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의 성자 1 - L Novel
마사미티 지음, 이코모치 그림, 이경인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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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긴 글 주의






이 작품에서 참 안타까운 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제목이고 두 번째는 남의 여자를 빼앗으려면 좀 확실하게 했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거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가볍게 보는 소설에서 무거운 제목과 무거운 소재를 쓸 수 없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이야기 요소를 그렇게 깔아놓고 결국은 주인공의 승리로 귀결 시킴으로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아쉽게 한다. 물론 1권 만에 결론이 난건 아니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추방물을 주제로 한다. 시골 마을에서 '용사'가 탄생하고 용사를 지탱할 '현자'와 '성기사'도 선택된다. 그렇다면 '성녀'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여느 판타지에서 보면 이런 직업으로 구성된 파티로 마왕을 잡으러 가곤 하는데, 용사라고 하면 성선설(인간은 근본적으로 착하다)에 미쳐있고 마왕을 무찌르면 평화가 찾아올 거라는 믿어 의심치 않는 올곧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할 것이다. 이런 용사를 지탱하며 현자, 성기사, 성녀도 함께하게 된다. 


그런데 꼭 여성만 성녀가 되란 법은 없다. 성녀의 직책을 남자가 가지게 되면 '성자'가 된다. 성자는 이 작품의 주인공 '러셀(남자)'이다. 성자의 클래스는 신관으로 요컨대 회복술사다. 모 작품의 회복술사처럼 자기 좋을 대로 회복을 쓰는...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그 회복술사에서 19금 요소를 뺀 하위 호환쯤 되지 않을까도 싶다. 아무튼 어릴 때 목검으로 마을에서 주인공을 이길자가 없었는데 어째서 주인공을 성자로 만들었는지 이 세계의 여신은 주먹구구식이다. 그렇게 용사, 현자, 성기사, 성자는 마을을 떠나 도시에 정착하게 되고 던전에 들어가게 된다. 이제 용사가 나왔으니 마왕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작품에서 마왕은 무려 던전을 만드는 던전 메이커(설계자)라고 한다. 마왕은 던전 최하층에서 용사를 기다린다. 그러니까 이 작품에서 용사와 유쾌한 파티는 뭐 빠지게 던전 클리어해가면서 최하층에 도달해서 마왕을 무찌르고 던전을 비활성화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한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 어디서 추방 씬이 생기는가 궁금할 것이다. 성자는 회복을 담당한다고 위에서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다른 클래스 가령 용사나 현자나 성기사도 회복을 쓰게 되면 성자의 입지는 어떻게 될까?라고 이 작품은 묻는다. 성자는 공격 마법을 쓰지 못한다. 그렇다고 검술이나 체술 등 물리력 행사도 못한다. 회복 밖에 못 쓰는 성자, 다른 클래스에서 회복을 쓴다면 성자는 필요 없게 되는 건 당연해진다. 그래서 주인공은 파티에서 추방된다. 매우 심플한 이유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주인공은 고향 마을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근데 마을로 돌아오니 마물에 습격 당하는 미모의 여성이 있다. 이름은 '시빌라(표지 여성)'라고 한다. 하나의 이별을 겪은 주인공에게 새로운 만남을, 여신은 천칭이 기울어지지 않게 운명을 공평하게 나눠주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인공은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져서 이제 여신을 믿지 않는다. 아무튼 '시빌라'를 구해주게 된 주인공은 그녀와 함께 던전에서 열렙하는 일상을 보내게 되는데....


단순히 이런 이야기였다면 필자는 도서를 집어던졌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것은 NTR 요소와 가스라이팅을 들 수가 있다. 물론 NTR이라고 해서 19금적인 요소는 없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은 파티에서 짐짝 취급 당하며 쫓겨난 게 아니라고 역설하기 시작한다. NTR 할 때 남자 친구가 있는 여자를 취하려면 남자를 떼어 놓는 게 우선일 것이다. 주인공은 그런 작업을 당한 것이고, 문제는 그런 작업 당한 걸 주인공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동인지 19금 NTR 요소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보통 이런 주제는 가슴을 매우 두근두근하게 하기도 하는데, 그야 여친이 다른 남자에게 농락 당하기 전에 구출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과정이 매우 흥미롭고 가슴 졸이게 만드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히로인 '에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돌봐줬던 주인공을 좋아하고 있다. '에미'는 성기사다. 그녀는 용사를 따라나서는 주인공을 따라나선다. 작품을 읽다 보면 그녀가 왜 성기사 클래스로 선택되었는지 참으로 구구절절하게 느껴지게 된다.


