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울이 세계를 구했다는 것을 나만이 알고 있다 1 - L Books
카토 묘진 지음, 코메시로 카스 그림, 박춘상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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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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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인공은 구울(좀비)입니다. 판타지 세계관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을 마물로 변질 시키는 안개와 [청안병]이 유행 중입니다. 이로 보아 주인공도 청안병에 감염되어 구울이 되었지 않나 하는 추축을 하게 합니다. 청안병에 걸려 마물로 변질되는 개체는 천차만별로 고블린같이 마물 특유의 본능에 충실히 살아가는 존재부터 주인공처럼 사람의 마음과 정신과 지식을 가진 일명 [적안]까지 다양하나 이들에게 공통점이 딱 하나 있습니다.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것. 그중에서 주인공처럼 선(善)의 마음으로 인간들 편에 서서 살아가는 개체는 매우 드문 정도가 아니라 일단 1권에서는 주인공밖에 없습니다. 인간들에게 위협이 되는 건 고블린같이 조무래기가 아니라 주인공처럼 인간의 의식을 가진 개체로서 1권에서는 그 개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갑니다. 주인공은 인간들에게서 멸시를 받으며 교회의 개가 되어 청안병으로 인해 변질된 사람들을 사냥하며 연명하고 있습니다. 일단 기본 플롯은 이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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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작가는 두 가지 설정을 추가합니다. 하나는 주인공이 과거에 지인을 구하지 못해 거기에 얽매어 마음에 병이 들어간다는 것, 또 하나는 그 마음의 병을 치료해 줄 히로인의 투입해서 주인공으로 하여금 삶의 의지를 되새기게 하는 것. 4년 전 희대의 [적안]으로 인해 도시는 패닉에 빠졌고, 주인공(이때 이미 구울)은 스승과 사형과 파티를 짜고 토벌에 나서죠. [적안]을 거의 다 몰아붙이고 토벌에 성공하나 했으나 주인공은 선택의 기로에 섭니다. [적안]에 인질로 잡힌 사형을 구출하고 대신 내가 죽을 것인가, 아님 [적안]의 말대로 못 본 척 도망갈 것인가. 여기서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죠. 왜 내가 대신 죽어야 하는가, 사형은 내가 죽는 걸 바랄까. 대신 죽어주지 않은 것이 잘못인가. 그로 인해 죽은 사형은 주인공을 원망할 수 있는가, 아님 주인공만이라도 살아주길 바라야 하는 게 옳지 않은가. 주인공은 그로부터 끊임없는 물음을 자신에게 던집니다. 내가 대신 죽어야 했었다고, 못 본척한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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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 '앨리스'는 청안병으로 인해 마물로 변해버린 엄마를 죽인 주인공을 찾아옵니다. 여기서 운명의 갈림길이 생기죠. 비록 마물로 변했다곤 하나 엄마를 죽인 사람에게 복수를 할 것인가, 고통뿐인 미래를 덜어준 주인공에게 연민을 느낄 것인가. 사람들은 주인공의 본질(왜 살고 있는지)을 보는 것보다 구울이라는 마물이 마을 속을 걸어 다닌다는 것에 엄청난 혐오감을 드러냅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아군은 그에게 장비를 만들어주는 아멜리아(일거리를 알아봐 주기도 함) 외에는 없습니다. 주인공은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든 개의치 않습니다. 그에겐 오로지 4년 전에 있었던, 지키기 못했던 스승과 사형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죠. 세간에서도 그 [적안]의 사태도 주인공이 일으킨 일로 각인되어 있고요. 이렇듯 주인공은 스스로 삶의 의지를 잃어가고 속죄만을 바라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앨리스'와의 만남은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가 이번 1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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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안병은 블랙 불릿이라는 작품에서 나오는 가스트레아와 유사합니다. 생물을 마물로 변질 시키고, 마물로 변하면 생전의 집착에 연연하죠. 주인공같이 인간의 의식을 가진 자는 적안으로 불리며 블랙 불릿의 이니시에이터와 유사합니다. 인간의 마음을 지녔지만 결코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존재. 대부분의 존재는 마물로 변해 본능에 따라 인간을 공격합니다. 주인공이 언제 구울로 변했는지 1권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이게 이 작품의 최대 복선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그리고 히로인 '앨리스'는 주인공의 사형과 대척점에 있습니다. 위기에 빠졌을 때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주인공을 도망치게 하려 하죠. 이 점이 주인공으로 하여금 삶의 의지가 되고 정신줄을 잡는 계기가 되어 갑니다. 주인공은 모든 걸 포기하고, 오로지 어떻게 사죄하고 죽을지만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죠. 