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는 몰래 돕는 마왕토벌 4 - Novel Engine
츠키카게 지음, bob 그림, 정대식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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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용사 '토도 나오츠구(이하 토도)'는 현세에서 이세계로 소환된 고등학생(아마도)입니다. 마왕의 출현으로 위기감이 고조된 이세계 인간들에 의해 소환되었고, 남다른 정의감에 사로잡혔던 토도는 마왕 토벌을 냉큼 받아들이고 말죠. 사실 뭐 여기까지는 좋아요. 보통 여느 이세계 먼치킨이라면 상대가 마왕이든 신이든 뭐든 간에 반드시 무찌를 테니까요. 하지만 세상엔 마음만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 허다하죠. 이 작품의 용사는 일단 신의 가호는 받았는데 몸통이 쭉정이라서 마물 하나 잡는 데만도 버거워 죽어요. 그래서 서포트 하라고 이세계 인간 중에 실력으로 치면 최상위권에 속하는 남정네를 파티에 넣어 줬더니 정작 용사는 그런 남자는 필요 없다며 해고하고 말았죠. 참고로 마왕은 용사 인자를 가진 용사만이 무찌를 수 있습니다.

 

'아레스'는 오늘도 용사를 서포트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 중입니다. 마음만은 세계 최강이지만 실력으론 아직 햇병아리인 용사를 세상에 정식으로 내보냈다간 조무래기 몬스터에게도 죽을 판이죠. 그래서 지금은 용사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위협이 되는 것들을 제거하고 도움이 되는 것을 갖다 붙이고 있는데 정말로 죽을 지경입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오지 말라는 곳에 발을 들이밀고, 정의감만 앞서서 상대의 역량 파악을 못해 죽을 뻔도 하는 등, 도와주는 아레스 입장에서 보면 정말 물가에 내놓은 애 같은 게 바로 용사라는 건데요. 아레스는 일단 한번 해고된 입장이라서 대놓고 서포트도 못해서 질이 더 안 좋아요.

 

이번엔 용사 파티에 속한 히로인 '리미스'에게 물의 정령과 계약 시키기 위해 물의 도시 레인에 오게 되는데요. 계약 자체는 쉬워요.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는 신전에 들어가 정령을 찾아내고 계약만 하면 되니까요. 정령도 인간에게 우호적이라니까 그렇게 힘들진 않을 터였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 아이덴티티가 서브 주인공들 개고생인지라 당연한 수순으로 아레스의 고생은 예약된 거나 다름없어요. 그것도 마왕이 부활하고 날뛰면서 바다도 마왕의 수중에 떨어진 지금, 물속 신전에 들어가려면 당연히 마왕의 부하들을 견제해야만 하고 그 임무가 아레스에게 떨어지죠. 그리고 당연한 수순으로 마왕의 군세와 맞닥트립니다. 

 

근데 표지는 뭐냐고 하실 텐데요. 아마도 분명 표지와 관련해서 댓글이 달리지 싶은데, 저거 놀러 가려고 입은 건 아닙니다. 여름이라서 작가가 일부러 그린 것도 아니... 작가 후기에 물의 도시하면 수영복이라고 적은 거 보면 분명 노린 게 맞지 싶군요. 여담으로 불(화산)의 도시에 가게 된다면 뭘 두를지 기대가 됩니다. 아무튼 물속 신전에 들어가려면 저걸 입어야 된다고 하니 개연성은 있지만 실상은 눈요기 거리로 이야기를 늘리려 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군요. 이런 점에서 라노벨 특성을 엿볼 수 있다고 할까요. 참고로 중앙 갈색 머리는 용사가 아니라 '래비'라는 이름의 워 래빗(수인)으로 이번에 처음 등장하는 서브 히로인입니다.

 

래비는 아레스에게 고용되어 용사 일행의 서포트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쇼킹한 모습을 보이죠. 토끼처럼 겁쟁이면서, 그걸 이용해 적을 처치하는 기술과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아레스보다 더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서 소름이 돋습니다. 자기들을 도와주러 온 모험가의 등을 치는 마을 사람들을 단죄할 때의 모습은 가차없었다고 할까요. 그 모습은 마치 아레스 여자 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필요하다면 아군이라도 죽이는, 말이 좋아 합리주의지 냉혹하기 짝이 없어요. 이 작품은 그런 면을 보입니다. 가령 말을 잘 듣지 않는 글레샤라는 용족 소녀를 개 패듯 패서 용사 일행 속에 스파이로 심는 아레스의 성격이라던지...

