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의 소환사 1 - NT Novel
마요이 도후 지음, 쿠로긴 그림, 유경주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뭐랄까 표지 그림이나 제목을 보고 있자면 전혀 끌리지 않는 작품이랄까요. 이 작품은 근래에 들어 자극적이고 보다 이목을 끌기 위한 본격적인 제목에 비해 상당히 수수하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도 그럴게 이 작품이 연재되기 시작한 게 14년도니 어쩔 수 없긴 할 겁니다. 필자도 저번 달에 발매 리스트에서 이 작품을 봤을 때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했기도 하고요. 내용도 요즘은 식상하다 못해 부패해버린 이세계 전생(전이)을 다루고 있으니 보나 마나 뻔할 뻔 자 아니겠어 하는 마음도 없잖아 있었죠. 그러던 중 지인이 생각 없이 읽기엔 좋다고 추천을 하길래 덥석 물었는데요.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인의 말대로 생각 없이 읽기엔 정말 좋았습니다.

 

뭣보다 좋은 건 액션씬인데요. 이세계 전생답게 신(神)에게서 치트를 받고(주인공이 선택해서 받은 거지만) 그냥 종횡무진으로 달려갈 뿐입니다. 모험가가 되어 의뢰를 처리하고 단숨에 모험가 고랭크로 올라간다던지, 슬라임을 테이밍해서 마왕급으로 키워 버린다던지, 노예 하프엘프 소녀를 구입해서 얘 또한 악마와 상대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만큼 키워 버리기도 하죠. 그리고 주인공은 고자가 아니라는 건데요. 동정 숙맥처럼 얼굴 붉히며 여자 손도 못 잡고 우왕좌왕하는 게 아닌, 여자의 호의를 받아 주면서도 그렇다고 아랫도리를 함부로 놀리지도 않는 절제를 보여주는 게 나름 좋은 점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왕 이세계로 왔으니 강하게 살아보자며 강자를 찾아 싸움을 걸고라고 해도 초반이라 거의 없지만,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 기죽고 어쩌지 어쩌지 하는 것보다 씨익 입을 비틀어 올리는 호전적인 모습에서 중2병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코드가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후위직에 속하는 소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근접전과 마법에 강한 모습에서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되는 작품 특유의 습성을 엿보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요컨대 위기감이 없다는 것이죠. 불리한 입장에 놓여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돌파할 수 있을까 하는 긴장감이 없는, 그냥 싸우다 보면 강해지고 그러다 보면 클리어 되는 이야기죠.

 

뭐, 그건 그렇고 역시나 이세계물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하렘이 아닐까요. 거기에 노예 소녀라고 하면 모에성이 급상승하니 이 작품도 어쩔 수 없는 오타쿠 성향이 깊다고 할 수 있는데요. 여느 작품에서도 등장하는 노예제도가 이 작품에도 있어요. 하프엘프 소녀 '에필'은 철이 들었을 때부터 노예로 자랐고 특이한 체질 때문에 제대로 팔리지도 않아 먹지 못해 깡마른 몸으로 방치 수준으로 지내다 주인공에게 거둬지죠. 그리고 주인공과 파티를 맺어 의뢰를 수행하고 수련을 받으며 일취월장해가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어요. 작중 설명으론 꽤나 이쁘다는데 일러스트가 영 좀 그렇게 나온 게 불만이랄까요.

 

에필도 주인공 일직선으로 누구는 주인공에게 받아들여지는데 한 세월 걸린 반면에 그녀는 부뚜막에 올라가는 고양이 타입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그리고 쟁취하지만 주인과 노예라는 선을 지키는 모습에서 또 모에성이 폭발합니다. 거기다 주인공에게 버프를 받아서 성장하는 게 예사롭지 않죠. 한가지 불만은 이런 요소들이 제대로 표현이 안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밤 시중이라던지 에필을 수련 시키면서 좀 더 스킨십이라던지가 많이 생략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점은 오히려 작품을 싸구려틱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그러니까 판치라같이 날로 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서 점수를 후하게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버프 먹고 거의 마왕급으로 성장해버린 슬라임 '클로토'의 귀여움은 남다른데요. 평소엔 에필의 어깨에 올라가 그녀를 보호하는 동시에 메신저 역할을 하고 전투시엔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군요 다만 얘도 일러스트는 글자 그대로 몬스터로 표현되어 있어서 귀여움이 좀 의문시 된다고 할까요. 그렇게 하나둘 가족과 같은 부하와 동료들이 늘어갑니다. 하렘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도 늘어가지만 스포일러니까 누가 더 들어오는지는 도서를 보시라고 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물론 여자만 들어오는 게 아닌 든든한 동료도 만나는 등 용사가 있다면 이런 여행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으로 흘러가는 게 인상적이죠.

 

용사가 나와서 말인데, 이세계에도 용사가 있고 마왕이 있습니다. 이세계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없지는 않겠죠. 요즘 트렌드라고 하기엔 이 작품이 나온 시기가 14년이니 그 당시엔 조금은 파격적이라고 할까요. 보통 판타지하면 용사가 주인공이 되는데 반해 이 작품은 어디에나 있는 흔한 모험가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것이죠. 물론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 작품이 처음은 아닙니다. 우리에게 알려진 거를 예로 들자면, 방패용사, 흔직세, 고블린 슬레이어, 몰래 돕는 마왕 토벌을수가 있죠. 용사가 길 가다 마주치는 흔한 모험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감성적으로 다가가면 기분이 묘해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할까요.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작품도 용사와 주인공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인연이 닿을 거라는 암시를 비추기도 하는데요. 게다가 용사는 성선설(1)로 무장해서 조금은 골치 아파지는 복선도 깔아두는데 앞으로 둘이 만나면 참 재미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게 하죠. 자, 싸움꾼 주인공과 성선설로 무장한 용사가 만났을 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보통 1권이 흥미로우면 2권부터 식상하거나 재미가 반감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조금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뒤통수 맞고 나자빠진 경우도 있긴 했지만 이 작품은 왠지 기대가 된다고 할까요.

 

맺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벌써부터 하렘 분위기를 만들어 가지만 눈꼴 시린 장면이 없다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주인공 치트 최강설은 작품의 질을 떨어트리고 식상하게 만드는데요. 거기에 질척한 하렘까지 더해지면 지옥이 따로 없었을 건데, 이 작품은 시기와 질투로 진흙탕 하렘이 아닌 서로 도와가며 의지하는 하렘을 추구하고 있다 보니 주인공 치트 최강설이 상쇄되는 느낌을 받곤 하였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클로토의 귀여움은 감초같이 달싸한 맛을 더해주죠. 거기에 아재개그도 나오고요. 아무튼 가볍게 읽기엔 좋습니다.


 

  1. 1, 인간의 성품이 본래부터 선(善)한 것이라고 보는 맹자(孟子)의 학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