그래서 처음엔 쫓아내도 쫓아내도 달라붙는 앨리스가 귀찮아 죽을뻔하였으나 그녀가 흘리는 눈물과 혼자 두지 말라는 호소, 주인공을 지키겠다는 당돌한 선언 등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구원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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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은 주인공의 과거 청산입니다. [적안], 마물로 변질되었으면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사람의 지성과 감정을 가진 마물. 주인공에게 있어서 청산 대상자는.... 4년 전 자신의 목숨을 바쳐 사형을 구해 냈더라면 사형과 스승은 죽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주인공은 그걸 청산하려 하죠. 히로인 앨리스는 주인공을 스승으로 모시며 배움을 갈구합니다. 첫 만남(과거 말고 1권에서의 첫 만남)은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던전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하면서 시작됩니다. 겁이 많으면서도 타인을 구하려 하고, 주인공이 부조리한 대우를 받으면 그러지 말라고 나서서 말하는 당돌한 기질을 가졌죠. 타인의 기분을 억수로 살피고, 버림받을까, 미움받을까 상대의 기분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는 비굴함도 가졌습니다. 아마 엄마가 생전에 웃으며 살라는 강박증에 가까운 주입식 교육과 마물로 변해버린 엄마와 그런 엄마를 죽인 주인공으로 인해 성격이 비굴해지지 않았나 하는 추축을 하게 하죠. 작중에서 엄청 굴러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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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사람 선입견이라는 건 엄청나게 무섭다는 걸 본 작품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리뷰는 거의 중립적+@로 쓰긴 했습니다만. 표지 다음으로 나오는 컬러 일러스트를 봤을 때 딱 느낌이 왔는데, 이거 히로인 때문에 말아 먹겠다고. 히로인 앨리스의 성격이 나무나 이상합니다. 초반 자고 있는 주인공을 찾아가 대뜸 개연성도 없이 저를 제자로 삼아 달라는 것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데, 주인공이 뭐라 하든 말도 드럽게 안 듣고, 작중 내내 자신의 마음만 앞세울 뿐 주인공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보다는 나를 혼자 두지 마세요. 저 상처받았어요 같은 자신을 먼저 챙겨 달라는 모습들은 너무나 어이없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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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되레 주인공에게 보호받는 주제에 제가 지켜 줄게요, 해놓고 마물에게 능욕 당할 뻔하지 않나. 물론 그녀의 과거를 생각하면 집착에 가깝게 누군가의 온기를 갈구하는 건 있을 수 있지만 이것도 사실 정신병이죠. 난처해지는 건 주인공인데, 아무런 영향력도 없으면서 주변에 대고 주인공에게 험한 말 하지 말라고 하면 비웃음 사는 건 주인공이라는걸. 히로인은 주인공이 사람들에게서 두들겨 맞기를 바라는 사이코 패스인가? 왜 이런 히로인을 기용했는지 진짜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초반에 한번 선입견이 생겨 버리니까 후반 진정으로 주인공을 사모하고 보살펴 주려는 마음이 퇴색되어 버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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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를 적어도 설정이 어느 정도 정착되는 중반쯤에 기용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말이라도 하지 말던가. 분위기와 동떨어진 높은 텐션과 비굴할 정도로 상대의 기분을 살펴대고, 만약 상대가 배려의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침몰해버릴. 돌려 말하면 엄청 귀찮은 캐릭터죠. 자신의 감정을 왜 타인에게 갈구하는가. 이렇듯 감정이라는 설정을 잘못 배치하는 바람에 약간은 괜찮은 분위기를 다 망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과거(히로인 과거도 포함)와 작중 설정을 초반에 밀어 넣고, 그다음에 히로인을 집어넣어야 했지 않나 합니다. 리뷰를 이렇게 쓰면 안 되는데 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결국 이렇게 쓰고 마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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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4 - ~최약 헌터에 의한 최강 파티 육성술~, S Novel+