 

아무튼 용사의 앞 길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무슨 짓을 저지르는 게 이 작품의 포인트죠. 그런 주제에 개그도 상당히 들어가 있는 이중성도 보이는데요. 가령 이번에 래비와 동향인 늑대 수인 소녀 '사냐'와 아레스가 보여주는 만담식 개그는 정말 심오한 맛이 있습니다. 물속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몸을 터는 사냐를 보며 '정말로 개 같다'라느니, 바다에 나갔다가 배가 침몰하면 어떡할래 했더니 '사냐의 대답: 개헤엄 잘 친다'고 받아치는 모습이라던지, 몬스터가 몰려오는 모습을 보고 '너 님 운이 나쁘다는 소리 듣지 않냐'라며 자신의 운을 남에게 떠넘기질 않나, 사냐와 아레스의 만담 개그는 오랜만에 배꼽을 잡게 해주었군요. 

 

맺으며, 용사 토도가 왜 남자를 싫어하는지에 대한 약간의 복선이 나와 버렸습니다. 처음에 용사(토도 나오츠구) 그리고 아레스와 히로인 둘 총 4명이 파티를 짰지만 아레스는 남자라는 이유로 파티에서 쫓겨났죠. 그래서 처음엔 용사가 히로인 둘을 독점하려고 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지만 곧바로 그렇지 않다는 장면이 나와 버렸더랬습니다. 남자 혐오증에 걸린 용사, 그리고 왜 이세계에서 다른 정의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었나 하는 복선이 나오면서 그(용사)가 현세에서 어떤 일을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불러왔군요. 이 작품은 개그가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지만 한번 시리어스해지면 한없이 커지기도 하니까.

 

스포일러를 할 수 없어서 리뷰가 두리뭉실 해져버렸군요. 아무튼 이번 에피소드의 포인트는 아레스와 사냐의 개그 만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용사를 서포트하기 위해 그녀를 고용하였는데 돈값 한다고 좋아하는 아레스와 그의 강함을 알고 나서 끌리게 되는 사냐의 청순한 모습이 매력적이죠. 합리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는 아레스를 벌레보듯, 나중엔 마왕보다 더 악질 같다는 사냐의 평은 시종일관 미소를 떠나지 않게 합니다. 그리고 래비의 섬뜩함은 덤이고요. 그나저나 용족 소녀 글레샤까지 합치면 히로인이 꽤 되는데, 이렇게 히로인이 많이 나오는데도 하렘 분위기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도 참 희한하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근데 그도 그럴 것이 히로인 면면이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어쩔 수 없기도 합니다. 가령 아레스 측근이자 진히로인 아멜리아의 사디스트 성향이라던지...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필자의 추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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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 소환사 1 - NT Novel
마요이 도후 지음, 쿠로긴 그림, 유경주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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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뭐랄까 표지 그림이나 제목을 보고 있자면 전혀 끌리지 않는 작품이랄까요. 이 작품은 근래에 들어 자극적이고 보다 이목을 끌기 위한 본격적인 제목에 비해 상당히 수수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도 그럴게 이 작품이 연재되기 시작한 게 14년도니 어쩔 수 없긴 할 겁니다. 필자도 저번 달에 발매 리스트에서 이 작품을 봤을 때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했기도 하고요. 내용도 요즘은 식상하다 못해 부패해버린 이세계 전생(전이)을 다루고 있으니 보나 마나 뻔할 뻔 자 아니겠어 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죠. 그러던 중 지인이 생각 없이 읽기엔 좋다고 추천을 하길래 덥석 물었는데요.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인의 말대로 생각 없이 읽기엔 정말 좋았습니다.