에미는 용사와 같이 다닌다. 용사는 주인공을 쫓아낸 장본인이고, 에미는 주인공을 도와준다는 게 그만 힘을 너무 쓰는 바람에 쫓겨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NTR에 있어서 엇갈림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용사는 에미를 노리고 있다. 에미는 시종일관 자신 때문에 주인공이 쫓겨났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 죄책감은 이 작품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그렇담 주인공은 어떤가? 주인공은 버림받았다는 충격에 에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중에도 없다. 주인공은 전형적인 둔한 캐릭터다. 그는 시빌라와 함께 마을 근처에 새로 생긴 던전에 들어가 열렙을 하는데, 성자가 아무리 열렙 해봐야 회복술사일 뿐이다. 사람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최강의 직업이 성자라지만 치료할 일이 없다면 길가의 돌멩이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두 번째 포인트인 '가스라이팅'이 시작된다. 시빌라는 왜 주인공의 마을에 왔는가. 시빌라는 왜 주인공과 같이 다니게 되는가. 공격 마법을 쓰지 못하는 주인공에게 시빌라는 슬슬 가스라이팅으로 자신의 힘을 가르쳐주려 한다.


이제 NTR 요소는 뒷전으로 미뤄지고 가스라이팅이 대두된다. 파티에서 쫓겨나 복수심 비슷한 삐뚤어짐을 가지게 된 주인공의 마음에 침투하기란 누워서 떡 먹기다. 회복술사가 던전에서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주인공에게 시빌라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자신의 힘을 받아들이라 한다. 스포일러가 돼서 시빌라의 정체를 밝힐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생각해보니 핵심 스포일러라서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녀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주인공에게 접근한다. 세상에서 대가 없는 친절과 웃는 얼굴로 다가오는 미녀를 조심하라고 했는데 주인공은 거기에 홀랑 넘어간다. 소꿉친구(에미)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주인공은 나이를 헛먹었는지 세상 물정이 매우 어둡다. 그러니 파티에서 쫓겨나지 같은 생각도 들게 하는 게 주인공의 성격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성격이니까 성자로 선택된 게 아닐까도 싶기도 하다. 결국 시빌라에게 휘둘려 가는 주인공, 이 작품의 제목인 흑연의 성자는 이렇게 탄생한다.


아무튼 NTR 요소는 나름대로 쫄깃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전연령가라서 그렇고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별로 중요한 요소는 아니게 되고, 캐면 캘수록 주인공이 병sin 같다는 느낌이 장난 아니게 된다. 읽다 보면 주인공은 타인의 호감에 둔한 것도 정도가 있지의 표본으로 다가온다. 마을 사람들에게서 용사가 바람둥이라는 걸 들었음에도 에미의 위기를 알아채기는커녕 날 버린 주제에 같은 생각만 가질 뿐이다. 이 작품에서 아쉬운 점이 이거다. NTR 요소로 보다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은 점은 작가가 소심해서 일까? NTR 하는 용사는 또 어떤가. 하려면 좀 과감하게 하던가 순진한 어린애 같은 모습만 보일뿐 손댈 생각을 안 한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면서 정작 선을 넘지 않는 NTR이라니 이건 또 무슨 경우일까? 사실 끝까지 읽다 보면 NTR은 중요한 요소가 아니게 된다. 진짜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 감정이라고 역설한다.


