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금기교전 01 - L Novel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금기교전 1
히츠지 타로 지음, 최승원 옮김, 미시마 쿠로네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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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여기는 마술 학원. 그중에 선생은 학생들을 바보 취급 하고, 학생들은 선생을 선생 취급 안 하는 막장 학급이 있습니다. 이야! 작가가 사람(독자)이 가진 오기(傲氣)가 어디까지인지 실험하는 듯했군요. 이래도 읽을 거야? 희대의 쓰레기 주인공을 투입해서 사람(독자) 혈압 오르게 하고 도서를 불쏘시개로 만드는 능력이 가히 수준급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빈둥빈둥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걸 낙으로 여기고, 여자가 개과천선하라고 임시 교사로 학원에 취직 시켰더니 의욕은 고사하고 학생들을 바보 취급 해서 난장판 만들어 버립니다. 소개해 준 여자의 얼굴에 먹칠하고, 참다못한 학생과 싸움이 붙어서 져 놓고도 인정 안 하는 희대의 쓰레기가 이 작품의 주인공이죠. 입만 열면 비아냥대고, 지각을 당연시 여기고, 학생들의 꿈을 짓밟습니다. 그렇다고 교육에 열성적인가? 그럴 리가요. 게으름을 신조로 삼고 있는 주인공에게 일은 사치죠. 맨날 자습만 시킵니다. 사실 여기까지 보면 어디에나 있는 쓰레기라고 치부하면 편하고 개그물이라고 치부하면 여느 라노벨쯤 되었겠죠. 그런데 작가의 글 솜씨가 대단한 게 주인공의 사람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선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는 것인데요. 그러니까 정말로 사람 깔보고 바보 취급 하는 성격이라는 뜻이죠. 출판사가 용케 서적화했다고 할까요.



하지만 정말로 이런 희대의 쓰레기 주인공을 계속 기용했다면 아마 엄청난 항의를 받았겠죠. 당연하게도 주인공의 이면에는 말 못 할 사정이 숨어 있다는, 마술을 싫어할 만큼 과거에 뭔 일 있었고, 그래서 그것을 쫓는 학생들이 가짢게 여겨졌다는 그런 느낌?을 시종일관 풍겨 댑니다. 주인공도 학창 시절이 있었고, 마술이라는 꿈을 쫓아다녔었죠. 그러다 그는 알게 됩니다. 마술의 본질을요. 마술은 타인을 해치는 도구. 마왕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하는 동화는 동화일 뿐이라는 걸 진작에 알아 버렸죠. 하지만 이런 그의 내막이 있다곤 하여도 어른스럽지 못한 성격은 여전히 마이너스로 다가옵니다. 마술에 대한 긍지를 가지고 있는 히로인 '시스티'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결국 싸움까지 번지죠. 져놓고도 정신 못 차리는 게 주인공입니다. 여전히 그의 꿈은 여자에게 빌붙어 사는 것이고, 임시 교사에서 파면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결국 가족까지 건드리는 패드립으로 히로인 시스티를 울려 버리는 일까지 일어나죠. 진짜 수십 작품을 봐온 필자도 감당이 되지 않을 이런 쓰레기는 처음 봤군요. 그의 본질은 "일찍이 세상을 알아 버려서 염세적인 성격이 되었다"라는 개연성이 있긴 합니다만. 사실 계속되었다면 필자는 1권을 다 읽지 못했을 겁니다.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히로인을 울린 시점을 지나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하죠.



