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부인 바다에 빠지다 - - 스쿠버다이빙, 수영, 해녀학교에 이르기까지의 치열한 도전
이리나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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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은 오롯이 혼자인 인생과 닮았고, 특히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되지 않았나 싶다." _p.93

몸치·수치·길치인 삼치(三痴)부인 이리나님이 어린 시절부터 몸치여서 겪은 좌충우돌 운동 이야기와
40대가 되어서 남편의 제안으로 시작한 스쿠버 다이빙, 다이빙 후에 배워 5년을 넘게 다녔던 수영, 섬으로의 이사, 그리고 해녀학교와 해녀(해남)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 『삼치부인 바다에 빠지다』.


📖
"섬은 자유요, 구속이다. 섬은 낭만이요, 공포이다. 섬은 고요요, 들끓음이다. (...) 우리는 언제고 다시 만나 자유이자 구속을, 낭만이자 공포를, 고요이자 들끓음을 확인할 준비가 되어 있다." _p.140

책의 중반쯤, 작가님이 섬에 정착한 후 지인들을 불러 섬 투어를 하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한 번 섬을 경험했으니, 언제고 다시 그 섬을 찾을 준비가 되어있는 거라고.
『삼치부인 바다에 빠지다』를 관통하는 문장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번 해보았으니 두 번도 할 수 있다,
아무리 못하고 어렵고, 재능조차 없을지언정 포기하지 않는 한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는.

『삼치부인 바다에 빠지다』는 그런 끊임없는 '도전', '끈기', '열정', 그리고 '미래'가 담겨있는 에세이였다😌


🤿
나이와 무관하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작가님의 재치와 유려한 문체에 내내 유쾌했던 책, 『삼치부인 바다에 빠지다』.

100일, 1,000일, 5년, 10년. 새로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그렇게 시작한 어떤 일을 꾸준히 하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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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서동욱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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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젖은 흙 속에서 깨어난 나무 향기가 밀려온다.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탯줄을 통해 몸에 스며들었던 것 같은 그 내음은, 내가 어떤 방황을 하더라도 결국 대지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_p.6

책의 첫 문장부터 매료되어 책장을 넘길 수 없던,
철학자이자 시인인 서동욱 작가님의 책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요즘 들어 시인의 글이 눈에 많이 보인다.
철학, 삶, 교훈 이런 걸 넘어 단어 하나하나에 울림이 실려있다.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
플라톤과 쇼펜하우어, 카프카, 톨스토이, 프루스트와 하루키, 빅토르 위고, 베토벤과 모네 ···
혹성탈출, 모노노케 히메, 먹방, AI, 피젯스피너까지.

놀랍게도 344페이지의 이 책에 이름을 올린 인물과 소재들의 극히 일부다. 기본적으로 '철학'책이니 철학자가 등장하는 건 당연하지만, 톨스토이에 하루키 베토벤이라니.
심지어 혹성탈출에 AI, 피젯스피너라니.

현학적이고 멀게 느껴지는 이론으로만의 철학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 우리의 삶 속에 얼마나 깊이 녹아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과 같은 책이었다.


✨️
"내 마음은 어둠 속에서도 햇살처럼 켜져야 하며, 가뭄 속에서도 그토록 좋아하는 빗소리가 울려 퍼지는 우산 아래의 원형 극장을 만들어야 한다. 진정 모든 변화는 생각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다. 생각의 눈은 삶에서 어디에 햇살이 깃들고 어디에 반가운 여름비가 오는지 찾아주어야 한다. 삶의 구석구석을 응시하면서 말이다." _p.9

그리고 우리의 날씨를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의 생각의 눈을 넓혀주기 위해 살면서 마주하는 많은 것들을 넘나든다.

몬드리안의 아름다운 그림 'By the Sea'(1909)로 사람을 끌어들여, 온 세상을 탐색하게 만드는 책『철학은 날씨를 바꾼다』였다.


👏👏
영화 평론가 이동진님이 '2월 최고의 책!'이라고 극찬한 책. 나 또한 그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책.

