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탄의 왕과 바나디스 17 - Extreme Novel
카와구치 츠카사 지음, 카타기리 히나타 외 그림, 한신남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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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쪼매 있습니다.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그리고 자세한 설정은 나무위키에서 찾아보면 나옵니다. 초반도 아니고 17권인 시점에서 뭔 소리인지 모를지도 몰라요.

 

 

 

 

꿈이 있다는 것은 근사한 거지. 누군가가 너는 무슨 꿈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을 것입니다. 나라를 세우고 싶다 같은 거창한 꿈, 건강하게 오래 살 고 있다는 꿈,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 그리고 수줍게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져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꿈, 여기 그 소소한 꿈조차 이루지 못하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기도 전에 꽃잎을 다 떨어트려버린 친구의 부탁이 있습니다. 병에 몸져 누워 있으면서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마물과 싸우며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불살랐던 친구의 마지막 부탁, 5년 전 양아버지에게서 입이 닳도록 들었던 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아가라는 말과 친구가 하지 못했던 일의 부탁을 가슴에 품고 '에렌'은 과거의 망령과 마주합니다.

 

아, 표지는 한때 로리라고 말을 들었던 '올가'입니다. 지스터트에서 왕 이외에는 명령을 듣지 않는, 7명 밖에 없다는 '공녀'죠. 공녀의 무력은 일기당천쯤 되고요. 올가도 자기보다 더 큰 도끼를 들고 무표정하게 전장에서 마구 날뛰는 전형적인 피치컬 걸이 되겠습니다. 어쩌다 만난 주인공 티글과 여행하며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티글의 아이를 갖겠다고 공언하면서 주변을 아연실색케 했죠. 지금은 15살이 되어 로리를 졸업해버렸습니다. 이번에 이 작품에서 줄곧 티글을 괴롭혀온 최대 흑막이자 만악의 근원 중 하나인 마물 '가늘롱'을 만나 다른 공녀와 힘을 합쳐 싸웁니다. 그녀의 피치컬이 유감없이 발휘되지만 어째서인지 뜸을 덜 들인 보리밥처럼 입안에서 조금 헛도는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잘 싸워줘서 티글에게 도움은 되었군요.

 

에렌은 5년 전 악몽이자 망령 '피그네리아'와 마주합니다. 양아버지를 죽인 원흉, 어째서인지 피그네리아는 사샤의 뒤를 이어 용기 발그렌의 선택을 받아 '공녀'가 되어 버렸습니다. 필연적으로 에렌과 마주치게 되었고, 에렌은 양아버지의 목숨을 빼앗은 그녀를 용서할 수가 없었죠. 거기에 피그네리아가 품고 있는 이념과 사상의 차이로 인해 에렌과는 물과 기름, 사실 양아버지를 죽인 원수가 아니어도 가치관과 생각의 차이로 인해 둘은 결국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게다가 피그네리아는 지스터트의 내란에 협조하고 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는 터라 에렌으로써는 어떻게든 그녀를 막아 세울 수밖에 없게 돼요. 하지만 몇 년을 더 살았고, 용병으로서도 선배인 그녀(피그네리아)의 실력은 압도적이었으니 단숨에 에렌은 궁지에 몰려갈 뿐입니다.

 

사실 부제목으로 조용필 선생님의 노래 '킬리만 자로'에 나오는 가사 중 '불꽃으로 타올라야지'를 쓸려고 했습니다. 에렌과 피그네리아와의 싸움이 딱 그래요. 지금은 공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떠받들어주고는 있지만 그 이전엔 들개처럼 온 곳을 돌아다니며 하이에나처럼 전장의 개가 되어 살아왔던 두 공녀(에렌과 피그네리아), 그런 두 공녀에게 꿈이 있었습니다. 나라를 세우고 싶다는 열망, 용병으로서 이곳저곳을 떠돌지 않아도 되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그 꿈을 위해서 높은 곳을 오르는 걸 마다하지 않으려는 에렌과 피그네리아, 하지만 둘이 품었던 같은 꿈에서 결정적인 어떤 차이를 드러내며 싸움의 향방이 결정되어 갑니다. 모든 것을 불사른다. 목숨을 걸고 이상을 위해 걷는 걸 포기하지 않는다. 에렌이든 피그네리아든, 사실은 누가 악이고 정의라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정의란 사람의 수만큼이나 있으니까. 용병으로서 전장에 만나 이기고 졌을 뿐, 그리고 내 이상을 상대가 이해해줄리 없을 터, 그러니까 싸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에렌과 피그네리아를 옳아맵니다. 그런데 용기 발그렌은'피그네리아'를 차기 공녀로 선택하였는가. 이 싸움에서 에렌은 양아버지가 평소에 해왔던 말을 간신히 떠올립니다. 양아버지가 그녀와 그녀의 부관 리무에게 했던 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살라는 말, 그리고 죽은 친구 사샤가 했던 말, 용기 발그렌은 어쩌면 전(前) 주인 사샤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피그네리아를 새로운 주인으로 선택한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에렌에게 과거의 망령과 마주해서 뛰어넘어 지금 어딘가에 있는 티글을 찾아가라는, 내용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가슴이 좀 먹먹해진다고 할까요.