뭐, 히로인 울린 쓰레기라는 이미지가 정착되는 걸 작가도 바라진 않았겠죠. 결국 정신 차리게 만듭니다. 상냥하게(어느새 비아냥이 쏙 들어감) 알기 쉽게 마술에 대한 기초적인 것과 본질(마술은 사람을 해치는 도구라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하죠. 조금씩 이미지 변화를 주긴 하는데(라고 쓰고 세탁), 문득 악당이 99번 악당 짓을 하다가 1번의 착한 일을 하면 착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리를 보는 듯하였군요. 어제까지만 해도 선생 취급 안 했던 학생들이 다른 선생들은 가르쳐 주지 않은, 그것도 상냥하게 가르치기 시작하니까 눈 돌아가기(하트 뿅뿅)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람 심리란 참 간사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었군요. 하지만 훈훈함도 여기까지. 학원이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하고 제자들이 인질로 붙잡히면서 주인공은 눈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건데요. 언제부터 제자들을 생각했는지? 이제 와 학생들을 위하는 척, 초반 이미지 때문에 위선으로 밖에 보이지 않은 건 필자도 베베 꼬였다는 반증이겠죠. 아무튼 히로인 '루미아'가 납치되어 사태는 일각을 다루기 시작하고, 주인공은 먼치킨인가? 먼치킨은 아닌데 먼치킨이라는 뭐가 뭔지 모를 능력을 보여줍니다. 기본은 변변찮은 범인(凡人) 마술사지만 다른 마술사를 농락하는 능력자? 아니 좀 무능력인지 먼치킨인지 하나만 해주면 안 될까?



맺으며: 기본적인 흐름은 주인공과 히로인 시스티의 물과 기름 같은 티격태격입니다. 서브 히로인인 루미아는 한 걸음 뒤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누나(언니) 같은 존재죠. 1권에서는 이렇게 3명이 메인입니다. 서브 히로인인 루미아를 노리는 악당들이 나오고, 그녀의 출신과 체질로 인해 주인공과 시스티가 그녀를 지켜야 되는 뭐 그런 구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위기를 넘기고 친해지는 클리셰를 답습하고 있죠. 중후반은 정신 차리고 제대로 된 수업을 한다든가, 악당들에게서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을 모습도 보이긴 합니다. 그리고 히로인 시스티를 울린 이후부터 정신 차리고 쓰레기에서 사람이 되었긴 한데, 초반에 워낙 비호감 스택을 쌓아서 좀처럼 이미지 개선이 안 되었군요. 아무리 숨겨진 사정이 있다곤 해도 정도라는 게 있지, 선을 너무 씨게 넘었거든요. 마술이라는 꿈을 좇는 아이들에게 마술은 살인 도구라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으니까요. 물론 주인공이 과거에서 마술로 어떤 일을 하며 경험에 따른 이야기였긴 하지만 아이들에게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죠. 그리고 손바닥 뒤집듯 주인공에게 호감도를 올려가는 시스티도 좀 어이 상실입니다. 처음엔 거의 없애 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를 쌓아가더니 한번 좋은 일 했다고 정의의 사도로 보다니 뭔가 좀 이건 아닌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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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너와 나의 최후의 전장, 혹은 세계가 시작되는 성전 02 너와 나의 최후의 전장, 혹은 세계가 시작되는 성전 2
사자네 케이 저/ 한수진 역 / S노벨 플러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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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00여 년 전 땅속에서 갑자기 솟아난 성녕 에너지에 의해 마녀(남자는 마인)가 되어 버린 사람들. 이 작품에서 마녀는 특정 속성을 가진 마법사를 의미합니다. 어느 날 이웃이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 축하한다!고 할까 아니면 두려워서 멀리하게 될까. 이 작품에서는 현실 중세 시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화형식이 거행되었죠. 많은 사람들이 마녀가 되어 비참하게 죽어 갔습니다. 뭐 마녀들 입장에서 보면 좋아서 된 것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날벼락 맞듯 마녀가 된 것뿐인데 죽임을 당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아무튼 성녕 에너지에 씌였을때 모든 사람이 마녀가 되는 건 아니고, 거의 1% 미만 확률(아니 좀 더 높던가)로 마녀가 됩니다. 인구 분포 비율로 보면 압도적으로 일반인이 더 많았다는 얘기가 되겠죠. 그럼 그렇게 화형을 당하는데도 마녀들은 가만히 있었나? 마녀 단 한 개체에 의해 한 나라의 수도가 불바다로 만들어지고 평탄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그걸 본 일반인들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겠죠. 웃긴 건 일반인들 스스로 마녀들을 궁지로 몰아 놓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것입니다. 100여 년 후, 일반인들은 제국을 건설했고, 마녀들은 네뷸리스라는 나라를 세웠습니다. 이래, 이들은 줄곧 전쟁을 해오고 있죠. 그것이 지금 균형이 깨질만한 사건이 터집니다.



