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지팽 레이디 1 - 사상 최강의 용병은 사상 최악의 잔학 영애가 되어서 두 번째 세상을 무쌍한다, Novel Engine
아카시 칵카쿠 지음, 카야하라 그림, 이승원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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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오늘 소개할 작품은 노블엔진에서 신작으로 발매한 '새비지팽 레이디'입니다. 정보가 적어 구입을 망설였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읽기에 무난한 작품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 작품은 환생물로서 비슷한 작품을 꼽으라면, "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 전생 왕녀와 천재 영애의 마법 혁명", "티어문 제국 이야기"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분위기만 놓고 보면 '전생 왕녀'와 비슷하다 할 수 있겠군요. 내용적으로는 '왕녀 전하'와 좀 비슷하고요. 작중 주인공이 파탄뿐인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돼지 공작'과 '티어문 제국'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중에 하나라도 접하신 분이라면 본 작품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물론 그 반대(흥미 없다)도 있겠죠. 이렇게 써놓고 보니 무슨 짬뽕 같은 작품인가 오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작품만의 분위기와 이야기도 있으니 편견은 가지지 말아 주세요.

간단하게 시놉시스 형식으로 언급해 보자면, 우수한 용병으로 내전에 참여했던 '엔빌'이라는 남자가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하고 죽은 뒤 환생해 보니 사상 최악의 귀족 영애 '밀레느'의 몸이더라라는 게 일단 기본 플롯입니다. 일단 뭔가 좀 획기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환생이라 하면 남자=남자, 여자=여자인 게 보통이잖아요. 근데 이 작품의 주인공(남자)은 여자로 환생하죠. 여기까지 보면 뭔가 좀 남녀 신체 차이에서 오는 좌충우돌을 보여줄까도 싶었는데 작가가 뒷심이 부족했군요. 획기적인 건 남자가 여자로 환생했다까지 만입니다. 그보다 미래에서 국가 멸망 원인이었던 '밀레느'의 몸에 깃들었다는 게 주인공에게 있어서 더 큰 문제라는 것인데요. 미래에서 밀레느는 독재자도 울고 갈 정도로 악정을 펼치고 있었다는 것, 그래서 폭발한 민중은 밀레느를 단두대에 세웠더랬습니다. 주인공에게 있어서 밀레느는 고향을 짓밟고, 그가 자랐던 고아원을 불살라버린 인물이었죠.

주인공은 눈 떠보니 아직 악정을 펼치기 전의 13세 밀레느의 몸이었지만 성격은 이미 미래의 밀레느 못지않게 주변의 두려움을 사고 있었습니다. 자, 여기서 그럼 자신이 깃든 밀레느의 평판을 올바르게 하고 미래에 악정을 펼치지 않게 지금부터 성격과 행동을 바꿔 가는 내용일까?라고 하시겠지만 주인공은 그런 거엔 관심이 없어요. 그저 힘을 길러 집을 나와 길을 떠나는 걸 목표로 하게 되죠.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인생은 언제나 내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고 하잖아요. 주인공에겐 약혼자가 있었고, 약혼자는 이 나라의 왕자라는 것, 쓰레기 아빠의 등쌀에 약혼자 만났는데 괜히 힘을 과시하는 바람에 미저리같이 들러붙기 시작하고(이게 압권), 그게 또 소문이 나서 이웃 나라 황녀 '콜레트'의 눈에 찍혀버리죠. 그리고 그녀(콜레트)를 만나 투닥 거리고, 이후 학원에 같이 다니자는 제안에 집을 나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학원에 입학했지만 차라리 쓰레기라도 집에 있을 걸 같은 일들을 겪는 이야기를 1권에서 풀어내고 있는데요. 뭔 뚱딴지같은 이야기인가 싶지만 진짭니다.

일단 1권이고 하니 등장인물 소개와 약간의 흥미로웠던 점을 언급해 보겠습니다.

