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의 소환사 2 - NT Novel
마요이 도후 지음, 쿠로긴 그림, 유경주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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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소설가가 되자 출신답게 이세계 전생 먼치킨류의 판박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벨 개념은 그렇다 처도, 이세계물이라면 빠지지 않는 노예의 등장과 하렘 그리고 스테이터스 창 등 우리가 굳이 알 필요도 없는 걸 보여주며 지면을 갉아먹는 게 특징이죠. 이 작품도 이런 요소가 다 들어가 있어요. 주인공은 이세계 전생하면서 신(그것도 여신)에게 치트키를 부여받죠. 이걸로 별다른 노력도 없이 이세계 주민이 본다면 이런 부조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장을 해댑니다. 이세계 전생하고 한 달 만에 웬만한 모험가 쌈 싸 먹을 정도로 성장을 하니,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한마디로 고생이라는 단어와는 인연이 없어요. 성장이란 고생과 고통을 토대로 해서 이뤄진다는 걸 부정하는 듯한 이야기를 과연 옳게 봐줘야 할까. 뭐, 사실 재미로 보는 이야기에서 정색을 해봐야 나만 손해이긴 합니다.


아무튼 1권 리뷰에서 이 작품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이었던 필자가 마음이 바뀐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싶군요. 사실 소설가가 되자 출신 작품 상당수가 1권은 흥미로워도 2권부터는 흥미도가 떨어지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기도 하죠. 그 이유로는 역시나 역경을 뛰어넘어 성장하는 것이 아닌 날로 먹는 행태에, 가령 대가 없이 이익을 취하는 사람을 보는 듯한 감정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은데요.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이 딱 그렇죠. 여신에게서 치트키를 받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한 달 만에 A급 모험가 되어 버리고, 힘으로는 S급을 능가하는 먼치킨이 되어 버렸으니 누가 봐도 노력하는 사람을 부정하는 듯한 진행인데 이게 마음에 들 리가 없겠죠. 다른 말로 하면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고, 게임적으로 표현하면 배알이 꼬인다고도 합니다만.


그렇게 파즈(도시) 굴지의 모험가가 되어 버린 주인공 '켈빈'과 그의 유쾌한 동료들, 여담이지만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인지 모를 검은 머리가 자신들의 나와바리에서 자신들을 제치고 승승장구하는 거에 대한 의문과 시기도 보여주지 않는 토박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놈들 배알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오히려 켈빈이 악마를 무찌른 기념으로 파티 열자 너도나도 부어라 마셔라~ 이러니까 세월이 흘러도 토박이들은 만년 C급에 머무는 게 아닐까 하는, 이 작품은 노력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런 주인공도 길드장에게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 점과 치트키 보유 등 약점 잡혀서는(뭐 표면상으로는 귀족들 등살 막아준다는 명목) 길드장 시다바리로 지내는 모습은 참으로 유쾌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어쨌거나 악마를 보았습니다라는 신고를 받고 어떤 던전에 들어갔더니 웬걸 마왕의 딸이 봉인되어 있지 뭡니까. 음.. 뭐랄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요. 아니 이게 아니라, 부모의 죄를 자식에게 묻지 말라고 했던가요. 작중 뉘앙스로 보면 마왕보다 인간이 더 나쁜 거 같지만, 세상 논리가 인간은 선하고, 마족은 나쁘다는 인식이니 어쩔 수가 없겠죠. 주인공 켈빈은 토벌하라는 악마(마왕의 딸)를 숨겨주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그녀가 바로 이번 2권 표지 모델이 되겠군요. 아빠(전대 마왕, 지금은 사망)가 세상에 공표하지 않고 꽁꽁 숨겨 키우는 바람에 세상 물정이 어두워도 너무 어두운 아가씨로 커버립니다. 강(江)도 처음 보고, 바다도 처음 보고. 그러니까 인간보다 순수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마족의 피는 어쩔 수 없는지 주인공보다 더한 전투광에다 사디스트여서 상대가 적(에너미)으로 판명되면 가차없는 게 소름 돋게 하죠.


