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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읽기를 권함 - 우리시대 어느 간서치가 들려주는 책을 읽는 이유
김무곤 지음 / 더숲 / 2011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이쁜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요즘 이 책과 더불어 읽고 있는 <로마인 이야기>는 '홍복'의 세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데 반해, 이 책은 '청복'이란 바로 이런거야, 라고 속삭이는 것 같아서 두 책의 상반된 색채를 넘나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홍복은 세상의 복덕을, 청복은 세간을 초월한 복덕을 일컫는데, 청복은 홍복에 비해 얻기 어렵고 그것을 누리기는 더욱 어렵다. 세간 사람들은 청복을 누릴 기회가 와도 그 적막함과 외로움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청복의 순간도 고마울 따름이지만, 책 읽을 때의 청복은 그 이상의 지복이 함께 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책을 읽는 일은 얼핏 외로운 일처럼 보인다. 책 읽는 시간은 오직 혼자서 오롯이 자신과 대면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을 때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책 읽는 사람은 별처럼 수많은 시간을 뛰어넘어 인류가 축적한 자산을 이어받고 있기에. 책 읽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그는 지금 수많은 사람들과 인류의 정신문화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지금 그대가 책을 읽는 이 시간에도 지구 어딘가의 구석방에서 누군가 책을 읽기 위해 천천히 일어서서 램프를 켜고 있다. 책 읽는 그대는 지금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
또, 나는 그동안 '사람들은 그 많은 책들을 어찌 다 읽을까?' 하는 궁금증과 존경이 동시에 일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 프랑스인 다니엘 페나크의 '독자의 10가지 권리'를 들면서 당당하라고 말하는 부분도 몹시 흡족하다. 그래서 여기 옮겨두고 두고두고 위안 삼으며 나만의 책읽기를 마음껏 즐겨볼 생각이다.
첫째, 읽지 않을 권리
둘째, 건너뛰어서 읽을 권리
셋째,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넷째, 연거푸 읽을 권리
다섯째, 손에 집히는 대로 읽을 권리
여섯째, 작중 인물과 자신을 혼동할 권리
일곱째, 읽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을 권리
여덟째, 여기저기 부분적으로 읽을 권리
아홉째, 소리 내어 읽을 권리
열 번째,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