우선 주인공의 약혼자인 왕자는 내청코의 '토츠카' 같은 포지션으로 '여장'이 매우 잘 어울립니다. 심약하지만 강단이 있어서 무서워하면서도 주인공 말은 드럽게 안 들어서 발암으로 다가올 때가 있죠(토츠카는 반대지만). 그러나 그게 정답일 때도 있어서 미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웃 나라 황녀 '콜레트'는 미래 내전에서 주인공을 죽인(어쩌면 안식) 당사자로서 주인공에게는 원수와 같은 존재인데요. 그러나 지금은 미래도 아니고 일어나지 않을 일로 척을 저 봐야 좋을 것도 없고 해서 사이좋게 지내기로 합니다. 까지는 좋은데 주인공은 그런 그녀에게 휘말려 학원에 가게 되고, 콜레트는 역시나 미래에서 나라를 이끄는 황녀답게 나대다 흑막에게 납치되고 주인공에게 구해진 이후로 뿅 가서 백합을 찍을 기세가 되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겉모습은 여자라지만 내면은 남자인 주인공이 약혼자인 왕자와 나중에 결혼하면 잠자리를 해야 하나? 하며 질색하는 것과 호감도가 하늘로 치솟기 시작하는 콜레트와는 같은 여자인데 그렇고 그런 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죠. 그러니까 내면이 남자인 주인공과 왕자는 BL이 될까, 주인공의 내면은 남자이지만 겉모습은 여자이므로 백합이 될까 이게 가장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맺으며: 신(神)의 총애를 받는다는 증표인 [스루베리아 머리칼(색)]을 가진 밀레느, 용병으로서 우수한 자질을 보여주며 [새비지팽(야만적인)]의 이명을 가진 주인공, 마력을 갖지 못했던 주인공이 신의 총애를 받아 마력이 충만한 밀레느로 환생하면서 괴물이 완성되었다.라는 게 1권 평이 되겠습니다. 여기에 집을 나가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었던 주인공은 자신의 뜻과는 반대로 주변과 엮이면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나가게 되죠. 이것은 미래에 내란이 일어날까 말까는 오롯이 주인공에게 달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내란의 중심이었던 '밀레느'의 몸에 깃들은 내가(주인공) 올바른 행동을 해서 내란을 비켜가게 하면 되지 않을까도 싶지만 이런 작품이 다 그렇듯 흑막은 존재하고, 미래에 내란이 일어난 원인이 혹시 흑막 때문은 아닐까 하는 조금은 클리셰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왜 밀레느로 환생하게 되었을까 [스루베리아 머리칼]의 의미는 무엇일까 같은 고찰도 해나가는데 이건 2권 리뷰에서 언급해 보겠습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보면 좀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주인공이 밀레느로 환생하면서 여자 몸에 대한 것과 생태를 이해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게 일절 없어서 현실적이지 않다고 할까요. 그리고 환생할 때부터 밀레느의 주변 평가는 최악인데도 이걸 개선하는 장면이 미비하다는 것(요컨대 개연성 부족), 판타지하면 빼놓을 수 없는 학원 라이프, 그 과정에서 틀에 박힌 내가 누군 줄 알아? 하며 시비를 거는 양아치들, 그걸 뭉개는 주인공, 나라를 파탄으로 이끌려는 흑막들, 거기에 엮이는 주인공. 물론 일본 작가들이 좋아하는 신(神)에 대한 것도 나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만 있는 건 아니고, 좋았던 점은 일러스트가 상당히 고차원 예술적으로 그려졌다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구입 가치는 있어 보였군요. 그리고 주인공은 간간이 용병 때의 버릇으로 아앙?! 하며 양아치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특히 왕자가 말 안 들을 때) 귀족 영애와의 모습과는 괴리가 있어서 이게 또 귀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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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 모드 1 - ~파고들기 좋아하는 게이머는 폐급설정 이세계에서 무쌍한다~, L Books
하무오 지음, 모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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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신작입니다. 사실 제목 때문에 구매를 엄청 망설였는데요. 시놉시스도 게임을 하다가 이세계로 전생하는, 이젠 개도 물어가지 않을 설정을 보여주고 있으니 더더욱 망설일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도 L노벨(발매사)은 가끔 이런 우려에 허를 찌르는 작품을 내주고 있어서 이번에도 눈 딱 감고 구매했더랬죠. 다 읽고 난 소감은 '제목을 잘못 지었네'였습니다. 기본적인 플롯은 게임 오타쿠 35세 노총각(동정인지는 안 나옴)이 온갖 게임을 섭렵하고 지금 하던 게임도 섭종에 이르자 새로운 게임을 찼던 중 마치 다단계 같은 게임사의 홍보 글자에 낚여 게임을 실행했더니 이세계 전생이더라라는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동안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라노벨은 꽤 있었죠. 이 작품도 게임의 세계관이고 레벨과 스킬과 능력치(스테이터스)를 정석적이게도 친절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세계관에서는 능력이 곧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는데요(없어도 살 수 있음).

그렇담 주인공의 능력은?