이번 이야기는 마왕의 딸 '세라'를 영입한 주인공이 쌀을 얻기 위해 수국(水國) 트라지로 향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가다가 정석적으로 도적들과 조우하게 되고 소탕하는 과정에서 이번 2권의 부제목인 '거짓된 영웅'을 만나죠. 여기서 뭔가 판타지스러운 거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좀 실망스러운 전개뿐이어서 과연 부제목을 '거짓된 영웅'으로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을 들게 합니다. 그것보다 용사 날아오르다로 하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로 용사의 성장이 눈부시게 다가오는데요. 이전 1권에서도 언급한 대로 성선설(사람은 근본적으로 착하다는 이론)로 무장한 용사가 나와서 주인공 앞을 가로막지만 주인공은 이걸 기회로 용사의 성장을 이뤄내고자 하죠.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여느 성선설 용사와는 다르게 말하면 알아듣는다는 겁니다. 흔직세와 방패용사에 나오는 용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은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되는 이세계 전생물의 표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치킨에 스테이터스 창이 나오고, 하렘에 노예 소녀에 걸핏하면 스탯치 열거하는 등 읽는 입장에서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장면들이 더러 있죠. 그래도 이걸 어떻게 잘 풀어나가서 몰입도를 높이느냐는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에 달렸는데 이 작품의 작가는 그럭저럭 잘 살리고 있는 편이랄까요. 안 그랬다면 욕 오질라게 썼을 듯, 요소요소에 개그적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지루하지 않게 하고, 읽는 사람 머리 아프게 하는 복선을 깔지 않음으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그래도 몇 개 나오긴 함). 이번 2권은 사실 외전 형식에 가깝다고 할까요. 쌀을 구하는 여행 중에 트러블에 휘말리고 해결하면서 이세계의 세력 판도를 알아가죠. 아마 3권에서 조금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주변국이 모두 호전적인 나라뿐이어서 언제 싸움 날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주인공 일행이 거기에 끼여 고생 좀 하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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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탄의 왕과 미체리아 1 - NT Novel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미야츠키 이츠카 그림, 민유선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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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탄의 왕과 바나디스를 18권으로 완결(일본 기준) 시키고 뭔가가 허전했는지 이번엔 미체리아라는 이름으로 집필하기 시작하였군요. 미체리아란 동련의 류드밀라의 이명입니다. 즉, 이번 작의 메인 히로인은 류드밀라가 되겠습니다. 류드밀라는 이전작(바나디스)에서 라이벌인 에렌과 사이가 좋은 티글을 의식하고는 있었지만 고놈의 자존심(다른 말로 츤데레)도 있고 에렌과의 관계도 있고 해서 후반까지 감정을 숨겼었죠. 처음엔 동물에게 알몸을 보여준다고 무슨 감흥이 있겠냐며 목욕하는데 난입한 티글을 줘패지도 않는 그야말로 인간 이하 취급을 했었는데요. 그러다가 같이 전장을 누비고 마물과의 싸움을 거치며 차차 마음을 키워 갔었죠. 이번 신작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만약에 류드밀라 어머니가 바나디스 세계관에서 살아 있었다면 그녀(류드밀라)에게 이런 말을 했지 않을까 싶더군요. 


'사랑이란 가만히 앉아 있는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란다.'



자, 시작은 바나디스 세계관에서 그랬던 것처럼 전쟁의 한복판입니다. 이번엔 되지도 않은 명목의 전쟁이 아니라 좀 더 스케일이 커졌는데요. 아랫동네 '무오지넬'이 자꾸 국경을 넘어와 사람들을 잡아가는 통에 열받은 브륀이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긴 했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죽어나는 건 말단 공무원이라는 것처럼 티글의 부대는 고기 방패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다 바나디스 세계관에서 티글은 에렌의 포로가 되고 말았지만 이번에 나타난 건 류드밀라가 되겠는데요. 사실 바나디스를 읽어온 필자로서는 기분이 참 묘했군요. 본처(에렌)를 놔두고 이렇게 바람을 피워도 되나 싶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요. 세계관은 비슷해도 이야기는 전혀 다른데도 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군요.