어쨌거나 용사 파티에도 '케이티'라는 신규 여성 캐릭터가 합류한다. 글이 길어져서 그녀를 언급할까 말까 했는데 나중에 2권 리뷰 하려면 언급할 필요가 있다. 케이티도 시빌라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용사 파티에 들어와 선의란 이렇게 무서운가 싶을 정도로 착하게 굴면서 용사 파티를 파멸로 이끌어 가는 장면들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에미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서 그녀(에미)를 망가지게 하는 원흉이 된다. 케이티도 시빌라와 마찬가지로 뭔가의 목적을 위해 성자를 찾는 듯한데, 그녀가 주인공을 만나게 되었을 때 세상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 같은 복선을 만들면서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해진다. 사실 주인공과 시빌라의 열렙 이야기는 왜 넣어 놨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없다. 아직 1권이라서 그런지 스킬이라던가 렙업 등의 이야기들로 충만할 뿐, 진짜 이야기는 막간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용사 파티의 에미 그리고 케이티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준다고 할까. 특히 주인공을 바라보는 에미의 애틋한 감정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맺으며: 이 작품의 키포인트는 시빌라와 케이티다. 그녀들이 성자를 이용해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걸까가 이 작품의 핵심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주인공은 시빌라를 만나 매우 강해지지만 가스라이팅 당하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 이게 흥미 포인트라면 흥미 포인트일 수 있다. 주인공과 시빌라의 만담 같은 개그는 볼만하다. 손날 날리며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이 훈훈해지기도 한다. 힘을 합처 던전을 클리어해가고, 마왕을 만나 너 죽을래? 그러며 싸우는 장면들은 무난하게 흘러가는데 역시나 주인공 보정이 있으니 크게 고전하지는 않는다. 사실 이 작품은 전투보다 마왕의 존재, 마왕과 시빌라와 케이티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느낌이다. 주인공은 시빌라에게 이용당하나? 같은 알기 쉬운 복선은 작가의 배려로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 인간의 감정을 가미하면서 인간성을 부각하는 측면도 있다. 이런 부분만 놓고 본다면 이 작품은 수작까진 아니어도 평타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다. 온갖 NTR 요소는 다 집어넣어놓고도 활용하지 않는 점, 용사가 NTR을 위해 많이 분발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스킬과 렙업과 직업 설명이 너무 많다. 학을 뗄 정도라서 NTR이라는 흥미요소가 퇴색해버리고 만다. 주인공으로 하여금 마을 사람들에게서 용사의 성격을 듣게 해놓고도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전혀 하지 않는 작가의 센스는 빵점을 넘어 마이너스다. 딴에는 주인공을 둔한 캐릭터로 만들고 후반에 자신의 마음을 깨달아 히로인을 좋아하거나 맞아들이는 캐릭터로 만들려고 했나 본데 후반 뜬금없이 진행하는 바람에 완전히 망해버린다. 결정적으로 던전에 들어갈 때 준비는 기본이지만 너무 기본에 충실해서 그에 따른 쓸데없는 분량으로 식상하게 한다. 결론 용사와 에미등 주변 인물로 만 본다면 매우 흥미로운데, 주인공과 시빌라만 놓고 본다면 전혀 흥미롭지 않다. 만담으로 밝게 이끌어 간다고는 하지만. 2권부터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작품의 흥미도가 명확히 갈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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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3 - L Novel
야츠하시 코우 지음, 나기시로 미토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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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레티시엘'이 과거 전쟁에서 사망하고 미래 1천 년 후에 기억을 되찾은 게 우연이 아니었다면? 나아가 누군가가 레티시엘의 정신체든 기억만이든 의도적으로 과거에서 가져와 도로셀이라는 여자 아이에게 주입했다면? 아주 가늘게 이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3권이라고 하겠다. 사실 이 두 줄만으로 이번 3권을 표현할 수 있고, 리뷰를 끝낼 수 있다. 이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게, 지금 3일 전 코로나 백신 접종 2차 맞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길게 쓸 여력이 못 된다는 것이다. 근데 이러면 재미없을 테니 필자의 아이덴티티인 길게 써볼까 한다. 이번 3권을 보다 자세히 요약해서 써보자면, 왕녀가 새로운 세계에 환생해서 적응하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도보다는 실질적으로는 3권 부제목이기도 한 암약하는 그림자들로 인해 내 인생이 내 인생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그린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의 레티시엘은 자신이 어떻게 해서 1천 년 전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어느 날 눈 떠보니 공작가의 영애 '도로셀'의 몸이었다는 것뿐. 그래도 이왕 제2의 인생을 얻었으니 잘 살아보자고는 하는데 어째서인지 집안 모두가 그녀를 싫어한다. 이전에 필자가 이런 그녀를 두고 미운 오리 새끼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번 3권에서 단순히 그녀의 기행(엉뚱한 행동이나 히스테릭 등등) 때문에 미움받는 게 아니라는 복선이 나왔다. 과거 레티시엘이 아직 기억을 찾기 전의 도로셀을 가리켜 언니 '세리냐'가 그녀에게 살인자라고 매도한 적이 있는 걸로 보아 공작가 가정사에 중대한 사고나 사건이 있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한마디로 불운한 가정사가 있다는 복선이 있지 않나 하는 건데, 문제는 이런 복선을 작가가 바로 풀려는 생각 없는지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 3권을 평하자면 굉장히 불쾌한 부분이 있는데, 대책 없이 깔아대는 복선이다. 작가는 정말로 자신이 뿌린 복선을 잊어먹지 않고 전부 회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깔아댄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 페이지 건너 복선이 투하된다. 가장 큰 걸 들라면 역시 레티시엘이 전생하고 1천 년 전의 기억을 되찾는 것이라 하겠다. 사실 이세계물에서도 신(神)의 개입으로 주인공이 환생을 하던 전이를 하던 개연성이 있는데 레티시엘이 기억을 되찾는 점에서도 단순히 우연일 리 없을 것이다. 이것을 여러 사건과 연결하고 레티시엘 본인도 조금식 도로셀때의 기억이 돌아오면서 과거 무슨 일이 있었는지 3권에서 조금식 풀어간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놓고 보면 치밀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복선과 복선이 난무해서 종국에는 뭐가 뭔지 모르게 된다는 거고 작가는 3권에서 끝낼 생각도 없다.


