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2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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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세이버 소동기 제2탄입니다. 노예로 끌려가다 말하는 검을 손에 넣은 흑묘족 소녀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종족의 비원 '진화'를 위해 오늘도 달린다는 이야기를 알차게 넣어 놨습니다. 소녀의 이름은 '프란' 그리고 프란이 쥐고 있는 검의 이름은 '스승'으로 스승은 이세계 전생자입니다. 검으로 환생한 것이죠. 스승은 검으로 환생 후 스킬을 쌓기 위해 몬스터 잡으며 지내던 어느날 땅에 처박혀 오도 가도 못하게 된 걸 프란이 뽑아 줬습니다. 그때부터 같이 다니고 있죠.

 

스승이 노예 상인을 댕강 잘라줘서 자유의 몸이 된 프란은 스승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첫 번째 마을에 들려 모험가가 되고 퀘스트를 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잘 먹고 잘 살아가는 프란을 시기한 모험가들의 클레임이 들어오는데요. 자기들보다 어린 주제에 어떻게 그런 실력을 뽐낼 수 있냐는 같잖은 질투가 급기야 실력 좀 보자로 이어져 모험가 승급을 위한 시험을 치르는 던전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번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하나는 프란의 실력을 주변에 알려서 깨갱하게 하는 것, 그리고 다른 마을에 위치한 던전에 가기 위해 길을 가던 중 중간에서 만난 마족 사령술사와 힘을 합친 던전 공략입니다. 첫 번째는 좀 싱겁게 끝이 납니다. 던전에 가면서 프란과 아만다라는 하프엘프 여성과의 모의 대전을 본 모험가들(시기하던 놈들)은 가랑이를 오므릴 수밖에 없었고요. 던전에서는 이레귤러를 맞닥트리지만 무난하게 클리어합니다.

 

새로운 인연과 순식간에 찾아온 이별

 

랭크 A의 강력한 실력을 가진 하프엘프 여성 '아만다'를 만났습니다. 프란은 모험가들의 아니꼬운 질투심에 어쩔 수 없이 실력을 알리기 위해 던전으로 향하던 파티에 아만다가 옵서버로 참여하게 되는데요. 아만다는 대뜸 프란에게 진심을 다한 호의와 애정을 뿌려 옵니다. 아만다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그동안 인간 이하의 대접과 괄시와 질투만 받으며 살아왔던 프란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인간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프란이 귀여웠을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기껏 자신을 소중히 대해준 사람과 만났는데 한 곳에서 머물 수 없다는 듯이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프란과 스승은 새로운 길을 떠납니다. 고양이(프란은 흑묘족)는 무리를 잘 이루지 않는다는 것처럼 2권에 들어섰음에도 그 성질에 부합하듯 동료는 만들지 않았습니다. 아만다는 고아원을 운영 중이라 떠날 수 없었고요. 그리고 길을 가던 중 하늘을 떠다니는 부유성을 목격한 스승에 의해 에피소드가 벌어지기가 무섭게 마족 사령술사의 집을 부숴버리는 일이 벌어집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마족 사령술사와 부유성에 올라가 던전을 클리어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반 모험가보다 강한 프란이 더욱 강해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언데드와 싸우고 리치(언데드 마왕)와 싸우며 극한의 경험치를 얻어 갑니다. 몇 번이나 죽을뻔하고 몇 번이나 성장하며 앞으로 걸어가는 프란과 스승, 그리고 뭐가 그리 즐거운지 노다지 웃으며 프란을 지원해주는 사령술사와의 힘겹고도 재미있는 일상, 그리고 던전 클리어와 애틋한 사연이 이어지고 또 다른 이별은 프란을 더욱 성장시켜갑니다.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프란의 성격

 

한번 적대한다 싶으면 그게 누가 되었든 댕강 썰어 버립니다. 이미 1권에서 시비를 걸어오던 모험가의 다리를 잘라 버렸고, 자신의 종족을 속여 노예로 팔았던 청묘족을 아무 망설임 없이 팔 다리를 자르고 아무 거리낌 없이 목을 베는 등 베는 것에 일말의 망설임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애가 감정이 메마른 것도 아닌 게 시험을 치르기 위해 들렀던 던전에서 자신을 조롱했던 모험가가 위기에 빠지자 몸을 던져 보호해주기도 한다는 것이군요.

 

먹을 것을 굉장히 밝히면서도 잘 웃지도 않고, 잘 울지도 않고, 팔 근육이 끊어지고 팔 뼈가 모조리 부서져도 내색을 잘 안 하는 아이, 아만다가 아무리 귀엽다 해줘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아이, 약간 뻐기는 면도 있고 자존심이 강해서 뜻을 잘 굽히지 않는 아이, 그러나 속으론 사람의 정을 갈구하는 아이, 이것만 놓고 보면 희노애락의 결여와 고생을 정말로 많이 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객사와 노예 생활, 12살 소녀가 짊어지기엔 너무나 가혹하죠. 그런데 정신이 망가질 법 한데도 무슨 신경 줄인지 아무렇지 않게 생활한다는 것입니다. PTSD를 겪을만 한데도 말입니다.

