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캔디 할머니의 비밀 주머니
양부현 지음 / 알투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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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얼기설기 연결되어 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받쳐준다.

1. 단야

   삶의 물음표를 가진 세 사람이 단야역에 내려 잠시 마을에 머물렀다가 떠났다. 각자의 고단한 사연으로, 각자의 시간에, 단야를 스쳐 갔다.

   역 안내도에서도 검색창에서도 찾을 수 없지만, 누군가에겐 열려 있는 '단야역'은 어디쯤일까? 어쩌면 해리포터의 눈에 띈 킹스크로스역 9와 3/4 승강장 같은 곳일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홀린 듯 따라 들어간 토끼굴 같은 곳일까?

   단야는 세 사람의 인연이 겹치는 미스테리한 지점이었고, 그곳에서 그들은 변화하였다. 변화의 방향은 세 사람이 단야를 떠나며 바라보는 한자에서 드러났다. 세 사람이 본 단야의 의미는 달랐다. 여자는 '둥근 밤(團夜 : 둥글 단, 밤 야)'으로, 남자는 '넓은 들판에 놓인 연단(壇野 : 조금 높은 자리 단, 들 야)'으로, 젊은 남자는 '야자나무가 줄지어 선 길(單椰 : 오직 단, 야자나무 야)'로 보았다. 각자 본 단야의 의미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의 방향을 바꾸고 삶이 변화하였다.

   단야는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선 공간과 시간이었다. 그 시공간은 환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시간을 제공하였다.

2. 세 가지 맛 스카치캔디

   이야기는 여자 → 남자 → 여자 → 남자 → 여자와 남자 → 또 다른 젊은 남자로 각 장의 화자가 바뀌며 이어진다. 세 사람 중 스카치캔디 주머니를 가진 할머니를 직접 만난 사람은 여자였다. 여자는 스카치캔디 주머니를 가진 할머니에게 사탕을 얻었다. 남자는 할머니의 스카치캔디 주머니를 주웠고, 또다른 젊은 남자는 스카치캔디 할머니의 아들을 만나 할머니가 남긴 말씀을 전해 들었다. 세 가지 맛 스카치캔디처럼 세 가지 이야기로 풀어갔다.

   작가는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에 격언을 자주 인용하였다. 장마다 열 개 가까이 격언을 배치하였는데, 격언은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었다. 마치 스카치캔디 한 알을 입에 물고 녹이듯, 격언은 다음 이야기를 풀어내는 캔디 같은 역할을 했다.

3. 사람들

   사실 세 사람은 얽히고설킨 인연이었다. 상대에게 호감을 느낀 동료였고, 웹 소설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는, 이 시대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들이 단야에서 펼쳐 든 책 속 등장인물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소통하였다.

   단야에 머물었던 세 사람은 제 뜻과 제힘으로 변화를 이끌어 타인을 이해하고 진실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가까운 주변의 솔직한 이야기는 힘과 울림을 지니고 타인의 마음에 가닿아 서로를 위로하고 살아갈 힘을 나눠주었다. 긴 세월 차곡차곡 채운 시간도 힘을 보태었다. 사람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서로에게 중요하다고 이 책이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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