좀 더 복선의 종류를 열거하며 치를 떨고 싶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필자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생략하겠다.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제1왕자를 미치게 했던 '검은 그림자'라는 일종의 마력 덩어리를 풀어 놓는 흑막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11년 전 이웃나라와 전쟁을 하며 레티시엘과 비슷한 용모의 인간병기들의 출몰에 대한 사건을 조사하던 그녀가 이들이 일으키는 소동에 휘말려 간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참, 복선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중대한 복선이 또 하나 있는데 그건 레티시엘 그러니까 지금의 도로셀의 본가인 공작가가 연루되어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이것은 레티시엘이 기억을 되찾은 이유와 겹치지 않을까 하는 건데, 이런 부분까지 복선으로 만들어 놨다. 그래서 필자는 치가 떨린다. 이 복선 때문에 레티시엘은 언니와 동생과의 사이가 억수로 안 좋다는 복선도 있다. 이 정도면 복선에 환장하는 병에 걸린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그 복선대로 레티시엘의 언니 세리냐와 동생 크리스타는 눈에 띄었다 하면 레티시엘을 괴롭히려 혈안이 되어 있다. 마치 자기들이 피해자인양 하는 것에서 때로는 자기들과 다름에서 오는 괴롭힘이 아닌 과거 어떤 일로 인해 무언가를 잃었고, 그게 레티시엘의 탓임에도 지금의 레티시엘은 과거를 잊고 태평하게 살아가니 부아가 치밀어서 괴롭히는 게 아닐까도 싶은 복선이다. 레티시엘은 그런 기억을 조금식 되찾아간다. 이건 마치 스릴러 영화와 같은 시나리오랄까. 결국 제3자에 의해 과거 레티시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온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언니 세리냐가 살인자라고 레티시엘을 매도한 점을 보자면 아주 큰 사건이 있었던 듯한데 작가가 찔끔 찔끔 풀어 놓으니 환장하겠다.


맺으며: 이 작품의 제목인 '화가 났다'에서 어떤 점에서 화가 났나요?라고 묻고 싶다. 그러니까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무엇인가를 묻고 싶은 거다. 괴롭히는 언니와 동생에게 화가 났나? 이건 처세술로 얼마든지 흘려 넘길 수 있는 수준의 치졸한 괴롭힘 뿐이라 여기에 일일이 화를 냈다간 캐릭터가 이상해질 것이다. 그렇담 기어이 레티시엘의 주변을 괴롭히기 시작하는 언니에 대해 화가 났나? 실제로 언니는 그런 움직임을 보여 레티시엘과 그녀의 동료들을 난처하게 만들긴 한다. 하지만 이것도 1천 년 전 전쟁을 치웠던 레티시엘에게 이런 괴롭힘 따위 애들 장난 수준이다. 요컨대 언니와 동생은 흔한 악역 캐릭터일 뿐, 주인공을 화내게 할만한 힘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검은 안개를 뿌려대는 흑막과 이 시대 사람들은 못 쓴다는 마술을 막 써대는 흑막, 그걸 조종하는 또 다른 흑막 때문에 화가 나나? 뜬금없이 전생의 레티시엘을 아는 사람까지 등장시키는 토나오는 복선을 끝까지 깔아대는 작가에게 필자는 화가 난다. 독자 화나게 하는 게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인가?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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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전설이 된 영웅의 이세계담 4 - L Novel
타테마츠리 지음, 미유키 루리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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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이 왜 이세계로 다시 전송되었는지 어렴풋이 드러난다. 1천 년 전, 1대 황제와 대륙을 호령하며 제국을 건국 해놨더니 후손이라는 놈들이 삽질이나 하고 있으니 보다 못한 정령들이 주인공을 다시 불러온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작중에는 이런 언급은 없고, 필자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다. 지금의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는 대륙을 통일한답시고 아무 잘못 없는 옆 나라 '페르젠'을 공격해서 난장판을 만들어 놨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제3황자가 공을 세우려 무리하게 '페르젠'을 침공했고, 자기가 똥을 쌌으면 자기가 닦아야지 이 무능한 아들놈은 군사를 갈아 넣어도 나라 하나 복종 시키지 못한다. 이에 황제와 제1황자가 친히 나서서 '페르젠'을 복속 시킨 거까지는 좋은데, 옛부터 점령전을 쉽게 치르려면 그 고장의 민심을 장악하라고 했다. 근데 제국은 민심 따윈 개나 줘버리고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아녀자를 능욕하고 잡아가서 노예로 팔아버렸다. 이렇게 철저히 제국은 악의 축이라는 메시지를 던져 놓고 시작한다.