앨리스(메인 히로인)는 마녀입니다. 주인공 이스카는 제국군 소속입니다. 만나면 싸워야 할 운명이죠. 그러나 운명은 이들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라고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하라는 전쟁은 안 하고 로맨스를 찍습니다.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두 집단의 전쟁이라는 바탕을 깔고 두 집단의 이해를 못 받는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죠. 특히 앨리스는 상사병에 걸린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마음을 키워갑니다. 1권에서 처음 만나 싸웠을 때, 자신들의 위치에서 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살아 있다는 실감을 했고, 중립도시에서 서로의 취미가 맞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게 주효했던 것일까요. 서로 마음이 끌립니다. 하지만 마녀를 위해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앨리스. 마녀들과 평화 협정을 위해 중대한 위반인 줄 알면서도 아무 죄가 없는 마녀를 풀어줄 정도로 정의를 구분할 줄 아는 주인공. 그래서 앨리스는 더 끌리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라고 해도 청소년 타깃의 청춘 러브 코미디 장르 특성상 책임을 질 줄 아는 어른들의 진지한 사랑과는 조금 다른, 가벼운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번 2권에서는 중립 도시에서 다시 재회할 거 같으면서도 엇갈리는 운명을 보여주며 약간 애타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죠. 이거야말로 감성 충만한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 느낌?



하지만 새로운 성녕 에너지 분출 스폿이 터지면서 청춘 러브 코미디는 잠시 접어야 합니다. 마녀들 입장에서는 성녕 에너지로 더욱 파워를 끌어올릴 수 있고, 제국 입장에서는 더 이상 마녀들의 힘이 강해지는 걸 원치 않기에 스폿을 두고 누가 먼저 차지하는지 경쟁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여기서 주인공과 히로인 만나겠네? 하겠습니다만. 그런 당연한 얘기는 지양하는 게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것보다는 정치적인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시작하죠. 제국은 가해자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마녀들의 나라 네뷸리스에서는 우리가 피해자니까 뭘 해도 된다는 듯이 가해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드러냅니다. 주인공은 그런 틈바구니에서 평화를 이끌어 내려 하죠. 얼핏 세계 정복을 하려는 히로인(앨리스)과는 성격이 맞지 않는 듯 하나, 사실 히로인은 그런 거 관심 없어 보였고 주인공이 하려는 일에 동조하는 느낌? 사실 이런 어중간한 마음으로 잘도 뜻을 관철하겠다 싶은 게 필자의 본심이긴 합니다. 그도 그럴 게 제국은 물론이고 마녀의 나라 네뷸리스의 정치가들은 이들의 마음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걸요. 이번 성령 스폿을 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가는 그들에게서는 광기를 느끼게 하죠. 너 죽고 나 죽자, 내가 가지지 못하면 너도 가지지 못해, 그 과정에서 생기는 포로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싸워대죠.