 

그런 티글은 어디에 있냐면, 마물 '가늘롱'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브륀을 내란으로 빠트린 장본인, 그리고 예전에 티타의 몸에 현현하여 티글에게 검은 활에 대해 어쩌고저쩌고 했던(아마도) 밤과 어둠과 죽음의 여신 '티르 나 파'를 지상에 현현 시켜 세상을 혼돈으로 물들이려는 장본인, 두 개의 싸움이 종지부를 찍으려 합니다. 에렌과 피그네리아와의 싸움, 그리고 가늘롱과 세상의 명운을 걸고 싸우려는 티글, 여기서 여신 '티르 나 파'에 대한 이야기까지 하면 글이 길어지니까 자세한 건 나무위키 같은 데서 검색해보시기 바라고요. 요점정리를 하자면 주인공 티글은 그동안 흑막이었던 보스를 만나 싸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오기 전에 티글의 조상도 밝혀지지만 결국은 조상이 숲에서 주워온 활 때문에 후손인 티글이 고생하게 되었다는 것이군요.

 

아무튼 한고비 넘기니까 새로운 고비가 찾아온다고 했던가요.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는 듯, 공녀 '발렌티나'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그동안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세상에 잘 나오지 않았던 부뚜막 고양이 발렌티나가 물밑에서 꾸며왔던 음모가 피폐해진 티글과 에렌을 위시한 다른 공녀에게 들이밀어지는데... 어서 빨리 18권을 보고 싶은데 언제 나올지...

 

맺으며, 뭐랄까 다음 18권이 마지막이다 보니 작가가 서두르는 감이 있군요. 결말을 빨리 내려다보니 감정 표현에 있어서 답답한 부분이 많이 보입니다. 에렌과 피그네리아와의 싸움에서 모든 걸 불사른다가 무엇인지 보여주긴 하는데 감정이입이 될만한 대사가 거의 없어요. 그저 유추해서 음미하라는 불친절만이 있습니다. 다만 에렌의 아이를 낳고 싶다는 대목은 사샤와의 인연을 생각나게 해서 좀 먹먹하게는 했습니다만. 그리고 가늘롱과의 전투에서도 '티타'를 좀 더 유용하게 쓸 수 있었음에도 작가가 밀어주고 있다는 말을 무색게 할 정도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만들어 버리는 만행은 참... 그건 그렇고, 이번 에피소드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에렌의 부관 리무가 되겠군요. 에렌과 피그네리아와의 싸움에서 주군인 에렌을 지키기 위해 분전을 하며 그녀 또한 온몸을 불사르는데... 스포일러라서 더 이상 언급은 힘들고 18권에서 기회가 되면 또 언급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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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10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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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참 빠르군요. 여신관이 고블린 슬레이어와 파티를 맺은지도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3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15살에서 17살로, 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지고신(神) 사원에 맡겨져 자라난 그녀는 '지키고, 치유하고, 구하라'라는 신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며 대상이 고블린이라고 하여도 죽음을 애도하는 등 경건하고 마음씨 고운 어른으로 성장은 하였습니다만. 하필이면 고블린 슬레이어와 파티를 맺은 게 그녀에겐 불운이었을까요. 가는 곳마다 개(犬) 똥 밭이었으니 허구한 날 구르는 게 일이고, 옷은 더러워지는 날이 끊이질 않고, 목숨은 남아나질 않고, 그렇다고 그이가 다정하게 대해주기나 하나. 뭐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데도 그녀는 왜 고블린 슬레이어의 뒤를 쫓아다니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샘솟죠.

 

