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육지에서 제주로, 외곽에서 마을 속으로, 깊은 숲속으로 점차 공간적 범위를 좁히고, 여자아이들의 실종과 살인 사건에 서서히 돋보기를 갖다 댄다. 전반부는 조금 느린 속도이지만, 독자도 그 속도에 맞추어 주변을 파악하고 장소와 인물에 몰입해간다. 모든 것이 낱낱이 드러나기 전에 단서가 될 만한 세부 사항과 인물의 성격에 집중하고, 여기저기 흩어진 단서를 의심하게 하는 구성이 매력적이다. 책장을 넘기며 숲으로 한 발짝 내딛고 진실과 가까워질수록 긴장감이 고조되고 숨어 있는 위험에 오스스 소름 돋는 두려움과 맞닥뜨린다.
제주라는 장소성도 이 소설에서 중요하다. 독자는 여러 등장인물의 시선과 입장을 따라 제주의 땅을 밟고 집을 방문하고 숲으로 들어가고 제주 사람을 만나며 그곳 문화를 생생하게 경험하면서 문화와 단서 사이를 넘나든다. 작가는 제주를 직접 찾아서 조선 시대 제주에 유배된 사람들의 서신을 발견하여 소설의 자료로 썼다.
주인공 환이의 의심과 추리가 항상 옳지만은 않다. 하지만, 작은 단서로 이리저리 추리하는 과정이 더 복잡한 미스터리 요인이 되어 흥미진진하다. 독자는 등장인물의 입장이 되어보면서,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며, 가장 확실해 보이는 용의자가 늘 가해자인 것은 아니고 절대적인 가해자는 없다는 사실, 사랑의 의도와 결과의 경계가 어긋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등장인물의 관계와 경계에서 이런 발견을 할 수 있는데, 이 소설이 역사 추리를 넘어 가족—자매지간, 부녀지간—의 갈등, 유대감과 사랑을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의 또 다른 주요 축은 여성의 젠더성이다. 공녀라는 실제 사건에 기반하는 이 소설은 국가의 힘, 성별과 계급 차이, 경제력 차이 등에 따라 당시 여성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과 두려움, 치욕을 담았다.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차별이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려는 호기심과 의지가 가득한 환이, 고집 세고 자립적인 매월이는 고군분투하면서도 서로 하나가 되어 영리하게 문제를 해결한다. 독자는 소설 속 댕기 머리 탐정이 되어, 민환이와 민매월 자매의 여정을 따라가며 함께 저항하고, 변화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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