맺으며: 1권 리뷰에서 주인공에 관한 어떤 얘기를 2권 리뷰에서 언급하겠다 했는데 벌써 2년 하고 4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뭔지 다 까먹어 버렸군요. 나중에 생각나면 그때 언급해 보기로 하고요. 이 작품은 자기와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마녀로 몰아가는 중세 시대식 마녀사냥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총기류, 차량, 탄도 미사일까지 개발할 정도로 고도의 과학을 갖춘 시대에 고리타분한 이분법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시대상은 약간 언밸런싱한 느낌을 들게 했군요. 주인공과 히로인은 서로 다른 집단 출신으로 역경을 이겨내고 두 집단을 규합하는 뭐 그런 역할로 성장해가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미숙. 성령 스폿을 두고 두 집단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아직은 미숙한, 싸움을 말릴 수도 있었으나 경험 부족으로 인하여 아무것도 못하는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에게 안기려는 듯이 냅다 달려가는 히로인이 좀 깨긴 합니다만. 원래 그런 이야기니까요. 로미오와 줄리엣이 어른들의 사정에 휘말려 사랑을 이루지 못하듯 이 작품의 주인공과 히로인도 이해받지 못하는 사랑을 다루고 있거든요. 물론 보는 입장에서는 오글거리지만요. 그런 그들에게 작가는 꽤나 충격적인 전개를 떠맡기기 시작하는데, 원래 2권에서 하차하려 했습니다만, 마지막에 흥미를 끌만한 전개를 투입하는 바람에 일단 3권까지 보고 판단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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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막달라에서 잠들라 1 - Extreme Novel 막달라에서 잠들라 1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나베시마 데츠히로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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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신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자기 마음에 안 들고, 세상에 없는 기술을 발명하면 배 아파서 이단으로 치부하는 게 신의 가르침인가? 이 작품은 이런 질문을 적나라하게 묻고 있죠. 세계관은 늑향을 계승하고 있으나 분위기는 몇 배나 어두운 게 특징입니다. 늑향에서 이단에 관한 건 어딘가 먼 나라의 이야기였지만 여기서는 이웃으로 자리 잡고 있죠. 수틀리면 암살해 버리고, 기득권을 빼앗기 위해 이단으로 몰아가고, 내가 이해 못 하는 기술은 신의 가르침에 반합니다. 하지만 기술은 탐나니까 내가(교회, 성가대) 가질 거고 너 님은 이단으로 화형, 같은 편이라도 돈이 얽히면 눈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입니다. 주인공인 쿠스라는 연금술사입니다. 교회의 칼날이 시퍼런 세상에서,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연금술사는 이단으로 찍히기 딱 좋은 직업이죠. 그래서 그들을 비호하고 기술을 독점해 부를 축적하는 기사단이 있습니다. 이단과의 전쟁에서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그들은 또 다른 세력권이죠. 몸집이 커져서 교회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권력을 손에 쥐었고, 결국 대립하게 되는 형국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대립은 그냥 알력 싸움이 아니라 죽고 죽이는 그로테스크한 상황을 일컫습니다.



늑향으로 잘 알려진 하세쿠라 아스나의 또 다른 작품입니다. 이단과의 전쟁을 치르는 교회의 전성기를 다루고 있으며, 늑향에서는 쇠퇴하여 과거의 유산이 되어버린 기사단과의 대립을 그리고 있죠. 그 대립 사이에서 연금술사의 애환을 보여줍니다. 납을 금으로 바꾸고, 새로운 기술을 발명하는 그들의 능력은 돈이 되기 때문에 서로가 차지하려 혈한이 된 반면에 신의 가르침에 반한다는 이유를 들어 온갖 억압을 해대죠. 기사단조차 성가대라는 신을 찬미하는 조직을 두었으며, 그들 또한 교회 못지않게 이단 사냥에 혈한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눈으로는 이해 못 하는 재능을 보이는 연금술사는 이단에 불과하죠. 주인공 쿠스라도 그런 상황입니다. 상황이 그러면 몸을 좀 사려야 하는데,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메드 사이언티스트 같은 면모를 가지고 있죠. 일례로 성인의 뼈로 철을 제련하면 뭐 좀 달라지려나? 하는, 교회의 입장에서 보면 희대의 이단으로 가타부타 없이 사형 시켜버릴 일을 태연히 저지르려 하죠. 직전에 붙잡혀 죽을뻔하였으나 친구 웰란드와 함께 이단과의 전쟁 최전선으로 보내지고 거기서 그들은 철을 보다 고품질로 제련하는 일을 시작합니다만.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듭니다. 기사단 산하 조직 성가대에서 감시자가 파견 오죠. 이름은 페네시스, 어린 히로인입니다. 그녀는 처음으로 맡은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죠. 곧바로 주인공 친구 웰란드에게 묵사발 나버리지만요. 신의 종복이라 자처하는 교회나 성가대나 연금술사와는 물과 기름의 사이입니다. 대놓고 흙 발로 짓밟으려 하니 아무리 어린 애라도 좋게 보이지 않겠죠. 그렇게 인생 최악의 경험을 치르고, 바들바들 떠는 그녀를 주인공 쿠스라가 보살피게 되면서 이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당연히 청춘 러브 코미디 같은 꿈같은 이야기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그녀가 성가대에서 처한 현실은 인생이 이대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있고,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주인공 일행이 이단이라는 증거를 찾아 상층부에 보고 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죠. 그녀의 출생은, 현재 교회와 기사단은 이단과 한창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이단이라 함은 나와 다른 모든 것이죠. 그렇기에 그녀는, 그녀의 부모와 가족, 일족 전체가 말살되어 버린 비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을 거둬준 성가대라는 있을 곳을 위해 필사적이 되어 갑니다.