 

뭣보다 좋은 건 액션씬인데요. 이세계 전생답게 신(神)에게서 치트를 받고(주인공이 선택해서 받은 거지만) 그냥 종횡무진으로 달려갈 뿐입니다. 모험가가 되어 의뢰를 처리하고 단숨에 모험가 고랭크로 올라간다던지, 슬라임을 테이밍해서 마왕급으로 키워 버린다던지, 노예 하프엘프 소녀를 구입해서 얘 또한 악마와 상대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만큼 키워 버리기도 하죠. 그리고 주인공은 고자가 아니라는 건데요. 동정 숙맥처럼 얼굴 붉히며 여자 손도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게 아닌, 여자의 호의를 받아 주면서도 그렇다고 아랫도리를 함부로 놀리지도 않는 절제를 보여주는 게 나름 좋은 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왕 이세계로 왔으니 강하게 살아보자며 강자를 찾아 싸움을 걸고라고 해도 초반이라 거의 없지만,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 기죽고 어쩌지 어쩌지 하는 것보다 씨익 입을 비틀어 올리는 호전적인 모습에서 중2병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코드가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후위직에 속하는 소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근접전과 마법에 강한 모습에서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되는 작품 특유의 습성을 엿보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요컨대 위기감이 없다는 것이죠. 불리한 입장에 놓여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돌파할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이 없는, 그냥 싸우다 보면 강해지고 그러다 보면 클리어 되는 이야기죠.

 

뭐, 그건 그렇고 역시나 이세계물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하렘이 아닐까요. 거기에 노예 소녀라고 하면 모에성이 급상승하니 이 작품도 어쩔 수 없는 오타쿠 성향이 깊다고 할 수 있는데요. 여느 작품에서도 등장하는 노예제도가 이 작품에도 있어요. 하프엘프 소녀 '에필'은 철이 들었을 때부터 노예로 자랐고 특이한 체질 때문에 제대로 팔리지도 않아 먹지 못해 깡마른 몸으로 방치 수준으로 지내다 주인공에게 거둬지죠. 그리고 주인공과 파티를 맺어 의뢰를 수행하고 수련을 받으며 일취월장해가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어요. 작중 설명으론 꽤나 이쁘다는데 일러스트가 영 좀 그렇게 나온 게 불만이랄까요.

 

에필도 주인공 일직선으로 누구는 주인공에게 받아들여지는데 한 세월 걸린 반면에 그녀는 부뚜막에 올라가는 고양이 타입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리고 쟁취하지만 주인과 노예라는 선을 지키는 모습에서 또 모에성이 폭발합니다. 거기다 주인공에게 버프를 받아서 성장하는 게 예사롭지 않죠. 한가지 불만은 이런 요소들이 제대로 표현이 안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밤 시중이라던지 에필을 수련 시키면서 좀 더 스킨십이라던지가 많이 생략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점은 오히려 작품을 싸구려틱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그러니까 판치라같이 날로 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서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버프 먹고 거의 마왕급으로 성장해버린 슬라임 '클로토'의 귀여움은 남다른데요. 평소엔 에필의 어깨에 올라가 그녀를 보호하는 동시에 메신저 역할을 하고 전투시엔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군요 다만 얘도 일러스트는 글자 그대로 몬스터로 표현되어 있어서 귀여움이 좀 의문시 된다고 할까요. 그렇게 하나둘 가족과 같은 부하와 동료들이 늘어갑니다. 하렘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도 늘어가지만 스포일러니까 누가 더 들어오는지는 도서를 보시라고 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물론 여자만 들어오는 게 아닌 든든한 동료도 만나는 등 용사가 있다면 이런 여행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으로 흘러가는 게 인상적이죠.

 

용사가 나와서 말인데, 이세계에도 용사가 있고 마왕이 있습니다. 이세계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없지는 않겠죠. 요즘 트렌드라고 하기엔 이 작품이 나온 시기가 14년이니 그 당시엔 조금은 파격적이라고 할까요. 보통 판타지하면 용사가 주인공이 되는데 반해 이 작품은 어디에나 있는 흔한 모험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것이죠. 물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알려진 거를 예로 들자면, 방패용사, 흔직세, 고블린 슬레이어, 몰래 돕는 마왕 토벌을수가 있죠. 용사가 길 가다 마주치는 흔한 모험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감성적으로 다가가면 기분이 묘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할까요.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작품도 용사와 주인공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인연이 닿을 거라는 암시를 비추기도 하는데요. 게다가 용사는 성선설(1)로 무장해서 조금은 골치 아파지는 복선도 깔아두는데 앞으로 둘이 만나면 참 재미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게 하죠. 자, 싸움꾼 주인공과 성선설로 무장한 용사가 만났을 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보통 1권이 흥미로우면 2권부터 식상하거나 재미가 반감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조금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뒤통수 맞고 나자빠진 경우도 있긴 했지만 이 작품은 왠지 기대가 된다고 할까요.