이번 이야기는 준동하는 페르젠 잔당군을 토벌하기 위해 군을 이끌고 출전했던 히로인 '리즈'가 적군에 붙잡혀 온갖 능욕을 다 당하고, 또 다른 히로인 '아우라'는 성채에서 농선전을 벌이며 오늘내일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어찌 되긴 이게 다 주인공 잘못이라고 정의하겠다. 3권 리뷰에서 필자는 '리즈'를 자잘한 전투에선 이겨도 큰 전투에선 이기지 못한다고 서술한 바 있다. 백성들의 지지가 두텁고 5대 정령검 중 하나인 [염제]의 선택을 받았지만 그것뿐이다. 백성들을 지켜야 될 전장에서 전술이 없으면 전선을 유지하지 못하고, 전략이 없으면 상대 적장의 목을 취하는 건 불가능하다. 리즈에게 있어서 이 두 가지 모두 없다. 주인공은 그녀를 보좌하며 자기가 이걸 다하고 있었을 뿐이고 그 결과가 이번 4권이다. 몇 달이라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주인공은 왜 리즈에게 여러 전술을 가르치지 않았던 것일까. 언제까지고 자신이 보좌하면 될 거라는 생각은 황제가 둘을 찢어 놓으면서 간단히 무력화되고 만다.


사실 주인공으로서도 억울한 면이 있다. '리즈'는 [군신 소녀]라 불리며 전략, 전술에 있어서 주인공에 버금가는 '아우라'와 합동으로 페르젠 잔당군을 소탕하고 있었는데 아우라의 전술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리즈가 붙잡혀서 고초를 겪진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습적으로 리즈의 군대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드랄 대공국군에 의해 리즈의 군대가 와해되어 버렸으니 천하의 아우라도 어쩔 수가 없었고, 예상도 못한 일이다. 문제는 이들이 처한 상황이 아니라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나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 페르젠을 침공한 건 리즈의 오빠인 제3황자고, 3황자가 삽질하자 황제와 1황자가 나서서 페르젠을 초토화 시켜버린다. 당연히 페르젠은 잔당들을 규합해 제국에 반기를 들게 된다. 즉, 리즈는 아빠와 오빠들이 싼 똥을 치우려다 온갖 고초를 겪게 되었다 할 수 있다. 근데 아우라의 경우는 제3황자가 페르젠을 침공할 때 참모로서 전략을 짜내 페르젠을 멸망시킨 장본인이다.


이렇듯 이 작품에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점이 여러 인물들의 상황을 꼬이고 겹쳐지게 해서 매우 치밀한 구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아우라의 경우 제3황자의 명을 받고 리즈를 죽이려 한 일도 있다. 정치란 이런 걸까. 그래도 아우라는 리히타인 공국과 싸울 때 힘을 보태 주었으니 주인공에게 있어서 적은 아니다. 황제는 주인공에게 리즈의 탈환을 명한다. 말하지 않아도 주인공은 당장 달려갈 기세지만 정치란 그렇게 쉽지가 않다. 황제는 리즈만 구하고 아우라는 버리라고 한다. 주인공의 기본 이념은 사람을 구하는데 있다. 아무리 리즈를 죽이려 했다곤 해도 아우라를 버린다는 선택지는 주인공에게 없다. 황제와 부딪히는 주인공. 자, 이렇게 위기에 처한 히로인들을 구하는 주인공이라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라고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은 작가는 그럴 마음이 없다. 이야기는 미적지근하게 흘러간다. 일단 페르젠 잔당군을 지원하는 드랄 대공국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주인공으로서는 이제 [군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차례이긴 한데...


새로운 히로인이 등장한다. 매 권마다 히로인을 등장시키며 은근히 하렘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하렘이 메인은 아니다. 눈여겨볼 것은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히로인들은 하나같이 기가 세고 한 사람의 몫을 톡톡히 한다는 것에서 상당히 흥미롭다는 거다. 물론 리즈는 좀 더 분발해야겠지만, [군신소녀] 아우라, 리즈의 언니 로자, 레벨링 왕국의 왕녀 등 누구 하나 연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곤 해도 말이다. 그리고 이번 4권에서의 히로인 '스카아하' 또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녀는 멸망한 페르젠의 왕녀로서 제국을 맞아 잔당군을 이끌고 싸우고 있다. 이 말은 리즈와 주인공에게 있어서 적이라는 소리다. 5대 정령검 중 [빙제]의 선택을 받은 그녀는 성채에서 농성 중인 아우라를 몰아붙일 만큼 실력자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괴롭힘당하는 리즈를 보호해주는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히로인이 다 그렇듯 주인공과 일전은 피할 수 없다는 게 흥미 포인트다.