맺으며: 있을 곳을 위해 필사적이 되어 가는 페네시스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그렇기에 허점 투성이이고, 주인공 쿠스라가 보기엔 모든 게 서툴러 보여서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하게 되고요. 여기서 흥미로운 건 자상한 오라버니 같은 면이 아니라 짓궂은 장난을 치며 그녀의 호감을 깎아먹는 짓만 골라서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게 인생의 쓴맛이고, 어리광 부려서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진리가 깔려 있어서 밉지 않는 인상을 신어줍니다. 페네시스는 주인공을 부모의 원수를 보듯이 해도 결과적으로 그의 곁에 있으면 인생이 조금씩 재미있다는 걸 깨달아 가죠. 하지만 성가대에서 자꾸 그들(주인공)에게서 이단이라는 증거를 찾아오라는 압박이 심해지고, 주인공도 어느 사건을 해결해야 되는 등 하루도 편할 날이 없죠. 참고로 성가대에서 주인공 일행에게서 이단의 증거를 찾으려는 건 이번 1권의 핵심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듭니다. 중요한 것은 사실 그런 것보다 주인공 일행과 페네시스의 관계죠. 주인공은 궁지에 몰린 그녀를 구해주지 않습니다. 성격이 상당히 꼬인 것도 있고, 사실 주인공 일행과 페네시스는 연금술사와 성가대라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의 관계거든요. 그런데 그녀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그녀의 목숨은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생각보다 상당히 심각함이 생기기 시작하죠. 전체적으로 늑향 분위기를 내지만, 늑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생명의 무게와 삶의 진지함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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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BRUNHILD 02 : 용을 죽인 브륀힐드 BRUNHILD : 용을 죽인 브륀힐드 2
아가리자키 유이코 지음, 아오아소 그림, 이승원 옮김 / 노블엔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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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악한 용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는 신룡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신전을 지어 신룡을 떠받들기 시작 하기를 수백 년. 나라에서 유일하게 용의 언어를 이해하는 가계에서 태어난 '브륀힐드'는 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도 무녀가 되어 신룡을 섬기게 되었죠. 인자한 용과 그를 보살피는 무녀.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어찌 보면 동화 같은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도 그에 못지않기도 하죠. 한 달에 제물 7명을 받쳐야 된다는 사실을 빼면요. 사람들은 7명을 받쳐 한 달을 무사히 넘긴다면 싸게 먹힌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과거 사악한 용의 습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거든요. 그러니 종교가 된다 하여도 이상하지 않죠. 그러나 자기가 먹히는 건 싫은 것입니다. 고아나 빈민가의 아이를 납치하다시피 해서 갖다 받치는 것에서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묻기도 합니다. '브륀힐드'는 그런 종교 사상으로 인하여 높은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녀는 무녀의 일 말고도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었죠. 아이들을 선별해 신룡에게 제물로 갖다 받치는 것. 그러나 그녀도 좋아서 갖다 받치는 게 아니라고 역설합니다. 제물을 먹지 말라고 호소도 해봅니다. 다른 먹을 것을 준비해도 신룡은 처다도 안 봅니다. 그래서 그녀는 의문을 품죠. 신룡은 정말로 사람들을 지켜주는 게 맞는가.



브륀힐드 씨리즈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2권은 1권으로부터 몇백 년 전의 과거의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브륀힐드는 제물이 된 어느 소녀에게 감정이입을 합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 신룡에게 부탁하려 했죠. 아이들을 살려 달라고. 그녀는 얼마나 환상 속에서 살았는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제물이 잡아먹히는 광경을 보기 전까지는요. 이번 2권에서는 거짓된 호의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려는 무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지킨다면서 제물로 요구하는 신룡. 사악한 용이 도사리고 있으니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신룡. 냄새가 나기 시작하죠. 맑디맑은 호수에 돌이 던져 저 파문이 일듯 브륀힐드의 마음에도 의문이 샘솟기 시작합니다. 원래 무녀라면 가져선 안 되는 이단 같은 마음. 신룡의 본질을 캐갈수록 신룡의 호의는 절대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갑니다. 하지만 신룡이 종교가 된 세상에서 아무리 무녀라지만 사람들에게 신룡의 본질을 호소한들이라는 역경이 시작됩니다. 그녀는 어릴 때 거둔 시종과 소꿉친구, 그 친구를 모시는 시종을 끌어들여 이렇게 4명이서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거와 같은 싸움을 시작하죠. 그 과정에서 브륀힐드는 몹쓸 짓도 당하는 등 많은 고초를 겪습니다. 하지만 진짜 역경은 신룡보다도 사랑하게 된 소꿉친구를 떠나보내는 것....