 

맺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벌써부터 하렘 분위기를 만들어 가지만 눈꼴 시린 장면이 없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주인공 치트 최강설은 작품의 질을 떨어트리고 식상하게 만드는데요. 거기에 질척한 하렘까지 더해지면 지옥이 따로 없었을 건데, 이 작품은 시기와 질투로 진흙탕 하렘이 아닌 서로 도와가며 의지하는 하렘을 추구하고 있다 보니 주인공 치트 최강설이 상쇄되는 느낌을 받곤 하였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클로토의 귀여움은 감초같이 달싸한 맛을 더해주죠. 거기에 아재개그도 나오고요. 아무튼 가볍게 읽기엔 좋습니다.


 

  1. 1, 인간의 성품이 본래부터 선(善)한 것이라고 보는 맹자(孟子)의 학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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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9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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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2병과 연애질이라는 환상의 콜라보를 만끽해보세요. 적나라하게 표현은 안 되어 있지만 주인공 나구모가 토끼족 시아를 드디어 애인으로 맞이들여서 애가 기절할 만큼 기본 좋게 해줬다는 둥, 솔로가 본다면 책을 찢어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핑크빛이 만연합니다. 유에 일편단심이었던 주인공,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더니 시아는 8권 동안 개고생 끝에 드디어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그걸 바라보는 카오리를 비롯한 다른 히로인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으니 불쌍하기도 하군요. 하지만 마냥 손가락만 빨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양 이번에 도전할 히로인은 표지모델이기도 한 '시즈쿠'가 되겠습니다.

 

나구모랑 같은 반 출신이고, 진히로인이었다가 '유에'에게 자리를 빼앗긴 카오루와 절친 사이기도 하고, 타인을 보호하려는 넘치는 카리스마에 검 도장을 하는 집안 내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시즈쿠)는 검 실력이 굉장히 좋아요. 숭상 받는다고 할까요. 학교에서 남녀 가리지 않고 누님, 언니의 포지션을 차지할 거 같은 여장부 같은 모습이지만 실상은 여자애답게 나도 누군가가 보호해줬으면, 구해주 줬으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여린 마음을 품고 있기도 하죠. 그 대상이 나구모라고 입이 찢어져도 말 못하지만요. 그런 자신의 마음보다 주변을 우선시하다 보니 언제나 손해만 보는 입장이었죠.

 

주변도 남의 마음을 모른 채, 그저 여장부같이 싸움 잘하게 생겼네, 네가 나서서 우리 좀 보호해줘! 이러니 마음이 좀먹어가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러던 차에 1권 때던가 2권 때던가 주인공 나구모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족의 공격에서 죽자 살자 동료들을 지키며 싸우다가 힘에 부쳐 죽기 직전에 주인공 나구모에게 구해졌으니 내게 있어서 왕자님은 정해진거나 다름없게 되었죠. 하지만 그때까지도 진히로인이었던 카오리가 주인공을 좋아하고 있었던지라 친구를 배신할 수 없었던 그녀는 또다시 자기 마음을 죽일 수밖에 없었고 그게 쌓이고 쌓여 이번 [빙설 동굴]에서 터지는 바람에 아주 개고생의 끝판왕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캐릭터라 할 수 있죠. 그동안 유에+시아에 묻혀 나름 히로인임에도 임팩트 하며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주인공 하렘 군단에 이제 시아 다음에 들어올 히로인으로 너로 정했다는 식으로 작가가 아주 굴려 댑니다. 이번 [빙설 동굴]은 클리어 조건이 '눈을 돌리고 싶은 더러운 마음, 현실 도피'에서 이기는 마음을 실험하는 것이기에 시즈쿠의 마음은 [빙설 동굴]과 상성이 최악이라 할 수 있죠. 친구 남친을 빼앗는다는 배신감, 타인을 위해 자기 마음을 죽이고 있는 감정을 까발려야 하니 섬세한 그녀로써는 클리어 불가능에 가까웠고 결국 엄청 구른 끝에 이 작품에서 가장 극적인 히로인으로 등극하게 되죠.

