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이 모르는 여행 - 달라진 세상 새로운 여행
김소담 지음 / 정은문고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1. 여행, 나눔과 교환의 가치
지은이 김소담은 헬프엑스(HelpX) 여행자가 되어, 헬프엑스 호스트 집에 머물면서 하루에 4~5시간 일을 돕는 대신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받으며 세계를 여행하였다. 그리고 남아메리카 대륙의 몇 곳과 뉴욕을 다녀온 글을 엮어 이 책을 펴냈다.
지은이는 넓은 세상과 다양한 삶을 보고 싶어 하면서도 한곳에 한동안 머무르며 배우는 것에 가치를 두었다. 교환 방식의 여행을 택한 이유도 한곳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서였다. 나눔과 교환의 방식에 마음이 더해지며 여행은 더욱 풍성해졌다. 혼자 모든 걸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교환하고 협력하는 사람들, 우리의 존재가 자연과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여정이었다. 지은이가 말한 대로 '여행은, 눈을 뜨고 두 다리로 걸으며 하는 명상'일지도 모르겠다.
2. 사람, 타인에게 건네는 따뜻한 시선
책 속 여행길을 따라가며 수많은 현지인을 만날 수 있었다. 다정한 시선, 옆자리를 내어주는 손길, 괜찮냐고 묻는 목소리, 따뜻할 때 먹으라며 건네주는 음식의 온기에서 그들의 마음을 그릴 수 있었다. 지은이도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기 위해 언어는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님을, 말이 거의 통하지 않아도 서로 연결된 존재임을 느꼈다고 썼다.
나눔과 교환은 '타인의 존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타인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지, 혼자서는 모든 걸 다 해낼 수 없다는 삶의 비밀을 깨달은 사람들이 나누고 교환한다.
그리고 새로운 문화권의 여러 사람을 만나 생활하면 일상의 다양한 기준을 경험하는데, '다름'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면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다양한 사람을 편견 없이 이해하려는 노력은 '사람'이라는 존재에 집중하는 태도이다. 또, 차이를 존중함으로써 생각은 한계 없이 뻗어나갈 기회를 얻는다.
3. 자연, 우리가 속한 생명
사람들이 대체로 잊고 사는 것 중 하나가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이다. 우리 몸에 수많은 세포가 있듯 인간은 지구의 수많은 세포 중 하나이며, 인간과 지구는 둘 다 살아 있는 생명이고,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움직인다는 현지인의 관점이 인상 깊다. 자연은 인간이 극복하고 지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섬기고 공존해야 할 존재가 아닐까?
지은이가 숲에 누워 고요 속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땅의 촉감을 느끼며 인간이 '지워지는' 과정을 느끼고, 인간은 큰 것 안의 '작은 하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은 마음에 그려지듯 아름다웠다.
4. 연결, 모든 생명의 공존
지은이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사람과 자연은 수많은 경로로 연결된 또 다른 존재임을 느낀다. 모든 것이 연결되었고 생명이 순환의 원리를 따라 돌고 돈다면, 건강한 순환을 위하여 어떤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한때 사라져야 할 문화라고 무시하고 따돌렸던 케추아어를 지켜낸 노력, 환경을 위해 어떠한 화학 제품도 쓸 수 없었던 곳,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거나 노푸를 실천하며 제로 웨이스트 실천하는 사람들. 수없이 많은 방법으로 연결된 다른 존재, 다른 생명을 지키고 공존하기 위하여 애쓰고 있었다. 이 모든 걸음걸음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