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블레이드&바스타드 04 블레이드&바스타드 4
카규 쿠모 지음, so-bin 그림, 김성래 옮김 / L노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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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안 그래도 하루 벌어먹기도 빠듯한 미궁에서 난데없는 빨간색인지 뭔지 색상은 중요하지 않는 드래곤의 등장은 미궁 도시를 한바탕 뒤집어 놓았었습니다. 죽어도 부활은 가능하나 가챠 확률이라서 반드시 부활한다는 보장은 없는 복지 혜택으로는 누구도 감히 나서질 못했었죠. 뭐 어쩌겠습니까. 주인공 이알마스는 파티를 이끌고 드래곤에 도전을 했더랬습니다. 그 결과 얻을 건 얻고, 잃을 건 잃었죠. 뭔가를 얻은 사람은 덩치녀 벨카난과 잔반 가비지, 잃은 사람은 수녀 아이닛키(죽은 건 아님). 일반적인 몬스터 한 마리로도 생사가 오가는 미궁에서 드래곤의 존재는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드래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라서 그런지 주인공보다는 이번 4권은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시체 회수꾼으로서 친구 하나 없을 거 같았던 주인공을 그래도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죠. 초중반은 그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데요. 어느 인물은 난다 긴다는 기사단 시절 미궁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 채 왔다가 지옥을 경험하고, 어느 인물은 살아남아 미궁에 대해 알아가고 파티원을 모으고 조금씩 적응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들을 그리죠. 중반은 주인공을 뺀 아이들과 다른 파티의 아이들이 힘을 합쳐 던전에 들어갔다가 고생하는 이야기, 후반은 주인공도 합세해서 다시 도전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건 미궁은 애들 장난 형식으로, 소풍 가는 마음으로 들어갈만한 곳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죠. 토끼라고 방심했다가 목을 물어 뜯겨 생사를 넘나들고, 몬스터가 쓴 마법에 화형 당하듯 구워지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본 작품은 드래곤볼식 휘황찬란한 마법이 오가는 이야기가 아닌, 로도스도 전기같이 고전적인 판타지를 지향하고 있죠. 작가의 다른 작품인 고블린 슬레이어와 유사한 세계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목숨을 걸어 겨우 몬스터를 없애고 보물 상자를 마주해도 걸려 있는 함정을 풀어야 하는 난제가 기다립니다. 많은 모험가가 여기서 희생되죠. 함정으로 걸려 있는 독침은 그나마 열쇠 따기(도적) 하나만 데려가지만, 지뢰같이 폭발에 휘말리면 파티 전원이 비명횡사하기 일 수입니다. 아이들이 주인공 없이 미궁에 들어갔다가 구워지고 폭발에 휘말리는 등 고생을 많이 하지만 이게 모험이라는 듯 겁을 먹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사뭇 진지하고 흥미롭습니다. 꼭 주인공이 있어야 모험이 성립된다는 클리셰를 벗어던지는 이야기라서 높은 점수를 줄만 하죠. 하지만 후반 주인공이 합류하면서 애들만 있는 파티와 주인공이 있을 때의 파티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진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역시 주인공이 있어야 한다는, 클리셰도 괜찮았습니다.