 

시즈쿠만 주야장천 이야기하고 다른 히로인은? 시즈쿠가 워낙 임팩트가 강해서 이번엔 다른 히로인들은 다 묻혀 버렸습니다. 그저 장난이나 치고,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대미궁 시련을 만나 돌파하고 주인공과 알콩달콩 하는 게 솔로가 본다면 백 번은 더 도서를 집어던졌을 일이 반복해서 펼쳐져요. 필자는 웬만하면 참고 보는데 정말 닭살이 돋아서 도저히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중2병일 때부터 알아봤지만 작가 내면엔 창피함이라는 감정은 없나 봐요. 단칸방의 침략자 20권 이후를 보시는 분들이라면 십분 이해가 될걸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아 필자는 하차를 했었는데 이 작품에서 같은 분위기를 다시 만나니 이거 진짜...

 

어쨌거나 이번 대미궁 시련은 자신 내면에 감춰진 현실도피와 마주한다는 시련입니다. 가령 주인공 나구모가 개조되다시피한 몸을 이끌고 현세로 돌아갔을 때 가족들은 그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진정 네가 우리 아들 맞느냐?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과연 주인공은 버틸 수가 있을 것인가. 내가 있을 곳으로 왔는데 정작 내가 있을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두려움, 보통 정신으로는 버티기 힘들겠죠. 자, 이 두려움을 넘어선 자만이 미궁을 돌파할있다라고 하는데요. 근데 왜 사람을 줘패고 그럴까요. 분신이 나와서 사람을 개 패듯 패는데 마치 드래곤 볼의 손오공이 신(神)을 만나 분신을 만들어 수련하는 거랑 비슷한 일이 막 벌어집니다.

 

용사 코우키도 주인공과 같이 다니며 힘을 키우고 있는데 얘 또한 시즈쿠만큼이나 참 극적인 캐릭터입니다. 주인공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 못마땅해서 마음을 좀 먹히고, 그런 주제에 꼴에 용사랍시고 미궁을 돌파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참 처연하죠. 여자에게 인기 있으면서 정작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여자는 만나지 못하는 올곧은 성격의 소유자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보일지... 그러고 보니 초반 성선설(1)로 중무장해서 그렇게나 고구마를 선사하더니 이제 좀 철이 들었는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아 김빠진 사이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덕분에 분위기도 코믹처럼 되어 버렸다랄까요.

 

맺으며, 역시나 이 작품은 1권만 보는 게 정신 건강상 좋겠습니다. 중2병까지는 봐주겠는데 간드러지고 닭살 돋고 설탕을 말통으로 집어넣어 달인 듯한 잼 같은 이야기는 도저히 맨 정신으로 볼게 못 되었군요. 이걸 10권에서도 다시 봐야 한다니 진절머리가 납니다. 아무튼 집에 가는 단서를 잡은 주인공 나구모 일행의 최후의 시련입니다. 이 시련을 넘어 과연 무사히 집으로 갈 수 있을까라고 해도요. 이미 웹 버전이 결말 나버린 시점이고 그 결말을 알아버린 필자로써는 그렇게 궁금하지는 않군요. 그보다 달달하다 못해 쓴맛이 나는 이걸 계속 봐야 하는지 그게 더 고민입니다. 시련이야 어차피 다 넘겠죠. 차라리 웹 버전을 배신해서 다 죽어버리면 좋겠건만... 


 

  1. 1, 인간의 성품이 본래부터 선(善)한 것이라고 보는 맹자(孟子)의 학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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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위원 3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봄 옮김 / 길찾기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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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이 다소 깁니다. 스포일러도 들어가 있으니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이번 리뷰는 많이 무미건조하군요. 면목 없습니다.