츠키카게 지음, 치코 그림, 김정규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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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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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활약 같지도 않은 활약을 했더니 황제께서 모임에 초대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헌터들은 어중이떠중이 무뢰배들이나 하는 직업으로 인식된 상황에서 황제가 초대했다는 건 정말로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는 일이죠. 영웅적인 헌터라도 극히 일부만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대받는 그런 모임에 우리의 주인공이 선택한 길은? 도망가야죠. 갔다간 자신의 실력이 거짓이라는 게 들통 날 테고, 철저하게 방구석 폐인을 자처하는 주인공이 인싸들 밖에 없는 사교장에서 적응 못하고 토할게 뻔하거든요. 게다가 헌터 협회에서 클랜 하우스로 복귀하는데도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쭉정이인 주인공이 난다 긴다 하는 실력자들이 모이는 사교장에서 배겨날 제간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선택한 길은 야반도주. 그런데 호위 없이는 클랜 하우스 밖에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주인공으로서는 반드시 누굴 꼬셔서 같이 도주해야만 하죠. 하지만 주인공과 엮여서 좋은 꼴 못 본 클랜 소속 헌터들은 하나같이 외면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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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지체할 틈이 없습니다. 대충 누구라도 주워 출발하려 하지만, 바캉스라 명명된 도주극에 참가한 면면들로부터 재난의 시작이라는 플래그를 세웁니다. 어둠이 깔리고 비까지 쏟아집니다. 헌터 협회는 주인공이 도망갔다는 걸 알아채고, 매번 매번 주인공에게 도발 당했다 여겨 뿔이 난 시골 출신 헌터 '아놀드'의 추격도 받습니다. 이건 바캉스가 아니라 빚을 지고 야반도주하는 빚쟁이를 뛰쫓는 채권자의 구도가 펼쳐지죠. 여기서 작가는 더욱 흥미로운 설정을 쏟아붓습니다. 고생은 주인공 일행이 다 할 거 같은데, 진짜 고생은 쫓아오는 채권자들이 다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재난은 주인공 일행에게 들이닥치는 게 아니라 쫓는 자에게 들이닥치게 되죠. 사실 쫓는 자들도 나름 비중 있는 인물들입니다. 헌터 협회 직원도 비중 있는 히로인이고, 아놀드는 주인공과 대척점에 있다고 할까요. 무능력 주인공과 진짜 고생해서 성장한 아놀드, 근데 서로의 인식 차이로 원수가 되어 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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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바캉스라 했는데 따라온 히로인들 때문에 바캉스가 바캉스 같지가 않습니다. 제노사이드 몬스터라 불릴 정도로 제도에서 재앙으로 취급받는 '리즈'와 사람을 무언가의 생물로 개조하는 걸 취미로 삼고 위법 약물을 아무렇지 않게 만드는 매드 사이언티스트 시트리의 동행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재난이나 다름없었죠. 시트리가 만든 무언가의 생물과 무언가로 만든 키메라와의 동행은 비현실적의 끝을 달립니다. 어째서 바캉스가 언제부터 호러가 된 것이지? 같은. 설상가상으로 비 오는 한밤중에 평생에 한 번도 보기 힘들다는 번개 속성 정령의 공격을 받습니다. 그런데 인 외의 존재 같은 히로인들 때문에 주인공이 마음고생한다면, 물리적으로 고생은 주인공 뒤를 쫓는 헌터 협회 여직원과 아놀드 일행이 한다는 것이군요. 주인공으로부터 헌터 레벨 7도 고전하게 만드는 번개 속성 요정을 떠맡게 되고, 오크 군단이나 이번엔 화속성 정령까지 떠맡게 되자 사람이 돌아버린다는 게 무엇인지, 끈기가 무엇인지 아놀드는 보여주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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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인공 일행에서도 고생하는 이가 있었으니. 본 작품에서 비련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티노'. 처음엔 그저 헌터를 동경했을 뿐인데 언제부턴가 주인공에게 거둬져 제노사이드 몬스터 리즈의 제자가 되어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싶을 정도로 혹사당하고 있죠. 주인공 대신 아놀드와 대결했다가 깔끔하게 발리고, 주인공이 내린다는 천 개의 시련인가 뭔가로 죽기 직전까지 가고, 리즈에게서 진짜로 소x을 지릴 정도로 수행이라는 명목으로 두들겨 맞고, 주인공은 신(神)이라는 리즈의 주입식 교육으로 그를 신으로 떠받들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본 작품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인데요. 사실 이 고생은 주인공이 해야만 하는 것인데, 대신 고생하게 되는 캐릭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바캉스에 억지로 동행하게 되면서 번개에 지져지는 등 고생을 참 많이 하게 되죠. 하지만 그동안의 고생이 이번 바캉스로 인해 성장이라는 기틀을 잡게 하고, 주인공으로부터 인정받는 등 성장이라는 건 이런 건가 하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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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여전히 착각과 오해가 난무합니다. 그 착각과 오해는 주인공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효과를 부여한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가령 주인공을 뒤쫓는 아놀드 일행의 평가를 올려주게 한다던가, 주인공이 가진 생각은 일반인을 초월한 무언가라는 등 지레짐작을 해대죠. 