처음으로 친구를 소개하는 날, 처음으로 그이를 집으로 초대하는 날,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날, 나의 눈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이를 바라보는 시점은 과연 어떨까 하는 궁금증은 누구나 한번 겪어 봤을 겁니다. 평가, 높은 평가를 받으면 그보다 기분 좋은 일이 없고, 낮은 평가를 받으면 어딘가 음울해집니다. 여신관은 처음으로 집이나 다름없는 지고신 사원에 고블린 슬레이어와 동료들을 대리고 가요. 대부분의 고아들이 그러하듯 그녀도 모험가의 길에 들어섰고, 잘 해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건 자기만의 생각이고 타인이 보기엔 어떨까. 어릴 때부터 그녀를 봐온 여승(신관과 비슷)들이라면 더욱, 그녀의 평가가 동료들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그것은 부정의 말이 아니라 온화하고 어딘가 들뜨게 만드는,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분위기, 그녀는 잘 해나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걸 시기하듯 불온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지고신 사원의 어느 여승이 고블린의 자식이라는 소문, 여신관에 있어서 그 여승은 친언니와도 같은 존재,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가고 결국 당사자에게까지 도달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자란 여신관에게도, 아니라는 건 본인은 물론이고 여신관도 잘 알고 있다. 모험가들 사이에서 안줏거리로, 가십거리로, 진실을 알려고 하지도 않은 채 자신이 말이 진실인양 퍼져 나가는데 반론할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여신관으로써는 미치고 졸도할 일, 분한 마음에 고주망태가 되어 보지만 해결될 리도 없고 마땅한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다. 인터넷 세상에서 악플이 달리는 느낌이 이런 걸까. 이럴 때 어깨를 다독여줘야 할 고블린 슬레이어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그도 그럴게 고블린 슬레이어는 지금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까.

 

자, 느닷없이 왜 지고신 사원에 불온한 소문이 붙은 걸까. 특정 인물을 향한 소문이라지만 집단에 소속된 인물이고, 그 인물은 포도주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바로 냄새가 나버리죠. 이익을 위해 어느 못된 상인이 개입한 걸까. 그러하다는 걸 뒷받침하듯 고블린 슬레이어가 머무는 목장에 누군가가 찾아옵니다. 개발의 여파는 어느 시절이고 있기 마련이라는 듯 목장을 매입하고 싶다는 상인의 말, 그리고 지고신 사원의 소문, 뭔가 있다는 걸 직감한 고블린 슬레이어는 탐정이 되고자 합니다. 그런데 내 본직은 고블린 퇴치다만. ​고블린 슬레이어는 문득 자신 속에 망설임이 있다는 걸 자각합니다. 언제부터 내가 고블린 이외의 일을 하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남의 일에 개입하게 되었을까. 12년 전 그날 이후 오로지 고블린만을 죽이기 위해 살아온 그가 누군가를 위해 나선다는 것.

 

짜증이 날 정도의 망설임, 여신관이 친언니나 다름없는 여승에 붙은 소문으로 인해 고주망태가 되어 술집에서 진상을 부려도 모른 채 할 정도로의 망설임. 하지만 이건 망설임이 아니라 답답함이었다랄까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는 것에서 오는 답답함. 누군가가 등을 밀어주고 이끌어주지 않으면 모르는 일, 그 모르는 일을 해야 되는 답답함과 망설임, 그걸 이끌어줘야 될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의외로 가까운데 있다고 역설합니다.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때론 눈을 높이 들고 다른 곳을 볼 필요가 있다는 것마냥 소치기 소녀의 당찬 말 한마디에 마치 길 잃은 어린 양이 다시 원래의 길로 되돌아가듯 고블린 슬레이어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안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는 심플한 조언에 마음을 정한 고블린 슬레이어.

 

그동안 간간이 용사에 의해 혼돈의 세력이 무력화되는 어딘가 멀리 떨어진 세계의 이야기를 조금식 가미하던 것이 이젠 대놓고 나날이 혼돈의 세력(판타지 용어로는 마족쯤 되려나요.)이 판을 키워 갑니다. 이미 이전에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는 다크 엘프와의 싸움도 여러 번 있었고, 이번에도 고블린 슬레이어는 혼돈의 세력과 마주합니다. 지고신 사원의 여승에 붙은 소문과 목장을 매입하고 싶다는 상인의 뒤를 캐던 고블린 슬레이어는 어떤 사실에 도달하죠. 목장으로서는 제2의 위기이고, 여신관에게는 고향집 같은 사원이 뭉개질 판입니다. 이럴 때 그는 어떤 움직임을 보여야 할까. 이것은 고블린 퇴치가 아니다. 그럼에도 움직여야 되는 상황. 그의 망설임은 여기에서 기인된 것입니다. 그는 고블린 퇴치 이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하지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고개를 숙일 줄 아는 겸손한 사람은 미움을 받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그가 그동안 모험가를 해온 지도 벌써 7년,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세상에서 그와 여신관을 돕기 위해 여러 모험가들이 움직여 주면서 결국은 처음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소치기 소녀가 말했던 것처럼 있는 힘껏 살아가면 된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리고 또 한 명, 친언니나 다름없는 여승을 고블린 자식이라고 매도하게 만든 장본인을 앞에 두고 그녀(여신관)는 장본인을 매도할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17년 동안 타인을 자비로 대하라는 신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랐다고 여겼던 그녀는 소문의 장본인을 앞에 두고도 자비를 베풀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매도하며 분풀이를 할 것인가. 근데 장본인의 입이 아니라 고블린 슬레이어가 던진 의외의 말은 여신관의 마음에 파장을 불러옵니다.

