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6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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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편 주인공(나구모 하지메)이 자신이 만든 대미궁을 공략 했을때 '밀레디'는 얼마나 기뻤을까. 이번 6권을 한 줄로 표현 하라면 이것입니다. 우리 사람들(인간 및 다종족)은 신의 유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의지로 미래를 결정하고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기치 아래 신(神) 타도를 외치며 반란을 도모했던 작은 소녀의 최후를 그립니다. 전 세계에서 같이 걸어갈 동료들을 모으고, 해방의 의지를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거치며 최종 결전만이 남은 시점에서 교회가 주인공(밀레디) 일행을 꿰어 내기 위해 협력자들을 처형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사람들을 신의 유희에서 해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밀레디'가 그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 함정인 줄 알면서도 갈 수밖에 없게 되죠. 이렇게 교회와 신(神)을 향해 포문을 열고 결전의 서막이 오릅니다.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부처님 손바닥 위였다는 것이 되겠습니다. 노력했고, 노력한 만큼 타격을 입혔고, 세상에 우리의 의지를 알렸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 나타날 영웅에게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물려준다. 초반에는 교회의 군세를 궤멸 시키고, 사람들을 지키고 구하는 등 해방자 다운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우린 사람을 게임의 말처럼 쓰다 버리는 신과 다르게 지킨다는 아이덴티티를 관철해 가죠. 그러나 작가는 단순히 신의 힘이 넘사벽이라서 주인공 일행의 힘이 닿지 않아 고생한다는 클리셰를 버리고 신(神)에게 있어서 지상의 사람들은 그저 게임의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아이덴티티를 철저하게 지켜 나갑니다. 게이머에게 있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말에는 미련을 두지 않죠. 신에게 있어서 지상의 사람들은 게임 판의 말이고, 그것을 아무렇게나 쓴다고 마음에 죄책감이 있을 리 없는 신(神)에 의해 주인공 일행은 궁지에 몰려갑니다.

그러니까 주인공 일행들이 지켜야 될 사람들이 낫과 곡괭이를 들고 자신들에게 죽자 살자 덤벼든다면?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신(神)만 타도하면 모든 게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죽여야 할까? 자, 신(神)은 시험합니다. '내가 부추기긴 했지만(세뇌), 너희들이 지켜야 될 사람들이 너희들을 죽이자고 덤빈다. 어떻게 할래? 이게 싫으면 너희들 목숨을 내놔라' 합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같은 상황이 벌어지죠. 단순히 주인공 일행만이 아닌 해방자에 속한 모두, 그 협력자들 모두가 선량한 사람들이 휘두르는 낫과 곡괭이에 희생되어 갑니다. 여기서 시사하는 건 전쟁에서 모두를 지키며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희생은 반드시 따르기 마련이고, 이 희생을 두려워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보여주죠. 이 진리를 잘 지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신(神)이고, 그걸 지키지 못했던 주인공 일행은 패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광기란 무엇인가. 신(神)에 의해 세뇌되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해방자들과 그 협력자들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가는 세상에서 그래도 사람들을 지키려는 마음을 관철 중이던 그들(해방자들)은 저항도 무색하게 쓰러져 가죠. 그리고 '밀레디'는 이걸 감당할 그릇이 되지 못했습니다. 말만으로는 어느 하나 구원할 수 없으며, 부조리에 대항할 배짱도 없었죠. 그저 지킨다는 숭고한 마음은 닿지 않는 것입니다. 그 마음이 닿아야 될 신(神)이 적이니까요. 몰리고 몰린 끝, 최후의 방어선에서 신(神)은 최후통첩을 합니다. 사실 애초에 세계를 창조하고 간섭하는 신(神)을 상대로 승산 있는 싸움이 될 리 없었건만 괜히 둘 쑤셔서 사람들을 죽게 만드나 그런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으로서는 충분했죠. 신(神)에게 물리적으로 닿을 수 있는 "개념"의 바탕도 만들었고, 언젠가 후대에 영웅이 나타나 분명 신(神)을 타도해 줄 거라는 믿음을 가슴에 안고 밀레디는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리죠.

