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두고 한없이 도망치는 이들에게 상수는 어렵지 않게 감정 이입했다. 사랑의 정념을 이기고 결별과 부재라는 고통을 극복하며 앞에 무엇이 펼쳐질지도 모르는 허허벌판을 목숨을 걸고 달려가야 하는 상태. 상수가 즐겨 빠져드는 상상이었다. 그곳은 단순한 실연의 상태만이 아니라 어딘지 영웅 이야기나 출세담을 연상시켰다. - P9
사랑이 시작하는 과정은 우연하고 유형의 한계가 없고 불가해했는데, 사라지는 과정에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알리바이가 그려지는 것이 슬펐다. (...) 그렇게 소멸은 정확하고 슬픈 것이었다. - 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