이 작품의 주인공이 가게 되는 게임 세계관(이세계)은 강한 직업을 얻을수록 낮은 신분계급 밖에 고를 수 없어요. 이렇다는 설명을 다 들었음에도 주인공은 신룡 소환하면 재미있겠다는 이유로 '소환사'를 선택했고, 소환사는 용사와 마왕보다도 더 강한 직업이라 신분 계급은 농노(노예보다 약간 나은 수준)밖 고르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선택, 그리고 난이도 설명을 들었음에도 헬 모드로. 요때까지는 자신이 이세계로 날려갈 거라는 걸 꿈에도 몰랐겠죠. 유저 편의성에 집중된 요즘 게임 시장에 오만 정이 떨어진 주인공은 즐겨 보겠다고 헬 모드를 선택했고 헬 모드에선 레벨 UP이나 각종 스킬 수련이 극악의 수준으로 노멀 모드보다 100배는 더 노력해야만 하죠. 요컨대 도끼로 자기 발등 찍어버렸지만 이때까진 몰랐죠. 이세계에서 개고생 할 거란 것을요. 그렇게 스타트 했더니 어머니 뱃속 양수에서 시작하는 이세계 라이프라는, 듣도 보도 못한 전개는 허를 찔려 줬습니다. 보통 4~5살이나 15세쯤부터 시작하잖아요?

자, 그럼 여기서 '제목을 잘못 지었네'를 설명해야겠죠. 이 작품과 비교할 수 있는 작품을 꼽으라면 '무직전생'을 들 수 있습니다. 작품 자체가 호불호 갈리지만 무직전생이 효평과 인기를 끄는 주된 이유는 가족애(愛)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농노의 자식(직업 때문에 신분 계급은 농노로 고정)으로 태어나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주인공은 일단 기본적인 가족 관계는 유지하였으나 어딘가 남일처럼 가족을 대했고 그러다 아빠가 크게 다치는 기점으로 비로소 가족이 무엇이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 갑니다. 이후 자나 깨나 스킬과 능력치 연습과 고찰에 빠져 있었던 주인공이 정신 차리고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어른들이 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솔선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인상적이죠. 그리고 아빠가 다치면서 식량은 거저 생기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고, 영주에게 작물과 사냥물 6활을 세금으로 바쳐야 되는 등 농노의 삶은 꽤 비참하다는 걸 알아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을 꼽자면, 이세계 전생했다고 단숨에 먼치킨이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니다. 신룡을 소환하면 재미있겠다고 선택했는데 현실은 메뚜기와 벌레만 소환해대죠. 그것도 엄마의 발에 밟혀 힘 한번 못 쓰고 소멸되기 일쑤고요. 헬 모드로 시작해서 스킬 수련은 극악이고, 레벨 UP은 요원하기만 하고, 알고 봤더니 나만 헬 모드네? <- 사실 이게 백미입니다. 헬 모드라고 해서 이세계 모든 사람이 헬 모드가 적용된 줄 알았더니 주인공만 헬 모드죠. 그러니까 주인공만 100배 노력해야 되는 처지가 상당히 측은하게 다가옵니다. 결국 이상(신룡 소환?)은 하늘을 뚫을 기세인데 현실은 시궁창(소환자 말도 안 듣는 메뚜기). 이점은 제목대로 이긴 하군요. 그리고 결정적이게도 소꿉친구인 '클레나(히로인)'는 직업이 검성이라는 것이고 이대로 성장하면 왕족에게 고용되는 특급 엘리트 코스이건만 주인공은 쩌리 취급. 그러나 '이세계에서 무쌍한다'는 부제목처럼 언젠가 주인공은 크게 성장하겠죠.

맺으며: 그렇담 제목을 무엇으로 해야 되었을까. 이게 참 어렵단 말이죠. 필자도 리뷰 쓸 때 도입부를 어떻게 쓸까만으로 2~3시간 고민한 적도 있거든요.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소환사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는 복선을 제법 있었습니다만, 작중 주인공이 겪는 스킬 수련이 헬 모드라는 점, 그리고 농노로서의 삶이 더해져 이 작품의 본질은 '헬 모드'가 될 수밖에 없었지 않았나 싶긴 합니다. 사실 이 두 가지(스킬 수련, 농노의 삶)를 절묘하게 섞어 두기도 했고요. 결국 제목은 잘 지었다는 결론? 아무튼 완벽한 작품은 없다지만 좀 아쉬웠던 부분도 눈에 띄었습니다. 주인공이 사는 마을은 개척촌으로서 이제 생긴 지 몇 년 안 된 신생 마을이죠. 그럼 위생 상태는 말할 것도 없고 유아 사망률이 꽤 높을 텐데도 언급이 없다는 것(마법이 있는 거 같지만 마법사 고용할 돈이 없어요), 잡은 멧돼지를 해체하는 장면은 작가의 사전 조사가 미흡하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멧돼지는 기생충의 온상인데도 이거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마물이니까 없나?), 책벌레의 하극상이라는 작품에서는 집돼지를 잡는데도 여주는 기절을 해버렸죠. 위생 상태와 유아 사망률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주었고요.