 

프란이 노예로 살던 시기에 이미 신경줄이 망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전에 부모님이 불귀의 객이 되었을 때부터 일지도 모르겠고요. 좀 아쉬웠던 건 이런 점을 부각 시켜서 좀 애틋한 장면을 연출했더라면 극중 효과는 굉장했을 텐데 거의 언급이 없다는 것이군요. 물론 온갖 잡다한 스킬로 정신을 보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검으로 환생하는 것도 그런데 아무것도 못하던 애가 두어 달 만에 중견 모험가 이상의 힘을 손에 넣었는데도 아무렇지 않다는 비현실감이 좀 크게 다가옵니다.

 

한편으로는 12살 소녀가 혼자 살아가기엔 너무나 가혹한 세상에서 그나마 견딜 수 있는 건 무얼까, 스승과 떨어져 스킬을 거의 못 쓰게 되어 위기에 빠졌음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소녀가 살아가는 원동력은 무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도 합니다. 그것은 일족의 비원인 진화가 아닐까 했습니다. 진화자가 없다 하여 냉대 받고 노예로 팔려가는 일족의 비원이기에, 그리고 부모님이 불귀의 객이 된 원인이기도 했던 진화를 위해 프란은 강해지지 않으면 안 되었지 않나 하는...

 

커져가는 이야기

 

옆 나라와의 전쟁 기운이 커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옆 나라가 뿌려놓은 씨앗이기도 했고요, 뭐 아직은 좀 더 미래의 이야기일 테지만요. 그리고 스승과 관련된 신검(神劍)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세계에 몇 개나 되는 신검 중에 주인공도 하나가 아닐까 하는 것, 그리고 주인공처럼 사고를 가진 검이 또 있지 않을까 하는 복선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요컨대 잘 하면 또 다른 전생자를 보게 되거나 아니라도 스승급의 검이 출연해서 프란의 앞 길을 막지 않을까 하는 복선은 사뭇 두근거리게 하였습니다.

 

이번 에피소드가 좀 더 강해지기 위한 발판이라곤 하지만...

 

두 번째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스승과 프란의 성장을 위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던전에 들어가 싸우는 것밖에 없어요. 이 과정이 이런 이세계 전생물 먼치킨답게 죽을 둥 살 둥 하며 꾸역 꾸역 헤쳐 나가는 것 밖에 없다는 것이군요. 그래서 하렘 일상물을 바라는 독자에겐 정말로 무미건조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꾸준하게 열거되는 스테이터스 표시창과 이런 떡밥이 빠지면 섭하지 하며 등장하는 신(神)과 관련된 시츄에이션등등... 물론 이런 것이 이세계물의 폐해라면 폐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어쨌건 프란과 스승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라고는 하지만 보통 1권에서 이런 식의 진행이 되어 있어서 1권만 잘 넘기면 2권부터 재미있어지는 반면에 저번 인피니트 덴드로그램도 그렇고 이번 2권은 성격이 급한 독자는 후속권은 보류하지 않을까 할만큼 진행이 좀 갑갑했습니다. 그나마 프란의 귀여움이라도 좀 부각 시켰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없군요. 하다못해 관련된 일러스트조차 없습니다. 물론 필자는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걸 대충 눈치채고 있어서 상관은 없었습니다만...

 

그래서 후속권에 거는 기대감은?

 

솔직히 후속권이 국내에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위기감을 고조 시키지만 면역이 있는 독자에겐 위기감을 느낄 수 없는 던전에서의 사냥과 노다지 쏟아내는 스테이터스 창은 볼 때마다 질리게 하고요. 별 의미도 없습니다. 그저 우리 강해졌네 하는 건데 뭔 페이지를 그렇게 소모하는지... 이야기도 작의적으로 많이 진행이 됩니다. 이걸 뭐라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살아가면서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 여기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바라는 대로 흘러가는 듯한 밋밋함이 있습니다.

 

맺으며...

 

컬러 일러스트는 물론이고 속 일러스트가 많이 부족합니다. 라이트 노벨은 일러스트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중요한 장면에서조차 나오지 않는 일러스트와 귀여움을 어필해야 될 프란의 일러스트의 부재는 좀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높은 가격에 비해 내용이 좀 부실하다고 할까요. 늘 언급하지만 쓸데없는 일상과 스테이터스 일람과 설명은 질리게 합니다. 단순히 질 좋은 종이를 쓰니까 비싸다라는 것인지 오히려 6~7천 원대의 도서보다 부실한 내용은 좀 아니라고 느꼈군요. 비단 이 작품만 아니고 고급화된 여타 레이블 곳곳에서 관찰이 되기도 하죠.

