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전설이 된 영웅의 이세계담 1 - L Novel
타테마츠리 지음, 미유키 루리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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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제목은 뭔가 중2병을 연상케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꽤 탄탄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주인공이 이세계에 불려가 위기에 빠진 왕녀를 구하고 구국의 영웅이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니까. 틀에 박힌 이야기이긴 한데, 여러 나라가 등장하고 거기에 관련된 인물들을 촘촘히 배치해 둠으로서 인물 관계를 통해 서로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그란츠 대제국의 제6황녀 '리즈'를 만나 그녀의 편에 서서 싸워 나가게 된다. 이 작품에서 적(에너미)으로 나오는 건 큰 틀에서 보자면 이웃나라도 이웃나라지만, 왕권을 둘러싸고 기싸움 중인 그녀의 오빠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피를 나눈 남매의 전쟁에 주인공이 끼여서 고생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약속된 것처럼 주인공이 담당하게 되는 인물(히로인)은 다른 오빠들보다 연약하다. 지지해주는 세력이라곤 백성들 밖에 없고 정치적으로 뒷받침되는 귀족들은 전무하다시피 한 게 이런 작품에서 왕녀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주인공 '히로'는 사실 이번이 두 번째 이세계 소환이다. 첫 번째는 까마득한 과거, 기울어져가는 나라에 소환되어 [군신]으로 불리며 나라를 구하고, 주변 나라를 정복하여 대제국을 건설한 영웅이 되었다. 모든 일이 끝나고 주인공은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갔고, 다시 3년 후 같은 나라에 소환되나 이번엔 1천 년 후의 세계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은 무엇 때문에 주인공을 이세계로 소환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첫 번째 소환 때도 그저 나라가 위기에 빠졌으니라는 두리뭉실한 이야기뿐이다. 두 번째 소환해서는 얼핏 느끼기로 위기에 빠진 히로인 '리즈'를 도와 나라의 기강을 다시 잡으라는 메시지를 품고 있는 듯한데, 솔직히 주인공을 소환하여 나라를 구하고 어쩌고 할 정도로 나약해진 나라라면 진화와 도태라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그냥 망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작가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무엇을 시키려는 걸까. 이 작품에서 마왕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에 판타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령이 등장하고, 정령의 가호와 정령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무기, 정령이 깃든 정령검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것이 이 작품에서 전장을 이끌어가는 키포인트가 된다. 정령검이 선택한 인물은 왕이 될 수 있으며, 그 가호를 받아 일기당천이 되는 능력을 얻게 된다. 히로인 '리즈'는 5대 정령검중 '염제'의 선택을 받게 된다. 세상의 기준은 정령으로부터 돌아가는 시대에서 그녀는 왕위 계승권 8위이면서 단숨에 상위권으로 뛰어오르게 되었고, 이로 인해 오빠들의 견제... 말이 견제지 오빠들은 그녀를 죽이려 군사를 푸는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다. 어쩌면 중세 시대의 고증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우리네 역사를 봐도 기미 상궁이 괜히 있었던 게 아니니까. 주인공은 오빠들의 계략으로 지방으로 좌천되는 '리즈'를 따라가게 된다. 주인공은 그녀와의 여행길에서 1천 년 전의 기억이 차츰 돌아오게 되고 [군신]이라는 진면목을 보여주며 '리즈'를 돕게 되는 게 1권의 핵심 이야기다.


그런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의 정의(定義)는 무엇인지 1권에서는 명확하지가 않다. 나라의 위기? 그래서 주인공소환? '리즈'의 나라는, 1천 년 전 주인공이 구해준 나라다. 1천 년 후 주인공이 건설한 대제국의 위상은 여전히 건재하며 주변국을 압도하고 있다. 왕권을 둘러싼 자중지란은 어느 나라고 흔히 있는 일이다. 사실 힘이 있는 자가 나라를 이끌어가는 게 중세 시대에서는 나라의 근간을 지키는 일이기에 싸워서 이긴 자가 왕좌에 않는 건 딱히 이상하지 않다. 하물며 그란츠 제국은 이웃나라를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침공해서 전쟁을 일으키고 짓밟는 짓을 하고 있다. 문맥상으로 보면 나쁜 쪽(판타지로 표현하면 마왕이 이끄는 마족)은 그란츠 제국이 된다. 이런 나라에 주인공을 소환해서 뭘 하려는 걸까. 히로인 '리즈'는 오빠들에 비해 백성들을 생각하는 어진 왕으로 표현된다. 지지도 많이 받고 있고. 단순히 '리즈'가 오빠들에 의해 위험에 빠져드니 도우라고 주인공을 소환한 걸까?