이런 작품에서 하렘이 빠질 수 없는데 특이하게도 이런 부분에서는 느릿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동갑 소꿉친구인 '클레나'는 오로지 칼만 휘두르며 걸핏하면 주인공을 찾아와 대련하자고 졸라댈 뿐이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영주의 딸 '세실'이 좀 부뚜막 고양이처럼 만나자마자 주인공에게 호감을 품는 거 같지만 어떻게 될지는 좀 두고 봐야겠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이들 관계에서도 무직전생의 편린을 볼 수 있는데요. 주인공 '알렌'은 말할 필요도 없이 '루데우스(심지어 비슷한 나이에 전생, 아기부터 시작)', 클레나는 '록시(나중에 만나는 역할)', 세실은 '에리스(나중에 떠날지는 두고 볼 일)', 전개도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주인공이 영주의 시종으로 가게 되면서 클레나와 헤어지고 세실을 만나죠. 세실은 에리스만큼이나 말괄량이고요. 부모님으로 넘어가면 주인공 아버지는 무직전생의 아버지만큼이나 주인공에게 많은 영향을 줍니다. 엄마의 존재는 좀 약했지만요. 요약하면 19금 요소가 없는 무직전생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아류작 같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흥미롭다는 뜻입니다. 무직전생을 흥미롭게 보셨다면 이 작품도 흥미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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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연금술사의 점포경영 3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후미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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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돈 없으면 죽어야지, 별 수 있어?"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이 단어를 들 수 있는데요. 표지의 '돈이 없어?'도 사실 이런 맥락이죠. 이 작품에서 여느 판타지처럼 성녀가 나타나 다친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 주고, 보살펴주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왜냐고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기 때문"이죠. 이 작품은 이런 설정을 넣으며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1권에서 아이리스(히로인)와 케이트(히로인)라는 채집자(모험가)가 대수해에 들어갔다 마물의 공격을 받고 빈사 상태로 여주가 운영하는 연금술사 점포에 오게 됩니다. 연금술사는 포션을 만들어 팔아요. 부상자는 지금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하지만 공짜로 치료해 줄 수 없는 없습니다. 일단 살리고 봐야지 같은 나이팅게일 선서나 히포크라테스 선서 같은 건 이 세계에 없어요. 그래서 너 님들이 평생을 일해도 못 갚을 포션이 있는데 쓸까?라고 묻는 장면은 이x(여주) 돈독 제대로 올랐네 같은 감상을 가지기에 충분했죠.

하지만 저 말만 해놓고 설명이 없으면 여주를 돈독 오른 x이라고 욕할 수 있으니 변명 좀 써보자면요.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이 세계는 교육의 부재가 있고, 거기에 거친 일을 하는 채집자들 사이에서 여주는 피죽도 못 먹고 자라서 어린애로 밖에 보이지 않아 얕보이면 어떻게 될지는 자명하거든요. 그래서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고, 더불어 내 행동(무료 봉사)으로 인해 동종업계가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죠. 요컨대 쟤는 공짜로 주던데 너는 왜 공짜 아님? 이러면 대책 없잖아요. 왕명으로 금지해둔 것도 있지만요. 근데 여기서 흥미로운 건 거기에 편승해서 받아낼 건 다 받아내려는 여주의 수전노 같은 성격이라 하겠습니다. 재료와 품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를 들어 공짜로 해주는 건 내켜 하지 않죠. 그런 모습에서 언젠가 등에 칼 맞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게 솔직한 감상인데요. 그래도 다 죽어가는 사람을 눈앞에 두고 못 본 척은 하지 않고 싸구려라도 포션을 만들어주긴 한다는 것이군요.