 

 

 

 

 

세상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이후 '마인'으로 불리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우라노'는 현세에서 책이 좋아 쌓아놓고 지내다 넘어지는 책 더미에 깔려 죽고 이세계로 넘어왔습니다. 이세계에서도 그녀는 책책 노래 부르며 급기야 자기가 책 만들겠다고 설쳤었죠. 종이로 된 책은 감히 평민이 손댈 만큼 싼 것도 아니었고, 주된 기록 매체인 양피지조차 살 수 없는 현실에서 맨땅에 헤딩 수준을 넘어 고대 파피루스까지 찾으며 노력한 끝에 겨우 책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을 만들긴 했어요. 네, 인간승리를 이뤘습니다. 여기까지는 좋아요. 근데 기득권은 어디에나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것, 아니 생각조차 안 했던 것이 그녀의 미래를 바꿀 줄이야 그땐 몰랐겠죠.

 

이세계에서도 한정적이지만 종이를 생산하는 업자와 양피지 제조 업자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책을 필사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이런 사람들에게 '마인'의 등장은 길거리에 나앉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었죠. 마인은 종이와 책을 대량 생산해서 이세계에 퍼트릴 계획을 잡고 있었거든요. 여기까지만 해도 자기가 뭔 짓을 저지르는지 알았다면 가족과 헤어지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책이라는 욕망에 사로잡혀 끝끝내 종이 생산을 강행했고 당연히 기득권은 가만히 있지 않았죠. 근데 사실 단순히 기득권이 닦달한다고 해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었습니다. '벤노'라는 상인을 이용하고, 길드 마스터를 꼬셔서 빠져나갈 구멍을 차곡차곡 만들긴 했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책만이 아니라 액세서리와 샴푸 등 이세계에 없는 물건까지 만들자 그녀를 차지하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죠. 신분제도가 있는 이세계에서 평민의 딸 따위, 그렇게 그녀는 가족과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세에 이어 두 번째 가족과도 이별은 참으로 안타깝게 하였죠. 이게 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생각이라는 걸 아예 포기하고 폭주한 결과였으니 누굴 탓해요. 게다가 자칫 부모의 목숨까지 빼앗길뻔했으니 그녀의 우둔함이란, 보통 이러면 자중을 해야 하건만 폭주기관차처럼 잠깐 반성하나 싶었는데 욕망이 더 크게 작용해서는 여전히 객차와 화물차를 매달고 힘차게 달려 가요.

 

그나마 그녀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녀를 보호하는 동시에 그녀를 이용해 영지에 돈을 좀 벌겠다는 착한 영주에게 주워진 게 그녀에게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었죠. 이젠 평민촌의 가족과는 만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가족들과 편지를 주고받고 영주의 딸과 납품업자의 관계로 과거와의 인연을 계속해서 맺어가고 소통을 하면서 외로움을 극복하고는 있었는데요. 그동안 마인이 평민촌에 사는 가족을 위하는 마음을 표현한 장면들은 정말 구구절절할 정도였죠. 아버지의 망토를 휘감고 잔다거나,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귀족이 된 이후에도 인쇄와 종이 제작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며 10살이 되어 귀족원에 입학하고, 거기서 왕족과 상위 영지 자제들을 만나면서 세상을 알아가기도 하는 등 양아버지 입장에서는 얼굴이 파래질 일들을 저질러 가죠.

 

자, 세상은 인연으로 묶인 사람들과 결별하라고 하신다.

 

옆집 꼬맹이 루츠와 시작했던 종이와 책 만들기는 그녀가 귀족이 되면서 날개를 펼치게 되었고 이젠 영지 전체의 사업을 넘어서 국가사업을 향해 달려가요. 사실 이런 흐름이라면 마인에게 있어서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라 할 수 있겠죠. 근데 꼭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숟가락 얹으려는 사람과, 그녀의 가치를 시기하고, 그녀를 이용해 꿀 빨려는 무리가 나오기 마련이라는 클리셰가 발동합니다. 이래서 벤노가 그토록 그녀의 개인 정보를 숨겼건만, 귀족 사회의 일원이 된 그녀의 개인 정보는 오픈된 거나 다름없게 되어 버렸어요. 그나마 왕족(제2왕자)과 상위 영지(귀족 서열이 높다는 뜻)의 자제 '에그란티느'를 아군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방패를 얻은 것이 그녀의 큰 위안이랄까요.