맺으며: 인생사 허무하다. 고블린 슬레이어에서도 그랬지만, 본 작품에서도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무심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주문을 외우는 몬스터를 저지 못해 불벼락이 떨어져 구워진다든지, 보물 상자 열쇠를 따다 잘못 판단해서 파티가 궤멸될 뻔한다든지, 여담이지만 남녀평등하게 대우받는 게 특징이죠. 아무튼 그렇다고 완전 멀쩡해지는 회복술이나 물약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있긴 하지만 당장 좀 움직일 수 있는 성능에 횟수에도 제약이 따르죠. 그나마 이런 신관(고슬에서의 여신관처럼)은 굉장히 희귀하고 어찌어찌 있는 파티는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만, 없는 파티는 물어보나 마나 같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본 작품입니다. 그만큼 빈곤한 삶을 보여주는 다크 판타지로서 꿈을 찾아 미궁에 들어가지만 꿈을 좇기도 전에 미궁의 밥이 되는 순환의 연속을 보여주죠. 그렇다 보니 인간애가 결여된 장면들도 제법 있습니다. 이번 4권을 예로 들어서, 모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모험가를 노리는 강도들, 같은 파티라도 쓸모에 따라 구분 짓고, 죽은 동료를 재료로 이용해 독이 있는지를 실험하고, 1권 때를 예로 들면 오를레아(히로인)가 당한 것처럼 누군가를 고기 방패로 쓰는 걸 마다하지 않는 쓰레기 등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모습들을 보입니다. 물론 모른 모험가가 그런 건 아니고 흥미로운 건 인간애는 버려도 인간을 그만두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는 것이죠. 미안해하고, 당연시 여기지 않는 것.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죽은 동료를 들쳐 업고 신전에 던져주어 부활하기를 바라는, 부활 못하면 어쩔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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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방패 용사 성공담 14 방패 용사 성공담 14
아네코 유사기 저/박용국 역 / 노블엔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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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노예였던 소녀가 알고 보니 왕의 후손이더라. 정확히 왕은 아니고 천명이니 뭐니로 불리던데, 나라의 우두머리니 왕이나 천명이나. 아무튼 천명의 증표가 무녀복이고, 주인공이 잘 어울리겠다는 마음으로 아무것도 모른 채 라프타리아(메인 히로인)에게 입혔거든요? 그런데 기존에 있던 천명의 세력이 라프타리아가 역모를 꾸몄다고 멋대로 판단하고 죽이려 들더라고요. 알았으면 심사숙고했겠지. 라프타리아의 부모는 도망치듯 나라를 떠났고, 아직 어렸던 라프타리아라가 부모로부터 자기 나라(출생국)에 대해 배우기도 전에 파도(이계의 침공)에 휩쓸려 사망하는 바람에 그녀(라프타리아)는 노예상에 붙잡혀 팔려가는 신세가 되었었죠. 문제는 나라의 밀정들이 라프타리아가 어릴 때부터 어떻게 지내 왔는지, 부모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감시를 통해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는데에 있습니다. 주인공은 빡치죠. 여담으로 라프타리아는 차기 천명 후보인지 후손인지 아무튼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설정입니다. 어쨌거나 100보 양보해서 도와주지 않은 건 정치적 사정으로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주인공은 자기 딸처럼 매우 귀하게(그런 것치곤 전위에 세워 마구 부려 먹고 있음) 키우고 있는 그녀를 죽이려 했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에 쳐들어가죠. 라프타리아 출신국.. 뭐더라. 이름이 쿠 뭐시기인데 사실 나라 이름은 중요치 않고 일본식 판타지에서 빠지지 않는 동양풍 나라 어쩌구로 일본색이 상당히 짙은 나라입니다. 가보니 나라가 썩어있고, 실세가 뒤에서 국정을 움직이는 나라가 개판나 있지 뭡니까. 글쎄 마물을 죽이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펼치는 중이더라니까요? 마물이 마을을 덮쳐 애들을 죽이고 아녀자를 납치해가도 죽이지 말라네요. 왜? 주인공으로서는 더욱 명분이 생기죠. 상륙(일본처럼 섬)에 애를 먹었지만 교두보를 확보하고 혁명군을 조직해 라프타리아를 차기 천명으로 세우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이번 3권에서는 그 종착점이고요. 민심을 얻기 위해 라프타리아로 하여금 무녀복을 입고 퍼레이드를 펼치게 한다거나, 자기 사욕(무녀복 입히기)을 채우는 동시에 보복을 해주면서 점령지를 늘려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라프타리아는 기막혀 하면서도 시킨다고 무녀복을 입고 퍼레이드를 펼치는 게 또 재미있죠. 음흉한 주인공 마음을 꿰뚫어 보고 태클을 거는 게 이젠 이심전심입니다. 실력도 나날이 늘어서 웬만한 적은 다 처리가 가능하게 되었고, 아트라(히로인)가 펼치는 혼신의 질투심도 어른의 너그러움으로 받아넘기는 처세술도 능숙해졌죠. 다만 안타까운 건 주인공이 그녀를 딸로만 여기고 있는 것.