 

어쨌건 꿩 대신 닭이라고, 프란의 귀여운 모습이 아쉽다면 이걸로 참아 주세요.라는 것처럼 다크니스 울프 '울시'를 소환한 스승, 흔히 이런 류의 작품에서 줍든 때려서 조련을 하던 마스코트가 되는 개처럼 울시도 프란을 밀어 재끼고 귀여움으로 자리 잡아가는 아이러니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마수이면서 애완동물이 되고 전투 때는 든든한 아군이 되고 탈것도 되는... 근데 이건 생략해도 되는 이야기인데 굳이 언급하는 건 혹시나 3권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지 않을까 해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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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리아 2 - Novel Engine POP
유키노 사이 지음, 유키히로 우타코 그림, 주원일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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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나라 왕조와 5년간 체결했던 휴전의 기한은 내년 7월로 만기가 도래합니다. 그전에 휴전을 연장하고 전쟁을 피하기 위해 강화(講和)파인 마녀 오렌디아에 의해 수도로 보내졌던 밀레디아(이하 미아), 마녀가(家)가 후원하는 아릴 황자와 결혼이 예정되었던 미아는 권모술수가 판치는 성에서 죽음을 뛰어넘고 간신히 아릴 황자를 만나 결혼을 하였습니다. 이때 미아의 나이 17세, 남편인 아릴 황자는 12세, 그리고 개전파인 교황가에서 후원하는 람자 황자(12세)도 모습을 들어내면서 아릴과 미아에게 암운이 드리웁니다.

 

권모술수가 판치고 환상을 깨부수는 이야기

 

이 작품은 왕자나 공주가 가진 환상을 단박에 부숴 버립니다.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희희낙락하는 걸 용서하지 않습니다.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선 형이 아우를, 아우가 형을, 가족을, 친족을 아무렇지 않게 죽입니다. 그런 곳에서 황제의 그림자로 키워진 아릴이 등장합니다. 5년 전 눈을 떴을 때부터 지하 수로에서 약간의 교육을 받으며 내팽개치다시피 길러진 황자 아릴, 희로애락을 거의 느끼지 못한 채 그저 광대가 되어 지상으로 나와 황제 선거에 출마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미아와 결혼하였습니다.

 

노력은 물거품으로, 그리고 미아의 선택

 

어떻게든 전쟁을 피하고 싶었던 마녀 오렌디아와 미아의 노력은 허무하게도 황제 유아디스가 휴전의 연장은 없다고 못을 박아 버림으로써 막을 내립니다. 그도 그럴게 휴전 연장의 조건으로 황제의 목과 제국 전토(全土)를 내놓으라고 하는데 될 리가 없죠. 하지만 협상에 따라 실마리를 풀 수 있었으나 유아디스는 그럴 마음이 없었고, 설사 있었다고 해도 나라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더라도 가능성은 낮았습니다.

 

차기 황제 선거는 개전 15일 전, 개전이 공식화된 지금 사실상 미아와 아릴의 결혼은 더 이상 무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미아는 아릴과 같이 살아가는 걸 선택합니다. 이로써 그녀의 고생의 시작되었습니다. 반듯한 직장은 구하지도 못한 채 태풍이 부는 먼 바다로 나가 미역을 따다가 팔기도 하고, 약초를 캐다 팔기도 하고, 묘지를 파서 시체를 묻는 일을 하고, 학원에서 걸레질(청소부)을 하고 때론 람자 황자의 개인교사가 되어 글도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미아의 마음

 

미아는 결혼하지 않아도 되었음에도 호적상 유부녀가 되어 버렸습니다. 내년 7월 개전이 되면 자신도 전장에 서야 합니다. 하지만 아릴을 만나 그의 성품에 감화되어 가면서 지금은 한정된 시간일지라도 그를 바라보며 행복을 느껴 가게 되는데요. 그녀는 뒷골목에서 실신하였을 때도, 자객이 찾아왔을 때도, 지하 수로에 떨어져 죽을뻔하였을 때도 아릴이 내밀어 준 손이 없었다면 진작에 죽었으리라... 그런 그에게 자신은 해준 것이 없어 마음 아파했던 미아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아릴 곁에서 살기 위해 그 하나만을 바라보며...

 

지원은...?

 

이렇게 애들이 고생하며 살아가는데 지원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공평성 때문이겠죠. 왕족의 사생아는 넘치고 넘친다는 언급이 있는 걸로 보아 하나를 보호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고, 사생아가 넘치니 너 정도는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이 아니었나 합니다. 마녀가에서 지원 나오지 않은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이런 이유 때문에 미아의 삶은 참 많이 비참합니다. 미아는 교황가의 비상식을 털어 버리기도 하고 아릴은 도둑질도 자연스레 할 때는 좀 웃기기도 하였지만요.