황제가 주최하는 모임에 초대된 것도 이 착각과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주인공은 무능력 먼치킨이 아니라 진짜로 무능하고, 운은 지지리도 없으면서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다 해주는 지인 복은 있어서 고(高) 평가받고 있는 것뿐인 게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4권에서는 황제가 주최하는 모임에서 도망치기 위해 혈안이 된 주인공과 그 모임에 참석 시키기 위해 혈안이 된 헌터 협회 여직원, 그리고 도발에 도발을 받아 열받을 대로 받은 아놀드의 추격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성장은 사람 잘못 만나 고생하는 '티노'가 다 하게 되고요. 자, 바캉스는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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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난관 던전에서 10만 년 수행한 결과, 세계 최강 2 - ~최약 무능의 하극상~, S Novel+
리키스이 지음, 루나 리아 그림, 이서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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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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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의 시녀는 겁탈당할 뻔한 걸 구해주었더니 주인공을 무시합니다. 성녀이자 왕녀는 팔려가서 해부당할 뻔한 걸 구해 주었더니 자기 친구이자 주인공 소꿉친구를 인질로 잡아 협박하듯이 내 로열 가드가 되어 주세요. 이 xx 합니다. 주인공이 헌터 가입하려고 길드에 갔더니 접수처 누님은 주인공이 무능이라고 다 까발려 버립니다. 이 세계는 개인정보 보호법 따윈 없습니다. 그래놓고 납치되어 얘도 해부 당할 뻔 한걸 구해주었더니 왜 근본 없는 호감도가 올라가죠? 나이도 무려 주인공보다 5살이나 많으면서. 왕녀의 시녀는 귀족으로서 책임감 때문인지 뭔지로 대책 없이 나대다 주인공에게 왜 거금의 빚을 지게 만들까요. 본 작품의 주인공은 무척이나 상냥하고 다정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시녀는 무뢰배들에게 겁탈을 당했을 것이고, 왕녀는 해부를 당했을 것입니다. 접수처 누님 또한 겁탈 당하고 해부 당했을 것이고요. 그래서 히로인들이 다정한 주인공에 반해 그의 하렘에 동참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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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철저한 무능 멸시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신(神) 아레스의 가호라 여겨지는 기프트는 곧 그 사람의 능력이자 가치가 되죠. 그러니 무능을 받아버린 주인공은 신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배신자이자 쓰레기입니다. 이 소식은 대륙 전체에 퍼지게 되었고, 가는 곳마다 시비가 끊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았고, 억지로 떠맡은 로열 가드에서 해방되고자 주인공은 이런 여론을 역으로 이용하려 하죠. 왕녀의 시녀가 노예상에 시비를 터는 바람에 졸지에 거액의 빚을 지게 된 주인공은 빚 해결 겸 악당으로서 명성을 쌓고자 마침 무도회가 열리는 도시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활약할 필요도 없이 사람들은 일찌감치 주인공을 멸시 중이었죠. 무도회에 출전한 옛 사재들은 주인공이 부정으로 승승장구한다고 여론을 선동하고 멸시합니다. 귀족들과 대회 관계자들은 급기야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그를 축출하려 혈안이 되어 가죠. 주인공 보고 부정을 저지른다 욕하더니 자기들은 대놓고 부정 저지르는 게 여간 웃기지도 않습니다. M 성질이 있는 분들이라면 짜릿한 쾌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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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무능이 보여주는 신진기예란 이런 거다를 보시라. 군더더기 없는 실력으로 승승장구하는 주인공. 그런데 사람들은 부정을 저질러 이긴 거겠지 하며 야유하지만 개중에 올바른 눈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고 그의 실력이 진짜 베기임을 알아가죠. 그야말로 길 가다 벼락 맞는 기분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상 무능이라고 다들 멸시를 해도 주인공의 참모습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가치는 기프트가 아니라 마음에 있다는 것을, 행동에 있다는 것을, 말에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번엔 유명 종파와 학원도시에서 그를 끌어들이려 혈안이 되어 가죠. 참 웃기지 않나요? 세상 무능이라 멸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고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이용하려는 자들이 생겨났다는 것을요. 참고로 비하가 아니라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에게 있어서 유명해지고 싶지 않을뿐더러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닌 세상입니다. 