아니면 1천 년 전에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리즈'와 편먹고 마치 천하를 통일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주인공 보고 이세계를 통일하여 영웅으로 올라서라는 이야기일까. 근데 아무 이유 없이 다른 나라를 침공해서 내 땅이라고 하는 사람을 영웅이라고 칭송해야 되나? 물론 제국(리즈의 나라)이 아니꼬워서 침공해오는 나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국이 하는 짓을 보면 침공 당하더라도 할 말은 없어 보인다. 일례로 제3왕자가 실적을 바라고 옆 나라를 침공하기도 하고, 전리품이랍시고 잡아온 병사들을 노예로 팔아버리기도 하니까 당해도 싸다는 느낌이다. 보통 어떤 작품이고 시작 초기엔 명분을 상당히 중요하게 여긴다. 가령 마족이 침공해서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 앙갚음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나 이 작품같이 중세 시대를 표방하고 있다면 적어도 나라가 침공 당해서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명분이 필요한데 그런 게 없다. 그저 '리즈'가 위험하니 도우는 형식이다.


계속해서 이 작품의 문제점을 열거해보겠다. 첫 번째 히로인 '리즈'가 주인공을 너무 허물없이 대한다는 것, 흔해빠진 이벤트로 숲에서 목욕하고 나오는 리즈와 그녀를 빤히 보는 주인공과의 조우씬. 보통 뭐 여기서 죽이네 마네라는 연출이 생길 법도 한데 그런 건 없고 만난 지 1초 만에 10년은 같이 산 부부처럼 허물없이 대하는 '리즈'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호위 기사들의 경계에서 주인공을 두둔하는 모습에선 현실미가 떨어진다. 주인공이 누구인 줄 알고 두둔하는 것일까. 지방으로 떠나면서 같은 천막에 하룻밤 보내기. 두 번이나 주인공에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을 보이고도 태평한 것. 정보 좀 찾아보니 리즈가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을 알게 되었지만 어차피 작가의 머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지라, 이러한 행동들은 상당히 오점으로 다가온다. 


두 번째, 주인공 우상화. 1천 년 전 [군신]으로 표현할 정도로 지략적이든 능력적이든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주인공은 리즈와의 알몸씬과 더불어 현실미가 상당히 떨어진다. 이 작품은 마법 같은 근사한 능력은 없고 정령검으로만 전장의 판도를 가늠하게 된다. 문제는 정령검이 무슨 우주 결전 병기처럼 표현된다는 것인데, 정령검에 선택된 사람은 일기당천이 되어 진짜로 1천 명의 군사들을 도륙하고 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사기템빨이면 전략이든 전술이든 뭐 하러 짜고 많은 군사들이 필요하나 싶다. 혼자서 수천의 군사를 도륙하고, 1만이 넘는 군사를 와해시켜 버린다.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작가는 밸런스라는 말을 모르나? 일반적인 인간 대 인간의 싸움뿐인 이 작품에서 괴리감이 상당하다. 작가는 정령검 들고 주변국을 도륙하라고 주인공을 소환한 것일까? 주인공은 1천 년 전 대영웅(이것도 웃긴 게 다른 나라 침공해서 점령하고 영웅 칭송받는 것)으로 추앙받고, 1천 년 후에 그의 후손이라며 또 칭송받게 된다. 결국은 명분도 없으면서 주인공을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영웅이라며 우상화를 한다는 것이다.


맺으며: 본 리뷰가 옳다고는 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1권의 내용과 이를 유추해서 써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후 또 다른 모습이나 내용이 밝혀질 수도 있다. 가령 그란츠 제국이 다른 나라로부터 침공을 받아 바람 앞에 등불이었다고 나올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주인공 소환에 대한 명분이 많이 부족해 보인다. 결국 왕위 계승권 전쟁에서 리즈를 도와 이긴 후 그녀를 왕좌에 앉히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러면 신화 전설이니 영웅이니 같은 수식어 쓰기에 민망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영웅이란 적어도 핍박받는 백성들을 구하는 사람을 지칭해야 한다. 그런데 적어도 1권에서 핍박받는 백성들은 나오지 않는다. 정보 좀 찾아보니 왕족이나 귀족들과 연관되어 싸워 나가는 거 같던데. 이런 걸 보면 더더욱 영웅이라는 수식어를 쓸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물론 리즈의 오빠들이 보이는 왕권을 둘러싼 추악한 짓거리를 보고 있으면 이들이 백성들을 보살핀다는 걸 생각할 수 없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이전 다른 작품에서도 히로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작품을 읽다 보면 지금 이 히로인이 주인공과 맺어졌으면 하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 적어도 '리즈'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아끼는 부하들이 다 죽어 나가고 절망에 차 있는데 주인공의 진짜 정체가 밝혀지자마자(이거에 대해선 2권 리뷰에서) 팔짱을 끼며 알랑방귀 뀌는 모습에서는 약간 질리기도 했고. 전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정령검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부하들이 다 죽어가는데 망가지는 모습을 보인다던지. 적을 맞아 깡다구 있게 대항하는 의식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 작두 위에서 칼춤 추는 주인공에게 너무 기댄다던지 수동적인 모습은 히로인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리타이어 안 되려나. 그리고 주인공 진심 사기 캐, 너프 시켜야 된다고 본다(이것도 2권에서 언급해보겠다). 이런 설정만 빼고 본다면 대하 서사시를 보는 듯한 웅장한 스토리가 있다. 세계관도 넓고. 사실 위기에 빠진 왕녀를 도와 나라를 일으키는 주제는 판타지의 정서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흥미는 있다. 역시나 주인공 우상화는 좀 자중해줬으면 하는데... 일본에서는 완결되어 버렸으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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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8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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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아저씨의 옛 동료 찾기도 종반으로 향한다. 그 옛날 마물에게 다리를 물어 뜯겨 모험가로서의 생명을 잃게 된 아저씨는 폐가 될까 파티 동료들에게 말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왔었다. 이것이 못내 가슴속 상처로 남아 있던 아저씨는 늦게나마 동료들을 찾아 사과하고 묶혀 두었던 응어리를 풀고자 한다. 사실 동료들은 그가 모험가로서 생명을 잃었다고 해서 쫓아내진 않았을 것이다. 우정이란, 유대란 그렇게 가볍지가 않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어린아이들이 모여 파티를 짜고 노력을 하며 모험가로서 조금식 인정받아 가던 세월.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를 챙겨주고, 감싸주고, 보호해줬던 이들의 관계는 아저씨가 없어진 후, 죄책감에 파탄을 맞이하게 된다. 동료들은 아저씨의 다리를 고쳐 주겠다며 세계를 돌아다니고, 다리를 물어뜯은 마물을 잡겠다고 자신을 혹사하지만 다 부질없는 일, 동료들은 폐인의 길을 걷고 있었다.


