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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이야기 ㅣ 역사인물도서관 5
강영준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4년 2월
평점 :
보통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로 알고 있는,
시인 '백석'의 이야기가 소설로 담긴 강영준 작가님의
『흰 바람벽이 있어』를 함께하게 되었다 :)
개인적으로 백석의 시를 배울 중·고등학생들,
혹은 그 부모님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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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 강영준님은 상산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분으로, 문학과 역사를 엮어 이야기를 쓴다.
개인적으로 나는 어렸을 때
'이해되지 않으면 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줄줄이 외우라고 시키는
조선시대 관료들 이름, 정확한 연도와 날짜, 시의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 같은 것들을 외우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이런 책을 만날 때마다 내가 어릴 때 이런 책을 읽었다면, 더 국어나 역사에 재미를 붙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혹은 그 부모님들에게
다시 한번 더 추천하는 작품😌
📖
<조선일보> 교정부에서 일하며
다른 동료들이 삶에 지쳐 초췌한 몰골로 출퇴근할 때,
항상 말끔하게 넘긴 머리에 반듯한 양복을 입고 다녔던 당대의 '모던 보이' 백석.
그가 절친 허준과 신현중, 첫사랑 박경련, 연인 자야, 그리고 가족을 일구고 전쟁의 포화를 지나 '북'에서 생활하기까지 그 모든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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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은 우리나라가 둘로 분열할 때, 사회주의를 선택하고 북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백석이 생각했던 그런 '이상적인 사회주의'가 존재하는 곳이 아니었고, 그는 글을 쓰지 못한 채
러시아어로 된 이론서만을 번역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한설야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애수에 찬 표현을 조선에서 가장 잘 쓰는 사람을 알지요. 아무리 사회주의 소설을 번역한다 해도 어딘가에는 감정을 앞세운 부분이 있을 테고, 아마 그 사람은 그 장면을 물 만난 고기인 양, 진짜 고독하고, 슬프고, 안타깝게 조선말로 바꿔서 읽는 사람의 마음을 울릴 텐데, 그런데 누군가는 그 감동을 나약한 부르주아의 퇴폐적인 감상으로 비난할 거란 말이오. (...)
내가 왜 이런 이론서를 주는지 알겠어요? 이론에 감정은 없잖소." _p.253
"한설야는 문득 백석의 시구를 떠올렸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한설야도 생각했다. 천생 시인에게 시를 쓰지 말라는 것이 어떤 고통인지를." _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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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이를 떠올리며 동시를 쓰기 시작한
백석은 북에서도 꽤 인정받고, 작품집을 내지만
결국 절친 허준은 탄광으로, 그는 개마고원의 농장으로 돌아오지 못할 유배 생활을 떠난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렇다. 아무리 외롭고 쓸쓸해도 나무는 중력을 거슬러 오른다. (...) 지금 당장 비와 바람이 거세서 마치 금방이라도 가지가 휘고 꺾일 듯하지만 높은 곳을 향해 뻗는 힘은 생이 다하는 날까지 계속되지 않는가.
아, 어쩌면 그 힘을, 중력을 이겨 내는 나무의 힘을 긍정한다면, 결코 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살아 있는 한, 중력을 이겨 내고 바로 설 수 있겠지." _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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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남쪽을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1970년, 80년, 90년까지 쭉 이 대단했던 시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덧없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그만큼 따뜻한 문장들이 좋았던 책,
강영준 작가님의 『흰 바람벽이 있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