맺으며: 본편 7대 미궁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보여줍니다. 이것은 한마디로 희망이라는 의미에서 꽤나 마음을 울려주죠. 특히 '밀레디'가 자신의 최후를 선택하고, 그것이 보답받지 못하는 영원의 고통이라도 받아들이는 장면들은 결코 가볍게 읽을만한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오스카)이 그녀가 걸어가야 될 길을 안타까워하는 장면들은 하나의 시(詩)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군요. 아무튼 완결되었습니다. 이후는 아시다시피 본편 주인공에게로 공이 넘어가죠. 외전 치고는 짜임새가 좋습니다. 그저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리는 차원을 넘어서서 과거의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일을 벌이고 걸어오고 의지를 남기게 되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라이트 노벨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가벼운 이야기들도 많았고, 그것으로 인한 괴리감(밝은 분위기였다가 갑자기 시리어스로 넘어간다던가)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본편 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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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13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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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몇 권인지는 까먹었는데, 한정판에 소책자 형식의 외전이 부록으로 제공된 적이 있습니다. 소책자에는 이 작품의 여주인공이자 히로인인 '프란'의 부모에 대해 언급하고 있죠. 부모가 속한 종족의 조상들의 나쁜 짓 때문에 신(神)의 분노를 사 저주가 내려져 진화의 길이 거의 막혀 버리고, 종족 전체가 노예로 비참하게 살아가야만 했는데요. 프란의 부모는 자신들의 종족을 구하는 길은 진화의 단서를 찾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전 세계를 방랑하였으나 끝끝내 이루지 못하고 타지에서 생을 마감해야만 했죠. 그들에게 유일하게 남겨진 것이라곤 '프란'이라는 딸이고, 그 딸도 종족의 운명처럼 노예로 전락해 생을 마감하는 미래밖에 없었으나 주인공(검)을 만나 갖은 고생 끝에 진화를 이루었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과거의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이유는 프란의 부모가 어릴 적부터 살았던 곳, 프란이 주인공을 만나 처음으로 모험가 등록을 한 도시를 다시 찾아오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기 때문이군요.

그동안 어째서 검으로 환생하게 되었는지 지금 깃들고 있는 검의 정체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던 주인공(검)은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무언가의 안내로 처음 환생하고 깨어났던 마랑 평원에 오게 됩니다. 여기서 주인공(검)은 왜 검에 깃들게 되었는지 하는 그 근원을 찾아가죠. 그리고 자신이 깃들었던 검의 정체에 대해서도요. 사실 네가 특별해서 선택된 용사라는 클리셰적인 부분도 있지만, 여느 작품과는 다르게 디테일 있는 설정을 보이면서 클리셰이지만 탄탄한 스토리를 보여주는 게 특징입니다. 근데 사실 독자 입장에서는 주인공의 태생이니 근원이니 하는 건 크게 상관없어요. 그냥 개연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측면이 강했군요. 또 앞으로도 주인공과 같은 신검과 만나는 일이 많을 테니 그에 따른 복선을 미리 깔아두는 경향이 강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온 김에 그동안의 격전으로 망가진 부분을 수복하기도 하고, 수복하는 동안 프란은 열심히 수련에 매진하기도 하죠.

그래서 프란의 부모가 살았고, 주인공과 프란이 처음 모험가로 등록한 도시로 돌아왔는데도 그에 따른 에피소드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무덤은 없지만, 부모가 자랐던 고아원에 들려 자신(프란)이 이만큼 성장했다는 걸 알리는 뭐 그런 애틋한 게 없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군요. 왜 이런 느낌을 강요하냐면, 프란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끌어안고 부비부비 하는 '아만다'가 등장하는 장면들에서 소책자를 못 본 분들이라면 괴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예전 한정판으로 제공된 소책자에 의하면 프란의 부모가 살았던 고아원은 '아만다'가 운영하는 고아원이었죠. 이들이 성장하여 진화를 위해 떠나고 얼마 후 갓 태어난 프란을 안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잘 살아가고 있나 했는데 객사해버리고, 시간이 지나 성장한 프란이 다시 찾아왔을 때 '아만다'는 무슨 감정을 가지게 되었을까 같은 걸 풀어놓는 애틋함이 없는. 프란은 아직 아만다가 자신의 부모와 연관이 있다는 걸 모르는 상태고요.