[대지의 배꼽]에서 '카심'에 이어 두 번째 동료 '퍼시벌'과 해우하게 된 아저씨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게 된다. 파릇파릇하던, 머리에 피도 안 말랐던 애들이 어느새 흰머리 히끗히끗한 중년을 넘어서고 있다. 여기서 눈물 콧물 쏘옥 빼는 상봉씬을 찍어도 좋겠지만 그럴 나이는 이미 지났다. 중년 아저씨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주먹다짐이 정석이니까. 이것은 곧 혈기만은 젊은이 못지않게 아직 왕성하다는 뜻이기도 하. [대지의 배꼽]에서 솟아 나오는 마물과 최전선에서 마주해도 끄떡없는 진면모도 보여준다. 그 옛날에도 이렇게 서로 등을 맞대고 싸웠으리라. 아저씨는 긴 여행의 피로에 몸져 누우면서도 다시 옛 시절로 돌아간 듯한 생활은 싫지만은 않다. 이것도 아빠의 일이라면 뭐든지 하려는 딸아이(안젤린)가 등을 떠밀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제 남은 한 사람, 엘프(여성) '사티'만 찾으면 된다.


그 '사티'는 어디에 있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그녀가 판타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목 수려한 엘프라는 것이고, 옛날에 파티를 짜고 있을 때 아저씨랑 매우 친했다는 것이다. 안젤린은 아빠에게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남몰래 내 엄마가 되어 줬으면 하는 플래그를 세우기도 했다. 이번에도 동료들이 아저씨를 띄워주며 또 플래그 세우기도 한다. 그래서 그럴까 앞선 중년 아저씨(동료) 둘을 찾고 해우할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띈다. 라노벨이든 일반 소설이든 읽다 보면 어느 히로인에게서 주인공과 맺어졌으면 좋겠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딱 '사티'가 그런 분위기를 뿜는다. 이전까지 안젤린이 여러 성인 여성을 만나 엄마가 되어줘라며 영업을 했을 때도 이런 느낌의 히로인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히로인은 항상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사티'는 쫓기고 있다. 그녀는 쌍둥이 자매를 보호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세계에는 마왕이 존재한다. 이 작품에서 마왕이란, 정신이 '백지' 상태인 호문쿨루스다. 호문쿨루스는 그 옛날 신(神)과 싸웠다는 '솔로몬'의 유산이다. 이 작품은 부녀(父女)의 유대와 가족애를 다루는 동화 같은 이야기인 것과 동시에 마왕이 등장하는 판타지를 그린다. 이 작품에서 마왕은 나쁜 뜻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안젤린의 고향에 있는 '미토'는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인간의 감정에 상처를 받는 인간과 똑같은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 이전에도 이와 관련 리뷰를 한 적이 있는데 마왕을 만드는 건 다름 아닌 인간의 마음에 달려 있다고 이 작품은 역설하고 있다. 그렇담 마왕은 어디서 오나. 그 이야기가 이번 8권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솔로몬과 72명의 마왕'을 추앙하고 연구하는 집단(이후 흑막).