솔직히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이기에.

하지만 책을 덮은 순간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던 일상을 조각모음으로 다시 돌아볼 수 있게끔.

+
읽는 동안 김영사에서 작년 2월에 출간한 또 다른 책, 마이클 슈어의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이 많이 떠올랐다. 두 권 모두 책장에 평생 소장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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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최전선 - 재난의 시대를 항해하는 책 읽기
홍성욱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기획 / 알렙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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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서평하는 시간.

미국과 영국에는 각각 《뉴욕리뷰오브북스》와 《런던리뷰오브북스》라는 '서평 전문지'가 61년, 45년의 역사를 가지고 숨쉬고 있다.

그렇다면 이곳, 대한민국 서울에는 뭐가 있을까?
바로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한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있다 :)



📖
서울리뷰오브북스는 2020년 12월 창간준비호를 시작으로 2021년 3월에 창간호 발행, 지금까지 총 13호를 세상에 내보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한 번씩 출간되지만,
동시에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서 매주 화요일 새 글을 받아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내가 이번에 함께한 『읽기의 최전선』은 그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창간 3주년 특별판으로, 3년 간 그들이 만난 77인의 필자 / 198권의 도서 / 156편의 서평 중 21편을 엄선해서 제작되었다.

2024년 대한민국, 그리고 세계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그리고 우리가 더 알 필요가 있는 주제들로.



📑
'서평'이라고 부르기 아까울 정도로 깊이 있는, 한 권의 인문학 책이 펼쳐진다. 총 6가지 주제로 구성된 이 책에는 역시 서평의 주체가 되는 수많은 책과 영상 작품이 따라온다.

언젠가 모두 챙겨보리라 다짐하며 정리 :)

📎 인류세(환경과 사회) : 『녹색 계급의 출현』,『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 드라마《체르노빌》등

📎 과학기술(인공지능, 우주, 유전학) :『클라라와 태양』,『2029 기계가 멈추는 날』,『비욘드』,『호모 스페이스쿠스』,『웃음이 닮았다』 등

📎 위험과 안전 :『자동화된 불평등』,『커밍 업 쇼트』
📎 전쟁 :『전쟁과 가족』,『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 등

📎 자본주의와 공간 :『감시 자본주의 시대』,『21세기 자본』,『정크스페이스 ㅣ 미래 도시』,『짓기와 거주하기』

📎 차별과 연대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성서, 퀴어를 옹호하다』,『여기는 무지개집입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개인적으로 '차별과 연대'에 관한 책들은 모두 꼭! 읽어볼 예정이다.


-
인스타그램에서 읽는 인친님들의 서평을 넘어
서평을 책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라고 말하는 이들, 서평으로써 사유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펴낸 이야기.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던 책,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읽기의 최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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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안다는 것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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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안다는 건 무엇일까?

아무리 오래 생각하고, 고민하고, 공부한다고 한들 내가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타인과의 교류가 강제로 단절되었던 길고 긴 코로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사람을 어떻게든 알려고 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열여섯 가지로 구분하며 쏟아지는 MBTI 테스트와 그 결과들이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싶다. 세상에 나온 지 50년 가까이 된 MBTI. 어느 순간 유행한 그 녀석은 아직도 낯선 타인을 만날 때면 기본적으로 묻는 말이, 대화거리가 되었다.

인간관계를 단순화하려는 세상 속에서 395페이지를 할애해 '사람'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책이 있다. 웅진지식하우스 에서 출간한 데이비드 브룩스의 『사람을 안다는 것』이다.



📖
이 책은 간단히 말하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길'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나는 종종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가지지 않은 걸 타인에게 바란다면 그건 이기심일 테니까. 아주 가볍게 말한다면 '끼리끼리는 과학이다'라는 말을 조금은 믿기 때문이다.



⚜️
#사람을안다는것 의 1장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더 나은 '내'가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실용적인 부분까지도. 타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나쁜 버릇이 있는 나에게 아주 안성맞춤인 기술이었다.