아직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종족의 비원인 진화의 단서는 찾았지만 신이 내린 저주는 풀리지 않았기에 프란이 하고자 하는 소원(저주 풀기)에 방해를 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13권에서는 주인공의 근원 찾기와 더불어 마랑 평원에서 그동안 여행했던 기간보다 더 긴 시간을 들여 고위 마물들과 싸우며 더욱 힘을 기르는 모습들을 보이는데요. 그래서 사실 크게 와닿거나 의미 있는 장면은 별로 없습니다. 의미를 찾으라면, 프란이 더욱 성장하고 주인공이 수복되면서 연계가 더욱 강화되어 아만다에게 주먹이 닿게 되었다는 것 정도? 참고로 아만다는 랭크 A의 모험가로 꽤 강하게 묘사됩니다. 이전에는 프란과 주인공이 무슨 수를 써도 아만다에게 닿지 않았죠. 아만다는 프란이 마랑 평원에 있다는 걸 알자마자 일직선으로 쫓아왔고(이게 좀 웃김), 신급 대장장이도 찾아오는 등 소소하게나마 인연을 엮어가는 게 조금은 흥미롭습니다.

맺으며: 관심 없으면 머리에서 바로 지워버리는 프란의 마이웨이가 더욱 노골적이 되어 재미있습니다. 마랑 평원에서 고블린의 뒤를 추적하며 은밀성을 높이는 훈련을 하는데 그만 아만다가 가루로 만들어 버리자 좌절하는 모습은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프란이 감정을 보이는 몇 안 되는 귀한 장면이기도 하죠. 주인공이 망가진 부분을 수복하기 위해 장시간 셧 오프하고 돌아올 때 보이는 감정이라든지, 주인공 없을 때를 대비한 훈련을 하며 노력과 고생을 정말 많이 하는 장면 등 이번에는 감정을 주제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수련하는 장면이라든지, 주인공의 근원 찾기나 주인공이 깃든 검의 정체를 밝히는 부분은 좀 지루했군요. 결국은 일본 작가들이 좋아하는 신(神)에 관한 것들만 주야장천... 어쨌거나 이번 13권은 1부 완결이라는 느낌입니다. 여행한 것보다 더 시간을 마랑 평원에서 지내며 성장하는 장면들을 연출하고 마치 손오공이 초사이언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보는 듯한 장면들을 보여주죠. 이후 더욱 강한 적들과 마주해야 된다는 준비 과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프란은 13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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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묵시록 마이노그라 5 - ~ 파멸의 문명으로 시작하는 세계 정복 ~, S Novel+
카즈노 페후 지음, 준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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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성녀 '소아리나'와 '펜네' 그리고 흡입의 마녀 '에라키노'의 내습으로 주인공은 순식간에 목숨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주인공의 제1의 심복이자 영웅 '아투'는 흡입의 마녀에 의해 세뇌 강탈 당해버렸고, 그로 인해 마이노그라(주인공이 세운 나라)는 와해 직전에 몰리게 되었죠. 그러나 게임 유닛으로서 주인공의 포지션은 파멸의 왕, 이것은 성녀와 흡입의 마녀에게 있어서 주인공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존재. 이제부터 자신들의 어리숙함에 한탄하고, 자신들이 저지른 죄에 대해 참회를,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후회를, 자신들이 이룩한 모든 것이 썩어 문드러지는 참혹함을 경험해야 합니다. 주인공은 업화의 불길에서 살아남아 자신이 당했던 모든 일에 대한 복수를 다짐합니다. 당한 만큼 대갚음해 주는 정도가 아닌, 이 세상에 지옥을 현현 시켜버리죠.

성녀 '소아리나'는 변두리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나 여느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 그녀의 인생에 갈림길이 생긴 건 하늘의 계시로 '성녀'로 선택된 순간. 그리고 그건 축복받을 일이 아닌 헬게이트 오픈이라는 비극. 마을은 그녀의 입지를 이용해 부정부패를 저질렀고, 이 세계 룰에 입각해 성녀는 성녀가 되기 위한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죠. 그 대가는 자신의 힘으로 마을을 불살라 버리는 것.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을 지킨다는 것에 집착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소아리나'는 동료 펜네와 친구 에라키노와 손을 잡고 '레네아 신광국'이라는 나라를 건국하기에 이르죠. 하지만 명분이 필요했고, 그 명분을 만들어줄 인물로 주인공이 선택된 것입니다. 반대로 그녀에게 있어서 미래를 결정짓는 일이 되어버렸지만요.

