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죽고 나서 항상 엄마 꿈을 꾸고 싶어서 잠들 때까지 엄마의 생각을 놓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한 번도 엄마 꿈을 꾸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엄마의 꿈을 끊임없이 꾸었지만 엄마의 존재가 아닌 부재에 대한 꿈이었다. 엄마가 조금 전 나간 집에서 부는 산들바람, 노트에 남겨진 엄마의 필적, 엄마의 향수 냄새, 낯설고 길도 모르지만 엄마가 조금 전 지나간 거리들, 강한 햇빛이 내리쬐는 벽에 스치는 그림자. 가끔 나는 인파 속이나 멀어지는 택시에서 엄마를 보았고, 결코 따라잡을 수 없었지만 스치듯 본 엄마의 모습을 소중히 여겼다. 결국 엄마는 항상 나를 피했다. - P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