다. 서로 보듬으면 덜 쓸쓸할 것 같아서. 보듬고 있는 동안만큼은 너를 버리지도 해치지도 않으리란 자기기만이 가능하니까. - P346

윤주는 종종 궁금했다. 사람들은 왜 가만있지 않는지. 안전한 자기 집을 두고 감염의 위험과 무장 군인, 추위와 허기가 기다리는 광장에 모이는 진짜 이유가 뭔지. 이 방에 홀로 남은 지금에야 그녀는 답을 알 것도 같았다. 그들은 ‘누군가’를 향해 모이는 것이었다.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확인시켜줄 누군가, 시선을 맞대고 앉아 함께 두려워하고 분노하고 뭔가를 나눠 먹을 수 있는 누군가, 시시각각 조여드는 죽음의 손을 잊게 해줄 누군가를 만나고자 그곳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윤주에게 그곳은 재형이었다. 그에게로 가고 싶었다. 그가 그리웠다. 밤은 미치도록 길었다. - P404

지난 석 달, 그녀는 박주환의 보호를 받으며 경찰서에서 지냈다. 매일같이 이곳에 들러 꽃을 놓고 재형의 무덤을 돌봤다. 매장 전, 보고 만졌던 그의 마지막 모습을 수도 없이 떠올렸다. 뺨은 희고, 살갗은 축축하고, 몸은 딱딱했다. 젖은 나무를 만지는 것 같았다. 나무처럼 평온해 보였다. 어쩌면 나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인간 없는 세상에 가서. - P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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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기 2 - 완결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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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은 잔잔한 듯하지만 거친 파도와도 같아서 현재의 슬픔도 고통도, 그리고 불안까지도 모두 뒤덮고 휩쓸어 가 버린다. 그래서 그냥 하람을 보고 웃어 버렸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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