목을 죄어 온다는 공포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보통 대갚음해 주는 이야기에서 전략은 세우지만 결국은 정면 승부 같은 치고받고 그런 이야기를 보여주는 반면에 이 작품은 마녀' 에라키노'의 GM(게임 마스터) 능력 때문에 정공법은 통하지 않게 되었죠. 게임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에 대한 제재와 운영에 관한 권한을 가진 GM 앞에서 아무리 주인공이 필살기를 선보인 들 GM은 현상 자체를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주인공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GM이 속한 게임 룰이 무엇인지, 약점이 무엇인지, 맹점이 무엇인지 찾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본 작품은 이세계를 표방하지만 현실 게임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현존하는 모든 게임 시스템이 적용되는 세상이고, 접촉만으로 각자의 게임 시스템이 강제로 개입을 해버립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마녀 '에라키노'와의 접촉으로 그녀의 게임에 강제로 참여하게 되었고, 참여한 이상 GM의 권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그렇담 주인공이 속한 게임은? 얼핏 보면 심시티 같은 건설 시뮬레이션 같은 것,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가 건설이고, 장르를 들여다보면 나라가 나라를 집어삼키고 파멸과 혼돈이 공존하는 다크 시티 같은 것, 주인공은 거기서 파멸의 왕이 되어 있었죠. 성녀 '소아리나'에게 있어서 불운은 주인공이 그런 게임에서 탑 랭커였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 이제 주인공의 게임이 적용되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맞닥트려 왔던 적이 가진 게임도 구사할 수 있다는 것. 그래도 마녀 에라키노의 GM 능력은 절대적이기에 맹점을 파고들기 위한 주인공의 물밑 작전이 시작됩니다.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는 공포가 무엇인지, 그동안 절대적이라 믿었던 GM의 능력에는 맹점이 존재하고 죽었을 거라 여겼던 주인공이 그 맹점을 파고들어 자신들의 목을 죄어 온다는 걸 조금씩 알아가는 포인트들이 이번 5권의 최대 흥미로운 요소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받은 만큼이 아닌, 그 이상의 보복이 무엇인지 그들(성녀와 마녀)은 목숨을 대가로 알아가야만 하죠. 본 작품은 정의의 사도가 악을 멸하는 권선징악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본 작품의 주인공은 정의의 편이 아닌, 악(惡) 그 자체거든요. 사람들을 구하는 게 아닌, 저주로 피와 살을 발라 버리는 고통을 주고 불로 사람들을 태워 죽이는, 마왕보다 더 지독한 모습을 보이는 게 특징이죠. 그렇다고 무차별적으로 그러진 않고, 일단 주인공의 스탠스는 날 건드리면 그 댓가라고 나름 기준은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나의 턴(turn).

맺으며: 이번 5권에서의 흥미 포인트를 꼽으라면 주인공의 대갚음해 주기도 있지만 필자는 영웅 아투(메인 히로인)를 꼽겠습니다. 주인공 산하에 있을 때는 그를 사모하는 마음을 표출하는 데 브레이크가 걸려 자중하던 것이 마녀 에라키노에 의해 진영이 완전히 바뀌면서 제어라는 브레이크가 해제되어 버리죠. 주인공은 적대하면서도 사모하는 마음을 거침없이 내뱉는 통에 성녀와 마녀가 이뇬 괜히 데려왔네 후회하는 장면들이 최대 웃음 포인트입니다. 적대하면서 사모한다? 뭔가 모순이라 하시겠지만 리뷰에서도 밝혔듯이 이 세계는 게임을 기반으로 하여서 시스템적으로 이적해도 진영만 바뀔 뿐 마음은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공과 목숨을 걸고 싸우면서도 사모하는 마음을 펼치는 부분들이 웃겨주죠.

