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
연여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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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은 과연 잃어버린 엄지공주를 찾으려 해보지 않았을까. 나중에라도 안부를 듣고 싶지 않았을까. 엄지공주는 생존을 위해 오직 다른 캐릭터의 호의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걸까." _『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p.49


👑
어떤 '공주'들이 있었다.
'왕자님과 함께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이야기가 끝나는 공주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 이런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다.
"과연 그들이 정말 영원히 행복했을까?"
그렇게 <슈렉> 시리즈가, <숲속으로> 같은 영화가,
수많은 잔혹동화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공주' 이야기가 있다.
어떤 SF 세상 속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살아 숨 쉬는 엄지공주, 라푼젤, 신데렐라 등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연여름, 배명은, 모래, 문녹주, 이지연, 류조이 작가님의 앤솔로지,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다.


📖
동화의 '공주'들이 겪는 여러 사건을 메인 플롯으로 하지만, 전혀 다른 옷을 입은 채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작품들이 이어지는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두꺼비, 그리고 두더지와 결혼할 뻔하다가 결국 요정과 혼인하는 <엄지공주>는 두꺼비에게 납치되었다가 동족에 가까운 이들을 만나 그들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이가 되었고,

탑에 갇혀 마녀에게 착취당하고, 왕자만을 기다리며 살던 <라푼젤>은 자신의 자유를 위해 목소리 높이는 이가 되었다.


✨️
언젠가부터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믿지 않았다.
그 뒤에 펼쳐질 지난한 결혼 생활, 싸움, 투쟁들이 눈에 그려졌다. 동심을 잃은 탓인지,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깨달아 버려서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최근 디즈니에서 보여준 여자아이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꼭 공주가 아니어도, 자기 삶에 온 책임을 다해 나가는 이들이. <모아나>, <엔칸토>, <겨울왕국2> 같은 작품들이.

하지만 그런 나도 돌이켜보면 '공주'라는 틀에서 그 생각을 확장하지는 못했었나 보다.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에서 그들은 어디까지나 한 명의 여자아이일 뿐이었을 텐데.

여러모로 글에 대한 상상력을, 이야기를 보는 눈을, 세상에 열어놓은 귀를 더 확장할 수 있었던 책.
다채로운 삶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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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날 수 있을까
이지은 지음, 박은미 그림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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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자이살메르에는 빅키라는 아이가 살고 있다. 몇 년 전 부모의 빚을 갚기 위해 고기잡이배로 팔려 갔다가 탈출한 아이. 그렇게 만난 어떤 아저씨, 지금은 삼촌이라고 부르는 이에게 거두어져 행복을 꿈꾸었던 아이.

하지만 그 행복은 찰나였음을,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알아버린 아이.

그냥 학교에 다니고 싶을 뿐인 8살 빅키였다.


📖
"눈물이 마르게 바람이 불면 좋겠는데. 누가 우리를 닦아 주지 않아도 우리가 빛날 수 있을까." _p.52

이지은 작가님이 인도, 캄보디아, 태국 등을 여행하며 만난 아이들을 보고 쓴 책, 『빛날 수 있을까』.

나도 문득 예전에 갔던 캄보디아 여행이 떠올랐다. 무슨 강인지 호수인지를 보라며 가이드님이 내려준 곳에는 초등학생, 혹은 그것보다도 어려 보이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있었다.

손에는 3개에 1달러쯤 하는 팔찌를 잔뜩 든 채로.

일행들은 가격도 저렴하고, 여기저기 막 주기 좋겠다며 팔찌를 잔뜩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조금 멀리 쭈뼛쭈뼛 서 있던 아이가 어른의 부름에 집(으로 보이는 천막)으로 뛰어가더니 이내 큰 소리가 들렸고, 아이가 펑펑 울며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가이드님의 말에 따르면 팔찌를 팔지 못한 아이를 엄마가 혼낸 거라고 했다.

혼비백산한 일행들은 가진 돈을 동전까지 싹싹 모아서 아이의 팔찌를 모두 사주었다. 그리고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는 차 안, 누구라고 할 거 없이 이런 말을 꺼냈다.