그저 그는 로열 가드에서 해방되고 돈을 모아 유유자적 여행을 하고 싶을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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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사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잖아요. 주인공에게 동료를 잃은 어디 무슨 결사대라 지칭하는 조직이 주인공의 친구를 빈사로 만들고, 소꿉친구를 납치했습니다. 이들은 주인공에게 있어서 역린이죠. 그리고 마족이 숭상하는 악(惡)군 군단이 이 세계에 현현하여 하필이면 주인공이 임시로 거주하는 마을을 노리네요? 주인공은 신(神)들을 사역 중에 있습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죠. 악신도 있고, 사신도 있고, 별별 신들을 주인공은 시련의 던전에서 마치 떨어진 밤을 줍듯 컬렉션에 수납을 해두었습니다. 그 신들은 주인공을 자신들의 신으로 숭상하며 마치 사이비 종교를 방불케하는 광기에 사로잡혀 있죠. 그러니 누가 쳐들어오든 애초에 싸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압도적으로 강한 주인공이 적들을 맞아 무쌍을 찍으며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뭐 이건 기본으로 깔고 가지만 이후 그의 가치를 눈여겨본 사람들이 자신들의 진영에 끌어들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가는 과정이 되겠습니다. 사실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는 자는 소수이고 나머지는 어떻게든 주인공을 이용하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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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를 해부하려 했던 이웃 제국, 엘프 왕녀(얘는 좀 뜬금없음), 학원도시는 분주해졌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주인공 할아버지와 경쟁 관계인 유명 종파는 주인공이 싸우는 것을 보고 저건 인간이 아니라고 평한 후 손을 떼버렸죠. 일단 왕녀이자 성녀가 먼저 침을 발라두긴 했지만 언제 주인공을 빼앗길지 모르고, 주인공은 로열 가드를 대신할 사람 찾은 후 뒤도 안 돌아보고 갈 거라 공헌 중인데 왕녀는 에이 농담을~ 하며 현실 도피 중인 게 소소한 재미이자 발암입니다. 사실 2권에서 그동안 주인공을 무시하고 멸시했던 사람들의 콧대를 짓밟아주는 카타르시스를 보여줄까 했습니다만, 애초에 주인공은 그런 넘들은 안중에도 없어서 이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없는 게 좀 아쉽다고 할까요. 친구를 다치게 하고 소꿉친구를 납치했던 조직에 대한 복수도 좀 밋밋합니다만, 악(惡)군 군대와 싸울 때 주인공이 컬렉션에서 소환한 역신들이 광기에 사로잡혀 웃으며 달려가서 조지는 장면은 어떻게 보면 소름이 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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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사실 본 작품은 무능 멸시와 무능 먼치킨이 본질이긴 합니다만, 그것보다는 엄청 굴러다니며 고생하는 히로인들과 주인공의 가치를 알아보고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닌 이용하려 드는 사람들로 인해 굉장히 흥미롭죠. 그리고 국룰이나 다름없는 변신 중에는 때리지 않는다는 룰을 아무렇지 않게 어기는 주인공이 재미있고요. 무능이라는 키워드에 잠식되어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며 오해를 하고 그래서 주인공을 얕잡아보다가 역신들에 의해 참교육 당하는 악당들도 흥미롭죠. 다만 역신들이 주인공을 너무나 숭상한 나머지 주인공 주변 인물들이 위험에 처하면 알아서 다 대처해버리는 통에 카타르시스는 약간 반감됩니다. 이번 소꿉친구 납치 사건 때도 그렇죠. 그리고 주인공이 무능이라는 기프트를 받았을 때 위로해 주거나 그를 보호해 주지도 않은 주제에 친근하게 접근하는 친구나 소꿉친구는 좀 마이너스로 다가옵니다. 그런 것에 대한 사죄라도 있었으면 좋았겠는데, 이런 게 일절 없는 것도 마이너스 요소라고 할까요. 하지만 파프(시련의 던전 중간 보스)가 귀여우니까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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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피크닉 6 - T는 절에서 태어난T, S Novel+
미야자와 이오리 지음, shirakaba 그림, 심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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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의 이세계는 異世界가 아니라 裏世界입니다. 직역하면 대충 뒷세계쯤 되는 것으로 판타지의 이세계(異世界)는 그래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세계지만 본 작품에서 이세계(裏世界)는 사람이 살아갈 수 없는 굉장히 위험한 곳이죠. 주로 일본에서의 도시 전설과 괴담에 등장하는 괴이들이 득시글 거리며 출입하는 사람들을 노리고, 글리치라는 지뢰 같은 괴이는 땅에 깔려 있다 사람이 밟는 순간 갈가리 찢어 죽이기도 합니다. 괴이와 접촉하게 된 사람은 제4종으로 변질되어 인간의 틀을 벗어난 무언가가 되어 버립니다. 사실상 죽음을 뜻하는데, 경우에 따라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소라오와 토리코처럼 어떤 능력을 얻기도 합니다. 작중의 분위기는 마치 악몽을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띄는 게 특징이고요. 裏世界는 누구나 갈 수 없지만, 명상을 통해 인식을 하게 되면 갈 수 있고(그래서 사이비 종교 같은 게 등장함), 게이트를 통하거나 특정 행동을 하면 진입할 수가 있습니다.