 

아무튼 인쇄와 종이 제작 사업이 국가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책을 좋아하는 그녀에겐 좋은 일이나 중소 영지인 에렌페스트 입장에서는 이익을 얻기보단 이익을 타인들에게 빨리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되죠. 영지 자체가 힘이 없으니까요. 마인을 부인으로 들이겠다는 영지가 나오고, 상위 영지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에렌페스트 영주(마인 양아버지)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우선 그녀의 약점을 지워야 하겠죠. 원래는 그녀가 귀족으로 들어오면서 평민촌 가족은 제거(몰살) 당할 운명이었습니다. 약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요. 그러나 그랬다간 영지 자체가 그녀에 의해 멸망했을 겁니다. 그래서 서로 모른 척 지낸다는 약정을 맺고 그녀는 귀족의 일원이 되었죠.

 

그러나 마인이 세상에 뛰쳐나와 보다 넓은 세계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려는 지금, 또다시 평민촌 가족과 그 시절 주변인들은 그녀에게 있어서 약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해요. 기득권을 얻으려는 무리들이 그녀의 정보를 찾다 보면 그녀의 가족과 주변인들에 다다를 것이라는 건 뻔한 거죠. 그래서 모든 연을 끊으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 그녀에게 선고됩니다. 답은 하나 밖에 없는 선택지. 그녀가 귀족이 되어 생활환경 변화로 죽도록 고생하면서도 그나마 정신줄을 붙잡고 있을 수 있던 건 가족과 평민촌 인연 덕분이라는걸, 알면서도 강요하는 지금의 상황은 그녀에게 여기서 멈출 것이냐 그때의 꿈을 믿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냐의 기로에 서게 합니다. 그녀가 선택한 길은, 눈물을 머금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사는 마인이 참 인상적이었군요.

 

맺으며, 이게 다 자기가 뿌린 씨앗이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얼마나 파장을 불러오는지도 모른 채 설친 결과가 이때까지의 인연과의 단절이었으니 인과응보라 할 수 있겠죠. 그나마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 않아 고구마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고 할까요. 아무튼 5부부터가 전쟁(마법과 칼이 오가는 진짜 전쟁) 이야기라서 그런지 그 전조가 꽤 많이 보입니다. 이전부터 간간이 보여주긴 했지만 이웃 영지이자 베로니카(마인의 양할머니이자 이 작품 모든 흑막)의 입김이 서려있는 아렌스바흐와의 알력과 시비는 암울한 미래를 암시했군요. 그 외에는 마인이 귀족 사회를 배워가는 것이나 인쇄 사업과 종이 제작을 위해 고군분투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젠 완전히 정상 궤도에 올랐고, 대량 샹산 체제만을 두고 있다고 할까요. 사업 확장과 이웃 영지 아렌스바흐와의 안 좋은 분위기, 그리고 결별이라는 아픔 등 4부 들어와서 매우 충실한 내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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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환상의 그림갈 14 - 파라노마니아,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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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괜한 호기심에 남의 텐트에 들어갔다가 이 무슨 개고생이란 말인가. 그림갈(기본 베이스), 더스크렐름(개고생 시작), 다룽갈(자칫 애 낳고 살 뻔)에 이어 '파라노'라는 몽환적인 세상에 발을 들인 하루히로 일행. 말이 몽환적이지 마마마(1) 만큼이나 다크한 세계였군요. 죽고 싶지 않으면 잠들지 말지어다. 굳센 마음먹을지어다. 그나마 큐베가 없었던 게 이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큰 위안이었을까. 깜빡 잠들었다간 몽마라는 괴수를 양산하고, 마음 약하게 먹었다간 트릭스터(마물)로 변해버리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어떻게 하긴요. 죽도록 구르는 수 밖에요.