결국 평생을 갚아도 못 갚을 포션으로 살아나긴 했지만 그로 인해 빚을 지게 된 아이리스와 케이트는 매일을 대수해에 들어가 소재를 채집해오는 신세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번에 이 둘은 벌꿀을 따러 갔다가, 가공해서 먹어야 함에도 독이 있는 원본 꿀을 무턱대고 시식한 덕분에 폭풍 설사를 경험하게 되는데요. 여주는 이 둘을 위해 정상적인 포션은 비싸서 안 되고, 벌레를 갈아 넣어 맛이 극악인 싸구려 포션 만들어 먹이는 모습이 참 일품이죠. 그녀 사전에 공짜는 없습니다. 여기서 더욱 흥미로운 건 폭풍 설사 중에 하나뿐인 화장실 쟁탈전이 벌어지고 쟁탈전에서 탈락한 쪽은 뒷마당 구석에서 쪼그리고... 돈 앞에서는 여자의 존엄이고 뭐고 없다는 공식이 만들어지는 장면은 이때까지 접해온 작품들에서 찾을 수 없었던 쇼크를 선사하였군요(이후 싸구려 포션으로 나아지긴 함). 물론 이런 설정이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것이 아닌... 남의 불행을 유쾌하다고 할 순 없지만 아무튼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간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은 따스함(?)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파란만장한(?) 생활을 이어가던 중 낯선 방문객이 찾아오면서 여주의 돈독 행각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아이리스 집안이 빚을 져서 몰락하게 생겼다는군요. 사실 아이리스는 귀족가 영애이고, 영주이자 그녀의 아버지는 기근으로 인해 고통받는 영민을 보살피기 위해 빚을 내었던 게 화근이 되어 빚은 도저히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상태였죠. 결국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빚 갚아주는 대신 정략결혼. 여기서 대비되는 게 있습니다. 여주는 철저히 무료 봉사를 외면함으로써 빚을 지지 않았고, 아이리스의 아버지는 무료 봉사 덕분에 빚이 늘어나버렸습니다. 그로 인해 둘(여주와 아이리시의 아버지)은 얻은 것이 무엇인가. 작중에서는 표현이 없지만, 돈독 오른 여주는 인간관계가 얄팍해지고, 아이리스의 아버지는 그 반대가 되겠죠. 아쉬웠던 건 작가가 빚덩이 설정을 만들면서 인간관계는 어떻게 이뤄지는지 같은 시사점을 넣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입니다.

맺으며: 딸내미도 거액의 빚이 있는데 아버지까지 찾아와 빚 얘기하니, 진짜 여주가 사람 착하게 살았다면 어땠을지(도와주다가 패가망신?) 보여주는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여주의 수전노는 여주 자체를 살리는 길이었다는 걸 알리기도 합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세상에서 패가망신하지 않았으니까요. 이 과정들은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뜻이 아니니 오해 없길 바라고요. 아무튼 이번 3권은 여주에게 향후 인간관계를 결정짓게 하는 분기점이 됩니다. 생판 남인 아이리스의 아버지를 공짜로 도와줄지 돈 받고 도와줄지. 물론 작중에 그런 집적적인 언급은 없고, 내 행동으로 인해 인간관계가 바뀌어 갈 수 있다는 메시지만 던집니다. 여주에게 있어서 손해를 안 보면서 인간관계도 잃지 않으려면 어떤 길이 최선일까. 아이리스와 케이트 둘과 같이 지내며 정이 들어버린 여주의 결정은, 3권에서 바로 답이 도출되었지만 이건 핵심 스포일러니까 언급은 안 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점들을 보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익혀야 될 사회성을 보여준다고 할까요. 그건 그렇고 파스텔톤 같은 작품이라고 아기자기한 면만 있는 건 아니고 적대 세력도 꾸준히 나오는군요. 이건 다음에 언급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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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내 세계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5 - 강철의 묘소, Novel Engine
사자네 케이 지음, neco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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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으로는 자기 마음대로 세계를 덮어쓰기(윤회) 하는 존재가 있다. 그는 5대 종족 간 서로 싸우는 걸 부추기고 그걸 즐기고 있다. 세계가 덮어쓰기 되면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기억이 리셋된다. 고로 그 존재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추측 중. 각 종족엔 영웅이라고 불리는 보스(인간은 시드)가 있으며, 어째선지 인간을 제외하고 죄다 여자다(엘프족은 남자였지만 사망). 주인공은 인간족 영웅 시드가 남겼다고 알려진 무기 덕분에 윤회 되어도 기억이 리셋되지 않았다. 메인 히로인 '린네'도 어째서인지 기억이 리셋되지 않았다(이번에 그 이유 밝혀짐). 나머지 4종족 영웅도 기억이 리셋되지 않았으며 세계 덮어쓰기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주인공은 세계 덮어쓰기를 하는 놈과 그 이유, 그리고 인간족 영웅 '시드'를 찾아 윤회된 세계에서 3종족 영웅들(엄밀히 따지면 만신족은 공석, 서브 히로인 레이렌이 대신함)과 진실을 파헤쳐 간다. 나머지 1종족(환수족)은 지금 설득 중인데 너무 호전적이라 애먹고 있다. 이쪽 윤회된 세계에서 '시드'라 불리는 인간족 영웅은 주인공이 아는 시드가 아니며, 나머지 4종족 말살을 바라고 있다.