— 어쩌면 우리의 행동이 잘못된 건 아니었을까. 저 아이의 엄마는 아이가 팔찌를 팔게 하려고 아이에게 또 모진 말을 하며 내쫓지 않을까.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인 건 아닐까.


🩶
생각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무언가 행동으로 옮기고자 해도 막막한 문제들이.

하지만 빅키같은 아이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세상 그 어디에서도. 아이들에게 굳이 이런 시련을 주지 않아도 세상은 충분히 잘 굴러갈 수 있다. 오히려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리고 하나 더. 출산율, 출산율 노래하기 전에 이미 태어나 살고 있는 아이들이 어떤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미혼모/부, 베이비박스, 수많은 보육시설,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으로 인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아이들, 가정폭력의 희생자와 생존자들을.


-
『빛날 수 있을까』빅키에게, 빅키의 친구 티티에게,
모든 아이에게 말하고 싶다.

"너희는 충분히, 언제나, 언제든 빛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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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우주 한 조각 - 매일 만나는 우주의 경이로움 날마다 시리즈
지웅배(우주먼지) 지음 / 김영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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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직접 올라가서 봐도 사진과 같은 모습일까?"

교원에서 출간된 아이작 아시모프의 <우주 이야기> 시리즈와 구체적인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 몇몇 『우주 이야기』들을 읽으며 천문학자와 우주비행사의 꿈을 키운 시절이 있었다.

2006년, 이소연님의 이야기를 듣고 꿈꾼 우주비행사는 키 제한이 있다는 말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가끔 천문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의 연구 이야기를 들으며 그 우주를 상상하고는 했다.

그러던 중 더 없이 환상적이고 현실적인 우주 이야기를 만났다. 김영사에서 출간한 지웅배 박사님의 『날마다 우주 한 조각』이다 :)


📖
유튜브를 그리 즐겨보지 않는 나에게는 생소한 채널 '우주먼지의 현자타임즈'를 운영하는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학·석·박에 빛나는 박사, 지웅배님의 '진짜' 우주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 <어벤져스>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수많은 우주 영화들에서 봤던 세계가 SF적 요소 하나 없이 이론과 역사, 그리고 그 우주를 두 눈에 담는 우리들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묘사된다.

우주의 크리스마스트리, 목성 공포증, 연금술, 지금은 행성이 아니게 된 명왕성의 이모저모까지.

365일, 365 페이지. 매일 하나 씩 탐험해 보는 우주의 모습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책이다.


🌌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우주, 혹은 바다, 다른 행성 등 SF적 특징을 가진 작품들의 탄생 비화에는 항상 이런 '진짜' 우주들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상상력이 넘쳐흐르는 수밖에 없는 세계, 흑백으로 관측되는 우주에 색을 더하듯 그렇게 만들고, 확장하고, 선보이는 세계.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 하게 만든 책, 보고 또 봐도 계속 보고 싶은 책. 지웅배 박사님의 『날마다 우주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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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배신 - 머릿속 생각을 끄고 일상을 회복하는 뇌과학 처방전
배종빈 지음 / 서사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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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입문하기 🚪

'뇌과학'이라고 하면 어렵다고만 느껴지는 사람,
뇌 해부도에 온갖 신경전달물질 이름을 들으면 머리부터 아픈 사람, 그러나 내 '생각의 흐름'을 파악하고 통제하고 싶은 사람 👋

정신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일상 회복 처방전,
배종빈 작가님의 『생각의 배신』이다 :)


📖
뇌과학, 심리학책을 여럿 읽어 본 나지만
이 책만큼 쉽게, 핵심만을 쏙쏙 알려주는 책은 드물었다. 게다가 중요한 핵심에는 초록색으로 밑줄이 쭉쭉, 페이지 넘버에까지 디자인적 디테일이 돋보이는 책이다😉

200여 페이지 짧고 강렬했던 뇌과학×심리학 이야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네 가지 키워드를 뽑아보았다.


📌 무기력≠게으름
게으름은 '할 수 있음'에도 수고나 고통을 견디기 싫어서 회피하는 성향, 무기력은 기력이 떨어져서 '할 수 없는' 상태다.

게으름은 마음먹기에 달렸지만, 무기력은 의지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억지로 해봤자 더 큰 무력감으로 악순환에 빠질 뿐이다. 무기력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아주 쉬운 것'부터 하자. 가령 집 앞 편의점 다녀오기 같은 것부터.