이번 미체리아는 바나디스와 세계관은 비슷해도 여러 부분에서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티글의 아버지가 쌩쌩하게 살아있고, 아버지가 시녀에게 손대서 태어나게 한 동생도 있고, 류드밀라의 어머니가 살아 있기도 합니다. 본편에서는 죽게 되는 발렌티나(필자도 스포 당함)가 살아서 결혼에 골인하고 후임으로 다른 소녀가 공녀로 오는등(바나디스 18권 후반에 등장한다고), 소소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바나디스보다 세계관이 좀 더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랄까요. 이야기 구성이 조금 더 탄탄해진 뭐 그런, 뭣보다 류드밀라의 어머니의 존재가 작품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지 않나 하는데요. 30대로서 아직 창창한 나이대인 엄마가 딸과 티글을 놓고 경쟁하는 듯한 모습은 흐뭇하게 하였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모녀가 남자 하나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야구 동영상 클리셰로 비칠 수 있습니다만.


대놓고 스포 하자면 1권 한정으로 그렇고 그렇게 흘러가진 않으니 안심(?) 하시길, 엄마는 눈치 없는 사람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티글을 꾀어내 온 동네를 쏘다니고 부하들을 골탕 먹이는 소녀 같은 감성은 말괄량이라기 보다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는 촛불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이 작품의 작가는 복선을 띄우고 회수를 잘하는 편입니다. 특히나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게 하며 히로인을 리타이어 시키기도 하죠. 그래서 바나디스 세계관에서도 나온 마물이 이번 미체리아에서도 나오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였는데요. 엄마는 전직 바나디스. 아무튼 그보다 티글을 류드밀라가 다스리는 올뮤츠에 1년간 살게 하고, 엄마와 바람(?) 피게 하는 장면들은 영락없는 에렌과의 생활 판박이라는 것, 작가가 날로 먹는다고 할까요.


그건 그렇고 이번에 눈여겨볼 것은 티글이 본능에 매우 충실해졌다는 것입니다. 기습당해서 패주 중임에도 류드밀라와 재회했을 때 따로 둘이 만날 수 있을까 하질 않나(이런저런 의미로 비춰짐), 노골적인 스킨십에, 목욕하는 거 엿보다 들켜놓고도 당당하고, 너를 가지고 싶다는 둥(대충 비슷한 말을 함) 강남의 제비가 있다면 딱 그런 놈이 티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게, 원래 이런 놈이었나 싶을 정도였군요. 바나디스 세계관에서는 매우 조금식 히로인들과 관계를 다져갔다면 이번 미체리아에서는 처음부터 아주 이부자리 펼 기세랄까요. 결국 직전까지 가요. 류드밀라로서는 행동력 있는 남자는 싫지가 않은가 봅니다. 티글은 3년 전 처음 그녀를 만나 이성으로써 눈을 뜨고 고백했다가 차이고, 또 여기서 만나 애틋한 마음을 키우는데...는 좋아요. 이것들이 전연령가를 19금으로 만들 작정인지. 일러스트 수위도 아주 중요한 부분을 조금만 가리고 다 보여주는데 작가가 뭘 좀 안다니까요.


근데 사실 필자가 표현은 저리 해놓았지만 류드밀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 하는 티글의 애절한 마음이 많이 녹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왕 다음이라 일컬어지는 권력을 가진 바나디스로서의 류드밀라와 지방의 한낱 찌끄래기 귀족에 불과한 티글은 주변에서 보기에 과연 어울리는 커플일까. 김칫국 마시는 것도 작작이라는 말이 있죠. 그래서 전장에 몸을 던진 티글을 공을 세우려 하지만 뭐 초반의 주인공들이 다 그렇듯 변변찮은 모습들뿐입니다.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마물을 만나 격전을 치루지만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알려도 믿어주는 놈이 없을 테니 서글플 따름이군요. 그래서 더 류드밀라를 원하는 게 아닐까 싶은. 티글은 만날 때마다 이부자리 펴려고 하니 류드밀라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인데 싫지만은 않는 게 참 묘한 관계랄까요.