흑막은 호문쿨루스(갓난 아이)를 세상에 뿌려놓고 관찰 중이다. 마왕이 될지 인간이 될지, 그대로 소멸할지. 그리고 나아가 인간의 몸에 호문쿨루스를 심어 태어나게 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인륜을 저버리는 실험이기에 흑막은 이 작품에서 악당으로 등장한다. '사티'가 보살피는 쌍둥이 자매는 미토와 안젤린과 똑같은 머리색을 가지고 있다. 사티는 솔로몬의 유산인 호문쿨루스를 이용하려는 흑막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 이미 아저씨와 안젤린은 미토라는 마왕을 보살피고 있고, 나쁜 길에 빠져든 마왕을 물리친 적이 있다. 그렇기에 사티가 쫓기고 있다는 걸 알아가면서 이야기는 차츰 극적으로 바뀌어간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쌍둥이 자매가 참으로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세상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어서 항상 새로운 것에 흥미를 보인다. 


그리고 미토 다음으로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 흐르게 된다. 자매는 죽음을 이해하지 못해 엄마가 죽은 걸 자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엄마, 여기에서 자", "되게 잠꾸러기야, 언제 일어나는 걸까"하는 장면은 보는 이를 가슴 아프게 한다. 작가는 부녀의 이야기를 그리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다가도 이렇게 가슴을 옥죄는 장면도 서슴없이 집어넣는다. 안젤린과 아저씨는 사티와 쌍둥이 자매를 구할 수 있을까. 여느 때 같으면 실력으로 다 몰살 시켜 가겠지만, 흑막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스케일이 장난 아니게 커지게 된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던 아저씨가 대처하기엔 너무나 강대한 적(에너미)이다. 하지만 중년이지만 아직 쌩쌩한 아저씨 동료들이 있고, 안젤린도 있다. 사티에겐 천군만마를 얻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 아저씨 일러스트와 더불어 "지금, 모험이 시작되려고 한다."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과거의 응어리를 풀기 위해 시작한 여정은 이제 곧 끝난다. 카심과 퍼시벌과 사티는 과거 아저씨의 동료들은 저마다 믿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그러니까 아저씨도 무언가를 지키기기 위해 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모험가의 길을 걸으려는 아저씨의 위풍당당한 모습. 쌍둥이 자매부터 시작해서 후반 부분은 뭐하나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필력을 보여준다. 


맺으며: 다시금 살아난 사물과 주변 환경에 대한 표현력이 대단하다. 특히 산야를 표현할 때는 마치 거기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이래서 이 작품을 끊지 못한다고 할까. 아무튼 이번 사티의 에피소드도 그렇고 아저씨의 결의도 그렇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사티와 아저씨와 안젤린의 장면을 교차 시키며 이들을 언제 만나게 해줄까 하는 두근거림이 있다. 그 사이를 흑막이 파고들어 사티가 위기에 빠져들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아저씨와 안젤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9권에서 결말이 날 거 같은데 언제 나오려나. 이렇게 후속권이 기다려지는 작품은 오랜만이다. 그건 그렇고 또 새로운 히로인이 추가된다. 9권에서 계속 언급되면 그때 리뷰에서 다뤄보겠다. 나름대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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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위의 서브캐릭터 육성 일기 3 - ~폐인 플레이어, 이세계를 공략 중!~, L Books
사와무라 하루타로 지음, 마로 그림, 이승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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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이세계에 떨어지면 가지고 싶은 것. 


1, 귀여운 동물 귀 소녀


2, 무뚝뚝한 다크 엘프 노예


3, 인간형(소녀 혹은 성인 여성) 마물(사역마) 늑대


4, 머리를 구성하는 것 중 뭔가가 빠져 있는 금발 여기사


5, 메이드 & 노예들(이왕이면 미남 미녀). 


그리고 부수적으로 근육 여장남자.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은 뭐 하는 놈인가. 현실에서 온라인 게임 랭킹 1위를 달리다 이를 시기한 어떤 유저가 서버를 폭파하는 바람에 랭킹이 리셋되자 실의에 빠져 자//살 한 놈이다. 방구석 폐인질로 1위를 달성해놓고 그걸 자랑스럽게 여겼고, 이런 점을 지적하면 딴에 상처받는다. 변변찮았던 삶은 그에게 있어서 게임 인생은 나름대로 자랑스럽게 여길 정도로 소중했다고 한다. 누가 곁에서 등짝 스매시라도 날려줬다면 그의 인생은 바뀌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세상 모든 엄마에게서 환영받지 못할 작품이 아닐까도 싶다. 그래도 사람마다 다 자기만의 삶이 있고, 그걸 타인이 지적할 일은 아니지만 뭐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것대로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주인공은 눈을 떠보니 자신이 하던 온라인 게임 속이었고, 만들어놓고 방치한 부캐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환생한 세계는 현실 게임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세계관이었고, 이를 알아챈 주인공은 여기서도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게 된다. 이 말은 게임적인 요소가 상당히 들어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옛날에 성행했던 게임 해설집 같은 이야기라고 할까. 그러해서 캐릭 성장이라던가 스킬 입수와 성장치를 매우 많이 보여준다. 솔직히 이런 건 나중에 가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게 되는데 뭐 하러 이렇게 공들여 설명하는지 모르겠다.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지표로 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따분할 뿐이다.