 

맺으며, 이번엔 고블린은 꼽사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고블린 퇴치가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이긴 한데 언제까지고 고블린만 잡고 있어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마냥 이젠 상위 단계인 혼돈의 세력과 싸움을 붙이려나 봅니다. 그래서 그동안 간간이 언급되었고, 언급되면 용사가 나서서 해결해버렸던 혼돈의 세력이 인간의 틈으로 파고들어 암약 하는 이야기인데요. 이번 10권은 용사가 미처 대처하지 못한 혼돈의 세력이 하필이면 목장과 여신관과 인연이 있는 지고신 사원을 노리게 되면서 일어는 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블린 슬레이어가 파티와 함께하고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적응을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해답은 의외로 가까이 있었다는 걸 알아가면서 고블린 슬레이어도 나름대로 노력한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번엔 이렇다 할 큰 모험은 없어요. 여전히 고블린은 나오고 퇴치는 하지만요. 그리고 혼돈의 세력이라는 큰 복선을 투하하면서 앞으로 이들에게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낳지만 용사가 활약하고 있으니 이들에게 큰 위기는 닥치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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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전생 7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Premium Extreme Novel
리후진 나 마고노테 지음, 한신남 옮김, 시로타카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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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꽤 강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또한 비평이 상당히 진하게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을 안 보려고 했습니다. 이유는 주인공 성격 때문이었죠. 구입 전 조사를 거쳐 정보를 모았고, 필자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주인공 성격이 남의 마음을 파악하지 못해 파탄을 불러올 상이라는 느낌이었군요. 요컨대 상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를 전혀 헤아리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다르게 말하면 이세계에만 가면 히로인의 마음을 헤집고, 정의를 사랑하고, 올바른 길만 가고, 성격이 착하게 교정되는 한마디로 토나올 정도의 클리셰를 전면 반박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죠. 이것은 이전 생에서의 방구석 폐인 기질을 그대로 계승 시킴으로서 주인공이 이세계로 가서 새로 태어난다고 해도 기존 성격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나름대로 작가의 배려(?)가 아니었나 하는 건데요. 물론 이세계에 가서도 방구석에만 처박힌다는 게 아니라 타인을 대할 때의 성격을 말합니다.

 

상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모르니까, 물론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지만 전이 사건에 휘말리고 마대륙으로 날아가 5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루데우스는 에리스의 무엇을 봤는가 하는 물음을 던진다면 과연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요. 그는 에리스의 겉모습만 보고 있었을 뿐이죠. 필자의 이 말을 뒷받침 하는게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음도 루데우스는 에리스가 왜 떠났는지 도통 모른다는 것입니다. 물론 맺어지면서 그 나름대로 책임을 지려 했지만 정작 그녀의 진짜 마음이 어떻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았죠. 애초에 그걸 물어보는 장면도 없어요. 결국 주인공은 자기중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놓고 그녀에게 자기는 가치가 없었다는 둥, 특별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둥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대목에서는 정말...

 

두 문단이나 할애해서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그 여파(상실감)가 이번 7권 내내 따라다닌다는 것이기 때문이군요. 끝까지 에리스가 어떤 마음을 품고 떠났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어요. 여담이자 스포질 좀 하자면, 에리스는 5년 전 마대륙으로 날려가 숱한 고생을 하며 자기를 지켜 주었고, 어른의 계단에 오를 때조차 버거워하는 루데우스를 보다 못해 그의 힘이 되어 주고자 수행을 떠난 것입니다. 결코 루데우스를 버린 게 아니죠. 이렇게 놓고 보면 말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떠난 에리스에게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만. 그러고 보면 이 작품엔 이렇게 엇갈림이 좀 들어가 있죠. 주인공이든 히로인이든 매사 모든 걸 꿰뚫어보는 만능은 아니라는 듯,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엇갈리면 이렇게 오해도 부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에리스가 떠난 빈자리, 그 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좀 있었는데요. 루데우스는 어머니 '제니스'를 찾기 위해 북방 대지로 떠납니다. 가는 길에 '카운터 애로우'라는 파티명을 가진 5명과 안면을 트게 되고 거기서 새로운 히로인이자 7권 한정인(13권인가에서 또 나오는 모양입니다만.) '사라'를 만납니다. 그녀의 첫인상은 드세다. 에리스와 마찬가지로 최악의 상성을 보이죠. 어쨌건 그 길로 로젠버그라는 도시에서 이들과 혹은 다른 모험가들과 약 1년간 모험을 하며 자신의 인지도를 높여 가요. 인지도는 어머니를 찾기 위한 것. 각지를 돌아다니는 모험가의 눈과 귀를 빌리면 어쩌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걸지만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면서 여차여차 시간은 흐르고 사라와 티격태격하는 일도 늘어나고 그러다 삐끗해서 사고를 위장해 가슴도 만지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죠.