맺으며, 확실히 바나디스 세계관보다 나은 진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나 서로를 갈구하는 감정 표현에서요(근데 티글이 너무 들이대). 다만 인간관계에서 바나디스 세계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좀 괴리감 같은 게 느껴질지도 모르겠군요. 에렌에 친숙한 분들이 류드밀라와 짝짜꿍 중인 티글을 본다면 이런 바람둥이 시키 같은 말을 내뱉을지도요. 사실 바나디스 세계관에서 모두와 맺어지니까 엄밀히 따지면 바람은 아니겠지만요. 그래도 에렌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묘한 감정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다시 에렌과도 맺어질지 사뭇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복선이 나오길 '여러 여자에 둘러싸인 티글'이라는 대목에서 에렌도 동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군요. 다만 바나디스 세계관에서의 사이와는 조금 다르겠죠. 여담이지만 그 외의 여자의 실루엣도 있었다는 대목에서 류드밀라의 어머니도 동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였습니다(남편 살아 있는데). 그래서 꽤 흥미가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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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무쌍 1 - “삽 파동포!” ( ` · ω · ´)♂〓〓〓〓★(ºДº;;;).:∴ 콰아아앙, Novel Engine
츠치세 야소하치 지음, 유우키 하구레 그림, 이승원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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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여권 도서를 리뷰해온 필자에게 있어서 전대미문 위기가 찾아왔군요. 분명 코믹(만화)은 개그로서 훌륭했는데 어째서 원작인 라노벨은 신성모독 수준일까 하는 의문이 읽는 내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 읽고 나서 후련하다거나 재미있었다거나 하는 뿌듯한 감정이 들기보다 이걸 어떻게 리뷰해야 되나 하는 걱정이 앞섰는데요. 필자 리뷰 인생에 있어서 이렇게 위기가 찾아오기는 처음이 아닐 수 없었어요. 리뷰는 말이죠. 그 작품이 전하는 뭔가의 의미를 건져야만 리뷰라는 글이 성립이 되거든요. 의미도 없는 거 써봐야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대체 어디서 뭘 어떤 의미를 건져야 할지 고민을 무척 많이 했습니다.

 

자, 1천 년이나 땅을 파던 광부가 있습니다. 그 광부는 오로지 보석을 찾아 땅속을 헤집고 다니며 세상 듣도 보도 못한 보석들을 파내는 낙으로 사는 주인공 '알란'(참고로 남자)이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라면 흔한 판타지인가 싶을 텐데요. 근데 알란은 삽질로 100년을 팠더니 삽 끝에서 암반을 용해하는 빔이 나왔고, 1천 년을 팠더니 파동포를 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필자의 머리엔 ???가 자리 잡기 시작했죠. 삽으로 파동포를 쏠 수 있데요. 옛날 만화 우주전함 야마토던가에서 전함이 파동포를 쐈던가 그럴 텐데, 주인공 알란은 그 파동포를 삽으로 쏠 수 있게 되었죠. 이걸로 지옥도 평정하고 악마도 처단하는 등 땅 밑에서 1천 년 동안 활약을 무척이나 많이 합니다. 파라는 보석은 안 파고...

 

그러던 어느 날 알란은 오랜만에 지상으로 나와요. 알란도 일단은 인간(정확히는 드워프 혼혈)인지라 생활용품도 필요하거든요. 근데 세상 타이밍이라는 게 이렇습니다. 그는 지상으로 나온 날에 위기에 빠진 어떤 왕녀를 구해주게 되죠. 산적에 둘러싸인 왕녀를 구해주게 된 알란은 왕녀에게서 호위 의뢰를 받아요. 이게 앞으로 위가 빵꾸나게 되는 일이라는 걸 지금은 모른 채 말이죠. 재상(아마 총리쯤 되나 봄)에게 나라를 찬탈당한 왕녀는 재상을 무찌르고 나라를 되찾기 위해 세상에 뿌려진 7개의 드래곤 볼을 모으기 위해 여행 중이었어요. 드래곤 볼 7개를 모아 소원을 빌기 위해 알란을 꼬드겨서 호위를 부탁은 했는데...

 

이 왕녀라는 게 알란이 쏜 파동포를 보고 나서 완전히 맛이 가버려요. 삽으로 모든 게 통한다는 알란의 설파는 마치 종교의 그것을 보는 것 같고, 왕녀는 그걸 교리로 삼아 교단을 만들어 버리는 만행을 혀를 내두르게 하죠. 첫날부터 알란에게 푹 빠져서 알란을 사이비 교주를 대하듯 이 몸 모든 걸 바치겠노라 하죠. 하지만 알란은 고자라는 거, 재상을 무찔러 나라를 되찾겠다는 당초의 목표는 온데간데없고, 알란이 제자를 들이고 싶다는 말을 곡해서는 자기 보고 애를 낳아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곤 머리에 꽃 꽂은 것처럼 행동하는데 뭐 이런 정신 나간 여자가 다 있나 싶었군요. 문제는 왕녀의 증세가 갈수록 매우 심각해진다는 것입니다.

