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내 세계를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가? 5 - 강철의 묘소, Novel Engine
사자네 케이 지음, neco 그림, 이경인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으로는 자기 마음대로 세계를 덮어쓰기(윤회) 하는 존재가 있다. 그는 5대 종족 간 서로 싸우는 걸 부추기고 그걸 즐기고 있다. 세계가 덮어쓰기 되면 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기억이 리셋된다. 고로 그 존재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추측 중. 각 종족엔 영웅이라고 불리는 보스(인간은 시드)가 있으며, 어째선지 인간을 제외하고 죄다 여자다(엘프족은 남자였지만 사망). 주인공은 인간족 영웅 시드가 남겼다고 알려진 무기 덕분에 윤회 되어도 기억이 리셋되지 않았다. 메인 히로인 '린네'도 어째서인지 기억이 리셋되지 않았다(이번에 그 이유 밝혀짐). 나머지 4종족 영웅도 기억이 리셋되지 않았으며 세계 덮어쓰기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주인공은 세계 덮어쓰기를 하는 놈과 그 이유, 그리고 인간족 영웅 '시드'를 찾아 윤회된 세계에서 3종족 영웅들(엄밀히 따지면 만신족은 공석, 서브 히로인 레이렌이 대신함)과 진실을 파헤쳐 간다. 나머지 1종족(환수족)은 지금 설득 중인데 너무 호전적이라 애먹고 있다. 이쪽 윤회된 세계에서 '시드'라 불리는 인간족 영웅은 주인공이 아는 시드가 아니며, 나머지 4종족 말살을 바라고 있다.

환수족(수인족) 영웅 '라스이에'와의 전투에서 전이진에 휘말려 처음의 인간 도시로 날아온 주인공 일행은 다시 라스이에가 있는 서쪽을 향해 출발합니다. 주인공 일행보다도 이 세계 윤회에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라스이에'는 자기가 문제(윤회)를 해결하겠다며 악마(이쪽 악마 종족 말고 다른 쪽의 악마 )에게 영혼을 팔아 힘을 손에 넣은 뒤 귀를 닫고 설치는 중인데 아무래도 빈 깡통이 요란하듯 절망을 깨닫고 조만간 주인공 진영에 몸을 의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작품이 그런 분위기를 많이 풍기는데요. 첫 번째로 악마족 서큐버스는 주인공에게 제일 먼저 깨지고 드래곤 볼의 베지터가 그랬듯이 지금은 흥~ 흥~ 새초롬하게 힘을 빌려주고 있고, 엘프의 레이렌은 동맹이었던 만신족(엘프, 천사, 드워프, 정령 연합)의 영웅이 비명횡사하자 대리로 나서서 처음엔 진짜 적의 드러내며 으르렁 거렸지만 지금은 주인공에게 찰싹 붙어서 온갖 귀여운 짓은 다 하고 있죠. 그런데 슬라임 소녀는 의외로 아저씨가 타입이었는지 주인공은 거들더도 안 보고 사자왕이라고 불리는 인간족 중년 지휘관에 마음을 많이 두고 있군요(이게 좀 눈물겹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멸망할지 모르고 또 윤회돼서 리셋 될지도 모르는 절망의 상황이라도 사랑은 꽃을 피우나 봅니다. 그게 풋풋한 사춘기 애들의 츤츤 거리는 사랑이라도 보고 있으면 흐뭇하긴 하더라고요. 거기에 '린네'와 '레이렌'이 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만담이 볼만하죠. 린네는 주인공에 들러붙는 레이렌을 납짝한(가슴이) 엘프라고 부르고 레이렌은 그럴 때마다 발끈 하긴 했지만 이젠 스스럼없이 잠도 같이 자는 친구가 되었죠. 악의 없는 저지래(둘이 밤새 무전기를 가지고 놀다 배터리 방전 시킨다거나)를 저질러 주는 등 이 둘은 이 작품의 유일한 개그로 다가옵니다. 이번엔 악마족의 영웅 오른팔인 '하인마릴(히로인)'이 동참하는데요. 자신의 보스(악마족 영웅, 참고로 히로인)를 쓰러트린 것에 대한 복수보다는 서큐버스답게 주인공에게 관심을 더 많이 보이며 서쪽으로 가는 주인공에게 이유를 붙여서 동행하는데요. 입만 열었다 하면 살벌하고 업신여기는 말들을 내뱉지만 그건 종족 차이와 대립관계에서 오는 흔한 견제구일 뿐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주인공을 놓고 린네와 레이렌하고 사이좋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죠.