맺으며: 그냥 날로 먹는 에프소드로서 온 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그냥 흥미 위주의 이야기들입니다. 갑자기 차기 왕(천명) 후보라느니, 살아 있는 자체가 천명에 대한 역모라느니, 그래서 죽어라!!를 외치며 쳐들어 왔지만 되레 주인공에게 격퇴 당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죠. 이번 3권을 느낌으로 요약 하라면, 그동안 라프타리아 감시하며 주인공 능력도 파악하지 않았나? 맛탱이 갔다지만 용사가 주인공 포함 3명이나 있고, 필로, 아트라, 사디나같이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우굴우굴 하는데 뭔 깡으로 주인공이 아끼는 라프타리아를 건드려선, 가만히 내버려뒀다면 현 천명도 무사하고 나라도 무사했을 텐데. 혁명에 휩쓸려 나가리 되는 형국이라니. 뭐 이건 이상론이고, 현실론으로 이걸 집필한 작가에게 따져야 할 문제이긴 하죠. 아무튼 라프타리아 에피소드는 이걸로 끝입니다. 노예 소녀가 하루아침에 신데렐라를 넘어 구국의 영웅이 되는 그런 이야기죠. 아쉬운 점은 좀 더 역경을 딛고 올라서는 이야기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이고, 좋은 점은... 머리 아픈 복선이 없다는 것? 이젠 완전히 주인공 딸로 정착해버린 라프타리아가 안타깝고, 주인공은 아직도 여성 불신에 빠져 들어오는 호감은 매시 부럽지 않게 쳐내는 실력이 좋습니다. 여담으로 라프(라프타리아 머리카락으로 만든 식신)에 대한 삐뚤어진 감성은 그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지 않았나 싶더군요. 반면에 주인공이 라프 머리를 마구 쓰다듬을 때마다, 라프를 본뜬 인형 왕국까지 세우려는 그에게 복잡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라프타리아가 불쌍하고 흥미롭죠. 라고 해도 신풍(카미카제)이라느니 일본색이 너무 짙어서 필자 개인적으로는 반감이 좀 생긴 에피소드였습니다. 우익, 보수적을 떠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민감해질 수 있는 부분은 좀 가려서 집필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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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누가 용사를 죽였는가 - S Novel+
다켄 지음, toi8 그림, 이소정 옮김 / S노벨 플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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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왕이 있고 용사가 있습니다. 어디서 솟아났는지 모를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용사는 파티를 꾸려 긴 여정 끝에 마왕을 토벌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용사는 개선하여 만인의 환영을 받으며 왕녀와 결혼하고 오랫동안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용사는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죽였냐가 관건인데 누가 죽였을까? 성녀를 탐냈던 검사? 마법사? 질척하게 구는 용사가 싫었던 성녀? 그런 건 아니고, 다들 사이가 좋았습니다. 귀환 중에 마음이 해이해졌는지 마인(마왕 부하)에게 습격 당했다고 합니다. 그럼 이야기 끝 아닌가? 본 작품은 용사 아레스가 어떤 사람이었고, 그가 용사가 되기 전과 학원에서 어떤 생활을 하였는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변방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예언을 받고 용사의 임무를 자각한 '아레스'가 왕도에 있는 용사 육성 학원에서의 3년간 생활을 보여주고, 마왕을 무찌르러 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물론 평탄하지 않은 삶을 보여주죠. 아레스는 평민이고, 학원은 귀족들의 전유물이고, 왕은 마왕 무찌르는 보상으로 왕녀를 내줘야 하고, 귀족은 왕녀와 결혼해서 차기 왕이 되는 아레스가 못마땅하고, 왕녀는 뭐 이런 평범남이 다 있어 하며 살아 돌아오지 말라고 마음속으로 빌죠.