 

들어오는 여자들마다 알란의 위대함을 설파하고 우리 모두 알란의 아이를 가져요(작중에서는 삽해요라며 순화)라며 세뇌를 해대는 통에 멀쩡한 여자도 이 파티(파티장은 알란, 왕녀는 부파티장)와 엮이면 열렬한 사이비 교인이 되어 버리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닙니다. 바꿔 말하면 지리멸렬하다고 할 수 있군요. 왕녀가 삽에 완전히 미처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삽해요(아이 가지자는 말을 순화한 것)라는 둥 의성어, 의태어 모든 동사, 명사에 삽이라는 단어를 집어넣는 바람에 정신이 매우 사납기 그지없었습니다. 급기야 왕녀의 머리엔 삽으로 통일되어 버리는 지경까지 오게 돼요. 나라를 되찾게 되면 국교로 삽을 정한다는 둥, 삽을 숭배하는 사이비 교단의 교주를 자처하기에 이르죠.

 

혹시나 이 작품을 접할 기회가 있다면 그냥 생각 없이 읽으시기 바랍니다. 의미를 찾거나 상식을 들이 밀어서는 안 돼요. 게다가 왕녀도 왕녀지만 알란은 한술 더 뜨는데요. 삽으로 못하는 게 없어요. 시공을 비틀고 인지를 초월하고 바라는 모든 게 이뤄지는, 마치 도라에몽의 주머니가 진화를 한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먼치킨의 상도를 벗어난, 먼치킨으로써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써본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도가 지나친 장면을 보여줍니다. 시놉시스의 '이것이 영웅이다' ????, 차라리 7개의 드래곤 볼을 모을 필요도 없이 지금 당장 알란이 재상을 무찌르면 될 텐데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아요. 그래서 이 도서를 읽는 건 인간으로서 치욕이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출판사에서 소송을 걸어와도 어쩔 수 없어요. 아닌 건 아니잖아요?

 

맺으며, 그냥 주인공 최강입니다. 아무도 맞설 상대가 없어요. 1만의 언데드 대군도 몇 초 만에, 삐까번쩍하는 성은 몇 분 만에 뚝딱, 즉사치트에 버금갈 정도로 나무야 미안해로 귀결되는 작품이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1천 년 동안 여자를 못 만나서 그런지 자기가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고자 시키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고요. 그걸 곡해하고 와전해서 받아들여서는 머릿속을 온통 꽃밭으로 치장하는 왕녀 하며, 마치 지금의 코로나처럼 들어오는 여자들마다 삽의 위대함을 전염 시키는 극악무도함은 덤이고요. 이게 단순한 전염이 아니라 사이비 종교를 뛰어넘는 것에 혀를 내두르게 하죠. 거기에 의미 없이 벗기는 거 하며, 작가가 가슴에 콤플렉스가 있는지 그 거대함은 또 뭐고, 인간을 관두지 않는 한 무리라는 말에 그럼 그만두지?라며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거 하며, 아주 그냥 생각 없이 읽는다면 정말로 재미있긴 합니다. 하지만 이런 작품 때문에 서브컬처가 욕먹는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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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연금술사는 마을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 5 - J Novel Next
노노하라 우사타 지음, OX 그림, 이신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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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를 다 읽은 지 만 하루가 지나가는데도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게요. 내가 뭣 때문에 완결까지 읽었을까 입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필자는 흥미를 잃으면 과감하게 손절해버리거든요. 특히 이 작품처럼 싸구려 멘트 날리며 간들어지는 내레이션(주변 설명)은 정말 닭살 돋아서 패데기 칠 때가 많아요. 그럼에도 끝까지 읽은 건 그래도 내용이나 설정 자체는 괜찮았기 때문이긴 합니다. 200년 전 연금술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마리엘라'는 느닷없이 몰려오는 몬스터 대군 '스템피드'를 피해 가사(잠)에 들어갔고, 깨어나 보니 200년 후였어요. 그런데 200년 전엔 동네 우굴거리던 연금술사들은 멸종을 해버렸고, 졸지에 그녀(마리엘라)만 연금술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죠. 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무것도 모른 채 백치미 상태로 도시로 찾아왔어요. 돈이 되는 애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겠죠.