하지만 잊으면 안 되는 게 이 세계는 종족 간 사활을 걸고 전쟁 중이라는 것이고, 그걸 조종하는 존재가 있고, 윤회에서 새로 태어난 제6종족 기강족(기계, 아마 한자는 氣腔가 아닐까 싶음. 기계다 보니 히로인은 없음)이 새로이 전쟁에 참여하고, 환수족 영웅(히로인)은 여전히 뻗대고 있다 보니 사태는 녹록지만은 않습니다. 인간 마을을 습격했던 기강족을 쫓아 들어간 그들의 본거지에서의 사투는 영웅만큼이나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악마족 영웅 오른팔(하인마릴)도 상당히 고전해야만 했죠. 근데 주인공 활약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데요.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주인공 소꿉친구 '잔'부터 해서 히로인들을 상당히 많이 고생 시킵니다. 이번엔 주인공이 그만큼 주의를 줬음에도 기강족 본거지에 쳐들어 갔던 하인마릴은 못 볼 꼴 당한 끝에 레이렌에게 구해지는 추태를 보이고, 레이렌도 하인마릴 구해주다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죠. 그럼에도 흥미로운 건 비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진다고 고생한 히로인들끼리 우애가 돈독해지는 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존재(종족)라도 서로 이해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닐까 싶었군요.

이번 5권에서 대결 구도가 더욱 명확해지는데요. 환수족은 아직 뻗대고 있지만 주인공과 합류하는 건 시간문제 같고, 나머지 3종족(희한하게 죄다 히로인)은 이미 주인공과 같이 하고 있죠. 그래서 작중에서는 절대 섞일 수 없는 종족들을 규합하는 주인공이 세계의 왕이 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을 두 번이나 투하합니다(이런 복선이면 사실상 기정사실이겠죠). 아닌 게 아니라 각 종족 영웅(슬라임 소녀는 중년 아저씨가 타입이라 일단 빼고)들이 주인공에게 들러붙는 거 보면 뭐 아주 없는 가능성은 아니더라고요. 아무튼 이렇게 주인공이 3종족(나중에 +1종족)이 연합하면 그럼 누구와 대결하게 되는가인데, 첫 번째는 이 세계를 덮어쓰기 하는 '대시조'라는 존재이고, 두 번째는 인간족 영웅 용병왕 '시드'와 또 하나 인간병기 '테레지아'가 되겠습니다.

주인공은 다른 종족과 같이 살아가는 방향을 바라고 용병왕은 인간 외에 모두 몰살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게 되었죠. 그래서 작중에서 주인공은 용병왕에 들킬까 레이렌, 하인마릴, 린네를 숨기느라 곤욕을 치릅니다. 인간병기도 인간 외의 존재를 말살할 분위기고요. 사실 이 둘은 이질감이 있어서 리뷰에선 언급 안 하려 했습니다만,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는군요. 결국 주인공(+4종족) vs 용병왕(+인간병기) 이런 대결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은데, 어쩌면 주인공 포함 모두가 대시조에게 놀아나고 있는 거 아닐까 하는 그런 느낌도 들게 합니다. 아닌 게 아니라 주인공도, 용병왕도, 인간병기도 예언신(神)의 인도를 받고 있거든요. 결국 이 말은 모두가 여언신(혹은 대시조)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거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맺으며: 리뷰 후반부는 갑작스러운 느낌이 드실 텐데 쉽게 말해서 리뷰 완급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처음부터 용병왕과 인간병기를 언급해왔다면 자연스레 녹아들었을 텐데, 앞 권 리뷰들에서 빼어버린 게 뼈아프군요. 아무튼 이 둘은 굉장히 강합니다. 괜히 인간족 영웅으로 추앙받는 게 아니지만 실상은 신(神)에게서 힘을 받은, 사실 이것 때문에 이질감이 있어서 앞 권 리뷰에서 뺐군요. 신체 능력물에 웬 신의 힘? 같은 느낌이었던지라... 알고 보면 이 모든 건 대시조에게 놀아나는 설정이 필요했고, 주인공을 성장시키기 위해 적대적인 인물이 필요했기에 넣은 게 아닐까 싶긴 합니다. 아무튼 이런 머리 아픈 건 접어두고, 히로인들이 너무 많이 나오고 하렘물을 지양하는 이 작품을 하차하지 않고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뜬금없이 호감도가 쓩쑹 올라가는 게 없고, 옷 벗겨먹는 것에 사활을 걸지 않으며, 적당히 거리를 두고 호감도를 조금씩 키워가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으르렁거리며 독설을 날리면서도 도울 땐 종족 간 이념을 벗어던지고 도와주는 훈훈한 모습들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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