아무튼 주인공은 기사이면서 검을 못 쓰는 금발 여기사 '실비아'와 마법학교를 다니면서 마법은 전혀 못 쓰는 고양이 수인 '에코'를 동료로 들였다. 그리고 대장장이 역할로 노예 다크엘프 '유카리'도 들이게 된다. 전부 여자다. 이시키(주인공) 현실에서 방구석 폐인질 하면서 언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익혔는지 여느 청춘 드라마 인싸들보다 더 잘 나간다. 이들과 파티로 엮여서 세계 1위를 향해 매진하게 된다. 여기서 세계 1위란, 토너먼트 뭔가의 대회가 있고 여기에 출전해서 1등이 되면 세계 1위가 된다나. 참 편리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일단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 깡통 부캐를 키워야 하는데, 고생이랄 것도 없이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보인다.


솔직히 반칙이 아닐까 싶다. 이세계 사람들은 정보도 없이 노력하여 대회에 도전할 텐데 주인공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어디 가면 뭐가 있고, 스킬을 입수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다 꿰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별 어려움 없이 차곡차곡 다 해낸다. 실패란 없고, 어려움도 없다. 아니 정보를 가지고 있고, 노하우도 있는데 오히려 못하는 게 이상한 것이다. 그래서 이런 요소들이 재미있나?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되뇌게 된다. 미리 답을 알고 시험을 치는 것과 같은 것인데 이게 흥미진진할 리가 없잖은가. 돈 버는 것도 두말할 필요도 없이 여의도만 한 대저택을 구입할 정도로 마구 벌어들인다. 작가는 현실에서 못하는 것을 글로서 만족감을 느끼려는 것일까.


이번 이야기는 대회를 주최하는 나라가 위기에 빠지게 되고, 주인공은 나라가 멸망하면 대회도 없고 세계 1위도 없어지는지라 이걸 막기 위해 움직이게 된다. 그러기 위해 또 다른 동료를 영입하기로 하는데, 글쎄 무려 늑대 귀.. 소녀라고 하기엔 나이가 많은 여성형 마물 '앙코'를 사역하기 위해 길을 떠나서 몇 개월간 고군분투를 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현실 게임에서 거의 사역 불가 판정을 받고 있는 앙코는 주인공이 46,000번이라는 테이밍을 걸어서 성공한 아주 극악 확률의 마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세계에선 어떨까. 현실 게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으로서는 어떻게 하면 사역에 성공하는지 알고 있다. 더더욱 반칙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자, 아무튼 이렇게 이세계에 떨어지면 가지고 싶은 구성요소가 많이 충족되었다. 치트 먼치킨은 기본 패시브, 금발 여기사 & 고양이 귀 수인 여자애 & 밤 일하는 다크 엘프 노예 & 그리고 이세계물하면 빠질 수 없는 늑대(귀 소녀)가 첨가된다. 스파이스는 다 갖춰진 샘이다. 근데 이것만 가지고 마치 주인공이 축복받은 것마냥 너무 들떠 있는 거 아니냐고 하실 텐데, 진짜는 이제부터다. 단순히 하렘만 구성한다고 해서 흥미가 동할까? 이 작품의 하렘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건 마치 집단으로 최음 된 것처럼 주인공을 바라보는 눈빛이라 하겠다. 개연성이고 뭐고 없다. 집단으로 미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주인공을 향한 광기를 보여준다는 거다.


대저택을 관리하기 위해 뽑은 메이드들과 노예들은 주인공을 한 번도 못 봤는데 왜 눈에서 하트가 발사 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 기억 조작이나 마법으로 매료를 걸은 것도 아니다. 그저 자기들을 사줬고, 먹여주고 재워주니까 좋아합니다!!! 다크엘프 '유카리'가 교육이랍시고 세뇌에 가까운 주인공 만만세를 주입 시켰다곤 해도 절조가 없어도 너무 없다. 심지어 학교에서조차 여학생들이 하트를 발사해대는 모습에서는 학을 떼게 된다. 주인공을 그렇게 우상화하고 싶었나. 근데 여 캐릭터들만이 아닌 남자 캐릭터들도 단체로 뽕 맞았는지 눈에서 하트를 켤 때는 기겁을 하게 된다. 미x거 아냐? 아니 '앙코'는 싸우다 말고 대뜸 주인님! 이러는 건 뭔데. 무성별 정령은 소환되자마자 여성형이 되겠습니다라고 한다. 모두 제정신이 아닌 거 같다.


아무튼 이렇게 세계 1위를 향한 발걸음은 빨라진다. 하지만 대회를 주최하는 나라가 위기에 빠지는 바람에 이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뻔할 뻔자겠지만 주인공이 알아서 다 해줄 것이고 흥미진진해지겠다는 느낌은 없다. 이를 위해 메이드와 노예들을 마치 특수부대 양성소 마냥 훈련 시키는데 그러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렇지 않아도 노예로 고생한 애들인데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필자가 늙어서 젊은 감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다 읽고 난 소감은 한창 사춘기를 겪는 꿈 많은 청소년들이 보면 꽤나 열광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은 들었다. 나도 주인공처럼 되고 싶다는 대리 만족감 같은 걸 보여준다고 할까.