환수족(수인족) 영웅 '라스이에'와의 전투에서 전이진에 휘말려 처음의 인간 도시로 날아온 주인공 일행은 다시 라스이에가 있는 서쪽을 향해 출발합니다. 주인공 일행보다도 이 세계 윤회에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라스이에'는 자기가 문제(윤회)를 해결하겠다며 악마(이쪽 악마 종족 말고 다른 쪽의 악마 )에게 영혼을 팔아 힘을 손에 넣은 뒤 귀를 닫고 설치는 중인데 아무래도 빈 깡통이 요란하듯 절망을 깨닫고 조만간 주인공 진영에 몸을 의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작품이 그런 분위기를 많이 풍기는데요. 첫 번째로 악마족 서큐버스는 주인공에게 제일 먼저 깨지고 드래곤 볼의 베지터가 그랬듯이 지금은 흥~ 흥~ 새초롬하게 힘을 빌려주고 있고, 엘프의 레이렌은 동맹이었던 만신족(엘프, 천사, 드워프, 정령 연합)의 영웅이 비명횡사하자 대리로 나서서 처음엔 진짜 적의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지만 지금은 주인공에게 찰싹 붙어서 온갖 귀여운 짓은 다 하고 있죠. 그런데 슬라임 소녀는 의외로 아저씨가 타입이었는지 주인공은 거들더도 안 보고 사자왕이라고 불리는 인간족 중년 지휘관에 마음을 많이 두고 있군요(이게 좀 눈물겹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멸망할지 모르고 또 윤회돼서 리셋 될지도 모르는 절망의 상황이라도 사랑은 꽃을 피우나 봅니다. 그게 풋풋한 사춘기 애들의 츤츤 거리는 사랑이라도 보고 있으면 흐뭇하긴 하더라고요. 거기에 '린네'와 '레이렌'이 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만담이 볼만하죠. 린네는 주인공에 들러붙는 레이렌을 납짝한(가슴이) 엘프라고 부르고 레이렌은 그럴 때마다 발끈 하긴 했지만 이젠 스스럼없이 잠도 같이 자는 친구가 되었죠. 악의 없는 저지래(둘이 밤새 무전기를 가지고 놀다 배터리 방전 시킨다거나)를 저질러 주는 등 이 둘은 이 작품의 유일한 개그로 다가옵니다. 이번엔 악마족의 영웅 오른팔인 '하인마릴(히로인)'이 동참하는데요. 자신의 보스(악마족 영웅, 참고로 히로인)를 쓰러트린 것에 대한 복수보다는 서큐버스답게 주인공에게 관심을 더 많이 보이며 서쪽으로 가는 주인공에게 이유를 붙여서 동행하는데요. 입만 열었다 하면 살벌하고 업신여기는 말들을 내뱉지만 그건 종족 차이와 대립관계에서 오는 흔한 견제구일 뿐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주인공을 놓고 린네와 레이렌하고 사이좋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죠.

하지만 잊으면 안 되는 게 이 세계는 종족 간 사활을 걸고 전쟁 중이라는 것이고, 그걸 조종하는 존재가 있고, 윤회에서 새로 태어난 제6종족 기강족(기계, 아마 한자는 氣腔가 아닐까 싶음. 기계다 보니 히로인은 없음)이 새로이 전쟁에 참여하고, 환수족 영웅(히로인)은 여전히 뻗대고 있다 보니 사태는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인간 마을을 습격했던 기강족을 쫓아 들어간 그들의 본거지에서의 사투는 영웅만큼이나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악마족 영웅 오른팔(하인마릴)도 상당히 고전해야만 했죠. 근데 주인공 활약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요.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주인공 소꿉친구 '잔'부터 해서 히로인들을 상당히 많이 고생 시킵니다. 이번엔 주인공이 그만큼 주의를 줬음에도 기강족 본거지에 쳐들어 갔던 하인마릴은 못 볼 꼴 당한 끝에 레이렌에게 구해지는 추태를 보이고, 레이렌도 하인마릴 구해주다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죠. 그럼에도 흥미로운 건 비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진다고 고생한 히로인들끼리 우애가 돈독해지는 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존재(종족)라도 서로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닐까 싶었군요.

