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스킬 【지도화】를 손에 넣은 소년은 최강 파티와 함께 던전에 도전한다 5 - L Novel
카모노 우동 지음, 시즈키 히토미 그림, 이경인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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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해산한 파티를 재결합하기 위한 주인공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인공에겐 정신적 지주나 다름없었고, 던전에서 파티 전방에 서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진"의 죽음은 파티를 순식간에 와해 시켜버리고 말았죠. 6명이 있어야 [어라이버즈]이고, 6명이 있어서 던전 공략을 할 수 있다는 그동안의 공식은 "진"의 사망으로 인해 그 끝을 고하고 말았습니다. 파티는 뿔뿔이 흩어지고 주인공은 히로인 '로즈리아'와 함께 왕도(수도)에서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고 모험가를 떠나 일반인으로 살아가고는 있었습니다만. "진"에 의해 구원받고 [어라이버즈]에 속해 던전을 탐색하면서 그들과 함께 하였기에, 모험가라는 일에 행복함을 알아버린 주인공은 파티를 부활 시키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결국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된다는 진리에 따라 히로인과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길을 버리고 죽음을 목도하고 상실을 얻었음에도 다시 그 길을 가고자 하죠.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히로인 '로즈리아'가 그의 의지에 반대하지 않고 같이 따라나선다는 것입니다. 4차원 성격에 파티 브레이커(주로 치정 싸움)라는 이명을 가졌고, 남을 약 올리는데 도가 터서 적을 양산하고는 있지만 주인공이 자신과의 생황을 버리고 다시 던전에 들어가겠다는 의지에 반대보다는 적극 동참해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연찮게 재회한 소꿉친구 '미야'도 같이 따라 나서나 예전에 주인공과 헤어질 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그녀만의 길을 떠나게 되는데요. 뭐랄까 보통 여느 작품에서 일이 이렇게 흘러가면 소꿉친구도 주인공을 따라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는 반해 본 작품에서는 그러기보다는 나중을 기약하며 질질 끌지 않고 헤어지는 장면은 어딘가 모르게 애틋함이 묻어났습니다. 4권에서 파티가 와해되고 뿔뿔이 흩어지는 장면에서도 그렇고, 본 작품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에서 인연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다고 할까요.

뿔뿔이 흩어진 파티원들을 수소문해서 찾았긴 하나, 벌써 그 사고 이후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저마다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었기에 쉽게 재결합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죠. 딜러였던 '포스'는 검술 도장 사범이 되어 있었고, 힐러 '네메'는 새로운 파티를 꾸려 던전 공략 중이었습니다. "진"의 사망 이후 주인공 다음으로 충격을 받았던 메인 히로인 '에린'은 자신의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마법 학원에서 절치부심 중이었죠. 이야기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새로운 삶을 꾸려 살아가고 있는 이전 파티원들을 어떻게 다시 규합 할 수 있을까 하는 리더십을 시험하기 시작합니다. 내 욕심을 관철하기 위해 그들이 새롭게 일궈놓은 삶을 파괴할 권리가 있는가. 어떻게 하면 그들이 상처받지 않고 끌어들일 수 있을까. 옛 추억을 발판 삼아 억지를 부리면 될까. 난제는 수없이 쌓여가죠. 하지만 [어라이버즈]로 다시 던전 공략에 나서고 싶다는 마음은 주인공만이 아니었으니...

이번 5권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캐릭터를 꼽으라면 힐러 '네메'가 될 것입니다. 그녀는 파티가 뿔뿔이 흩어져도 홀로 거점을 지켰고, [어라이버즈]의 염원이었던 던전 공략을 위해 새로운 파티를 꾸려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라이버즈] 시절 적당 적당하게 살아가던 그녀가 새로운 파티를 꾸린 것도 놀랍지만 누가 봐도 던전 공략으로는 부족함 그 자체인 파티를 어떻게 해서든 성장시켜 가려는 노력들은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었죠. 여기서 흥미로운 건 [어라이버즈]가 해체되고 내로라하는 파티에서 그녀를 스카우트하려 했으나 엄청난 낯가림으로 인해, 그리고 완성된 커뮤니티에 끼어든다는 두려움은 그녀의 다리를 옭아맸고, 그럼에도 던전을 공략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치 않기에 새로운 파티를 꾸려 어떻게든 해나가려고 하는, 어쩌면 주인공보다 몇 배는 더 고생하고 노력한 캐릭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그녀의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거점으로 돌아온 주인공을 맞아들이는 장면에서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집에서 쫓겨난 엄마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새로운 가족들과 지내는, 하지만 그 가정도 어딘가 화목하다고는 할 수 없는 조금 비참한 그런 분위기의, 새로운 가족들은 엄마를 잘 따르고 엄마는 그런 자식들을 어떻게든 보살피려는 그런 비참함. '네메'는 주인공이 찾아오면서 지금의 파티로는 힘들다는 현실을 보게 되고, 다시 한번 [어라이버즈]로 지내고 싶다는 마음, 작가가 말하지 않아도 느낌을 전달 시키는 재주가 좋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들은 주인공이 찾아오면서 엄마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닌 걸 알아가고 그래서 보내 줄 수밖에 없는 그런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메인 히로인 '에린'이겠군요. 처음 주인공이 [어라이버즈]에 가입했을 때는 마치 부모님 원수 대하듯 했던 그녀가 던전 심층에 떨어져 그에게 의지하고 도움받으며 생환한 이후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처럼 좋아한다고 말을 못 하며 속으로 끙끙 삭히기만 했던 그녀가 파티가 해산할 때 주인공의 고백조차 차버리며 마음 독하게 먹었던 그녀는 마법 학원에서 일약 스타가 되어 있었습니다. 거기에 나라에서 7명 밖에 없다는 칠현자 후보 자리까지 올랐다는 것에 적잖이 놀라움을 안겨줍니다. 사실 5권에서 가장 극적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당연히 '에린'이 될 것입니다. 그녀가 주인공을 사모하는 마음과 그럼에도 여기(학원)에 있을 수밖에 없는 마음이 참으로 구구절절하죠. 칠현자를 정하는 시합을 거치면서 자신의 미숙함을 알아가고, 궁지에 몰릴수록 어떻게 해야 될지를 알아가고 끝끝내 목표를 쟁취해도, 그것을 뛰어넘는 만남을 찾아왔을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좋아하는 사람 품에 안기는 장면은 한 편의 드라마를 현상케 했습니다.

맺으며: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해 파티가 흩어지고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다 다시 만난다는 클리셰를 따라가고 있으나 중요한 건 그들의 새로운 삶과 다시 만나는 장면들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작품의 질이 달라진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메'와 '에린'과의 재회는 클리셰 같으면서도 애틋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죠. 근데 본 작품의 주인공은 타인의 마음을 가볍게 생각하기도 하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해서 좋게만은 보이지 않는데 역시나 이번 5권에서도 아슬하게 그런 모습을 좀 보여 감점의 원인이 되고 있군요. 그 외에서는 만남과 이별이라는 인연을 담백하게 그려내고 노력을 애틋함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이건 높은 점수를 줄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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