맺으며: 사실 구성요소를 치밀하다. 스킬이나 캐릭 육성에 있어서 준비를 많이 한 티가 난다. 매우 강한 주인공과 독자들의 취향을 고려해서 동물 귀 소녀들이나 밤 일의 대가 다크엘프를 등장시키고, 현실 방구석 폐인은 죽었다 깨어나도 힘든 하렘의 클리셰도 잘 준비되어 있다. 사실 이번 3권 표지가 이런 요소를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근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것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대중적인 흥미요소를 넣어 이야기 자체로는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에 딱 맞지만, 이러니까 라노벨의 한계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개그 요소도 제법 있고,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답게 가볍게 읽기엔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필자는 하차할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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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의 까마귀 4 - J Novel Purple
시라카와 코우코 지음, 아유코 그림 / 서울문화사 / 2021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은 중세 중국풍을 기반으로 한 호러 & 추리 판타지다. 주술을 이용하여 사람을 저주할 수 있고, 혼백(유령)을 정화해서 낙토(저승)로 돌려보내는 이야기를 그린다.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일도 하고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며 억울한 사람의 원혼을 달래주기도 한다.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오비 '수설'은 궁궐에서 황제가 거느리는 수많은 비(妃)중 하나다. '오비'란 까마귀 '오'자에 왕비'비'를 지칭한다.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다니며 타인과의 접점을 멀리한다. 황제의 수청을 거부할 수 있으며, 건국 때부터 내려온 관습에 따라 황제조차도 그녀가 하는 일에 간섭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 황제를 들먹이며 '이놈, 저놈, 그놈'이라고 할 때마다 유쾌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게 그녀의 매력 포인트다. 먹는 건 또 얼마나 밝히는지 황제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항상 간식거리를 들고 와 풀어 놓게 되고, 수설은 그게 못마땅하면서도 다람쥐가 도토리 갉아먹듯 하는 모습에서 또 다른 귀여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얼핏 아기자기하고 동화 같은 이야기를 그리는가 싶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작품만의 고유 신화시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옛날 '오의 신'과 '오련낭랑'이라는 두 신(神)은 격렬한 싸움을 벌였고 무승부로 끝난 이 싸움은 두 신을 깊은 바다에 봉인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오의 신'은 부활의 징조를 띄게 되고, '오련낭랑'은 갈수록 쇠퇴하게 되는데 이쯤에서 눈치챘겠지만, '수설'은 오련낭랑을 모시는 무녀이자 오련낭랑을 품고 있는 당사자다. 그래서 건국 이래 아무리 폭군 황제라도 '오비'만큼은 건드리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오련낭랑은 겨울의 왕으로서 여름의 왕인 황제와 쌍(페어)이 되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여름의 왕이 존재하려면 겨울의 왕인 오련낭랑이 필요하다. 오련낭랑이 없어지면 황제도 없게 되는 것이다.


알고 보면 상당히 난해한 게 이 작품이 가진 특성이다. 얼핏 주술로 사람들을 저주하고, 구원하고, 없어진 물건을 찾는 호러틱한 판타지를 보여주지만 실상은 신화(픽션)를 기반으로 한 매우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오의 신'을 따르는 신도들의 암약으로 '수설'은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오련낭랑'은 1천 년이라는 시간 속에 차츰 쇠퇴의 길을 걸으면서 그 신이 가진 힘은 날로 약화되고 있다. 이 말은 수설이 약해지고 있다는 말과 상통하게 된다. 수설은 몸에 오련낭랑을 품고 있다. 그 옛날 초대 오비가 인간의 몸에 오련낭랑을 봉인한 게 유래되어 대대로 오비를 맡는 소녀의 몸에 오련낭랑이 깃들게 된다. 그런데 오련낭랑은 완전한 게 아닌 절반만이 오비의 몸에 깃들고 나머지 절반은 아직 바다에 봉인되어 있다. 이게 오비 '수설'이 가진 비밀이고, 이걸 풀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런 비밀에 더해 그녀는 전(前) 왕조의 피도 잇고 있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머리 터지게 할 요량인지 설정을 너무 과하게 잡아서 매번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뭐가 뭔지 모르게 된다. 보통 왕권이 바뀌면 전(前) 왕조의 피를 말살하는 대대적인 숙청이 이뤄진다. 수설은 어릴 적 어머니와 함께 도망의 나날을 보내나 뒤쫓아온 관군에 의해 어머니는 수설이 보는 앞에서 참수되고 만다. 이게 수설에게 있어서 커다란 트라우마가 된다. 오비로서 거둬지고 전(前) 왕조의 피의 증거를 숨긴 채 살아가는 수설에게 있어서 이것은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왜냐면, 그녀가 살아 있다는 게 밝혀지만 전(前) 왕조파들이 그녀를 주축으로 해서 반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황제 고준은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도 보호해준다. 이것이 이번 4권에서 발목이 잡히는 결과로 이어지고 결국 수설은 궁지에 몰리게 된다.