맺으며: 이 작품은 필자 기준으로 리뷰 하기가 좀 까다로운 축에 속합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감정을 부딪히며 가지치기를 하는 게 특징이거든요. 가령 신룡이 제물을 바라서 악당 역인가? 자기들이 살기 위해 고아들을 제물로 바치는 인간들이 악인가. 왜 스스로 미래를 쟁취하려 하지 않는가. 신룡에게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서 제물을 바란 것이라면? 사실 인간들을 습격해서 학살해도 될 정도로 힘을 가진 용이 한 달에 7명을 요구한 것은 그래도 양심적이지 않나? 하는 철딱서니 없는 생각부터 해서 신룡과 대적하며 히로인인 브륀힐드와 그의 소꿉친구 사이에서 싹트는 감정과 사랑 이야기, 브륀힐드가 어릴 적 거둔 시종이 주인을 바라보며 갖는 감정, 소꿉친구를 모시는 시종의 충심 등 라이트 노벨에서는 보기 힘든 진지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특징적이자 인상적이죠. 신룡에게도 나름 아픈 과거를 가졌고, 브륀힐드를 집착하는 이유 등 인간과 별다르지 않는 감정을 가진, 어떻게 보면 그도 하나의 피해자라는 개연성을 넣어 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오가는 구도에서 누군가는 악당 역할을 해야만 하고 그게 신룡이 되었다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브륀힐드의 결정, 그런 그녀를 지키려 했던 시종 등 여러 감정이 교차해서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라이트 노벨 특유의 개그와 가벼운 이성 간 관계 등을 배제한 것도 나름 큰 점수를 줄만 했군요. 다만 매 순간 브륀힐드의 결정 장애는 조금은 마이너스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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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방패 용사 성공담 11 방패 용사 성공담 11
아네코 유사기 지음, 박용국 옮김, 미나미 세이라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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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넷플에 올라온 본 작품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습니다. 꽤나 심열을 기울여 제작했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특히 원작인 라이트 노벨에서는 느껴지 못했던, 주인공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쩜 이리도 그의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던지. 딱 봐도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인상이고, 일본 특유의 문화인 공기를 읽고 분위기에 묻히지 않기 위해, 억지로 나도 인싸라는 듯 필사적으로 분위기를 맞춰가는 모습이 짠했군요. 이거 사기당하기 딱 좋은 인상이구먼라는 느낌을 잘 살렸다고 할까요. 뭐 결국 사기당했지만요. 그 뒤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이세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고, 그렇게 해도 돌아오는 건 범죄자, 악당이라는 매도였죠.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원래 세계(지구 일본)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용사로 소환된 이유이기도 한 파도(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재해 같은 거)를 해결해야만 하죠. 근데 아궁이에 고구마라도 묻어두지 않았다면 돌아갈 필요가 있나, 차라리 그냥 친절하지 않는 이세계 따위 멸망하게 내버려두고 파도가 왔을 때 다른 세계로 가버려도 될 텐데 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가 이번 11권에서 나오는군요.