하지만 애초에 이 작품은 포션 만들기 입문서 같은 것인지라 뒷세계 같은 다크 한 이야기는 들어가 있지 않습니다. 어디 잡혀가서 죽을 때까지 쪽쪽 빨리는 그런 전개는 없어요. 그녀를 처음 주워서 보호한 곳도 정의로운 곳이고, 미궁(던전)을 최우선으로 공략하기 위해 다소 물리적으로 인권침해할 소지가 다분했던 군(軍)에서조차 그녀의 신분을 감추고 호위까지 붙여주며 대접을 해주기에 이르죠. 그만큼 200년 후에는 연금술사가 멸종을 해버렸다는 의미인데요. 멸종 이유는 스포일러니까 일단 넘어가고요. 아무튼 연금술의 주 생산품목이 포션이고 200년 후에는 연금술사가 귀하다 보니 당연히 포션도 귀한 취급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미궁을 없애야 되는 군의 입장에서는 마리엘라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죠. 위에서 인권 침해가 없다고는 했습니다만. 무리 좀 해주셔야겠습니다.


미궁 도시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정령 엔달루지아가 미궁(던전) 주인에게 잡아먹히고 있으니 어떻게 손쓰지 않으면 미궁 도시는 궤멸된다는 진단이 나와요. 200년 전부터 미궁을 없애기 위해 인간들은 무던히도 애써왔지만 아직 그 끝에 도달하지는 못했죠. 그래서 마리엘라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는데, 문제는 호구 미사일 같은 마리엘라가 포션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좋다고 마구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제값을 받긴 하는데 뭔가 포션빨의 카오루처럼 좀 현실적으로 살아도 될만하겠건만 사람들을 위한답시고 허구언날 포션만 만들어대니 설정은 괜찮은데 재미가 있을리가 없죠. 재료를 구해다 조합하고 지맥과 연결해서 어쩌고 같은 설명이 대단히 많이 들어가 있어요. 한편으로는 작가의 방대한 지식에 놀라고, 한편으로는 이걸 우리가 알아서 뭐 하게?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이 땅에 축복을 내려주는 정령 엔달루지아를 구출하기 위해 미궁 최하층으로 달려가는 군의 배식 담당 식모처럼 딸려가서 포션을 만들어대는 모습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난감함이 쓰나미처럼 몰려왔군요. 마리엘라는 왜 이리 고생을 자처하는 걸까. 잠에서 깨어나 도시로 와서 포션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면 무기화해서 자신의 안위부터 챙기는 게 순서잖아요. 뭘 믿고 남자들만 우굴대는 곳에 갔을까. 이 작품은 전연령가였길 망정이지(아니 그게 발매사가 제이노블이라면 전연령가라도 안심하면 안 됨), 군은 또 얼마나 무능하면 일개 여자애에 불과한 마리엘라에 의지해서 자신들의 힘으로 이룩해야 할 업적에 그녀가 만든 저녁밥상에 숟가락을 얹기 바쁜 모습을 보일 뿐인 게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그녀의 포션이 없었다면 미궁 도시는 궤멸 코스였다는 건 언급조차 하지 않아요.


뭐, 사실 마리엘라는 남을 의심하지 않는 착한 사람이라고 해야겠죠.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린 이런 사람을 칭찬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요컨대 이 작품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인생의 지침서 같은 거라고 할까요. 사람이 착하게 살면 그만큼 친구가 늘어나고 복받는다는 메시지를 던지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자는 심사 뒤틀려서 호구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요. 그렇게 미궁 최하층에 도착해서 마리엘라가 본 것을 이 작품 성격에 맞지 않는 시리어스였으니 작가가 뭘 잘못 먹었나 싶더라고요.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서, 아무튼 그렇게 어찌어찌 끝나가긴 합니다. 그리고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이라고 살짝 먹먹한 장면도 있고요. 그러나 이젠 마리엘라 주위에는 열 손가락 다 세지 못할 만큼 친한 사람들로 둘러 쌓여 있으니 외롭진 않겠죠.