 

몽마의 습격으로 동료와 뿔뿔이 흩어지고 앨리스 C에게 주워져 그녀의 부하가 되어버린 하루히로, 동료를 한시바삐 찾고 싶지만 파라노 특성이 기억 쇠퇴하다 보니 동료들 이름이 자꾸만 흐릿해져 갑니다. 그런 와중에 앨리스에게 이끌려 온 동네를 쏘다니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해요. 잠들면 몽마를 소환해서 잠도 못 자고, 이제 편해지고 싶어 같은 약한 마음을 먹었다간 트릭스터(마물)가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극한의 상황에서 하루히로가 해야 할 일은? 없다. 그저 앨리스의 뒤를 따라다니며 이 세계(파라노)를 다스리는 왕을 찾아내 쓰러 트리거나 교섭해서 그림갈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는 수밖에. 그나마 그에게 있어서 다행인 건, 이전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찌끄레기 인생이었던 것에 반해 이번엔 상대에게 버프를 줄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는 것일까.

 

근데 문제는 상대의 피부에 접촉을 해야 줄 수 있다는 것, 그동안 여자하고는 인연이 없었던 하루히로에게 있어서 이 얼마나 멋진 스킬인가. 이제 거리낌 없이 앨리스를 껴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앨리스는 하루히로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이세계로 넘어온 여자 애입니다. 임해학교에 따라갔다가 동굴 탐험한답시고 나댔던 게 그녀에게 있어서 불운이었죠. 눈 떠보니 그림갈이 아닌 바로 다이렉트로 파라노였고, 기억을 잃게 만드는 파라노 특성에 따라 그녀의 기억도 상당 부분 소실되고 말았어요. 같이 말려든 친구들은 트릭스터화되어 그녀의 손에 죽거나 다른 곳으로 가버린 상황에서 그녀가 제정신을 유지 하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까웠던...

 

하루히로는 그런 그녀의 부하가 되어 파라노 이곳저곳을 떠돌며 사람을 만나고, 몽마와 싸우고, 그러다 트릭스터화된 앨리스의 친구를 해방해주면서 조금식 내면의 성장을 이뤄 가요. 파라노에 오기 전엔 육체적으로 성장을 이뤘다면 이번엔 정신적인 성장이라고 할까요. 주체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었던 그에게 있어서 파라노는 그에게 내면 성장이라는 시련을 내리죠. 그래봐야 어려운 상황은 죄다 앨리스가 해결해주고 있지만요. 하루히로는 그녀의 허리에 매달려 버프나 걸어주고 있으니 이대로 괜찮을 걸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할 때는 하는 인간이다 보니 정말로 위기 때는 고구마를 선사하지 않는 면모를 보이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랄까요.

 

그런데 다른 동료들은 뭐하나 했더니 죄다 공기화 되어버렸습니다. 하루히로와 뿔뿔이 흩어지고 나서, 메리는 글자 그대로 공기화가 되어 버렸고 시호루는 기억을 잃어버렸음에도 과거의 자신에 얽매여 맛이 가버린 상태로 쭈욱 지냅니다. 시호루, 처음부터 은근히 발암끼를 보여줬죠. 살이 쪘다는 둥, 못생겼다는 둥, 그게 파라노에서 구체화가 된 덕분에 쿠자크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되죠. 세토라는 메리보다는 조금 더 출연은 하는데 임팩트는 없습니다. 처음 하루히로와 만났을 때 내 낭군님이라며 그를 놀리고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자신을 부각 시켰는데 성격이 많이 둥글어졌습니다.

 

리뷰가 무미건조해졌는데 사실 이번 에피소드는 웃음 포인트가 하나도 없어요. 캐릭터들의 내면이 파헤쳐지고, 그 사람이 어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지 밝혀지면서 시종일관 우중충하기만 합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금방 목숨을 잃어버리는 곳에서 웃고 떠들 형편이 되지 않아요. 거기다 이후 에피소드에서는 언급되지 않을 캐릭터들의 내면까지 세세하게 언급하다 보니, 그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면 또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에서 작품에 어울리지 않게 많이 심각하다고 할까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긴 한데 굳이 필요한가 하는 물음에 글쎄?라고 밖에 되지 않는, 하여튼 조금 난해한 에피소드였습니다.  


 

  1. 1,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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