 

복선에 복선을 더하며 페인트질을 더욱 진하게...

 

이게 상당히 치밀 합니다. 모든 것은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제국에서 일어났던 황족 몰살 사건에서 시작된 악의가 성장하여 지금 파탄이라는 열매가 맺힌 게 아닐까 하는 복선이 많이 나옵니다. 그 중심에 미아가 사랑했던 아키가 등장하며 모든 복선에 그와 관련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13년 전 그 숲에서 미아를 만났던 시간조차 아키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하는 것을 무한대로 끌어올리는데 자칫 정신 차리지 않으면 뭐가 뭔지 모르게 되겠더군요.

 

이 작품은 여성향입니다.

 

엑스트라는 좀 나오지만 젊은 여자는 미아 혼자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남편 아릴, 또 다른 황위 계승자 람자, 첫사랑이자 죽여만 하는 남자 아키, 미아의 부대원 중 유일한 생존자 레나토, 미아의 경제적 주머니 역할인 기이, 미아가 12살 때 포로로 잡혔던 옆 나라 왕조의 아이젠 황자, 모두 미아와 연관이 있고 연을 맺고 있습니다. 이 중에 아키와 상당한 연을 맺고 있는데요. 4살 때의 미아의 입술을 빼앗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겨 첫사랑으로 각인시켰던 아키, 13살 때 미아의 부대를 전멸 시켰던 남자 아키, 그 아키가 제국의 교황가 추기경이 되어 또다시 미아의 곁을 맴돕니다.

 

이야기 구성은 치밀한데...

 

너무 치밀해서 쉽게 지칩니다. 일러스트 하나 없는 500페이지나 되는 장황한 이야기를 펼치면서도 시간적으로는 두 달 밖에 지나지 않는 정체되는 시간과 하나의 이야기를 많이 써먹다 보니 머리가 멍해집니다. 특히 미아가 4년 전 치렀던 전쟁 관련해서는 그녀가 안고 있는 심적 부담을 표현하기 위해 필수였다고 해도 길어요. 거기다 꽤 높은 독해력을 요구합니다. 자칫 무슨 이야기인지 몰라 앞으로 되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순결을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이 남자 저 남자와 허물없이 만나는 건 좀 자중해야 되지 않나 했습니다. 뭐 이건 여성향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요. 역 하렘일 수도 있고요.

 

맺으며...

 

요약하면 히로인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얼굴도 모르는 황자와 정략결혼을 하였지만 몇 개월 뒤 파탄은 정해져버렸고, 왕위 자리를 놓고 자객이 쳐들어 오고, 신랑과 첫날밤은 파토 나버렸고, 시댁이든 친정이든 지원을 해주지 않아 살아가기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개고생 하고, 남편은 벌이가 하나도 없지, 집에도 잘 안 들어 오지, 과거에 있었던 전투는 트라우마가 되어 날 괴롭히지, 다 죽어가는 부하(레나토) 간호하랴, 마녀가와 경쟁 관계인 교황가에 의해 집은 다 부서졌지, 아이고 내 팔자야... 그래도 주위에 핸섬가이가 많아서 행복합니다?

 

작가의 글 실력이 상당히 좋습니다. 그나마 일러스트 하나 없는 500페이지를 참고 읽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군요. 좀 지루하다 싶으면 간간이 개그를 섞어 놓아서 나름대로 꽤 빠른 시간에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내용적으로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야기가 정체되다 보니 멍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군요.

 

첫사랑 아키를 잊지 못하면서도 아릴을 향한 미아의 연민은 나날이 깊어지고, 아릴도 처음 느끼는 감정으로 조금식 미아를 의식하는 등 파탄이 예정된 세계에서 이들의 시간은 과연 어디까지이고 끝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새롭게 미아의 곁에서 맴돌기 시작하는 람자 황자, 그리고 이번에 드러나는 옆 나라 왕조 아이젠 황자와 미아의 관계 등 갈수록 인간관계도 복잡해지는 게 조금은 흥미로워지는 2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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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4 - L Books
CHIROLU 지음, Kei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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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오랫동안 꿈꿔왔던 소녀의 꿈,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는 것,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마음을 안고 축제가 열리던 날 밤에 소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자에게 고백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벽을 안고 있었던 남자는 외면이라는 말을 쏟아내고 소녀는 큰 상처를 받고야 맙니다. 남자는 그저 이 관계가 끝나질 않길 바라며 소녀가 언제까지고 어린아이인 채로 살아가주길 바랐습니다. 이때 라티나의 나이 14세

 