이번 5권에서 대결 구도가 더욱 명확해지는데요. 환수족은 아직 뻗대고 있지만 주인공과 합류하는 건 시간문제 같고, 나머지 3종족(희한하게 죄다 히로인)은 이미 주인공과 같이 하고 있죠. 그래서 작중에서는 절대 섞일 수 없는 종족들을 규합하는 주인공이 세계의 왕이 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두 번이나 투하합니다(이런 복선이면 사실상 기정사실이겠죠). 아닌 게 아니라 각 종족 영웅(슬라임 소녀는 중년 아저씨가 타입이라 일단 빼고)들이 주인공에게 들러붙는 거 보면 뭐 아주 없는 가능성은 아니더라고요. 아무튼 이렇게 주인공이 3종족(나중에 +1종족)이 연합하면 그럼 누구와 대결하게 되는가인데, 첫 번째는 이 세계를 덮어쓰기 하는 '대시조'라는 존재이고, 두 번째는 인간족 영웅 용병왕 '시드'와 또 하나 인간병기 '테레지아'가 되겠습니다.

주인공은 다른 종족과 같이 살아가는 방향을 바라고 용병왕은 인간 외에 모두 몰살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게 되었죠. 그래서 작중에서 주인공은 용병왕에 들킬까 레이렌, 하인마릴, 린네를 숨기느라 곤욕을 치릅니다. 인간병기도 인간 외의 존재를 말살할 분위기고요. 사실 이 둘은 이질감이 있어서 리뷰에선 언급 안 하려 했습니다만,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군요. 결국 주인공(+4종족) vs 용병왕(+인간병기) 이런 대결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은데, 어쩌면 주인공 포함 모두가 대시조에게 놀아나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그런 느낌도 들게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도, 용병왕도, 인간병기도 예언신(神)의 인도를 받고 있거든요. 결국 이 말은 모두가 여언신(혹은 대시조)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거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맺으며: 리뷰 후반부는 갑작스러운 느낌이 드실 텐데 쉽게 말해서 리뷰 완급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처음부터 용병왕과 인간병기를 언급해왔다면 자연스레 녹아들었을 텐데, 앞 권 리뷰들에서 빼어버린 게 뼈아프군요. 아무튼 이 둘은 굉장히 강합니다. 괜히 인간족 영웅으로 추앙받는 게 아니지만 실상은 신(神)에게서 힘을 받은, 사실 이것 때문에 이질감이 있어서 앞 권 리뷰에서 뺐군요. 신체 능력물에 웬 신의 힘? 같은 느낌이었던지라... 알고 보면 이 모든 건 대시조에게 놀아나는 설정이 필요했고, 주인공을 성장시키기 위해 적대적인 인물이 필요했기에 넣은 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 아무튼 이런 머리 아픈 건 접어두고, 히로인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하렘물을 지양하는 이 작품을 하차하지 않고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뜬금없이 호감도가 쓩쑹 올라가는 게 없고, 옷 벗겨먹는 것에 사활을 걸지 않으며, 적당히 거리를 두고 호감도를 조금씩 키워가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으르렁거리며 독설을 날리면서도 도울 땐 종족 간 이념을 벗어던지고 도와주는 훈훈한 모습들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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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언니가 신녀로 거둬지고, 나는 버림받았지만 아마도 내가 신녀다 2 - ROSY
이케나카 오리나 지음, 컷 그림, 송재희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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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신녀'는 신(神)에게 사랑받는 아이이지 신의 권한으로 막 신벌을 내릴 수 있는 건 아니며, 신(神)은 어디까지나 아이가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그 주변을 풍요롭게 하고 병이 없게 하는 것뿐라고 합니다. 요컨대 신(神)은 아이에게 자동 회복 기능을 줘서 걸어 다니게 할 뿐이라는 건데요. 사실 이것만 해도 변변찮게 살아가야 하는 중세 시대 같은 판타지 세계에서 대단한 기능이죠. 주변은 아이가 있는 것만으로도 식량 걱정, 돌림병 걱정 없이 살아간다는 축복은 현실에서도 대단한 것이니까요. 그래서 작중 이야기는 이런 기능이라도 탐내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니 항상 트러블(알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표현합니다. 위정자들은 눈이 뒤집혀서 모신다고 쓰고 납치하다시피 데려가서 온갖 아양을 다 떨고 신녀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들을 보이죠. 그러나 놀부가 욕심부려 제비 다리를 부러트렸다가 똥을 뒤집어썼듯이 이 작품에서도 신녀의 ㅅ자도 들어가지 않은 '언니(놀부)'를 대려 갔다가 나라는 저주를 받아 서서히 멸망해가는 모습들이 참 흥미롭습니다.