"전문가들이 슬랜트(SLANT)라고 부르는 방법론을 구사하면 좋다. 가만 앉아서 상대방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질문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상대방을 따라가는 것이다. 귀가 아니라 눈으로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 이것이 당신의 100퍼센트 관심을 상대에게 집중하는 방법이다." _p.115


그 외에도
📍 구체적인 질문하기(사람들은 대답할 때 디테일을 생략하는 경향이 있다)

📍 루핑하기(상대가 방금 한 말을 반복하면서 재확인하기. "그러니까 네 말은 A라는 거지? 맞니?"— 말의 속뜻을 얼마나 잘못 해석하는지 알 수 있다)

📍 숟가락 얹지 말기(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도 비슷하게 ~ 일이 있었어, 금지. 공감대가 형성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대화의 초점을 돌리는 일이 된다. 경청하라) 등이 있다.



📔
395페이지에 빼곡히 들어찬 이 알찬 이야기를 이곳에 다 옮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엄청난 내향인에 대인관계를 어려워하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온갖 동아리나 모임을 꾸준히 나가고 있는 나는, 어떤 벽에 부딪힐 때마다 인간관계나 대화법에 관한 책들을 종종 읽었다.

대체로 '머리로는 알고 있어', 혹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유형 외의 사람들은 어떡하지?'하는 의문들이 남았는데,『사람을 안다는 것』이 하는 이야기는 조금 더 근본적이고, 실용적이며, 명확했다.

인덱스로 표시 부분들 다시 읽으며 노션에 정리할 예정 :)


-
타인을 대하는 게 여전히 어려운 사람들,
그럼에도 '관계'를 통해 행복과 즐거움을, 나라는 세계의 확장을 원하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 『사람을 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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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
연여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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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과연 잃어버린 엄지공주를 찾으려 해보지 않았을까. 나중에라도 안부를 듣고 싶지 않았을까. 엄지공주는 생존을 위해 오직 다른 캐릭터의 호의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걸까." _『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p.49


👑
어떤 '공주'들이 있었다.
'왕자님과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이야기가 끝나는 공주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이런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과연 그들이 정말 영원히 행복했을까?"
그렇게 <슈렉> 시리즈가, <숲속으로> 같은 영화가,
수많은 잔혹동화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공주' 이야기가 있다.
어떤 SF 세상 속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엄지공주, 라푼젤, 신데렐라 등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연여름, 배명은, 모래, 문녹주, 이지연, 류조이 작가님의 앤솔로지,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다.


📖
동화의 '공주'들이 겪는 여러 사건을 메인 플롯으로 하지만, 전혀 다른 옷을 입은 채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작품들이 이어지는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두꺼비, 그리고 두더지와 결혼할 뻔하다가 결국 요정과 혼인하는 <엄지공주>는 두꺼비에게 납치되었다가 동족에 가까운 이들을 만나 그들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이가 되었고,

탑에 갇혀 마녀에게 착취당하고, 왕자만을 기다리며 살던 <라푼젤>은 자신의 자유를 위해 목소리 높이는 이가 되었다.


✨️
언젠가부터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믿지 않았다.
그 뒤에 펼쳐질 지난한 결혼 생활, 싸움, 투쟁들이 눈에 그려졌다. 동심을 잃은 탓인지,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깨달아 버려서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최근 디즈니에서 보여준 여자아이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꼭 공주가 아니어도, 자기 삶에 온 책임을 다해 나가는 이들이. <모아나>, <엔칸토>, <겨울왕국2> 같은 작품들이.

하지만 그런 나도 돌이켜보면 '공주'라는 틀에서 그 생각을 확장하지는 못했었나 보다.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그들은 어디까지나 한 명의 여자아이일 뿐이었을 텐데.

여러모로 글에 대한 상상력을, 이야기를 보는 눈을, 세상에 열어놓은 귀를 더 확장할 수 있었던 책.
다채로운 삶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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