이전까지는 세상 물정 모르던 딸이 아빠라는 이성을 갈구하며 세상을 알아가고, 살아가는 귀여움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그런 딸의 성장과 남겨진 자의 슬픔 속에서 방황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데일은 나날이 커가는 라티나를 바라보며 언젠가 떠나보내야 한다는 마음과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동시에 품고 있었는데요. 이번 에피소드는 데일이 라티나를 향한 두 가지 마음이 충돌하는 모습을 소름 돋을 정도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데일이 품고 있는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은 라티나를 이성으로써 좋아하고 있다는 반증이고, 떠나보내야 한다는 마음은 자신의 직책이 그러하니 언젠가 혼자 남겨질 그녀가 성인이 되어 다른 남자를 만나 안정된 마음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의 반증이라는 건데요. 데일은 모험가로써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마인족과의 싸움에 항상 최전선에 서 있었습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거죠. 그런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도록 주변을 정리하며 살아가고 있었던 그에게 라티나라는 딸이 생겼습니다.

 

데일은 언제까지고 딸이 성인이 되질 않길 바랐습니다. 떠나보내야 하기에, 하지만 이대로 어린애로 놔두면 자신이 먼저 떠나면 남겨진 그녀의 상처는 어쩔 것인가 하는 마음, 그래서 라티나가 고백하였을 때 얼버무렸습니다.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픔이 싫었고, 남겨진 그녀가 받을 고통이 싫었습니다. 하지만 라티나는 이미 7년 전부터 마음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인간보다 오래 사는 마인족으로써의 삶, 주변 사람이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이 먼저 떠나도 받아들이겠다고 그날 뿔을 부러트린 시점부터 그녀의 마음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데일이 라티나와 맺어지면 어떨까, 라티나는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수명을 받아들인 시점부터, 남은 건 데일의 결단이죠. 그러니까 라티나가 어른이 되어도 떠나보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 그리고 자신이 먼저 떠나도 라티나는 그걸 각오하고 있다는 마음가짐이 합쳐 졌을 때 데일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자각한 데일이 선택한 것은 도망, 쪽지 하나만 남겨두고 데일은 왕도로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데일은 병에 걸리고 마는데...

 

이런 풋풋한 사랑도 다 있군요. 솔직히 이전까진 어린 라티나를 보며 어린 것이 벌써부터...라는 마음은 있었습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이런 사랑은 금단에 가깝죠. 키워서 같이 산다니요. 하지만 라티나는 미저리같이 편향된 사랑이 아닌 주변과 상의하며 올바른 사랑을 키워 왔다는 것에서 인정을 안 할 수가 없겠더군요. 마인족이라는 시침과 인간이라는 분침은 같이 갈 수 없으나 찰나라도 분명 같이 하는 시간은 있습니다. 라티나에게 그런 찰나라도 데일과 같이 살아가고 싶어 했습니다. 진실된 사랑으로...

 

그리고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어느 날 햇볕이 내리쬐는 광장 한 귀퉁이에서 근사한 팔찌를 내보이며 데일은 라티나에게 프러포즈를 합니다. 이미 5권 내용까지 밝혀졌으니 심각한 스포일러는 아닐 테죠. 라티나와 데일이 만난 지 딱 9년째 되는 날입니다. 이쯤 오면 어린 라티나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귀여움에서 성숙한 여자가 된 라티나, 오로지 데일을 바라보며 사랑을 키워 왔고 지금 그 결실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라티나에겐 또 다른 소원이 있었습니다. 여덟 번째 마왕이 되어...

 

사실 데일이 라티나의 교육을 주변에만 맡겨두지 않고 남,여 거리 같은 걸 알려 주고, 거리를 뒀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겁니다. 필자도 이전에 이런 점을 지적하였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데일은 그 점을 뼈아파 합니다. 14살이나 된 딸과 한 이불에서 잔다는 건 좀 그렇죠. 과보호로 인해 라티나가 다른 남자들과 만나는 미래를 원천봉쇄를 하였고 그러인해 어린 딸이 아버지라는 이성을 두고 엄마와 싸움질 비슷한 상황이 도래한 것도 사실입니다. 눈 뜨고 하루종일 뵈는 남자 중 데일과 케니스뿐이었는데 케니스는 결혼했고 미혼은 데일 밖에 없었죠.

 

하지만 애초에 처음 만난 시점부터 데일을 남자로 보고 있었으니 교육을 시킨다고 다른 남자를 만날 리도 없었을 겁니다. 거기다 나쁜 남자 거르는 센서도 가동 중이라서 사심으로 만땅된 남자가 다가오면 라티나 쪽에서 도망가 버릴 테고,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데일로 좁혀지는, 처음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 싶군요. 그런 의미에서 개밥에 도토리 된 루디에게 묵념을... 어떻게 보면 루디는 남자 라티나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데일에게 속상한 라티나,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라티나가 속상한 루디...