 

그리고 새로운 인물 모험가 S등급(참고로 루데우스는 A등급) '졸다트'도 만나 그에게 사사건건 시비도 받으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고 결국은 둘이 의기 투합하기에 이르는데 그 과정이 참 현실적입니다. 졸다트는 몰랐다곤 해도 처음엔 에리스에게 차였다는 상실감에 젖어 세상 다 잃은 듯한 면상이 마음에 안 들어 시비를 걸어 댑니다. 그러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차츰 졸다트는 루데우스의 상실에 젖은 본 마음을 알아 가죠. 그런데 이 과정을 보고 있으면 왜 루데우스는 에리스와 이렇게 대화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던집니다. 솔직 다감하게 대화를 했더라면 미래는 달라졌을까? 그랬다면 적어도 사라를 여자로서 수치심을 들게 하지는 않았을 거라 봅니다. 무슨 말이냐면 스포일러이긴 한데 사라가 의뢰를 수행하던 중 죽을 위기에 처하죠.

 

'카운터 에로우'의 파티원은 그녀가 죽었을 거라 여기고 철수를 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루데우스는 밤 길을 헤치고 그녀를 구해주게 되죠. 파티원도 포기한 자신을 구해준 것입니다. 실제로 다른 파티원 한 명은 사망해버렸고, 그러니 상성이 안 좋아도 호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세상은 그래요. 딱히 해코지도 안 하고 그동안 모험하면서 몇 번이나 파티를 위해 목숨을 걸어준 그가 아무리 아니꼽더라도 호감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하죠. 그리고 6개월간 이들은 나름대로 인연을 쌓아가고 종국에 사라는 그에게 마음을 허락합니다. 아랫도리가 아버지 파울로만큼이나 가벼운 루데우스가 그걸 차버리지는 않을 테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람은 어떤 트라우마나 굉장한 충격을 받으면 몸 어딘가가 고장이 난다고 하죠. 루데우스는 하필이면 자랑스러운 거기가 말입니다.

 

 

그동안 사람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더러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사실적 묘사에선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특히 '사라'가 마물에 붙잡혀 있는 장면은 시리어스가 따로 없어요. '카운터 애로우'의 파티원 중 죽은 한 명을 표현한 장면도 꽤나 시리어스하죠. 밥맛 떨어질까 봐 자세하게 언급은 못하겠습니다만. 여러 작품을 봐온 필자에게 있어서 다소 충격적이었다고 할까요. 표현력에 있어서요. 그리고 이 장면들에서 삶과 죽음은 정말 종이 앞뒤처럼 가깝게 존재하는 구나하는 걸 새삼 알게 해줬군요. 그러고 보면 주인공 루데우스가 현세에서 죽을 때도리얼리티 하게 표현을 해놨죠. 아무튼 몇 개월이나 같이 생활한 동료 같은 사람이 다음날엔 목숨을 다하는 세계, 전세에서 방구석 폐인질이나 하던 주인공에게 다소 짐이 무거운 장면이 아닐까 했는데 이건 또 태연하게 대처하는...

 

어쨌거나 이번 에피소드는 주인공 성격 때문에 눈살이 많이 찌푸려졌군요. 에리스가 왜 떠났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는 모습, 그것으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어 불능이 되어 버렸지만 그것조차 이해를 못하는 모습, 사라를 여자로서 수치스럽게 해놓고 사라가 꺼낸 타산적(구해준 것에 대한 빚 청산)이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 상대의 진짜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우둔함, 이런 흐름을 보고 있자니 피해 의식에 쩔어있는 전형적인 방구석 폐인 기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끝끝내 졸다트와 '어떤 짓'을 벌이면서 인상은 최악으로 치닫더군요. 거기다 진심을 들으려면 술을 먹여 보라는 말이 있듯이 고주망태가 된 루데우스가 꺼낸 사라의 평가는 정말 본인(사라)에게 싸다구 맞아도 모자를 지경에 이릅니다. 그래놓고 또 피해자 코스프레는 정말 이건 아니다 싶었군요.

 

맺으며, 필자는 이래서 이 작품을 안 보려 최대한 저항을 하였습니다. 그렇다고 그럼 지금부터라도 보지 말라는 악플은 참아 주시고요. 이미 8권도 구매해놓은지라, 9권부터 어떡할지는 8권을 마저 보고 판단을 해볼까 합니다. 어쨌거나 루데우스만 죽일 놈이라고 언급은 해놓았습니다만. 사실 에리스나 사라나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명확히 밝히지 않은 죄가 있긴 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인데, 문제는 그런 히로인들에게 버림받았다고 자해하는 주인공의 문제가 더 크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군요. 단순히 버림받았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히로인들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비추는 것에 질이 더 나쁘다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소통의 부재임에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 재주가 있었으면 전세에서 방구석 폐인으로 지내지 않았을 테지만요.