이번 2권은 여주 '레룬다'가 수인의 마을에 정착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며 모두의 행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데 인간들이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웃나라에서 여주가 살던 나라가 신녀를 주웠다는 소식에 겉몸이 달아서 병력을 늘리려 수인들을 급습하고 있었는데요. 여주가 살던 수인 마을에도 그 마수가 뻩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여주는 사랑하는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과 정든 마을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겪게 되죠. 이쯤 되면 인간들이 미워 옛날 선대 신녀가 그랬던 것처럼 증오에 사로잡혀 인간들을 멸망으로 이끄는 이야기도 좋았겠습니다만, 작가는 신녀=성녀 공식으로 밀고 가려는지 그런 증오보다는 여주에게 자신의 존재 의의인 신녀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마주하게 하고,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장소를 만들겠다는 맹세하게 하는 장면에서 어른들의 사정에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비참함 같은 게 있었습니다.

아무튼 인간들을 피해 수인들과 함께 정든 마을을 떠나 정처 없이 여행한 끝에 도착한 곳은 엘프들이 사는 곳이었고 여기가 내 고향이 될 수 있을까 했지만 인간보다 더한 차별을 해대는 엘프들에 의해 여주와 수인들은 궁지에 몰려가죠. 이 작품은 파스텔톤 같은 판타지를 그리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별이 만연한 시리어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전에 여주가 친부모에게 버림받는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긴 했지만요. 어쨌거나 인간들은 수인들과 엘프들을 아무렇지 않게 잡아다 노예로 만들고, 엘프는 마법을 못 쓰는 인간과 수인들을 차별하고, 수인들도 상당히 베타적이었죠. 여기서 여주에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제시된다고 할까요. 차별이 없고,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 말로만이 아닌 이제 8살짜리가 위험한 적(에너미)을 만나 기죽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모두를 지킨다는 게 무엇인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 주는 장면들은 상당히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신녀는 신(神)에게 어느 정도 보호를 받지만 만능은 아니며, 주변 또한 보호받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예로 여주는 부모에게 버림받았고 "마을과 나라는 쇠락한다", 신녀의 간접적 영향으로 인해 "고양이 수인 마을이 인간에게 습격 당했다", 수인의 마을에서는 여주와 인연이 있는 "수인이 인간에게 죽었고 수인 모두가 마을을 떠나야 했다", 엘프 마을에 도착했지만 이때까지 겪었던 고난보다 더한 고난들이 기다리고 있었죠. 이렇듯 여주가 가는 곳은 항상 사건이 생겨나고, 신녀가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주변은 불행해질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던지는데요. 이 말인즉슨 주변은 신녀를 보호하지 않아도 불행해지고, 보호해도 불행해지면 어느 장단에 놀아야 될지 모르게 되죠. 이 부분은 아마 설정 구멍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냥 걸어 다니는 자동 회복 기능만 있는 불행 제조기는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기도 했습니다.

맺으며: 이번 2권은 보다 명확하게 있을 곳과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이야기입니다. 행복을 위해 누군가를 설득하려면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귀족으로 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그런 모습들을 보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비밀을 밝혀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고(수인 입장에서는 신녀가 있기에 인간들에게 습격 당하는 거라), 그 탓에 불행을 경험해야 했던 자들의 원망을 들을 각오, 그리고 그 용기를 내는 아이를 탓하기 보다 용기를 북돋아주는 주변 어른들의 하모니는 사실 유치하면서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에 부흥하듯이 1권에서 언니(가짜 신녀)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고 쫓겨났던 왕녀와의 합류 복선은 어쩌면 여주가 바라는 행복한 세상 만들기와 연결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왕녀는 진짜 신녀가 동생(여주)이 아닐까 어렴풋이 알아가죠. 거기에 이웃나라 왕자도 언니가 가짜 신녀라고 어렴풋이 알게 되자 왕녀와 합류하면서 슬슬 미래의 윤곽이 잡힌다고 할까요. 결국 여주는 왕자와 왕녀를 만나 새로운 나라를 만들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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