학원에서 평민인 용사가 있을 자리는 없고, 모지리 같은 놈이 왔다며 너 같은 건 용사 자격 없으니 꺼지라고 합니다. 그래도 선생들은 이성인 인지 싸움을 말리고 질문을 하면 대답은 해줍니다. 본 작품은 용사 사후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게 좀 가관이죠. 마왕 퇴치 전에는 평민 주제에라며 온갖 구박을 줘놓고 퇴치에 성공하니까 온갖 찬양을 해댑니다. 그러고 업적을 기린다며 그의 족적을 추적하죠. 이걸 기자의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그 중간중간 아레스와 그의 파티원들, 왕녀 등의 시각으로 그들의 일상생활상을 비춥니다. 특히 용사 아레스가 학원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입니다. 사실 용사 아레스는 왕녀가 마음속으로 외쳤던 평범남 이하였죠. 실력도 외모도. 검술은 동료 검사 레온보다 형편없었고, 마법은 거의가 아니라 아예 쓰지 못하였습니다. 어딜 가도 괄시와 무시를 당하고 친구 하나 없는 외톨이로 지냅니다. 그럼에도 아레스는 용사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이야기는 왜 아레스가 용사가 되어야만 하는지 비추기 시작하죠. 무시를 당해도 허접이라는 말을 들어도 아레스는 꾸준히 검술 수련에 매진하고, 성녀와 마법사에게 찾아가 마법을 배웁니다.



뭐 당연히 성녀나 마법사나 처음엔 소질도 없는 아레스를 달가워하지 않았죠. 여기서 굉장히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레온은 사실 아레스가 평민이라서 무시한 게 아닌 귀족의 의무로서 평민을 지켜야 되는 자신이 해야 될 일을 아레스가 하려 하니 부아가 치민 것이고, 성녀는 신을 믿어야만 쓸 수 있는 회복술을 쓰면서 신을 믿지 않습니다. 덤으로 아레스를 괴롭혀 희열을 얻는 골수 사디스트죠. 채찍을 들면 눈빛이 변합니다. 물론 악의적이 아닌 그 뭐시냐 그렇고 그런... 똑똑한 대현자라 칭송받는 마법사는 너무 잘나서 친구가 없었죠. 이들은 처음엔 여느 귀족들처럼 아레스를 무시하였으나 그의 엄청난 노력에 감하되어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포인트입니다. 여느 먼치킨 작품처럼 아레스도 능력이 개화 하나? 그런 건 없습니다. 본 작품의 주인공인 아레스는 진짜로 평범 이하죠. 하지만 노력만큼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메시지를 던집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걸 아레스가 보여주죠. 정말로 미칠 정도로 노력해서요. 그런데 아레스는 성녀에게서 회복술을, 마법사에게서 공격 마법을 배웠나? 이게 또 골 때리죠. 그는 재능이 진짜 개미 눈물만큼도 없습니다.



그리고 마왕을 무찌른 이후가 본 이야기의 시작이 됩니다. 용사 아레스는 진짜로 죽었나? 왕녀는 평범남이 싫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피나는 노력을 훔쳐보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마음속에 자리를 잡게 되었죠. 그리고 출정 때 왕녀는 아레스에게 어떤 말을 건넵니다. 아레스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마음의 치유가 되는 말이었죠. 그리고 어떤 약속도 나눕니다. 그리고 용사는 돌아오지 못하는 몸이 되었죠. 왕녀는 그의 발자취를 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되죠. 아무리 평민이라지만 10년이나 동고동락한 용사가 죽었는데 파티원들(검사, 성녀, 마법사) 얼굴이 보약 먹은 것처럼 살이 올라 있네? 이것들이 왕녀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나 싶었겠죠. 그쯤 용사 아레스가 태어난 마을에 어떤 청년이 찾아옵니다. 아레스가 마왕을 무찔렀다는 소식과 함께. 그리고 용사 아레스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아레스가 왜 피나는 노력을 해야만 했는지, 왜 용사가 되어야만 했는지를 잔잔하고 잔인하게 풀어냅니다. 누군가의 운명을 짊어지고 속죄하듯이 앞으로 나가야만 하는 인생이란 참으로 슬프다는 걸 보여줍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 못하는 게 아쉽군요.