 

마지막으로 본 리뷰는 필자의 주관적 100%입니다. 다른 분들과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알리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악플은 달지 말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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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외전 : 이어 원 3 - SL Comic
사카에다 켄토 지음, 아다치 신고 외 그림, 김성래 옮김, 카규 쿠모 원작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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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편에선 좀 힘들겠고, 외전에서 한 번쯤 고블린에게 된통 당하는 모험가들을 다뤘으면 좋겠더군요. 여기서 된통이라는 건 신참 모험가들이 자기 잘난 맛에 갔다가 당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도시 하나를 뭉개 버리는 수준이면 경각심을 일깨워주지 않을까 싶은 게요. 이쯤 되면 용사가 나서서 어떻게 해주겠지만 외전에서는 아직 용사는 꼬맹이일 때라서 스탬피드 수준을 막을만한 인재가 없어요. 본편이라면 물의 도시 때처럼 그렇게 되도록 고블린 슬레이어가 놔두지는 않겠지만, 혼자 모든 걸 짊어져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이점은 본편에서 동료들을 맞이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만.)를 심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작가는 S 기질이 있는지 계속해서 고블린 슬레이어를 못살게 굽니다.

 

아직은 꼬맹이일 뿐인 용사가 사는 마을에 고블린 퇴치 의뢰를 받아서 간 고블린 슬레이어는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고블린 떼를 맞이하죠. 나름대로 방책을 강구하기는 했는데 5년 후처럼 동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스승에게 죽도록 수련을 받았으나 경험은 역시 현장에서 구르면서 익히는 수밖에 없다는 걸 친히 그가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이 작품만이 아니라 여느 판타지에서 으레 고블린이라 하면 마을 꼬맹이라도 한두 마리라면 쫓아낼 수 있는 게 고블린이라는 설정인데요. 그래서 고블린 하면 허접쓰레기라며 아무도 상대도 안 해주지만 사실은 힘이 없기에 가장 영약 하다고 이 작품은 역설합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상처는 가실 줄을 몰랐고, 눈에 보이는 고블린들에게서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는, 그래서 고블린은 몰살이라며 광기에 찬 모습으로 칼을 휘둘러대지만 영악한 고블린 떼들의 공격은 매섭기만 합니다. 여담이지만 작가가 건담 팬인지 고블린 3마리가 '검은 3연성' 어택을 감행할 때는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군요. 아무튼 한 마리씩 없애가지만 역시나 경험 미숙은 그의 목을 옥죄어 옵니다. 잠깐의 방심은 뒤통수를 맞는 것이고 그렇게 엎어지면 몰매 수준을 넘어서 목숨이 왔다 갔다, 문득 떠오르는 건 누나의 얼굴이라는 주마등이고, 여기가 내 무덤일까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패대는 고블린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어요.

 

그건 그렇고, 광산에서 록 이터를 때려잡는 '젊은 전사'쪽과 고블린 슬레이어랑 장면을 교차 시키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에 뭔가 시사하는 대목이나 의미가 있을 거 같은데 이게 뭔지 도통 떠오르질 않는군요. 록 이터에게 '하프 엘프 소녀'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젊은 전사와 고블린에게 누나들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고블린 슬레이어,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는 공통점을 안고 무서움에 발을 빼기보다 복수심에 인생을 건다. 그러나 한쪽은 홀로 싸우고 한쪽은 다른 모험가들과 함께 싸운다. 음지와 양지를 표현하려 한 것일까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걷는 고블린 슬레이어와 모험가들의 도움을 받아 록 이터를 무찌르고 복수에 성공하는 젊은 전사.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정체할 것인가. 끝나지 않은 복수와 끝나버린 복수. 한가지 알 수 있는 건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메시지였군요.