수설은 왕족의 피를 잇고 있어서인지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주술로 사람을 구하고, 죽은 이의 영혼을 달래 구천을 떠돌 일 없이 낙토(저승)로 보내면서 많은 이들을 구원하게 된다. 이에 따라 그녀를 추종하는 세력이 늘게 되는 건 필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곧 황제의 권위에 도전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녀를 못마땅히 여기는 부류가 생겨나고, 수설을 없애기 위해 움직이는 자가 생기는 것 또한 필연이 되고 만다. 정작 황제 '고준'은 아무렇지 않은데 말이다. 오히려 수설을 어떻게 하면 오련낭랑을 모시는 무녀의 자리에서, 그녀의 몸에서 오련낭랑을 빼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련낭랑이 가진 본질에 접근하게 되면서 황제와 대립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그래서 선대 오비는 수설로 하여금 사람들과 인연을 맺지 말라고 하였던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수설을 추앙하는 이들을 역으로 이용해 수설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비단 수설만이 아닌 '오비'의 직함을 가진 자는 황제의 권위에 도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여기에 수설은 전(前) 왕조의 피를 잇기도 했으니 보기에 따라 매우 위험한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 이 작품은 주술이 횡행한다. 주술엔 저주도 포함된다. 주술은 수설만이 가진 전매특허가 아니다. 수설보다 강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주술사가 수설이 아끼는 사람을 이용해 그녀(수설)의 목을 죈다면, 수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선대 오비가 입이 닳도록 충고했던 사람들과 인연을 맺지 말라는 의미,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람 도우는 것에 주저하지 않았던 수설은 댓가를 치르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후회하지 않는다. 어머니를 눈앞에서 보내야만 했던 지난 과거, 다시 그런 과거를 보기 싫었을 것이다.


그리고 굴레와 같았던 오련낭랑을 몸에서 빼낼 수 있다는 단서를 잡게 되면서 수설이 가진 운명을 벗어 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다. 오비를 버리면 그녀는 평온하게 지낼 수 있게 될까. 황제 고준은 그녀를 구원하고 싶어 한다. 오비는 새장이나 다름없는 궁에 갇혀 평생을 보내야 하고, 오련낭랑을 품고 있는 괴로움은 필설로도 형용하기 힘들다(오비를 맡은 자는 대부분 단명한다). '오의 신'이 대두되고 그 신자들이 준동하고, 오비를 견제하려는 자들이 나오면서 수설은 궁지에 몰려간다. 오련낭랑의 힘은 날로 쇠약해지고, 적은 강대해지면서 수설은 주술 하나 튕겨내는데도 벅차게 된다. 결국 그녀가 전(前) 왕조의 피를 잇고 있다는 것까지 들통나게 되면서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된다. 보통 이런 일이 벌어지면 황제가 그 권위를 이용해 그녀를 지켜줄만도 하겠지만 이런 부분은 현실 고증을 잘 따르고 있다. 정치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마음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고, 기승전결이 없어 안타깝기도 하다.


황제 고준이 보내준 종이를 버리기엔 아깝고, 있으니까 편지를 보내는 것뿐이라며 애써 자기 합리화하는 츤데레 같은 모습도 보인다. 그동안 마음을 닫고 살아왔던 그녀에게 작은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을 이번 4권에서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녀올게'라는 말은 언제부터 하게 되었을까. 자연스럽게 하게 된 그녀의 변화. 쓸쓸했던 궁에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부쩍 늘어서 활기를 띤다. 이제 이런 활기가 없는 세상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선대 오비가 충고했던 사람들과 연을 맺지 말라는 것을 거부한 변화, 그 변화에 맞춰 마치 등가교환하듯 찾아오는 위기. 그 위기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게 된다. 그 죽음을 보면서 수설은 무슨 마음을 먹게 되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세상 풍파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가혹한, 15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녀가 감당하기엔 힘이 많이 부칠 것이다. 그런 그녀를 지탱하려는 사람들이 늘게 되고 그럴수록 수설의 목을 죄는 악순환. 이 모든 것이 이 작품이 가진 매력이자 흥미요소들이다. 