맺으며: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나만 아니면 되라며 남의 일처럼 치부하고, 마왕 같은 건 네가 가서 없애라며 등을 떠미는 인간의 더러운 일면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용사가 되고 싶어 하는 아레스를 무시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용사가 되길 거부하는 귀족 나부랭이들. 목숨을 걸어야 하고, 원하지 않는 기대를 받고, 마왕을 쓰러트리라고 일방적으로 강요받는 용사의 입장을 십분도 이해해 주지 않는 인간 군상들을 참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아무튼 단권으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용사 아레스의 죽음과 그의 발자취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식으로 풀어가다 드라마 형식으로 바뀌는 게 특징인데요. 평민으로서 용사 아레스가 받았던 차별과 무시, 그가 끌어안고 있었던 마음의 무게(용사가 될 수밖에 없는 동기), 처절하리만치 수련에 매진하게 된 이유 등 꽤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드래곤볼식 전투신은 배제하고 인간관계에 중점을 두는 것도 흥미롭죠. 검사 레온은 귀족으로서 자신이 해야 될 일을 아레스가 하려 하자 반발을 보이지만 결국 친구가 되어 가고, 신을 믿지 않는 성녀는 사디스트가 되어 아레스를 괴롭히는데 희열을 느끼는 변태가 되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마법사는 제 잘난 맛이 통하지 않는 아레스가 흥미로워서 가까이하게 되지만 너 친구 없지 한마디에 침몰 당하는 비운의 캐릭터죠. 처음엔 결코 섞일 수 없었던 이들 4명이 파티를 꾸려 마왕 토벌에 나서고, 용사의 마지막까지. 왕녀도 뒤늦게 정신 차리고 돌아오지 않는 아레스의 발자취를 쫓으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용사 아레스는... 일본 서브컬처 특유의 다녀왔어, 어서 와 식이지만 조금은 여운이 남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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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왕 2099 03 - 메타유토피아 시티 요코하마 마왕 2099 3
무라사키 다이고 지음, 크레타 그림, 이승원 옮김 / 노블엔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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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키하바라에서 부하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아이템을 획득한 마왕은 그것이 가리키는 요코하마 시티에 왔습니다. 마키나를 제외한 육마후중 지금까지 찾은 부하는 총 3명. 한 명은 불타서 재가 되었고, 한 명은 배신했다가 골로 가고, 한 명은 어느 조직에 납치되어 정신 조작 당했는지 부모(마왕)도 못 알아보는 후레자식이 되어 있습니다.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은 마키나뿐. 이에 다섯 번째 부하를 찾아 요코하마 시티로 왔습니다만. 여기도 멀쩡한 동네는 아니었습니다. 판타지온(마왕이 있던 세계와 지구가 합쳐진 대재해)때 대지에서 갈라지며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한 거 같은데, 그게 골수 사이비 종교 집단이었지 뭡니까. 마왕은 잘 되었다며 여길 접수해서 세계 정복의 토대로 삼겠다고 선언을 하지만 지금 그는 타카하시(히로인)와 같이 잡혀 감옥에 갇힌 신세. 마왕은 사역을 참 열심히 합니다. 다른 죄수들과 친하게 지내며 순식간에 인심 장악술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죠. 일을 참 즐겁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왕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에게 마음을 성장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개체명 아오바 100F가 감방 동료로 찾아옵니다.



낙원이 있습니다. 그렇게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낙원의 도시 요코하마 시티. 오늘도 시조(교주)에 대한 신앙심을 키우며 정해진 절차대로 삶을 살아가는 아오바 100F. 밖을 동경하지만 태어나서 나가보진 못했습니다. 오늘은 그녀의 생일입니다. 그리고 하층(감옥)으로 떨어지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늘 동경했던 밖을 생각했던 게 나빴던 것일까요. 새장 속의 새가 밖을 그리워한다고 죄가 되는 곳. 시조(교주)를 중심에 두고 그를 향한 신앙심만을 가지도록 사육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의문을 품은 아오바는 여길 벗어나고 싶다는, 점점 더 밖을 동경하게 되었죠. 그리고 운명의 날. 감옥으로 떨어진 아오바는 마왕을 만납니다. 일률적인 사람들(신도)만 알아온 아오바에게 있어서 매사 긍정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마왕은 신선함 그 자체였죠. 어쩌면 그가 밖으로 데려가 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그야 마왕은 어서 빨리 탈옥해서 부하를 찾아야 하거든요. 같이 데려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타카하시와도 금방 친해졌습니다. 어느새 언니 동생 사이가 되었죠. 이대로 무사히 밖으로 나가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밖을 동경한 작은 새.