초반에 주인공이 다시 이세계로 불려온 이유가 어렴풋이 드러난다고 했는데, 종합해보자면 1천 년 전에 건국한 나라가 무능한 후손 때문에 망하게 생겼으니 어떻게 좀 해보라며 소환된 게 아닐까 싶다는 거다. 대륙을 호령하는 제국이 소국이라면 망할 정도로 예산을 퍼부어도 페르젠 하나를 굴복 시키지 못하고 있다. 황제와 아들 놈들은 똥만 싸지르지, 점령지 무고한 백성들을 못살게 굴며 악은 우리라는 듯 세계에 광고하고 있으니 1대 황제가 봤으면 화병으로 죽어 버렸을 것이다. 그 속에서 '리즈'라는, 1대 황제만이 가졌다는 [염제]의 선택을 받았음에도 아직 이렇다 할 힘을 못내는 그녀다. 그럼에도 백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그녀를 지키라는 1대 황제의 뜻이 담겨 주인공이 소환된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는 4권이라 하겠다. 주인공은 그런 리즈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리즈는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분명 성군이 되겠지. 주인공은 그녀의 앞 길을 막는 귀족들과 전쟁을 준비한다.


맺으며: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새로운 이야기로 접어드는 분기점이라 하겠다. 히로인들 개고생도 시켰고, 주인공을 이용하려는 황제와 흑막에 의해 여러 나라가 조종 당하며 전운이 감도는 등 그동안 복선과 떡밥을 충분히 뿌려 두었다. 이제 히로인도 제법 모였고 하니 다음부터는 슬슬 복선과 떡밥이 회수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제1황자의 꿍꿍이가 기대된다. [염제]의 선택을 받아 황제의 자리에 오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리즈를 없애려 한 치졸한 제1황자가 어떤 행동을 보일지가 관심사다. 그리고 리즈를 황제의 자리에 추대하려는 주인공의 마음이 본격 가동되는 등 이번 4권은 흥미로운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다만 아쉬웠던 게 이번 4권의 히로인인 '스카아하' 그녀가 망국의 공주로서 어딘가 애틋하거나 애잔한 연출을 해줬다면 몰입도를 상당히 올려 줬을 텐데 복수의 화신으로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히로인들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게 아이덴티티니 어쩔 수 없긴 하다. 그리고 사람은 고생을 해봐야 성장한다고 했던가. 고초를 격은 리즈의 성장기가 시작된다. 이것도 상당히 가대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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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왕자의 적자국가 재생술 ~그래, 매국하자~ 2 - Novel Engine
토바 토오루 지음, 파루마로 그림, 박수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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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매우 큰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이 이세계물이었다면 제목으로 '제로로부터 시작하는~'라고 붙지 않았을까. 자원은 개뿔도 없고, 인구라곤 50만 명 밖에 되지 않는 소국(小國)이 군웅할거의 시대, 틈만 나면 다른 나라 먹으려 드는 세상에서 용케도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구나 싶다. 주인공의 나라 '나트라 왕국'의 이야기다. 왕국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그 이면엔 대륙의 패자 '어스월드 제국'을 동맹국으로 두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같은 나라 귀족들끼리도 쌈질 해대는 판타지에서 동맹국이라고 무사할썽 싶으냐가 이런 세계의 룰이라면 룰이다. 주변 여러 나라가 속속 제국의 속국이 되어 가는 현실에서 주인공이 있는 '나트라 왕국'만은 속국으로 전락하지 않고 제국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게 이 작품이 보이는 기만이다. 힘은 없으면서 나라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위정자, 그러니까 나라를 이끄는 왕의 처세와 지략이 있으니까 성립이 된다.고 말이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입만 열었다 하면 자원이고 뭐고 없는 나라를 팔아 버리고 싶다고 하면서도 나라를 지켜가는 모순이 있다는 뜻이 된다. 정말로 힘이 들어 편하고자 나라를 파는 거라면 동정의 여지는 있는데(제국에 넘기면 일단 백성들이 굶어 죽을 일은 없음), 하지만 어려움을 타파할 능력이 있고 실제로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앓는 소리를 하니까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푸념을 하는 거와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고 할까. 물론 위정자로서 힘든 부분은 있고,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으니 푸념으로 내뱉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종합해보면 주인공은 매국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 된다.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으니까. 근데 나 힘들어요~ 나라 팔게요~ 하지만 진심일 수 있고, 아닐 수 있어요~라는 느낌?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을 좋게 보지 못하고 있다. 기만하면서 올바른 군주로서 노력하는 부분이 위선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야기는 갑자기 주인공의 결혼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어쩌다 신붓감을 찾게 되는데 제국에서 제2황녀 '로와'가 냉큼 찾아오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은 그리고 있다. 제국은 황제가 죽어 버리고 황자 3명이서 왕좌를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 중이다. 많은 속국을 보유한 제국이 언제까지고 왕좌를 비어둘 수는 없는데 황위 계승자들은 싸움질만 하고 있으니 이때다 싶어 속국들이 쿠데타를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상황을 캐치한 '로와'가 오빠들에게 정보를 알리지만 오빠들은 여동생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이에 혼인을 빙자하여 주인공을 찾아온 '로와'는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과 단판을 지어간다. 이대로는 제국이 멸망할지도 모르는데 오빠들은 자중지란, 정치적 입지가 적은 로와는 군사 한 명 없다. 요컨대 로와 왈: 우리 옛날에 친구였잖아. 그러니 옛정을 생각해서 병사 좀 내주면 안 될까? 그러나 순순히 내줄 주인공이 아니다. 이렇게 2권에서는 둘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리게 된다.