 

키워서 같이 산다는 속어인 키잡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필자지만 이 작품은 그런대로 잘 꾸려 가고 있습니다. 이전까진 과한 면은 분명히 있었지만 이번 에피소드로 들어서서는 올곧게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꾸준하게 사랑이라는 꽃을 피워가며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고로 피눈물 흘리는 독자들 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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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 덴드로그램 2 - 불사의 짐승들, S Novel+
카이도 사콘 지음, 타이키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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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레이'가 완전 다이브형 온라인 게임 Infinite Dendrogram에 접속한지 1주일, 게임내에서는 3주일이 지났습니다. 시간 참 안 가는군요. 여튼 무대는 왕도 알테어에서 결투 도시 기데온으로 넘어갑니다. 레이는 레벨 0으로 접속하자마자 NPC 릴리아나 여동생을 구해주며 범상치 않은 실력을 보이더니 알테어에서 퀘스트를 위해 결투 도시 기데온으로 넘어가다 UBM(필드 보스) 갈드랜더를 쓰러 트리며 또다시 쪼랩 주제에 기행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드롭 템으로 얻은 장염 수갑은 2권을 위한 복선이었다는 걸 2권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되는군요.

 

기데온에 도착하여 장염 수갑의 능력을 알아보다가 자기가 발현한 불에 구워질뻔하고 독에 걸리고 그걸 풀어준다고 지나가던 펭귄이 건넨 물약을 먹고 개의 귀가 솟아나는 등 다사다난한 일상을 보냅니다. 그러다 시내에서 우연찮게 남동생을 찾아달라는 어떤 누나의 퀘스트를 받게 된 레이는 또 우연찮게 '유고'와 '큐코'와 파티를 짜고 산적 소굴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하지만 거긴 범의 아가리였고 개미지옥이었습니다. 멋도 모르고 들어가게 된 레이와 유고 파티는 무사히 아이들을 구출하나 싶었으나...

 

이번 테마는 귀여움과 성장, 뜬금없지만 순백의 큐코의 귀여움이 상당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작정하고 그렸는지 속 컬러 일러스트에서 만두를 두 손으로 잡고 먹는 장면은 오타쿠라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잘 그려놨습니다. 거기다 꽤 지독한 독설가 속성이 더해지다 보니 계속해서 등장한다면 상당한 팬을 거느리지 않을까 했군요. 그런 그녀 옆에서 시비 거는 듯한 칠흑의 네메시스(참고로 네메시스는 대단한 먹보)의 모습도 상당히 귀엽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작가가 이걸 살리지 못합니다. 독설을 내뱉는 큐코와 그게 못마땅한 네메시스가 잡아먹을 듯이 으르렁거리다가도 곧장 죽이 맞아서 같이 행동하는 모습은 초반뿐이라는 것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재와 환상의 그림갈에 나오는 안나처럼 큐코도 손가락 욕도 좀 하고 저질스러운 개그도 좀 했더라면 유쾌할뻔하였는데도 이걸 살리지 못해 엄청 아쉬웠습니다. 중반을 넘어서면 아예 출연도 안 합니다. 그래놓곤 나라의 명운을 거는 복선을 투하하는 등 종잡을 수 없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3권이 꽤나 기대된다고 할까요.

 

그리고 성장, 사실 이게 이번 2권의 핵심입니다. NPC 릴리아나의 여동생을 구해주고 갈드랜더를 쓰러 트리는 등 쪼랩이면서 나름 선방하며 지내 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구출하는 퀘스트는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난이도를 자랑했고 레이는 빈사 상태에 몰려갑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고립무원에서 레이는 보스와 싸우다 크게 다치게 되고 네메시스가 레이를 지키기 위해 혼자서는 아무런 힘도 없으면서 발버둥 치는 모습은 조금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깨어난 주인공에 의해 보스 처단이라는 클리셰 발동은 덤...

 

타입 메이든의 떡밥, 유저들의 무기가 되는 <엠브리오>는 4가지 타입이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메이든 타입입니다. 몹 속성의 인간형이 아닌 글자 그대로 인간형인 메이든 타입은 매우 극소수라고 하죠. 네메시스는 메이든 타입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유저 하나당 하나의 <엠브리오>만을 가질 수 있는 반면에 이 메이든 타입을 받은 유저는 또 다른 <엠브리오>를 습득할 수 있다는 복선이 투하되고 주인공 레이에게 로리 <엠브리오> 출연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와 버립니다. 이 부분에서는 역시 라이트 노벨답다 싶었군요.