맺으며: 귀여움과 시리어스가 공존하는 참 특이한 작품이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메시지도 던지고, 세상 밖으로 나올수록 위험해지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비가 고치를 뚫고 나오는 아픔을 겪듯, 수설 또한 그런 아픔을 견디려는 모습은 참으로 애틋하기 짝이 없다. 타인의 감정을 알아가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는 일, 누군가가 웃으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 감정에 일희일비하고 소중한 것이 늘어나고, 세상의 넓어진다는 것.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수설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감정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독해력을 제법 요구하면서도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작가의 능력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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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전생 4 - 숲의 수호신이 된 전설, Novel Engine
미시마 치히로 지음, 쿠루리 그림, 김민준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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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강줄기를 따라 웬 남정네 곰 한 마리가 떠내려온다. 건져서 꺼내보니 상류에 곰(베어) 부락이 있단다. 뗏목을 타고 있는데 누가 밀어서 빠졌고, 그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 하니 범인도 찾고,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어떻게 좀 도와 달라는 말에 주인공은 웨어울프 자매들을 이끌고 곰 부락으로 향한다. 이 작품은 전생에서 산을 오르다 삐끗하는 바람에 비명횡사했더니 백곰으로 환생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북극의 콜라 곰처럼 새하얀 게 특징이다. 말도 할 줄 알고 전생의 지식을 이용해 웨어울프 자매들의 집도 지어주었다. 엘프 모녀를 만나 그녀들을 도와줬고, 자매와 엘프 모녀를 노리는 악당들을 퇴치하는 등 이세계에 떨어지고 참 바쁜 나날을 보낸 게 주인공이다. 어째서 거의 다 여자들 밖에 안 만나게 되는지는 미스터리지만 뭐 그러려니 하자.


아무튼 간에 곰 부락에 도착했긴 한데, 부락 이름 그대로 온통 곰 밖에 없다. 곰들이 마을을 형성하고 문명을 만끽하고 있다. 모습만 곰일 뿐이고 감정이나 행동은 인간이랑 똑같다. 그래서 좋아하는 여자 하나 두고 피 튀기는 싸움도 일어나고, 강한 수컷에 반해서 쫓아다니는 곰들도 있다. 사람 사는 동네는 다 똑같은가보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아무튼 여차여차 무서운 사건을 하나 해결했는데 글쎄 주인공이 저주를 받아 먹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백곰에서 흑곰이 되어 버린다. 이게 무슨 복선이 될 줄 알고 필자는 다른 건 다 잊어도 이건 잊지 않았다. 왜냐면 3권은 상권이고 4권이 하권이라서, 이번 4권에서 뭔가 큰 비밀이 밝혀지지 않을까 해서다. 또한 모습이 바뀌어도 이전까지 날 좋아했던 사람들이 여전히 날 좋아해 줄까, 떠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지만 기우에 그친다.


사실 그딴 거보다 지금 곰 부락에서 일어나고 있는 치정 싸움을 좀 어떻게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현실에서도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고, 이야기도 하고 싶고, 같이 있고 싶어 하는 건 똑같을 것이다. 곰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근데 필자는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문득 의문을 느끼게 된다. 솔직히 리뷰 쓰는 필자는 이런 이야기까지 써야 되는 자괴감이 무척 몰려오는데 대충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1권에서 보여줬던 도망자 신세의 여유 없던 생활은 극박한 상황을 연출해서 몰입도가 좋았는데 3권부터는 뭔가 동화적인 이야기들뿐이다. 그래서 심각한 것도 없고, 있어도 주인공이 별 어려움 없이 다 해결한다. 사실 곰을 주제로 했으면 아기자기한 면을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왜 치정 싸움으로 번지고 급기야 UFC, 로드 FC를 찍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곰이 되었다고 해도, 어떤 작품에서는 자판기로 환생해도 불변의 법칙이 있는데 반드시 히로인이 붙는다는 것이다. 웨어울프 자매들 중 특히 루루티나는 거의 본처 확정이고, 이번엔 하프 곰이 대열에 끼고 싶어 루루티나와 피 튀기는 설전을 펼치는 게 이 작품의 주된 포인트다. 남들이 치정 싸움을 하든 말든 상관없다. 다만 주인공의 오지랖이 넓어 도움을 청하는데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UFC에 나가서 죽도록 얻어 맞고 뒹군다. 1등 해서 떠내려온 곰 소원을 들어줘야 하는 처지에 놓은 것이다. 웨어울프 자매들은 뭐가 좋은지 응원에 열을 올리고, 주인공이 되었다고 해서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이 작품은 역설한다. 뭐 사실 주인공의 이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에서 호감을 얻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맺으며: 그냥 곰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을 놓고 하프 곰과 루루티나 간 서로의 눈에서 빔을 쏘는 질투심이라던지, 쌍둥이 세 자매의 귀여움이라던지 소소한 볼거리는 있다. 부락에 위기도 찾아오지만 주인공이 잘 처리해준다. 치정 싸움도 결국 제자리 찾을 건 다 찾아간다. 그래서 1권에서 보여 주었던 시리어스 한 상황 같은 건 일절 없다 보니 맥빠지기도 한다. 어쨌거나 이 작품도 라이트 노벨 특성답게 히로인이 엄청 늘어난다. 번식기가 아니면 반응도 없다는데 왜 자꾸 늘리는지 모르겠다. 거기다 주인공은 둔해 빠져서 히로인들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모습만 곰이고 상황은 판타지지만 흘러가는 건 학원 청춘 로맨스다. 5권이 나온다면 읽어보고 하차하던지 결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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