한 쪽(로와)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어떻게든 군사가 필요하고, 한 쪽(주인공)은 그렇잖아도 옆 나라 마덴과 전쟁에서 돈 다 써버린데다 몇 없는 군사를 내놓으라니 미친 거 아님? 이러며 버티기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제국이 멸망하면 주인공의 나라라고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로와에게 군사를 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로와는 도와 달라고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 말은 내놔라는 뜻이 되고 주인공은 이용당 할 뿐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걸 두고 손 안 대고 코푼다고 한다더라. 로와가 하려고 하는 짓은 이거고, 주인공은 그걸 알기에 내놓지 않으려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속국들의 쿠데타를 막을 것인가가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 핵심을 구성하는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남존여비 사상이다. 이걸 왜 가법게 보는 라이트 노벨에 넣어놨는지 모르겠지만, 요점만 말하면 가령 여자가 감히 어딜 남자가 하는 정치(일)에 끼어들려고 하는가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걸 타파 하려면 페미니스트 성향을 넣을 수밖에 없게 된다.


히로인 로와는 제국에서 제2황녀라는, 황위 계승권을 가졌음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계승권 행사는 물론이고 정치에도 참여를 못하고 있다. 이에 그녀는 속국들의 쿠데타를 제압해 보이면서 여자도 할 땐 한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그러니까 남자 못지않게 여자도 능력이 된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대등한 관계, 이런 페미니스트 사상이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근데 문제는 주인공의 조언이다. 어떤 일을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줘서 대등하다는 걸 알게 해주라는 것이 아닌, 사상과 싸워서 쟁취하라는 부분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늘리고 선동하고, 감정을 휘둘러 이긴 다음 내 사상을 정의로 만들라는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남존여비 사상도 짜증 나는데 이런 페미니스트 사상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다. 결국 그 끝은 주인공을 이용하려는 히로인 '로와'라는 것이다. 물론 말해두지만 작가가 페미니스트나 차별주의자라는 소리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네 조선시대나 유럽 중세 시대의 고증을 잘 살렸다고 할 수 있다.


맺으며: 요즘 분들은 알려나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지략을 펼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은하영웅전설의 양 웬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 이면엔 멍청한 놈들을 적으로 맞아 이긴 것뿐이라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러니 양 웬리하고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상대는 지략이고 뭐고 예절이고 매너고 뭐고 정치 관계도 모르는 멍청이들뿐이다. 그 예가 히로인 로와를 스토커 하는 '게라르트'라고 할 수 있고, 그의 아버지도 무능하고, 제국은 왕좌를 놓고 황자 3명이서 쿠데타가 일어나건 말건 자중지란만 펼치는 멍청이들이다. 주인공과 대적하려면 적어도 '라인하르트'까지는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인물 정도는 데려와야 하지 않을까? 이번 로와가 그에 준하는 능력은 보여주긴 하는데 그녀는 지속적인 캐릭터는 아닌 듯하다. 뭔가 좀 이 작품에 대해 악감정이 들어가는데, 가법게 읽기엔 이 작품보다 좋은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주인공의 일방적인 유린만 있을 뿐이다. 개그코드를 어디서 잡아야 될지 모르는 주인공 학창시절은 무미건조하기만 하고. 그래도 뭐 알맹이는 전혀 없는 건 아니니 무난하게 읽고 싶은 분들에겐 좋은 작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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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9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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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동료들을 찾아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싶었을 뿐인데 일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아저씨도 참 난감할 것이다. 말도 없이 파티를 탈퇴해 고향으로 돌아와 숲에서 거둔 딸을 키우며 유유자적 살아갈 동안 동료들은 자기들이 잘못해서 아저씨가 상처받고 떠난 줄 알고 피폐한 삶을 이어 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저씨 딴에는 한쪽 다리를 잃어 더 이상 모험가의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 파티에 폐가 되지 않을까 나름대로 배려해서 말없이 떠나온 것인데 이게 잘못이었던 거다. 아저씨가 떠난 후, 패왕은 그날 아저씨의 다리를 가져간 마물을 찾는답시고 미친 듯이 사냥에 몰두했고, 파괴자는 어느 귀족의 꼬봉이 되어 있고, 엘프는 위험한 실험에 가담하고 있었다. 그저 아저씨의 다리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이라는 신념으로. 그만큼 이들에게 있어서 아저씨가 가지는 의미는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드디어 3명과 재회하게 된 아저씨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다. 하지만 그전에 엘프 '사티(히로인이다)'가 쫓기고 있는 것부터 해결을 해야 한다. 이 작품에는 72명이나 되는 마왕이 있다. 그러나 그건 과거의 이야기로 신(神)들에게 대항했던 솔로몬이 만들었던 마왕은 이름 모를 용사에게 진작에 토벌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에 심취해 다시 마왕을 부활 시키려는 사람(이번 9권의 흑막)이 있다. '사티'는 흑막에 의해 실험으로 태어난 쌍둥이 아이들(마왕이다)을 빼내 은거 중에 있다. 사티를 찾으려는 흑막의 공세로 인해 그녀는 날로 피폐해져만 간다. 그래도 그녀에겐 쌍둥이가 위안이다. 이전에 필자가 언급했던 적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 마왕은 백지와 같은 상태로 세상에 뿌려진다. 주변의 환경에 따라 진짜 마왕이 될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으로 성장할지는 오롯이 주변에 달렸다. 아저씨의 고향에 있는 미토가 그 예라 할 수 있다.