아무튼 위에서도 밝혔지만 인간들에게 있어서 주인공을 적대한다는 것은 꿈과 희망을 버리는 것과 같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동안 성녀 '소아리나'와 마녀 에라키노에 대한 복선이 이번 5권으로 회수되고 종료됩니다. 가장 안타까운 캐릭터를 꼽으라면 역시 성녀 '소아리나'가 될 테죠. 성녀가 되면서 대가로 자신의 손으로 마을을 불태워 버렸고, 그 트라우마로 사람들을 구하는데 필사적이 되어 끝끝내 나라를 건국하는 단계까지 왔지만, 그녀에게 있어서 불운은 주인공을 적대한 것이고, 만약 평화를 바랐다면 주인공의 옆 나라와 마찬가지로 동맹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주인공의 가차없는 심판 앞에 유일한 친구였던 마녀 '에라키노'의 최후를 보며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후회는 무슨 색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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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을 먹는 비스코 7 - L Novel
코부쿠보 신지 지음, 아카기시 K 그림, 이경인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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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구전으로 내려오는 고양이 사무라이 냥극(사극)이 현실로. 그 옛날 인간과 고양이는 공존의 길을 걷고 있었으나 도쿄 녹 사태라는 미증유의 사건이 터지고 인간은 지상에, 고양이는 지하로 들어가 독자 생태계를 꾸려 왔다나 어쨌다나... 이번 이야기는 악당에 의해 지배중인 이미하마 현(都)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이 썼던 필살기가 지하 고양이 세계로 떨어지면서 일어나는 모험 활극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필살기로 인해 지상과 지하를 연결하는 통로가 뻥~ 뚫리면서 고양이 입자가 지상으로 퍼졌고, 인간들을 고양이로 변하게 하는 고양이병을 고치기 위해 주인공 일행은 지하 세계로 가죠. 당도해 보니 사무라이 고양이의 세상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썼던 필살기를 회수하려 하지만 그것은 악당의 손에...라는 90년대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죠.

딱히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주인공의 사라지지 않는 필살기는 클리셰의 정석처럼 악당의 손에 들어가 있고, 그것을 이용해 세계를 개변 시키겠다는 악당. 우유부단하고, 마음 여리고, 용기가 부족했던 냥극(지하 세계)에서의 주인공으로 인해 그를 좋아했던 사람이 악당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는 덤으로 따라오죠. 그로 인해 엔딩은 권선징악이 아니라 '미안해', '아니야', '나랑 가자', '좋아해'등등 뭐 하는 짓거리냐는 감상을 남깁니다. 이런 작품의 특징으로 냥극(지하 세계)의 주인공은 좋아했던 사람이 악당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에 안타까워하고 칼을 휘두르지만 끝끝내 죽이지 못하고, 한 칼 남았는데 주저하는 바람에 역습 당해 일을 더 크게 만들기도 하죠. 악당도 순수한 악이 아니라 어딘가 슬픔을 안고 있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구해줘'의 표본.

불쌍한 건 냥극(지하 세계)의 주인공과 지상에 온 주인공(본 작품의) vs 악당의 대결에서 갈려 나가는 일반 시민들. 집과 동네는 다 부서지는데 난동을 피우는 주인공 시키들은 미안한 마음도 없어. 거기에 강제로 악당의 수하로 만들어지고, 주인공과 싸워야 돼. 근데 이게 또 개그로서 훌륭하단 말이죠. 화장 떡칠이라느니, 월급은?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어 등등. 결국 지하 세계는 궤멸로. 주인공은 자신이 만든 필살기 때문에 고생을 엄청 하는 건 덤. 그러다가 악당의 구구절절한 과거를 몸소 체험하고 구해줘야지는 이런 작품의 클리셰입니다. 주인공의 필살기는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강한 염원의 들어주는 소원 같은 거, 이 무슨 인과관계인지 그 필살기는 악당이 바랐던 강한 염원에 이끌려 지하 세계로 떨어진 것. 그리고 밝혀지는 악당의 과거는 처절함 그 자체였죠.