 

게임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주인공, 사실 구분 못한다기보다 사람이 여리다고 해야 할까요. 레이는 쪼랩이면서 1주일 동안  벌써 3번이나 큰 퀘스트를 받아 버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티안(NPC 총칭)은 유저와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하고 한번 죽으면 유저와 다르게 다신 되살아나지 못한다는 점등을 들어 현실을 빗대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아온의 키리토와도 비슷하다고 할까요. 생명의 소중함은 영혼이나 데이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 그걸 인식하는 유저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엠브리오> 타입 메이든이 발현하는 조건이 바로 이런 마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메이든 타입은 극소수라고...

 

어쨌건 이번 2권의 단점을 좀 써보자면, 기승전결 부족을 들 수가 있습니다. 보스급 티안이 두 명이 있었다지만 단순히 엑스트라였던 산적들이 뭉처서 최종 보스가 되고 주인공 레이가 쳐부수는 과정을 지리멸렬하게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레이의 성장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도서 분량 거의 2/3를 소모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싶더군요.  요컨대 라이트 노벨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한 요소가 없다는 것입니다. 레이의 과거를 언급하는 부분도 엄청 길어요. 이 부분도 두 번째 <엠브리오> 출연을 위한 복선이자 주인공이 각성하기 위한 재료였다고 해도요.

 

1권이 나름대로 괜찮았길래 2권을 아무 의심 없이 구매했다가 뒤통수 맞은 격이랄까요(필자의 주관적인 느낌). 이런 점은 일본 작품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이제 끝났겠지 하며 안심하고 있는 주인공의 뒤통수를 치며 전형적으로 이야기를 늘여가는 타입이라는 것에서 짜증을 불러온다는 것이군요(이것도 필자 주관적인 생각). 이야깃거리가 곤궁했던 것일까요. 작전을 짜고 신중한 것은 좋은데 그 과정을 서술하는 것이 너무 깁니다. 큐코와 네메시스의 귀여움이 좋았긴 한데 후반에 이러니 맥이 다 빠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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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3 - L Novel
타오 노리타케 지음, ReDrop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불량 학생 '아야메 코토코' 갱생기 제3권입니다. 3개월 전 위험에 빠졌다 아라미야에게 도움을 받고 나서 한눈에 뿅 가버린 아야메가 평범한 학생이 되어 3차원 여자에겐 관심이 없는 아라미야에게 대시한다는 이야기는 여전하지만 보통 이런 청춘 러브 코미디물이라면 다 그렇듯 주변이 도와주질 않습니다. 총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 듯한 '스와마 이브'가 저지른 역강x 사태를 겨우 마무리했나 싶었더니 이번엔 아야메, 하츠바시, 스와마가 백합이 아니냐는 꼬리표가 나붙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소문이 요상하게 변질되기 시작하는데요. 아라미야가 위 소녀 3인방의 백합을 지켜봤다는 둥 부실에서 후기를 설파한다는 둥 불똥이 엉뚱하게도 아야메에게서 아라미야에게로 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소문이 날로 진화해서 급기야 전교 여학생 절반하고 잤다는 소문까지 번지게 되고요. 왜 이런 꼬리표가 붙는지 소문의 진상을 알아보려고 해도 막연하고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 들겠지 했지만 그칠 줄을 모릅니다. 결국 소문은 교실에서 여학생들과 돌아가면서 난잡한 짓도 했다느니 하는 점입가경으로 치달아 갑니다.

 

한편 학생회 회장 '야오타니 아이리'는 2권에서 아라미야가 속한 부실을 짜부러 트리려 했다가 실패한 이후 이번엔 아야메를 자기 여자(백합)로 만들기 위해 거치적 거리는 아라미야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아라미야에겐 자다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격이고요. 남자는 모두가 적이고 학교에는 온통 여자로만 채우겠다는 회장, 전교 여학생의 이름을 모두 외우고 있으며 아야메가 자기에게 와야 비로써 행복해진다는 회장의 말에 그동안의 존댓말이 반말이 될 정도로 아라미야는 충격을 받습니다.

 

한마디로 회장은 미쳤습니다. 급기야 남자 연인은 아라미야, 여자 여인은 자신이 하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회장은 답을 정해놓고 아라미야를 공격 시작합니다. 반론은 용서치 않고요. 여기서 더욱 골 아픈 건 자신만이 정의라고 믿고 있는 회장의 성격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첫 번째로 피해야 될 인물이 바로 자신만의 정의에 사로잡힌 사람이죠. 마치 스토커처럼 나만이 너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 하며 1차원적인 생각을 부딪혀 오면 이쪽은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겉으로는 선인인 척 학생들의 인망도 두터운 회장의 이런 이면을 고발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고 오히려 역공 당할 우려인 상황에서 아라미야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 방법은... 없어요. 보통 여타 작품에서 권선징악으로 최종적으로 주인공이 이겨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이런 이야기는 이 작품에서는 기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적어도 1~3권은요. 아라미야는 그저 숨은 오타쿠일 뿐이죠. 거기에 용기(勇氣)라는 스파이스를 조금 치고요. 은근히 이런 면에서 현실적입니다.