사람이 사기를 당하고, 땅바닥에 추락하고 나니까 악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노예들을 구입해 전력 강화에 매진하면서 보통 노예 해방에 힘쓰지 않나? 하는 선입견을 박살 내버릴 정도로요. 어차피 파도만 해결하면 바이바이~ 할 세계니까 굳이 감정이입은 하지 않는 거죠. 빗치 때문에 여자 혐오증에 걸려서 여자가 보내오는 호감 메시지는 메시가 감동할 정도로 훌륭하게 쳐내버리고, 이세계 사람들에게서 인간 이하 대접받은 것도 트라우마가 되어 인간 혐오증도 추가되어서는 너구리 사역마(동물형)만 엄청 이뻐해서 라프타리아의 어이없음을 사고 있죠. 그 사역마 원본이 라프타리아인 건 애써 외면. 이번에도 노예 꼬마들을 구입하여 치료해 주면서 꼬마 히로인의 열혈한 애정 공세를 받는 건 덤. 얘들은 마조 성향인지 주인공이 노예로 부려 먹겠다는데 좋다고 합니다. 파도가 오면 일선에 서서 마물과 싸워야 하는데도요. 뭔가 좀 보고 있으면 정신이 혼미해지죠. 그리고 정신 차리고 보니 머더 피에로라는 무시무시한 이명을 가진 히로인이 찾아옵니다. 얘가 이세계를 파도로부터 구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캐릭터죠.



자세한 건 스포일러니까 패스하고요.



이번 11권에서는 다가오는 파도와 새로운 영귀인 봉황의 봉인이 풀릴 때를 대비해 전력 증강과 다른 세계를 멸망 시켜 파도로부터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려는 무리들의 습격을 다루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주인공 포함 다른 용사 세명과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하나, 뭐 아시다시피 나머지 세 명의 용사는 쓰레기들이죠. 빗치로 강등된 왕녀(주인공에게 사기 친)는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이번엔 검의 용사를 이간질해서 주인공과 척지게 만들어 버립니다. 아주 환장하죠. 기가 멕히죠. 큰 형님이 와도 이건 안 됩니다. 주인공 일행만으로 대응하기엔 적들이 너무나 강합니다. 그래서 나머지 세명을 어떻게든 정신 차리게 해서 전력을 증강해야 하는데, 창용사는 주인공이 당했던 것처럼 빗치에게 배신 당해서 헷까닥 돌아 버렸고, 검의 용사는 빗치에게 이간질 당해서 세상 혼자 정의의 용사가 되어 아주 중2병을 찍어대는 게 작가의 상상력이 미쳤습니다(좋은 뜻). 이쯤 되면 빗치에게 사형 선고가 나올만한데도 여왕(빗치 엄마)은 가능하면 생포 좀 이러는 중인데, 신발, 이런 세상을 지키라고? 그 와중에 다른 세계 악당들이 쳐들어와 너 님들 죽이고 우리가 강해질 테다 하며 썰어대기 시작하는데....



맺으며: 나는 비겁한 짓 해도 되지만 너는 안 되라고 지껄이는 검의 용사의 자기중심적 성격이 정말로 찰집니다. 얘도 빗치에게 사기당한 거 같던데, 꽤 통쾌하죠. 맛이 가버린 창용사와 더불어 어디 있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마지막 놈을 찾아서 돌봐야 되는 주인공은 지금, 어차피 안 볼 세계니까 내가 뭘 해도 되겠지라는 성격이 되어 버린 그는 도적들 아지트를 털어 보물 강탈에 매진하기 시작합니다. 주변에서 원래 국고로 환수해야 되는 거 아님? 하니까 그딴 건 모르겠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가자미눈이 되어 가는 라프타리아가 인상적이죠. 그래도 주인공은 자신이 없어져도(사태 해결하고 지구로 귀환한 후) 주변인들이 잘 살아가게끔 여러 가지 준비해 가는 모습에서 그래도 다정함은 남아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줍니다. 그게 또 그의 타산에서 비롯된 행동인지라 라프타리아의 태클을 받는 건 덤. 간혹 주인공은 라프타리아랑 같이 있으면 공처가 느낌을 들게 하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 아무튼 인간의 저열함도 참 잘 보여주고 있죠. 주인공이 세계를 구하고 일약 스타가 되자 연줄을 만들기 위해 딸을 갖다 바치는 부모들이라든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가락질하던 인간들이 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성적 접촉을 마다하지 않는다든지, 빗치와 더불어 주인공의 여자 혐오증은 더 커져만 가는 요인이 되는 것도 흥미 포인트입니다. 마지막으로 긴장감을 높이려는지 기승전결로 이어지지 않는 장면들이 많다는 것인데, 깔끔한 맛이 좀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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