사실 지하 세계에서의 활극은 주인공(본 작품의)으로 하여금 다시 세상으로 뛰쳐 나가기 위한 발판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미마하 현(縣)을 구하고 나서 수배령도 해제되고, 이제 와이프와 오손도손 살 길만 남았지만 온 동네를 들쑤시고 다니는 천둥벌거숭이에게 있어서 평화로움은 새장의 새처럼 지내는 거와 같았죠. 다시 세상으로 여행을 떠기 위한 발판이 필요했고, 지하 세계를 뛰어 다니며 자신의 본질은 한가하게 지내는 것이 아닌 세상을 어지럽히는 버섯 지기라는 걸 더욱 알게 됩니다. 목숨을 걸고 싸우고, 누군가에게 쫓기면서도 그걸 즐기는 변태 같은 넘. 지하 세계 냥극(사극)의 주인공을 만나 그를 보면서, 누군가를 보살피고, 가정을 꾸려 가족을 만드는 삶도 괜찮지만, 지하 세계 냥극(사극)의 주인공으로부터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게 무엇인지 알아버린 주인공은 다시 세상으로 뛰쳐나가는 걸 선택합니다.

맺으며: 지하 세계에서의 활극은 명분이고, 이번 이야기는 한자리에 머무는 것보다 내가 있을 곳은 황야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뛰쳐 나가는 주인공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실 지하 세계에서의 활극은 클리셰 덩어리고 어딘가 좀 유치하지만, 머뭇거리는 주인공이 길을 떠나는데 등을 떠미는 이야기로서는 괜찮은 흐름을 보입니다. 돈에 환장한 해파리 소녀 '티롤'은 여전히 굴러다니고, 열혈은 다소 죽었지만 개그가 적절히 들어가 있는 등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사무라이나 명칭 등 일본색이 좀 짙어서 거부감이 좀 생기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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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스킬 【지도화】를 손에 넣은 소년은 최강 파티와 함께 던전에 도전한다 5 - L Novel
카모노 우동 지음, 시즈키 히토미 그림, 이경인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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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해산한 파티를 재결합하기 위한 주인공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인공에겐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었고, 던전에서 파티 전방에 서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진"의 죽음은 파티를 순식간에 와해 시켜버리고 말았죠. 6명이 있어야 [어라이버즈]이고, 6명이 있어서 던전 공략을 할 수 있다는 그동안의 공식은 "진"의 사망으로 인해 그 끝을 고하고 말았습니다. 파티는 뿔뿔이 흩어지고 주인공은 히로인 '로즈리아'와 함께 왕도(수도)에서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모험가를 떠나 일반인으로 살아가고는 있었습니다만. "진"에 의해 구원받고 [어라이버즈]에 속해 던전을 탐색하면서 그들과 함께 하였기에, 모험가라는 일에 행복함을 알아버린 주인공은 파티를 부활 시키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결국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된다는 진리에 따라 히로인과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길을 버리고 죽음을 목도하고 상실을 얻었음에도 다시 그 길을 가고자 하죠.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히로인 '로즈리아'가 그의 의지에 반대하지 않고 같이 따라나선다는 것입니다. 4차원 성격에 파티 브레이커(주로 치정 싸움)라는 이명을 가졌고, 남을 약 올리는데 도가 터서 적을 양산하고는 있지만 주인공이 자신과의 생황을 버리고 다시 던전에 들어가겠다는 의지에 반대보다는 적극 동참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연찮게 재회한 소꿉친구 '미야'도 같이 따라 나서나 예전에 주인공과 헤어질 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그녀만의 길을 떠나게 되는데요. 뭐랄까 보통 여느 작품에서 일이 이렇게 흘러가면 소꿉친구도 주인공을 따라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해 본 작품에서는 그러기보다는 나중을 기약하며 질질 끌지 않고 헤어지는 장면은 어딘가 모르게 애틋함이 묻어났습니다. 4권에서 파티가 와해되고 뿔뿔이 흩어지는 장면에서도 그렇고, 본 작품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에서 인연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다고 할까요.