 

어쨌건 날로 심해지는 소문도 어찌할 수 없는데 아야메를 독차지하기 위한 회장의 집요한 집착은 날로 심해지고, 그럴수록 적이 나타나면 물 처먹고 배를 불리는 복어처럼 '아라미야는 변태다.'라는 소문은 도를 더해 급기야 퇴학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뭐냐고요. 고등학생(또는 고등학교)쯤 되면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이 아니게 되는 걸까요? 피해자는 한 명도 없는데 가해자만 있는 거지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답답한 게 간간이 소문을 뿌리는 듯한 학생을 캐치 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거군요. 나대면 나댈수록 수렁에 빠지는 늪 같은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반격의 실마리를 보여 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군요. 근데 사실 잘 살펴보면 회장이 그랬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마치 회장이 아리야마를 만나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소문만 무성해질 뿐이죠. 아리야마는 회장이 소문을 퍼트리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행동으로 그것을 밝혀내지 않아 또 아쉽게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한편으로는 청춘을 만끽하는 에피소드도 벌어지는군요. 니들이 그럴 상황이 아닐 텐데?라는 느낌일 정도로 여름방학이라는 이벤트를 위해 수영복을 사러 간다던지 아라미야 여동생 키요미의 농간으로 데이트를 한다던지하는 평화로운 일상도 흘러갑니다. 그렇기에 조마조마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군요. 카페에서 밥을 먹고 손을 잡고 바다를 거닐고... 마치 태풍의 눈처럼 고요함이랄지... 이것이 청춘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라는 것처럼 아련한 일상이 흘러갑니다. 보통 하렘물이었다면 여기서 깽판 치는 히로인들도 있었겠지만 이 작품은 그런 게 없어서 좋았군요.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미로운 에피소드가 생겨납니다. 지금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것처럼 아라미야 패거리를 만나고 나서 비로써 자신의 가치와 있을 장소를 알게 된 스와마, 초등학교 때 아라미야에게 트라우마를 지게 했던 그녀의 진심 어린 사과는 그녀를 다시 보게 한다는 것인데요. 순수하기에 주변의 악의를 느끼지 못했고 그것이 괴롭힘이라는 걸 알지 못했기에 행복했다는 스와마, 가슴 아픈 이야기죠. 여기에 와서 그런 괴롭힘 없이 대등하게 자신을 바라봐 주는 친구들이 있어 기쁘다는 그녀의 모습에서 잔잔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오빠를 동정/밥맛으로 여기던 키요미의 귀여움이 급부상하는데요. 내청코의 코마치가 성장하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했습니다. 아직 중학생이던 코마치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오빠가 밥맛이라는 걸 자각하고 내치면서도 은근히 도와주지 않을까 하는 느낌, 또 내청코의 토츠카처럼 '오토코노코 사이타니'가 본격적으로 출연하면서 재미를 더해갑니다. 사이타니를 바라보는 아라미야의 반응이 딱 하치만이더군요. 이번에 수영복 에피소드에서 급기야 여자 수영복을 입고 마는 사이타니, 토츠카도 이런 경우는 아직 없었는데...

 

여전히 아라미야에게 대시하는 아야메, 해변을 거닐며 너를 3차원으로 끌어 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네가 다른 여자를 선택해도 괜찮다는 아야메, 1권에서 어떻게 단박에 아라미야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냐며 개연성이 부족한 거 아니냐는 말이 많았었죠. 필자도 그중 한 사람이었던 거 같은데... 여튼 한눈에 반한다는 건 남자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비록 상대가 처녀충에 3차원 여자는 흥미가 없다지만 회장 측근에게 개털리면서도 자신을 구하러 와준 그에게서 이전부터 올곧고 상냥한 마음은 진짜라고 느꼈기에 확신했을 겁니다. 3차원으로 나와도 자신을 선택할 것이라는걸...

 

맺으며,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 작품은 다 좋은데 기승전결이 아니어서 많이 떨떠름 하다는 것입니다. 하츠바시와 스와마 사태도 그렇고, 회장 때문에 자칫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뻔하였는데도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장면은 솔직히 아니었습니다. 엔딩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감정이입을 최고조로 올려놓고 찬물을 끼얹는 행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군요. 오늘의 적은 내일의 친구?

 

어쨌건 권력을 가진 자(회장)에게 일반인(아리야마)은 맞설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부터 해서 겉모습으로만 사람을 판단하고 소문의 진상 따윈 개나 줘버리고 가십거리로 즐기며 내 일 아니면 상관없어 하는 학생 등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어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그로 인해 아리야마와 아야메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는 복선이 몇 개나 나오면서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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