맺으며, 쓸데없는 설명이 너무 많아요. 날로 먹는다고 하죠. 작가 딴에는 사랑스럽게 표현(라티나 주연의 우리 딸이라는 작품도 유사)한 듯한데 필자같이 심사가 뒤틀린 사라이 본다면 닭살만 돋을 뿐입니다. 저질 멘트에 저질 개그로 밖에 보이질 않아요. 그래서 2권쯤에 바로 손절하려고 했는데 마리엘라의 스승이 궁금해서 계속 구입했습니다만. 정작 그 스승은 술고래에 별다른 임팩트는 없고, 완결 시점에 스승의 정체에 대한 복선만 잔뜩 뿌려대는 무책임한 작가의 만행에 경악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간들어지는 설명까지는 참겠는데 남자 주인공인 '지크'는 정말 에러 중에 에러였다고 생각이 들었군요. 주인공으로써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러스트도 그렇고, 옛 조상이 왕족이었다는 둥, 정령의 후손이라는 둥 근본 없는 족보에, 그를 노예로 구입해놓고선 좋아하는 감정에 빠지는 마리엘라 하며 총체적 난국이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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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용사는 복수의 길을 웃으며 걷는다 7 - L Books
키즈카 네로 지음, Sinsora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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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매우 매우 강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의 하세요.






기껏 집에 보내줬더니 왜 또 돌아오고 그러세요. 마왕을 무찔러 달라고 성녀 '메테리아(이하 성녀)'는 다른 세계(지구)에서 용사(카이토, 이하 용사)를 소환했더랬죠. 근데 이 mi친늠이 죽이라는 마왕은 안 죽이고 글쎄 사랑에 빠져서는 소꿉놀이나 하고 자빠졌으니 배알이 단단히 꼬여 버려요. 나아가서 성녀는 어디서 어떻게 호감을 안게 되었는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을 정도로 용사 앓이를 해버리죠. 그러나 1회차 인생 때는 성녀라지만 별다른 권력이나 힘도 없었고, 표면적으로 마왕 무찌르러 싸돌아 다니느라 바쁜 용사에게 접근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순혈주의 왕녀 '알레시아(이하 왕녀)'가 용사를 달달 볶아대도, 망둥어(왕녀)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고 용사 일행이었던 아무개씨들에게 의해 1회차 용사가 비명횡사할 때도 그저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2회차 인생입니다. 성녀는 이번에야말로 내 사람으로 만들겠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용사를 현실 세계(지구)로 보냈다가 나중에 다시 소환하려 했는데요. 그런데 현실로 돌아간 주인공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자, 등가교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내놓아야만 하죠. 용사를 이세계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무엇일 필요할까. 마력(생명), 성녀는 자기가 한 짓을 용사가 용서해줄 거라 생각한 것일까. 현실 세계에서 용사에게 남은 건 여동생 '마이'와 친구 '유토', 다른 사람은 용사를 이세계로 소환하기 위한 재료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선 눈앞에서 벌어진 대규모 실종 사건과 사건 때 출현한 마법진으로 인한 출구도 없는 이세계 전이 광풍이 불고 있었더랬죠. 그  한가운데에 떨어진 용사와 그의 여동생 마이, 그리고 친구 유토는 광기가 몰아치는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 현실 세계에 계속 있어봐야 이세계 전이에 목숨 거는 날파리들에게 시달릴 거라는 자명한 것. 용사는 이세계에 아직 못다 이룬 복수와 남겨진 미나리스와 슈리아를 외면하지 못해 다시 이세계로 전이할 것을 선택합니다. 이번엔 여동생 마이와 친구 유토와 함께.까지가 6권의 이야기이고요. 7권은 이세계로 다시 전이해와서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복수자를 찾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엔 직접적인 대상자는 아니고 1회차 때 마왕이자 연인인 '레티시아'를 죽음으로 몰고 간 사자 수인과 레티시아 언니(이하 언니)가 그 대상자들인데요. 참고로 여기서 설정 파괴가 있습니다. 초반(1권)때 분명 용사가 동료들과 함께 마왕(레티시아)을 무찔렀다고 그래놓곤 이번엔 레티시아의 죽음을 다르게 표현 해놨더군요.