미토때도 그랬지만 쌍둥이 또한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귀여움을 선사한다. 사티와 지내며 세상에 대한 동경심을 내비치고, 사티가 아픈 것을 알자 약초를 구해와 그녀를 간병하는 모습은 훈훈하면서 짠한 장면을 연출한다. 세상에서 나쁜 건 인간들이고, 선한 것은 마왕이지 않을까 하는 장면들. 흑막은 사람들을 이용해 마왕을 인간의 몸으로 출산하게 하는 인체실험 중이다. 쌍둥이는 그 결과물이다. 하지만 마왕이라고 해서 다 나쁜 건 아니라고 이 작품은 이야기한다. 그걸 만들어내는 인간이 진짜 마왕이 아닐까 하는. 아저씨와 딸 안젤린 그리고 동료들은 마왕을 만들려는 흑막과 싸우기로 한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에서의 흑막은 제국의 황태자였고, 그의 곁엔 무시무시한 실력자들이 즐비하다. 이 난관을 뚫고 흑막이 저지르려는 마왕 계획을 막고 사티를 구해낼 수 있을까. 


사티는 강하지만 여린 마음으로 누군가가 말려들어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아 홀로 싸워 가려 한다. 사실 8권에서 이런 연출을 보였을 때 진부하지만 몰입도를 높여주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그야 만국 공통 위험에 처한 히로인은 구하고 보는 것이 국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안젤린이 엄마 후보인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다. S급이라는 모험가 최고 등급의 실력이 있고, 자신의 동료와 아빠와 그의 동료들도 하나같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흑막과의 싸움은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잊으면 안 되는 게, 이 작품은 가족애를 다루는 드라마라는 것이다. 싸움보다는 사티를 구하는데 있어서 어떤 방법이 있고,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맺으며: 8권을 읽고 어서 빨리 9권이 나오길 엄청 기대했었다. 그야 흑막에 맞서 싸우는 히로인(사티)을 구하는 이야기니까. 막 뭔가 극적인 장면들이 많이 있을 거 같고, 눈물 나는 상봉도 있을 거라 기대했었다. 거의 목숨 잃기 직전의 히로인을 구하는,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는 적과 마주하는 주인공 그 주인공 등을 바라보며 눈물 짖는 히로인은 진부하면서도 가슴 울리는 명장면일 것이다. 필자는 이런 장면들을 원했지만 작가는 이런 진부한 장면은 식상했는지 기용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고 정성껏 돌담 쌓듯이 이야기를 풀어간다. 강대한 적과의 싸움은 치열하기보다 하나의 과정일 뿐 중요하지는 않다. 진짜 이야기는 아저씨와 딸 안젤린의 가족애를 다루는 것이니까 화려한 전투신은 본말전도에 해당할 것이다. 요컨대 갖은 방해를 물리치고 보다 돈돈해지는 가족을 그린다고 할까. 그리고 그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아빠와 딸만 있는 게 아닌, 여행하면서 만난 여러 사람들도 포함되어 간다. 이게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몇 개 보인다. 9권 한정 흑막과 내로라하는 강대한 적들의 어이없는 최후, 진짜 흑막은 여전히 따로 있으며 아직도 꼬리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 쌍둥이의 귀여움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인데 이것만 잘 살렸어도 다른 이야기는 필요 없었을 거라는 점, 아니 명색이 가족애인데 왜 쌍둥이에 대해선 별로 언급을 안 하는지 필자는 작가가 원망스러웠다. 아무튼 안젤린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사티와 연관이 되어 매우 마니악한 연출을 한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떡밥으로 엄청 뿌려댔던 안젤린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이지만 그걸 본 필자는 이렇게 갑자기? 뜬금없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안젤린의 정체가 밝혀져도 변하지 않는 가족애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렇게 또 가족이 점점 불어나고 대식구가 되어 가는 모습이 훈훈하기 그지없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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