 

맺으며, 역시 글로만 된 소설보다 그림으로 보는 것이 더 와닿는다고 할까요. 이거 무슨 학습지 보는 유아도 아니고, 사실 라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중에 이토록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참 드뭅니다. 원작과 비교해 스킵으로 인한 괴리감이 거의 없다는 건 작가의 자질이 대단하다는 뜻이기도 하죠. 특히 이번 록 이터를 맞이해서 여러 모험가들이 일심동체로 싸우는 장면은 꽤 박진감이 있습니다. 고블린 슬레이어가 고블린을 맞이해 처절히 싸우며 광기에 젖어가는 모습도 참 흥미롭죠. 그래서 이때 5년 후처럼 외전에서도 그의 곁에 서서 人 사람 '인'처럼 누군가가 받쳐 주었다면 고블린 성애자로 성장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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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3 - Extreme Novel
스도 렌 지음, 니리츠 그림, 정혜원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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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손은 그저 거들 뿐, 도박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던 '라자루스'에게 다가온... 예전 같으면 리뷰에 닭살 돋는 멘트도 서슴없이 썼겠습니다만. 나이가 들고 보니 창피해서 더 이상 쓰지는 못하겠군요. 아무튼 제도(한 나라의 수도 같은 도시?)에서 도박으로 연명하던 주인공 '라자루스'는 도박에서 크게 이겨 어느 노예 소녀를 손에 넣게 되었죠. 그러나 이후 괴한에게 그녀를 빼앗기고 맙니다. 18세기, 치안이 유지된다고는 해도 아직은 무법자들의 세계에서 눈에 띄는 행동을 삼가하며 생활하던 그에게 노예 소녀 '릴라' 탈환 사건은 싫어도 모두의 주목을 받게 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제도에 있을 수 없게 된 그는 지방도시 '바스'로 잠시 몸을 피할 목적으로 여행을 떠났더랬죠. 가던 중 지주의 딸 '이디스'를 차지하려는 못된 남자를 응징하고 겸사겸사 메이드 '필리'와 함께 길동무로 삼고 바스에 도착은 하였습니다만.

 

온천의 도시 '바스', 우리 속담에 이런 게 있죠.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아무리 인터넷이나 전화가 없는 시절이라도 소문은 퍼지게 마련이죠. 주인공 라자루스가 한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이런 것입니다. 소문의 속도, 제도에 있었던 소란의 중심인물을 어딜 가든 있는 동종업자들이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죠. 하필 도착한 온천의 도시 바스에서는 도시 전체를 주무르는 의전장과 부의전장간 이권을 놓고 알력이 생성되어 있었는데요. 그러니 하나라도 많이 아군을 끌어들이고 싶었던 양 진영은 제도의 유명인 라자루스에게 눈독을 들이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 그러니까 라자루스가 바스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는 개미지옥에 빠진 것입니다. 머리는 제법 똑똑하고 눈치도 빠르고 분위기도 잘 살피면서 말은 온천의 도시라지만 이면엔 제도와 마찬가지로 도박으로 흥망성쇠를 이어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발은 들인 우둔함은 몸으로 갚으라는 듯 온천의 도시 바스는 그에게 시련을 선사합니다.

 

자, 사회적으로 힘이 있어 보이는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될까. 무턱대고 내 사람이 되어라 해봐야 의심만 살 뿐이죠. 시간을 들여 친분을 쌓으면 되겠지만 그럴 수 없을 땐 강경책이 상책입니다. 뒤늦게 바스의 분위기를 읽고 어쩌나 하며 라자루스는 여느 날처럼 묵고 있는 여관방에 돌아왔는데 그를 반기는 건, 누군가에게 죽을 만큼 얻어맞아 피떡이 된 채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10살짜리 소녀였으니, 여기서 티비 드라마라면 경찰이 들이닥칠 테죠. 이제 그는 바스에서 일어나는 의전장과 부의전장간 알력의 중심에 서고 맙니다. 그런데 피떡이 된 소녀는? 일단 병원에라도 대려 가야죠. 소녀의 이름은 '줄리아나', 아버지 얼굴은 알아도 이름은 모르며, 이름을 모르는 아버지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고 해맑게 웃는 소녀, 자신이 이렇게 피떡이 될 정도로 맞은 것에 의문을 느끼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모습은 어딘가 망가져 있다는 알려줍니다.

 

철저하게 누군가에게 도구로써 키워진 그녀(줄리아나)는 라자루스에게 어떤 결말을 가져다줄 것인가.

 

딱히 알력이 있다고 해도 여러 사람이 말려드는 시리어스함은 없습니다. 도박이라는 주제답게 도박으로 상황을 해결하려 들고, 수가 틀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다며 으름장을 놓긴 합니다만. 양 진영 중간에 끼인 라자루스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고심해가고 둘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걸 알아가죠. 자기들 문제는 자기들이 해결하면 될 것을. 시달리는 사람 심정 좀 헤아려주면 좋겠건만, 아랑곳하지 않고 함정을 파지 않나, 회유하지 않나, 사실 도박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거지 일보 직전인 그에게 있어서 양 진영 어느 곳에 속하든 이익만 챙기고 빠지면 될 텐데 고지식하게 그럴 마음은 추호도 없다는 것에서 사람이 좀 고지식한 면을 볼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우유부단하게 있을 수만은 없는 게 '릴라'까지 은근슬쩍 잘못될 수 있다는 협박이 날아들고 도망가고 싶었던 그를 바짓가랑이 붙잡듯 붙들고 늘어지니 그는 이제 슬슬 빡쳐 갑니다.