본 작품에서 도시 전설이나 괴담은 거기에 해당하는 의지(요컨대 귀신의 의지) 같은 게 현실화된 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의지를 가진 자들이 사는 세계에 허락도 없이 흙 발로 마구 드나든다면? 그 의지들은 살아 있는 인간에겐 호의적이지가 않죠. 이런 느낌의 6권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매번 이세계에 들어와 모험도 하고 절대적으로 위험하다는 밤을 넘기면서도 살아 있는 저 여자들(소라오와 토리코)의 정체가 무엇인지 이세계는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테죠. 그러니 이세계가 그녀들과 접촉을 꾀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세계는 인간처럼 온전한 정신과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는 게 문제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그저 현상으로서 그녀들에게 접근하였으나 이번엔 절에서 태어난 T씨라는 명확한 존재를 보내 그녀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그 과정에서 소라오는 기억을 잃어버리죠. T씨는 그녀들과 접촉해서 교류보다는 그녀들이 가진 이세계의 기억을 지우려 합니다.

T씨는 상당히 강적으로 등장합니다. 소라오는 T씨 뒤를 캐나 번번이 당해버리고, T씨에 의해 이세계와 접촉으로 무언가로 변해버린 제4종을 보호 치료하고 있었던 DS연구소까지 침입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지죠. 이 연구소는 소라오와 토리코의 돈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토리코가 그토록 찾으려 했던 사츠키와 연관 있는 우루미 루나가 감금되어 있기도 하고요. 여기가 뚫려 루나가 탈출하거나 T씨에 의해 다른 걸로 변해버리기도 한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이렇듯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이전까지는 이세계에서의 긴장감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엔 현실에서도 이세계 못지않은 위험이 있고 그에 따른 긴장감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어떻게 T씨를 물러나게는 하였지만, 이대로 놔둘 수도 없어 그를 뒤쫓기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T씨와 이세계의 목적이 무엇인지 조금씩 밝혀져 갑니다. 그들은 인간과 교류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님 인간들에게서 자신들이 잊혀져 주었으면 하는지...

약간의 독해력을 요구해서 방심하며 읽다가는 무슨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게 되는 6권입니다. T씨는 이세계와 인간계를 잇는 단말의 역할로서 소라오와 토리코 앞에 나타나죠. 그리곤 그녀들이 가진 이세계의 기억과 능력을 지우려 합니다. DS연구소에 침입 해서도 제4종들의 기억을 지움으로서 보다 이세계에 가깝게 변질되었던 제4종들은 몰살 위기에 빠지죠. 이세계는 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T씨를 인간계로 보냈는가가 이번 6권의 핵심인데, 솔직히 뭣 때문에 왔는지 해석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그저 소라오와 토리코와의 접촉을 꾀하려고 했는지, 접촉해서 무엇을 하려 했는지... 절에서 태어난 T씨는 실제 일본 넷상에서 퍼진 괴담이고, 괴담에서 T씨는 괴담 때문에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해결사로 등장하죠. 그래서 괴담에 심취한 소라오와 제4종들의 기억과 능력을 지우려는 모습에서 그녀와 그들을 구해주려 하는가 하는 추축을 낳게 하기도 합니다.