맺으며: 시간 관계상 리뷰를 갑자기 마치게 되었는데, 이번 3권에서 요점은 시조(교주)를 향한 신앙심에 있습니다. 신앙심에는 신도가 필요하고, 신도가 필요하면 어떻게 해야 될까를 시조(교주)를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그리고 그렇게 모은 신앙심을 시조(교주)는 무엇에 쓰려고 하는가가 이번 3권의 핵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3권은 참 안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죠. 누구나 바라는 해피 엔딩을 작가는 과감히 버립니다. 그리고 그걸 계기로 등장인물들의 성장을 촉진시킵니다. 수천 년이나 살아온 용왕도 예외는 아니라는 듯이요. 스포일러상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사이비 종교라는 설정은 다소 고리타분하지만 여기에 중점을 두지 않고, 사람의 마음은, 설사 그게 만들어진 존재(아! 스포일러)라도 마음은 존중해야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요. 이왕 스포일러 흘린 김에 아오바 100F는 어마금(어과초)의 시스터즈를 연상케 합니다. 힘이 없다 것도, 단명한다는 것도. 그렇기에 열심히 살려고 했고, 밖을 동경했고, 밖으로 나가는 걸 꿈꿔 왔고, 마왕 일행을 만나 그것이 현실이 되어 간다는 기쁨. 잠깐의 행복.



그리고 아오바 100F의 존재 의의가 밝혀졌을 때 필자는 작가를 원망 많이 했습니다. 이전에 오직 용사 그람만을 생각하고 사모한 끝에 수백 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현실에 현현하여 마왕을 묵사발 냈고 그 마왕에게 구원받은 여신(女神)을 그려놓고도 이게 뭐 하는 짓? 어쨌거나 작가 후기를 안 봐서 어마금(어과초)를 인용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꽤 많이 유사하게 흘러갑니다. 시스터즈를 이용해 뭔가를 하려 했던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아오바(시스터즈처럼 개체가 꽤 많음)를 이용해 뭔가를 하려 했고 마왕 일행은 막으려 들죠. 하지만 결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아무튼 시조(교주)가 저지르는 신체 해체 악행은 진짜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그렇기에 아오바 100F라는 존재가 등장인물들에게 끼친 영향을 더 부각 시키지 않았나 싶기도 했군요. 마지막으로 리뷰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용사 그람도 마왕과 손잡고 사이비 종교 소탕전에 뛰어들고, 마왕과 티격태격하는 캐미가 쏠쏠합니다. 1권에서는 폐인이 되어 슬럼가에서 마왕에서 우동이나 얻어먹던 용사가 어느새 회사원이 되어 있다는 것. 이것도 마왕의 영향인가 싶은 흥미 요소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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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을사람입니다만, 문제라도? 05 마을사람입니다만, 문제라도 5
시라이시 아라타 지음, 시라소 파미 그림, 이서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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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어느 날 엄마가 찾아왔습니다. 고향이 쫄딱 망했으니 오늘부터 창관에서 몸을 팔아 보겠다고 합니다. 시작부터 묵직한 이야기를 들고 옵니다. 마을 사람(주인공)이 모르는 사이 고향이 망했습니다. 주인공 나이 20대를 바라보는 지금, 뭔 시추에이션인가 싶죠. 아버지는? 아버지는 얻다 팔아먹고 굳이 왕도에서 학교 다니는 주인공을 찾아와 이러는 걸까. 여주 코델리아(이하 여주) 서포트며 세상 사람들 모르는 곳에서 인 외의 무언가와 사활을 건 싸움 중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주의 아버지가 용사 딸내미의 위세를 등에 업고 온갖 파렴치한 일을 저지르며 마치 영화 군도에서처럼 소작농들 등 처먹는 짓을 저지르고 있었지 뭡니까. 이 이야기를 들은 주인공의 마음은 어떨까. 부모님의 땅까지 빼앗은 여주의 아버지를 벌해야 할까. 아님 여주를 지키기 위해 두 번이나 환생했을 정도인데 그런 그녀의 아버지를 못 본척해야 할까. 여주는 아버지에게 말빨에 져서 쎄게 나가지도 못하고 해결할 의지도 없고, 주인공만 바라보네. 뭘 해줄까? 얼마면 돼?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부모님과 관련된 일인데 나서야죠.



