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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ㅣ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평점 :
거미와 비슷한 모습이라고 해서 이름 붙은 '검은과부거미섬'의 최남단에 위치한 터널, 그 깊숙한 바다 아래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무피귀'라는 괴물들을 피해 해저 터널에서 41년간 살아온 거미줄 마을 사람들. 그러나 그 봉쇄가 완벽하지 않았기에, 바닷물이 터널로 유입되어 식수가 오염되기 시작한다.
이에 밖으로 나가 거미줄 마을 사람들을 아예 '섬 밖으로' 탈출시키려는 다형. 열여섯 다형의 손에 거미줄 마을 사람들의 미래가 달려있었다.
거미줄 마을 사람들은 밖은 무조건 위험하고,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이라 생각하며 그 어두운 지하에서 41년을 살았다. 하지만 다형이 만난 육지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그곳에도 사람들이 있었다.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
거미줄 마을의 모습에서 디스토피아 SF가,
무피귀와의 추격전에서 액션 영화가,
그리고 '생존' 앞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에서 수많은 현실이 스쳐 지나갔다.
무엇보다도 거미줄 마을의 작은 설정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자전거를 돌려서 유지하는 전력 공급, 대소변으로 유지하는 밭, 고양이 사냥꾼과 조련사, 어린아이들로 구성된 보급원들(육지로의 유일한 통로인 환기팬 사이로 나가기 위해), 단백질 보급원으로 쓰이는 구더기를 키우는 장의사까지.
개인적으로는 무피귀를 묘사한 부분에서
<진격의 거인>의 그 거인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생동감 넘치게 작품을 읽을 수 있었다.
🫗
"현실에 눈 감은 이에게 입혀질 수의일 뿐이라고요." _p.9
겨우 열여섯. 다형에게 떠넘겨진 짐은 너무 무겁기만 하다. 그럼에도 선택을 하고, 모험을 떠나는 다형.
그 과정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세상. 다형의 모험은 검은 과거를 닫고 또 다른 곳으로 뻗어나간다.
우리 모두가 또 다른 내일을 맞이하듯.
영상화, 혹은 웹툰화되어도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시간 순삭의 생생한 작품, 『터널 103』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