"아주 간단한 일이라도 실행에 옮기고 이를 안전하게 수행하는 것을 반복하면, 어느덧 우리 되는 더 이상 무기력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무기력감을 줄이게 된다." _p.90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 행복해진다. 기력이 생겨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기 때문에 기력이 생기는 것이다." _p.91


📌 나는 타인을 통제할 수 없다
타인이, 관계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그 타인과 가까운 사이일수록 나를 더욱 힘들게 한다.

"타인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생각하기보다는 그 행동에 내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_p.94


📌 진짜 두려운 것은 나의 감정
"상대방과의 대화가 두려운 것은 상대방과의 대화 중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두려워서다." _p.95

그렇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불편한 감정을 '견딜 힘'이다. 하지만 명심할 것. 내가 여러 번 이야기하였음에도 상대방이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나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 사람과는 굳이 관계를 이어나갈 필요가 없다."

"내가 나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의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_p.97


📌 메타인지≠메타자각
자기계발서 좀 읽어보았다 하는 사람은 '메타인지'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메타인지와는 다른 '메타자각'이라는, 얼핏 보면 똑같을 것 같은 개념이 존재한다.

- 메타인지 : 내 생각의 '경향(흐름)' 파악
- 메타자각 : 내 생각의 '순간(현재)' 파악

누구든지 단 하나의 질문을 자신에게 하면 된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메타자각을 반복하다 보면 내가 생각의 늪에 빠지는 때, 그리고 그곳에서 벗어나 몰두해야 하는 순간을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
너무나도 좋은 이야기 가득이라
인스타그램 포스팅 한 번으로 그 이야기를 다 담을 수 없어 아쉬울 뿐인 책, 『생각의 배신』

이번에야말로 진짜 독서 블로그를 시작해보겠다고 다짐하며, 우울/불안/무기력/미루기 를 행동/메타자각/기록/목표조절 로.

그렇게 내 머릿속의 생각 스위치를 조절해 보는, 반 발자국씩이라도 노력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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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샛별야학
최하나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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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65세, 샛별야학 중학 1반.
가난으로 인해 국민학교조차 졸업하지 못하고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던 행자 할머니를 중심으로, 못 배운 게 한이 된 할머니들이 모인다.

나무옆의자 출판사, 최하나 작가님의 장편소설
『반짝반짝 샛별야학』이다.


📖
"행자 할머니는 이 기묘한 감정을 언제 마지막으로 느꼈는지를 가만히 떠올렸다. 첫 집 장만 첫 출산 등이 스쳐 갔지만, 절대 똑같지 않았다. 그러다가 소풍이라는 두 글자에 생각이 가닿았다. 마지막 반 소풍날, 학교 근처 뒷산에 돗자리를 펴고 아이들과 싸 온 김밥을 우유와 함께 먹으며 희희낙락하던 때. (...) 행자 할머니의 입가로 다시금 미소가 번졌다." _p.17

두근거림에 밤잠 지새운 행자 할머니는
오르기에 결코 쉽지 않은 언덕길을 지나
그 길 끝에 있는 한 건물의 3층,
호락호락하지 않은 길을 걸어 샛별야학에 도착한다.

김행자, 박시옷, 박선녀, 석순자.
네 할머니를 중심으로 그들의 '삶'이 펼쳐진다.

책을 읽는 내내 소극장 연극이 떠올랐다. 샛별야학을 주무대로 한 편의 연극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
책을 읽는 동안 야학 교장으로 활동했던 대학교 선배가 계속 떠올랐다.

대학생들이 자원봉사 식으로 운영하는 야학이었고,
당시 지리교육과 학생이던 그 선배는 밤마다 야학에서 어르신들을 가르쳤다.

딱 한 번, 그 선배를 따라 방문했던 야학의
그 생소한 풍경이, 어르신들의 열정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
배우지 못한 것에 대한 한, 갈망.
나의 어머니와도 멀지 않은 이야기 같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내 어머니의 나이는 이제 어디서 아줌마보다는 할머니에 많이 가까워져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어머니에게도 이런 열망이, 열정이 있을까.
무언가를 더 배우고 싶어 할까.
생각에 잠기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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