 

상황이 나빠지지만 그런 건 알 바 아니고, 이 작품은 도박에 주제지만 메인은 러브코미디라고 작가가 단언해버렸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히로인이 제법 나오죠. 릴라를 필두로 해서 2권의 히로인이었던 이디스와 메이드 필리, 이디스는 나이가 너무 어려 연애전선에 투입은 힘들고 메이드 필리가 대신 그 자리를 꿰차고 있는데요. 그녀는 분명 엑스트라인데 등장할 때마다 독설이라던지 색기 등으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라자루스와의 섬싱을 예고하고는 있지만 정작 라자루스가 남의 메이드와 엮이는 걸 꺼려 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디스는 아직 들러리로써 크게 활약하는 건 없군요. 그리고 이번 3권 히로인 '줄리아나' 10살이라서 히로인 대열에 올릴 수는 없지만 모든 건 '아버지의 뜻대로' 설령 죽으라고 하면 시늉이 아니라 진짜로 죽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제대로 망가진 모습을 보이는 것에서 꽤 안타깝게 합니다.

 

근데 여담이지만 사실 줄리아나의 등장으로 주인공 라자루스가 어느 진영에 붙어야 되는지 진작에 밝혀주는 핵심인물이자 스포일러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작가가 이야기 강약 조절이 실패해버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군요.

 

아무튼 릴라, 그녀는 라자루스를 만나 노예로서 속박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띄게 되죠. 그 만나고 나서 표정과 감정이 조금식 풍부해지고 있는데요. 제도에 있을 때 경직된 사고관이었던 것이 이디스의 영지를 거칠 때 조금은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기 시작했고, 바스에 도착해서는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심취하고, 무도회에 가고 싶어 하는 소녀의 감성을 내비치기 시작하면서 보는 이를 애틋하게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노예의 신분인 그녀에게 주어진 환경은 그렇게 녹록지만은 않죠. 그래서 라자루스는 그녀를 해방 시켜 떠나보내려 합니다. 애초에 제도에서 그녀를 구해준 것도 상황이 그러해서 구해준 것일 뿐, 그녀를 떠안는다던지 같이 지낸다던지 하는 마음은 그(라자루스)에겐 없었죠. 왜냐, 도박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수가 틀리면 언제든지 뒷골목에서 살해당할 운명인 그에게, 그가 떠나고 나면 릴라는 혼자 남겨지게 될 테니까요.

 

노예로 살 것인가, 자유롭게 살 것인가. 릴라에게 두 가지의 길이 제시됩니다. 그리고 그와 그녀가 선택한 길은...

 

맺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가 바로 곁에서 공존하는 세계에서 아무 힘도 없는 주인공 라자루스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랄까요. 그는 이번 바스에서의 소동에 휘말리며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손에 들어온 소중한 것도 내팽개칠 수 있다는 마음을 내비치죠.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정이 많은지를 보여줍니다. 내면의 갈등을 꽤 리얼리티 하게 보여준다고 할까요. 도망가면 살 수 있는데, 하지만, 무도회에 데려가지 못하는 릴라를 위해 야외에서 그녀의 손을 잡고 댄스를 같이 춰주는 장면이라든지, 릴라를 버리면 목숨을 건질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는다던지, 언제부터인가 눈을 뜨면 바로 곁에 있는 그녀가 눈에 밟히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러해서 주인공의 역린을 건드리는 꼴이 되어가는 악당들은 처벌되고 작가가 공언한 대로 이 작품은 러브코미디가 맞구나 하는 걸 새삼 알게 해줍니다.

 

사족을 더 쓰자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야기 강약 조절에 실패한 것인지 중반 이후 느닷없는 전개가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합니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는 못쓰지만, 이번에 등장하는 줄리아나와 그녀의 모친 그리고 모친을 구하고자 획책한 인물에 관한 건데 어째서 이렇게 이어지는지 하는 설명도 없고 엔딩도 흐지부지로 끝내버리는 황당함이 있습니다.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것도 유분수지, 줄리아나의 모친을 구하고자 하는 이유도 나오지 않고 이후도 언급 없이 끝나버리는 불친절은 어쭙잖게 러브코미디로 엮으려다 실패한 게 아닐까 했군요. 완전히 옥에 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위기를 맞이해가며 뭔가를 유추하고 알아가는 장면에서는 독자들이 유추할만한 재료를 내놓지 않고 주인공만 납득해버리는 불친절도 있습니다. 이게 제일 짜증 났군요. 어떻게 보면 필자의 독해력이 딸려서 그럴 수 있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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