뿔뿔이 흩어진 파티원들을 수소문해서 찾았긴 하나, 벌써 그 사고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저마다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었기에 쉽게 재결합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죠. 딜러였던 '포스'는 검술 도장 사범이 되어 있었고, 힐러 '네메'는 새로운 파티를 꾸려 던전 공략 중이었습니다. "진"의 사망 이후 주인공 다음으로 충격을 받았던 메인 히로인 '에린'은 자신의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마법 학원에서 절치부심 중이었죠. 이야기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새로운 삶을 꾸려 살아가고 있는 이전 파티원들을 어떻게 다시 규합 할 수 있을까 하는 리더십을 시험하기 시작합니다. 내 욕심을 관철하기 위해 그들이 새롭게 일궈놓은 삶을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 어떻게 하면 그들이 상처받지 않고 끌어들일 수 있을까. 옛 추억을 발판 삼아 억지를 부리면 될까. 난제는 수없이 쌓여가죠. 하지만 [어라이버즈]로 다시 던전 공략에 나서고 싶다는 마음은 주인공만이 아니었으니...

이번 5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캐릭터를 꼽으라면 힐러 '네메'가 될 것입니다. 그녀는 파티가 뿔뿔이 흩어져도 홀로 거점을 지켰고, [어라이버즈]의 염원이었던 던전 공략을 위해 새로운 파티를 꾸려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라이버즈] 시절 적당 적당하게 살아가던 그녀가 새로운 파티를 꾸린 것도 놀랍지만 누가 봐도 던전 공략으로는 부족함 그 자체인 파티를 어떻게 해서든 성장시켜 가려는 노력들은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었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어라이버즈]가 해체되고 내로라하는 파티에서 그녀를 스카우트하려 했으나 엄청난 낯가림으로 인해, 그리고 완성된 커뮤니티에 끼어든다는 두려움은 그녀의 다리를 옭아맸고, 그럼에도 던전을 공략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치 않기에 새로운 파티를 꾸려 어떻게든 해나가려고 하는, 어쩌면 주인공보다 몇 배는 더 고생하고 노력한 캐릭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그녀의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점으로 돌아온 주인공을 맞아들이는 장면에서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집에서 쫓겨난 엄마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가족들과 지내는, 하지만 그 가정도 어딘가 화목하다고는 할 수 없는 조금 비참한 그런 분위기의, 새로운 가족들은 엄마를 잘 따르고 엄마는 그런 자식들을 어떻게든 보살피려는 그런 비참함. '네메'는 주인공이 찾아오면서 지금의 파티로는 힘들다는 현실을 보게 되고, 다시 한번 [어라이버즈]로 지내고 싶다는 마음, 작가가 말하지 않아도 느낌을 전달 시키는 재주가 좋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들은 주인공이 찾아오면서 엄마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닌 걸 알아가고 그래서 보내 줄 수밖에 없는 그런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메인 히로인 '에린'이겠군요. 처음 주인공이 [어라이버즈]에 가입했을 때는 마치 부모님 원수 대하듯 했던 그녀가 던전 심층에 떨어져 그에게 의지하고 도움받으며 생환한 이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좋아한다고 말을 못 하며 속으로 끙끙 삭히기만 했던 그녀가 파티가 해산할 때 주인공의 고백조차 차버리며 마음 독하게 먹었던 그녀는 마법 학원에서 일약 스타가 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 나라에서 7명 밖에 없다는 칠현자 후보 자리까지 올랐다는 것에 적잖이 놀라움을 안겨줍니다. 사실 5권에서 가장 극적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당연히 '에린'이 될 것입니다. 그녀가 주인공을 사모하는 마음과 그럼에도 여기(학원)에 있을 수밖에 없는 마음이 참으로 구구절절하죠. 칠현자를 정하는 시합을 거치면서 자신의 미숙함을 알아가고, 궁지에 몰릴수록 어떻게 해야 될지를 알아가고 끝끝내 목표를 쟁취해도, 그것을 뛰어넘는 만남을 찾아왔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좋아하는 사람 품에 안기는 장면은 한 편의 드라마를 현상케 했습니다.

맺으며: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해 파티가 흩어지고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다 다시 만난다는 클리셰를 따라가고 있으나 중요한 건 그들의 새로운 삶과 다시 만나는 장면들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작품의 질이 달라진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메'와 '에린'과의 재회는 클리셰 같으면서도 애틋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죠. 근데 본 작품의 주인공은 타인의 마음을 가볍게 생각하기도 하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좋게만은 보이지 않는데 역시나 이번 5권에서도 아슬하게 그런 모습을 좀 보여 감점의 원인이 되고 있군요. 그 외에서는 만남과 이별이라는 인연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노력을 애틋함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이건 높은 점수를 줄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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