맺으며: 들러리라 예상되었던 코자쿠라 양의 활약도 여전해서 흥미롭습니다. 언제나 잘난 채 하면서도 무서운 건 질색하는 장면들은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번 6권에서도 마음고생은 또 혼자 다 하죠. 허락도 안 했는데 집에 찾아와 짐을 풀어놓는 소라오와 토리코 때문에 골치를 썩습니다. 5권에서 구출해온 이름 없는 꼬마 소녀(안타깝게도 제4종)의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들은 소소한 재미고요. 사실 T씨 이야기보다 이 이름 없는 꼬마 소녀 에피소드가 더 흥미롭습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듭니다만. 제4종으로서 일반적인 소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죠(특히 먹을 것에 환장함). 소라오와 토리코는 결국 백합 커플이 되려나 봅니다. 하기사 남자 캐릭터는 거의 없으니 어쩔 수 없겠죠. 우루미 루나는 T씨보다 강적입니다. 지금은 엄중한 경계 속에 감금되어 있지만, 소라오와 토리코를 궁지에 몰아 놓기도 했죠. 말빨은 얼마나 쎈지 소라오는 매번 휘둘리기만 합니다. T씨의 습격으로 도망갈 수 있었으나 그러지 않은 것에서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는 듯. 아무튼 언제더라 이세계에 갇힌 미군 다음으로 긴장감 높았습니다. 루나도 그렇고, 이름 없는 소녀도 그렇고 7권이 좀 기다려지는 6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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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난관 던전에서 10만 년 수행한 결과, 세계 최강 1 - ~최약 무능의 하극상~, S Novel+
리키스이 지음, 루나 리아 그림, 이서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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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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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검술 유파 차기 계승자, 할아버지는 용사와 마왕을 무찌른 유명인, 남부러울 거 없는 생활, 친구 관계도 양호하고, 여자 소꿉친구에 약혼녀까지 둔 인싸중에 인싸. 주인공의 미래는 약속된 거나 다름없었죠. 그래서 내심 천벌을 받으라지 생각했던 필자의 마음을 하느님이 들어 주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주인공은 13살 때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됩니다. 본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전생하는 건 아닙니다. 마왕이 있고, 용사가 있고 성녀가 있습니다. 나중에 주인공과 어떤 접점이 있을지 모를 용사는 성녀가 소환으로 지구에서 불러온 학생(아마도)입니다. 이 세계 주민은 13살 때 신전에서 기프트를 받습니다. 한마디로 능력이 무엇이고 직업이 무엇인지 정해주는 것이죠. 주인공 친구들은 창술과 대마법사를 받습니다. 소꿉친구는 상급 검사직을 받습니다. 약혼녀는 검성을 받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이 세상 제일의 무능'을 받습니다. 뭐 한마디로 그냥 아무것도 못하는 일반인이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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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이야말로 그 사람의 가치로 평가받는 세상에서 주인공은 벌레 이하입니다. 약혼은 파기되고, 이유 없이 욕을 먹고, 길을 가면 사람들이 돌을 던집니다. 기프트를 선사하는 신(神) 아레스의 축복을 받지 못한 배신자라고 손가락질합니다. 손바닥 뒤집은 친구는 주인공을 두들겨 패고 약혼녀를 빼앗으려 합니다. 도장에서 기절할 정도로 두들겨 맞고, 주변 아이들은 낄낄 거리고 비아냥댑니다. 약혼녀가 좀 더 주인공을 감싸줬으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유일한 아군인 할아버지는 그저 주인공이 돌아올 장소가 없어지지 않게 지키는 것뿐. 이제 주인공은 차별이 없는 학원 도시로 가서 공부를 하고 직업을 가지고 나아가 헌터가 되는 길을 찾으려 합니다. 일단 왕도에 있는 어머니의 부름을 받아 길을 떠나는 주인공을 배웅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1권에서 엄마는 언급만 될 뿐 안 나옴). 본 작품은 여느 무능력 먼치킨의 계보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비슷한 작품을 꼽으라면 흔직세가 있겠죠. 나락으로 떨어지고 기어 올라와 눈에 뵈는 게 없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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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10만 년이라는 시간을 던전에서 보냅니다. 탈출 불가능한 던전에서 먹을 것이 없어 독충을 씹어 삼키고, 흔직세의 나구모가 그랬던 것처럼 팔이 뜯기고 죽음에 직면하게 되죠. 주인공에게 내려진 시련 1,000층이 되는 던전을 클리어 하라. 내려갈수록 방대해지는 맵과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살아갈 가망이 없는 환경. 주인공에게 주어진 것은 절대 부러지지 않는 나무 봉과 꽁지 빠지게 도망가게 해주는 신발, 그리고 물건 감정이라는 스킬. 상처를 회복해 주는 포션. 이걸로 아득한 시간 동안 홀로 지내야 합니다. 주인공은 왜 이 던전에 처박히게 되었나. 그것은 여행을 떠나는 날, 만난 성녀이자 이 나라의 왕녀 때문입니다. 할아버지의 의뢰와 주인공 친구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친구들은 나라에서 중요 인물이 되었음)를 바탕으로 왕녀는 주인공이 어떻게 생겨 먹었나 싶어 보러 왔고, 그길로 왕도로 같이 가게 되었죠. 그리고 왕족물에서 흔한 클리셰인 왕위 쟁탈전과 왕녀를 견제하려는 귀족의 납치극에 휘말리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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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떨어진 던전은 신(神)들의 시련장으로, 신들이 대신(代身)을 뽑는 던전이었습니다. 