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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평점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기이자 회고록이자 과학적 모험담이다. 여러 장르가 어우러진 느낌을 주는 이 책은 유명한 과학자의 평전이기도, 알려지지 않은 문제점과 편견을 뒤엎는 폭로성 글이기도, 에세이기도, 과학 교양서이기도 하다.
룰루 밀러는 삶의 혼돈을 겪으며 내면의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 과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인생을 파헤쳤다. 자신의 아버지처럼 불굴의 태도와 낙천성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희망을 찾을 처방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의 발자취를 좇았다. 하지만, 견제하지 않는 긍정적 착각이 사악한 힘으로 변질할 수 있음을 목격하였다.
책 제목 그대로, 우리가 '어류'라고 부르는 범주는 분류학적으로 맞지 않는 정보이다. 룰루 밀러는 기존의 과학적 '범주'가 얼마나 사실을 왜곡하고 오해를 낳을 수 있는지 '어류'라는 범주를 통해 보여준다.
좋은 과학이 할 일은 우리가 자연에 임의로 그어놓은 선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모든 생물에게는 우리가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룰루 밀러는 우리의 존재는 금세 사라질 점 위의 점 위의 점처럼 사소하지만, 존재를 잇는 실이 그물처럼 연결되어 서로를 살아남게 떠받쳐준다고 깨닫는다. 우리는 모두 사소하고 모두 중요하다. 메리 올리버 시인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선물은 질문하는 능력과 사랑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듯이, 세상의 모든 생명에는 분류와 지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새로운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영역을 새롭게 분류한다면, 기존 과학 영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기대하고 상상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