아무튼 용사는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1회차 기억이 있을 리 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대상자들을 찾아내고 1회차 때 기억을 심어줘서 대의명분을 얻어 고문 끝에 세상 하직하게 만들죠.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용사는 복수에 눈이 멀어 고문의 강도가 상당히 악랄하다는 것인데요. 서로 연인 사이인 대상자들에게 용사는 둘 중 하나가 희생하면 다른 한쪽을 살려준다는 감언이설을 내뱉고 대상자들은 그걸 믿어 버리죠. 서로가 희생하려는 장면 장면은 정말 용사와 입장이 바뀐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용사가 악이고, 대상자가 선) 애절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근데 여기서 문제는 대상자들이 자기들만의 이익이나 왕녀(알레시아)처럼 순혈주의라는 정의(정의란 사람 수만큼 있다고 생각함)에 입각해 주인공과 레티시아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면 주인공(용사)에게 대의명분은 확실했을 거라는 건데요. 하지만 사자 수인과 언니는 옛부터(1회차때부터?) 조사를 통해 이세계의 진실에 다가섰고, 이세계는 곧 파멸할 거라는 걸 알아가죠. 둘은 그걸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그 부산물로 용사와 레티시아가 희생이 되어 버린, 안타까운 상황이었는데요. 문제는 주인공(용사)은 그런 것엔 안중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광기란 무엇인가. 이번 이야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냉혹하고 순수하기에 잔인한 어린애 같은 용사'라 할 수 있습니다. 용사에게 있어서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아닌 내 기분이 풀릴 때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상대의 이야기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아요. 오로지 자신과 레티시아가 죽은 것만 억울해 하며 세상 존재하는 모든 고문을 동원하여 사자 수인과 언니를 바로 죽이지도 않고 고문을 해대는 용사와 그 일행의 만행은 사실 도가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잔인하기 이를 데가 없어요. 여기에 2회차때는 아직 살아 있는 마왕 레티시아까지 합세하죠. 레티시아도 1회차 때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으니, 대상자들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고문을 이겨내며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아 가요. 


하지만 주인공 일행에게 있어서 자비란 찾을 수가 없어요. 살아 있는 상태에서 회를 뜬다는 의미. 어떻게 이런 표현이 정식 발매되는 도서에 실릴 수 있을까 하는 묘사는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대상자들은 자신들의 옳은 일을 위해, 소위 말하는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 시킨다는 것. 세계를 구하기 위해 방법이 틀렸던 것일까. 대화를 통하면 상대는 들어 줬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길에 들어섰을까. 여기서 굉장히 안타까운 건 보통 자신들이 부조리를 당하면 저주를 퍼붓거나 욕을 하거나 그러잖아요.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당성을 끈질기게 주장하거나, 그런데 이번 대상자들은 그런 모습을 일절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무엇보다 안타깝게 하죠.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알고 있기에 모든 고통을 감내하는 모습은 먹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맺으며, 진짜 광기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용사라 하면 절대 선이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절대 악이 있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매우 악랄하고 잔인한 모습을 보여줘요. 죽임을 당했으니 되 갚아준다는 대의명분은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정도가 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항상 다툼에서 '정도'를 따지는 걸 필자는 매우 싫어하지만 이 작품은 정도를 벗어난 게 아닐까 싶은, 용사 일행 모두가 광기에 몸을 맡겨 버리죠. 2회차 레티시아까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레티시아와 재회에 성공한 용사는 1회차 복수 따윈 버려 버리고 2회차 때는 아직 살아있는 레티시아를 다시 잃지 않기 위한 삶을 살았으면 어땠을까도 싶지만, 부창부수라고 그 남편에 그 부인이라는 말이 괜히 있지 않다는 것마냥 용사가 광기에 몸을 맡기는 것을 말리기는커녕 함세해서 광기를 보여주니 이놈들 죽을 때 제명에 못 죽겠구나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진부한 말이 있죠. 아무리 적군이라도 죽일 때는 고통을 주지 않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기껏 새로운 인생을 얻었는데 복수는 잊고 새로 출발하라는 말은 할 수는 없어요. 이건 피해자의 울분을 헤아리지 못하는 처사라 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증오는 새로운 증오를 낳을 뿐이라고도 합니다. 주인공 일행이 저지르는 복수는 새로운 증오를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엿보인다고 할까요. 그래서 복수에 들어가면 철저하게 모두 짓밟는 모습은 새로운 증오를 낳지 않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이것은 곧 주인공은 겁쟁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하죠. 미X놈과 미친X이 만만 환상의 콜라보가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연재 중단을 해버렸죠. 일본에서 7권을 끝으로 더 이상 발매가 안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꼽사리: 7권 후반에 급진전되는 이야기가 더 있는데 이건 언젠가 8권이 나오면 언급해보겠습니다. 성녀 포함해서 이야기가 너무 급진전되어서 따라갈 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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