원래 인간이 들어갈 수 없는 던전(들어갈 수 없다는 언급은 없지만)이지만 주인공이 기프트를 받을 때 누군가의 개입을 암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것 때문이겠죠. 던전에 들어간 순간 외부의 시간은 정지됩니다. 던전 안에서의 시간은 흐르나 주인공은 노화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10만 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련을 하고 마물을 쓰려트려 자신만의 능력을 길러 가죠. 중간에서 얻은 도감이라는 수집 책자를 이용해 마물을 사육하고, 지독한 환경을 이겨내 내성을 얻어 갑니다. 이 던전은 신들이 시련을 돌파하는 곳. 그런 곳을 인간의 몸으로 돌파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해내죠. 10만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힘을 길러 신(神)에 해당하는 마물을 사역하고 부하로 삼아갑니다. 이기지 못할 거 같으면, 내성을 얻기 위해, 이길 수 있는 스킬이나 능력을 얻을 때까지 수천 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수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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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망의 10만 년(하고 77년) 되던 날, 1,000층에 도달한 날. 최종 보스는 주인공을 보자마자 살려 달라고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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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며: 무능력자가 힘을 얻어 먼치킨이 되는 흔한 이야기입니다. 이 무능도 알고 보니 무한의 성장(혹은 가능성)이라는 신급 초레어 기프트였다는 이야기를 그리죠. 결국 신들에 선택된 주인공은 무능이 아니며, 기프트를 받을 때 누군가의 개입은 던전에 들어가면서 그 뜻을 헤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아무튼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의 성격인데요. 무능이라는 기프트를 받고 세상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망가지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괴롭힘을 당해도 원망이나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건 힘을 얻었을 때는 나약한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앞 길을 막거나 부조리한 것을 보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머리를 터트려버리는 성격으로 바뀌어 버린다는 점입니다. 특히 인상적인 건 힘을 얻기 전에는 공손한 존댓말로 대했던 왕녀에게 반말을 해댄다는 것이고, 언제부턴가 명령질까지 하게 되었죠. 그리고 주인공은 왕녀로부터 파격적인 제안을 받습니다. 읽다 보면 왕녀가 제일 영악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주인공이 강해졌다는 걸 알자마자 적들을 치는데 이용하려 들고, 나와 세상을 바꾸자며 가스라이팅 해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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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해 보자면요. 무능력 먼치킨은 그렇다 치더라도, 주인공을 붙잡기 위한 왕녀의 몸부림은 처절하기 보다 발암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주인공은 허접일 때 세상 부조리를 겪으며 세상에 대해 원망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죠. 던전에서 드랍되는 책들을 읽고 신급 마물을 만나 지식을 넓혀 가며 그동안 자신이 받았던 부조리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원래 세계로 돌아왔을 때 염세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왕녀 또한 부조리한 인간과 다를 바 없다며 매도해대며 떠나려는데, 왕녀는 주인공 소꿉친구를 인질로 삼아 그를 붙잡으려 하죠(이 시점에서 왕녀 목이 떨어져야 하나 메인 히로인이어서 살은 듯). 모두가 잘 사는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이상론을 펼치면서도 납치극에 대한 대비는 전혀 되어 있지 않아 시녀를 고생 시키고(능욕 당할 뻔, 주인공이 구해줌), 제1 왕녀이면서 내 편은 거의 만들어두지도 않아 왕위 쟁탈전 중인 동생에게 처 발려 버립니다. 분명 밝은 성격에 사람들을 모으는 다정함을 엿보이는 왕녀지만, 이건 작가가 캐릭터를 잘 활용 못한다고 해야 할까요. 더 참을 수 없는 건 그런 왕녀의 손을 잡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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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써보자면, 일단 1권 한정입니다만. 의미 없이 벗어더지는 판치라와 의미 모를 호감도 상승이 없어서 좋습니다. 주인공의 어딘가 성격이 결여된 듯한, 핀트가 맞지 않는 착각 등은 좀 신선했습니다. 가령 신들의 시련이라는 던전을 클리어 해놓고 자신이 강하다는 인식보다는 던전이 허접했다고 착각한다든지. 세상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를 앞에 두고도 약하다며 다른 놈이겠지 한다든지. 그래서 더 강해지도록 노력해야지 하는 통에 주변을 기겁하게 만들죠. 하지만 흔직세처럼 타종족을 군기로 강화 시켜 군사조직으로 만드는 장면들은 좀 마이너스입니다. 던전에서 신급 몬스터들(진짜 신이라고 지칭됨)이 주인공을 우러러본다든지, 이런류 작품에서 이런 설정은 꼭 빠지지 않더라고요. 강해진 이후 마이웨이를 보여줄 것처럼 해놓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초식남 주인공도 조금은 발암이고요. 왕녀 납치극이나 주인공이 머물던 마을의 위기에서 부자연스러운 장면들이 더러 있습니다. 급하게 웹본을 수정해서 도서로 출간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제법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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