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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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책이, 작가의 편지와 함께 내게 왔다. 2022년 겨울, 저편 기슭에서 보내온 편지다. 이슥한 겨울밤에 눈송이처럼 온 새하얀 책과 손편지도, 차디찬 밤공기도, 애틋하고 아련하고 뭉클했다.

'그대에게'로 시작하는 손편지를 쓴 작가는, 아직 창밖이 캄캄한 새벽에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슬픈 호수에서 길어낸 문장을 나에게 전했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책을 덮을 때까지 아직 누구인지 모르는 작가 '그대'를 따라, 호수를 건넜다. 호정과 은기의 마음을 따라 천천히.

마음은, 호정과 은기의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 같았다가 때론 꽃망울을 품은 듯 수줍고 고운 밤 벚꽃 같았다. 마음의 묘사가 섬세하고 아름다워 마음을 울렸다.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실낱이라도 있는 것처럼, 손끝만 움직여도 따듯한 공기는 물결이 되어 흔들려 옮겨갔다. 그대에게서 그대에게로.

'따듯하다'는 표현을 자주 보았다. '따뜻하다'가 아니라 그냥 '따듯하다'라고. 옅은 풀색 같은 보드라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디선가 공기 중에 실려온 봄기운을 따라 살랑살랑 흘러가다 보니 어느 순간, 호정의 눈에 기슭이 보였듯, 은기도, 작가도, 나도 호수를 건너 따듯한 저편 기슭에 다다랐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은 호수와 같아.

[창비에서 블라인드 가제본을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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