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해운대』에 실린 단편 일곱 편은 대부분 부산이 배경이다.
인서울, 인부산이라는 고민으로(「호텔 해운대」와 「바람벽」), 화려한 호텔과 잔가지처럼 난 골목 사이로 즐비한 모텔과 여관, 시장이 공존하는 곳으로(「호텔 해운대」), 예전 추억 어린 장소가 사라지고 새로운 공간으로 가치가 변화하는 곳으로(「우리들의 낙원」), 지진주의보와 함께 흔들리는 지역으로(「지진주의보」), 저택이 즐비한 길을 지나 만나는 공공도서관이 있는 곳(「도서관 적응기」)으로 부산의 이모저모를 그렸다.
익숙한 도시와 지역 이름, 언어가 책에 등장하면 독자는 글에 몰입하기 쉽다. 문장으로 표기된 공간은 독자의 기억을 소환하며, 독자의 경험이 보태어져서 생생한 실재로 탈바꿈한다. 지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의 여러 단편은 부산을 배경 삼았지만, 굳이 그 틀에 가두지 않고 타지역에 대입하여도 독자가 공감할 만한, 이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2. 부산ㅡ사람들
『호텔 해운대』에는 중앙과 주변부를 서성이는 사람들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화려하고 닿기 어려운 ‘호텔’이나 ‘저택’과 그곳을 스쳐 지나는 사람들(「호텔 해운대」와 「도서관 적응기」), 나고 자란 ‘부산’이라는 중심부에 머물고 싶어 하는 공시생(「호텔 해운대」), 시대마다 마주치는 각종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사람들(「다시 만난 세계」), 서울과 지역에서 글 쓰는 작가(「바람벽」)의 이야기가 있다.
한편, 「다시 만난 세계」와 「후원명세서」, 「바람벽」에서는 이 사회의 다수자와 소수자, 주류와 비주류, 시혜자와 수혜자라는 장치를 통해서 혐오와 차별 문제를 다룬다.
3. 부산ㅡ감각과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