그런데 시련(?)은 아직 끝이 아니었으니. 여주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잘 되었으면 바랐을 거고, 악의는 없었을 겁니다. 문제가 있었다면 주인공이 마을 사람이라는 것이군요. 여주는 일전의 활약으로 도움을 받은 것에 보답하기 위해 주인공을 학생회(주인공과 여주는 학교에 다니고 있음)로 부른 게 화근이 되어 갑니다. 메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귀족들이 포진한 학생회에 마을 사람(평민 이하)인 주인공이 입성한다? 선민사상과 봉건 사회에 찌든 귀족 나부랭이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고, 주인공도 성격상 가만히 있을 리 없고, 결국 5권이나 되어서도 너 밖으로 나와 결투다! 클리셰 참사가 벌어집니다. 당연히 짜부라지는 건 귀족 나부랭이. 여기까지는 좋은데 하필 짜부라진 귀족 나부랭이가 우리 아빠가 누구인 줄 알아? 시전. 그 아버지도 여주 아빠처럼 서민들 등골을 부러트리고 있었습니다. 나아가 주인공 실력을 모르니 너 죽었어를 외쳐 봅니다. 뭐 이런 애들 장난 같은 짓에 어울려줄 필요는 없지만, 이런 일을 벌어지게 한 여주는 남의 일처럼 방관 중인 게 더 어이없습니다. 얘는 왜 자꾸 귀찮은 일을 가져오는 걸까? 얼마면 돼? 얼마면 떠나줄래?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이야기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도치(하정우)가 되라고 강요합니다. 귀찮아 죽겠어 아주 그냥. 생각 같아서는 나라 전체를 갈아엎어버리고 싶죠. 하지만 눈에 띄기 싫어 마을 사람이 되었는데 본말전도는 또 싫거든요? 알고 보니 나라에 뇌물이 판치고 정치는 썩었고, 마/약이 판을 치는 가진 자가 없는 자들을 착취하는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이지 뭡니까. 여기서 용사의 존재 의의가 궁금해지죠. 용사란 여신이 점지해 주는 신의 대리인 아닌가? 이 작품에서 용사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교회에 이용만 당하고, 불합리한 일들을 목격해도 스스로 해결할 능력도 안 되죠. 언제나 그녀를 구해주는 건 주인공.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의 역린을 건드린다는 건 무얼 의미하는 걸까. 이 시키도 좀 웃긴 게 마을 사람이 되어 여주를 서포트 한다고 한 발 뒤에서 방관만 하다가 사태를 키운다는 것입니다. 고향 마을 사람들이 착취 당하는 것도, 귀족 나부랭이를 좀 더 철저히 밟았다면 불필요한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뭐 처음부터 밟아 버리면 이야기 자체가 성립이 안 되기도 합니다만. 문제는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것.



맺으며: 주인공이 힘을 가졌다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라는 건 아닙니다. 좀 어려운 문제군요. 주인공에게 정의와 선한 마음이 있었다면 그가 용사가 되었겠죠.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세계는 여주를 중심으로 돌고 있으니까요. 귀족들의 독설엔 독설로 돌려주는 능력도 좋아서 트러블을 자주 일으키기도 하고, 그러다 사태를 키우기도 하는 게 흥미 포인트입니다. 이전에 밝혀졌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주인공이 왜 그렇게 여주를 집착하는지 늘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그 이유가 밝혀집니다. 누군가를 결사적으로 지킨다는 건 그 대상에 누굴 투영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와 관련된 리뷰는 6권에서 다뤄 보겠습니다. 잊을 수 있으니 기대는 마시고요. 아무튼 이번엔 개그가 좀 부족하군요. 선민사상에 찌든 귀족이라는 클리셰도 어디선가 많이 본 시추에이션이고. 하지만 사람들의 어두운 면을 부각 시키는 작가의 능력은 나름 괜찮은 편입니다. 힘없는 자들을 착취하는 게 뭐가 나빠, 사람을 노예로 파는 짓등 법은 어겨야 제맛이라는 이야기를 여과 없이 잘 보여주고 있죠. 물론 알기 쉬운 이야기라서 쉽게 식상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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